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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몰락하면 중국의 시대? 천만에!"

[해외시각] 중환자실 들어간 세계 자본주의, 병원비는 누가 내나?

21세기의 10분의 1이 지난 시점이지만 전 세계는 급격한 변동과 혼란 속에 쌓여 있다. 9.11 테러를 계기로 패권주의를 추구한 미국은 2008년 경제위기로 치명상을 입었고 미국의 우방인 유럽도 함께 타격을 받았다. 세계는 여전히 경제 위기에 시달리고 있지만 최근 부상한 중국 등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이 다음 세대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달린 상황이다.

정치, 군사, 경제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글을 게재하는 미국의 사이트 <톰 디스패치>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는 페프 에스코바(Pepe Escobar)는 26일 칼럼에서 이러한 상황을 '황무지'로 묘사했다. 에스코바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식 모델이 경제위기로 가치를 잃은 상황에서 대안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한다. 그는 이제는 한 국가의 성장 모델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닌, '세계의 공장'인 중국과 서방국의 경제가 얽혀있는 상태가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스코바는 2001년 9.11 테러가 나기 2주일 전 '당장 오사바 빈 라덴을 잡아라. 그렇지 않으면…'이란 기사를 파키스탄발로 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홍콩에 기반을 둔 인터넷 매체 <아시아타임스>를 통해 주로 활동하며 브라질 상파울루에 살고 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원문 보기)

거의 모든 이들의 몰락

9.11 테러가 일어나기 전 골드만삭스는 브릭(BRIC.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들이 세계 경제 10위권에 진입하겠지만, 2040년이 되기 전까지는 무리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중국 경제는 이미 [국내총생산(GDP)에서] 세계 2위를, 브라질과 인도는 각각 7위와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도 서서히 [10위권에] 근접하고 있다.[2010년 러시아 GDP 세계 11위] 구매력지수(PPP)로 보면 상황은 더 좋아 보인다. 중국이 2위, 인도가 4위, 러시아가 6위, 브라질은 7위다.

'브릭'이란 용어를 만든 짐 오닐 골드만삭스 자산운용회장이 "세계는 더 이상 미국과 유럽의 지도력에 의존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2007년 이후 중국 경제가 45% 성장한 반면 미국의 성장률은 1% 미만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경제가 [구매력기준으로] 2016년에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고 전망하자 미국인들의 우려와 혼란은 최고조에 달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앞으로 30년 안에 세계 경제 상위 5개국은 중국, 미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가 될 전망이다. 유럽은? 굿바이!

본질을 드러낸 시스템

아시아 국가들이 서구 문명과 차이를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나라들이 세계 경제에서 앞서 나갈 것이라는데 동의하는 전문가는 늘고 있다. [그러나] '서구의 몰락'을 말하는 건 아직 위험하다.

1918년 <서구의 몰락>을 쓴 오스왈트 스펭글러는 인류는 각각의 독특한 문화 안에서 기능을 발휘하며, 서구의 사상은 다른 지역에 적절하지 않고 전파되기도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펭글러는 문화란 살아가다 소멸하고, 각각이 고유의 정신을 지니는 유기체라고 봤다. 동양의 문화는 정신적인 측면이 강조된 마술 같은 성격을 띤 반면, 서구의 문화는 물질적인 것을 앞세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반동적인 염세주의자였던 그는 서구가 이미 최상의 민주적 문명 상태에 도달했으며 [그런 이유에서 이제는] '쇠퇴'를 경험할 차례라고 믿었다.

이런 생각이 새뮤얼 헌팅턴식의 '문명 충돌'을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맞는 말이다. 문명 충돌에 대해 말해보자. 최근 스펭글러식의 주제를 다룬 잡지 <타임>의 '유럽(그리고 아마도 서방)의 쇠망(The Decline and Fall of Europe (and Maybe the West))'이란 기사에서 '아마도(maybe)'라는 단어에 눈길이 쏠리지 않았나?

포스트-스펭글러 시대에서 '서방'은 곧 미국을 가리킨다. 현재 심각한 재정 위기에 빠진 유럽은 '남방(the South)'이라 불리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가 일제히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방'(미국)과 불가분의 관계로 얽힌 채 '서방'을 계속 따르는 상태로 남아있는 한 '쇠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지금 [조종사가] 기절해 자동항법장치로 날아가는 비행기와 같다. 지구상의 '유일한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의 시대가 베를린 장벽 해체와 소련 붕괴 때부터 9.11 테러와 '부시 독트린'까지를 다룬 앤디 워홀의 15분짜리 영상만큼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21세기는 9.11(역습), 이라크 침공(선제공격), 그리고 2008년 월스트리트의 붕괴(카지노 자본주의)라는 세 개의 사건을 거치며 순식간에 위기에 빠졌다.

한편 유럽은 여전히 기회가 남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주변부 국가들은 ('아메리칸 드림'이 아닌) '유러피안 드림'을 바라고 있다. 예컨대 '아랍의 봄'은 미국의 대통령제가 아닌 유럽의 의회 민주주의를 추구했다.

또한 재정 위기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남아있다. 기술 수준에서도 미국과 호각을 다투거나 앞서고 있어서 [자산] 포트폴리오를 분산시키려는 중동의 [부유한] 군주제 국가들은 유로화, 파리 및 런던의 고급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같이 상상력은 부족하지만 힘은 남아있는 지도자들로 인해 유럽은 확실히 적(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몰락하던 그렇지 않던, 유럽은 미국과의 관계를 옆으로 밀어 놓고 유라시아 쪽에서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 같다. 중국, 인도, 러시아에는 사회와 경제, 문화를 개방할 수 있고, 남유럽 국가들은 중동, 남미, 아프리카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해 나갈 수 있다.

서구의 몰락이 드러낸 장점도 있다. [서구의 몰락은] 최근 몇 년간 그 암울한 본질을 드러냈던 서구 시스템의 몰락이기 때문이다.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인가>라는 책에서 칼 마르크스가 1848년 [<공산당 선언>을 통해] 자본주의에 의해 변형되고 있는 세계를 묘사한 내용이 21세기 초의 세계에도 들어맞는다고 지적했다.

정치는 재정 위기를 반영하는 (부서진) 거울로 [역할이] 축소됐고, 소비가 생산과 저축을 대체하면서 시스템적인 어떤 것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유명한 시 구절처럼, [서방은] "중심은 유지될 수 없다."

서방이 중심에서 벗어났다면, 정확히 뭐가 문제였던 걸까?

적과 아군

자본주의는 노동운동과 파업 우려의 상존, 심지어 혁명이라는 끊임없는 압박 덕에 '문명화' 됐다. 대안적인 경제성장 모델이었던 소련의 존재도 [자본주의의 문명화에] 도움을 줬다. 소련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유렵의 지도자들은 '서구적 삶'의 방식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얻어야 했다. [그 결과] 복잡한 사회계약이 구축됐고, 여기엔 자본의 양보도 포함됐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미국은 더 이상 아니라는 게 명확해졌다. 그리고 점점 유럽에서도 그렇게 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유일한 이데올로기가 되자마자 시스템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 세계에서는] 하나의 길만 있었고, 중산층 중에서도 취약한 계층을 후기 산업사회의 새로운 프롤레타리아트, 쉽게 말해 실업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현재 신자유주의가 승자라면, 그 이유는 [신자유주의 때문이 아니라] 현실적이거나 대안적인 성장모델이 부재하기 때문이고, 신자유주의가 승리했다는 사실 자체도 아직까지는 의문이다. 중동 지역을 제외하고 전 세계의 진보 진영은 구체제가 스스로 붕괴될 거라고 기대하면서 [자신들은] 마비되어 갔다. 그러나 불행하지만 과거의 역사를 돌아 보면 이같은 기로에 섰을 때 당신이 찾을 수 있는 것은 분노의 포도[대자본에 밀린 농장 노동자의 비참한 생활을 다룬 스타인벡의 소설]와 우익 포퓰리즘, 더 나쁘게는 극우 파시즘일 것임을 배울 수 있다.

'서방이 아니면 모두 적이다'(The West against the rest)라는 말은 그러한 세계를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단순하다. 서방을 제외한 나머지가 다양한 방식으로 서방를 넘어서려고 노력할 뿐 아니라 서방을 흡수[모방]하려는 것을 상상해보라. 여기에 아이러니가 있다. 맞다. 서구는 '몰락'할 것이다. 여기엔 미국도 포함된다. 그리고 서구과 미국은 모든 곳에서 자신들의 흔적을 남겨둘 것이다.

ⓒAP=연합뉴스

어떤 성장 모델인가?

당신이 개발도상국이고 '개발 모델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있다고 해보자. 당신은 중국식 모델을 보면서 놀라운 성장을 보여줄 새로운 모델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치적 자유가 없는 경제성장이라는 중국식 모델을 따라갈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많은 측면에서 중국 모델은 부적절한 인위적 구조물이 될 것이다. 이는 마치 [정치적으로] 단일 정당이 개인과 군대를 통제하는 레닌식 방식과 [경제적으로] 서구의 현대적 개념을 결합해 만든 집속탄(cluster bomb) 같다.

유럽은 중동에서 아프리카까지 돌아다니며 [유럽연합(EU) 같은] 초국가 단위의 통합 모델이 문제의 해결 방법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유로화에 반대하는 전국적 저항을 포함한 내부 논쟁 속에서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EU, 국제 사회의 '로보캅'으로 나선 나토군에 대한 반대, 그리고 계속되는 유럽의 문화적 오만함 등을 보면서 쇼핑객들은 왜 중국 모델이 아프리카에서 성공적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여길 것이다.

쇼핑객들이 미국 모델을 본다면?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경제국이고, 달러는 아직까지 세계의 기축통화다. 미군은 여전히 파괴력에서 최강이고 지구의 많은 곳에 주둔하고 있다. 미국이 무능한 포퓰리즘과 교과서적 해법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카지노 자본주의의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몰락하고 있다는 사실만 아니라면 인상 깊다고 여길 수 있다.

새로운 경제 모델을 찾는 국가들은 이 가운데서 하나를 선택하게 될까?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세계 어디 곳에서 그런 모델이 존재할 수 있을까?

'아랍의 봄'이 일어난 핵심 이유 중 하나는 투기로 인한 식량가격의 폭등이었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오스트리아, 터키의 시위대와 폭도들은 전 세계 경기 불황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다. 스페인에서 '잃어버린 세대'로 불리는 16세 이상 29세 이하 청년의 거의 절반은 직업이 없다. 이는 유럽에서 기록적인 수치다.

영국에서는 청년층의 20%가 실업 상태이고 EU의 나머지 국가들도 이와 비슷하다. 런던에서는 노동 가능 인구의 25%가 실업자다. 프랑스에서는 인구의 13.5%가 공식적으로 빈곤층으로 한 달에 1300달러 미만의 돈으로 살아간다.

서유럽의 많은 이들이 목도하고 있듯 국가는 이미 사회계약을 위반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분노하라' 사위대는 "우리는 시스템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이 우리를 반대하는 것이다"라며 시대정신을 포착했다.

이는 비참하게 실패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본질을 잘 설명하고 있다. 데이비드 하비는 그의 신간 <자본의 수수께끼>에서 빈자와 약자,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강탈하는 정치경제학이 오늘날의 풍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는 글로벌 자본주의를 구할 것인가?

중국은 캐나다, 브라질에서부터 쿠바, 앙골라에 걸쳐 비군사 분야의 엔지니어나 건축가,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노동자들을 배치하면서 '글로벌 중화제국'(global Middle Kingdom)으로서의 운명을 만드느라 분주한 상태다.

서방이 곤란에 빠져 있다면, 글로벌 자본주의는 중국과 인도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에 있는 중산층에 의해 잠시 '집행유예' 처분을 받을 것이다. 중국 인구의 23%인 3억 명이 현재 중국 주요 도시에서 중산층으로 살면서 '가처분 소득'을 즐기고 있다.

컨설팅 기업 매킨지는 중국의 중산층이 현재 1억9000만 가구 중 29%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5년이 되면 중국의 3억7200만 가구 중 75%가 중산층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그때까지 중국의 자본주의 실험이 벽에 부딪히지 않고, 부동산·금융 거품이 터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매킨지에 따르면 또 12억이 사는 인도는 1만 달러 이상의 연간 소득을 올리는 가구가 1500만에 달한다. 인도는 5년 안으로 4000만 가구, 혹은 2억 명의 인구가 이 안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인도는 2001년 당시의 중국과 비슷한 상황으로 성장할 일만 남았다.

노무라 증권은 3년 안에 중국의 내수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식이라면 아시아의 중산층이 정말로 당분간은 글로벌 자본주의를 '구할'(save)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기후 변화 등 자연의 보복으로 인해 비싼 비용을 치를 것이다.

▲ 중국 상하이의 한 항구에 쌓여있는 컨테니너. 중국은 세계 경제의 구원수가 될 수 있을까? ⓒAP=연합뉴스

이제는 '원 스톱(one-stop)' 모델 뿐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리가 여전히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정치·경제에 걸쳐 강력히 도전하는 상황에서 오바마의 [터무니없는] 주장이 미국 내에서 호응을 얻는다면 미국식 모델이 [세계에]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은 미국 국채의 40%를 보유한 가장 큰 채권국 중국의 리더십에 그다지 현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맞서고 있다. 또 아프팍[아프간-파키스탄] 지역, 이라크 등 중동에 민주주의를 수출하는 데 있어서도 심각한 곤란을 겪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글로벌 자본주의에 어떤 격변을 일으켜도 중국의 수출을 감소시키거나 부동산 거품을 터트리지 못하며, 중국 노동자들을 극단적인 혁명 상태로 만들지 못할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는 중국이 세계를 위협할 것이라는 음모론이 틀렸다는 걸 의미한다. 사실 중국이 독일을 제치고 세계 1위 수출국으로 부상해 '세계의 공장'이 된 이면에는 미국과 유럽, 일본 기업들에 의해 생산량을 통제받는 현실이 있다. 다시 말해 서구가 몰락한다는 건 사실이지만 이미 서구로부터 멀어질 수 없게 된 중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각국의 흥망에 상관없이, 쇼핑객들에게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모델은 [서구와 중국의 경제가 결합된] '원 스톱'(one-stop) 모델 뿐이다.

돌아온 황무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악귀들인 빈 라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등은 우리의 모든 공포를 빨아들이는 미니 블랙홀처럼 움직이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그들과 전쟁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몰락을 피하지 못했다.

[<강대국의 흥망>의 저자로 세계의 중심이 태평양과 아시아로 올 것이라고 전망한]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는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듯 미국의 헤게모니 시대는 몰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라크에 대한 전쟁몰이 상황이 펼쳐졌던 2002년 세계체제론의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는 <미국 패권의 몰락>이라는 책에서 미국이 몰락하느냐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며, 미국 자신이나 세계에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점잖게 몰락할 수 있느냐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노'(No)임이 분명해졌다.

9.11 테러 이후 10년이 지난 2011년에 '아랍의 봄' 사태가 일어날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서방이 이슬람 혐오와 재정 위기, 심지어 영국에서 벌어진 폭동과 약탈의 공포에 떨고 있을 때, 북아프리카-중동 지역의 사람들은 서구식 민주주의를 시도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이 무자비한 진압을 벌였고, 나토는 [리비아에] 인도주의를 명분으로 군사적으로 개입하면서 '아랍의 봄'이 꾸었던 꿈은 부분적으로 실패했다. 나토의 사무총장 포그 라스무센은 솔직하게 말했다. "만약 당신이 해외로 파병할 수 없다면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파병을 못해서 벌어진 군사적 진공상태를 당신의 가치 및 사고방식과 다른 신흥 세력이 채울 것이다."

2011년이 겨울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상황을 나눠서 보자. 중동과 북아프리카와 관련해 나토가 하는 일은 미국과 유럽을 그 지역에 계속 개입시키면서 반대로 브릭스(BRICs) 국가의 영향력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유럽과 미국에서는 중산층이 소리 없이 질식되고 있고, 반면 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이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가 서방 국가들에 어떤 경제적 상황이 벌어질지를 숨 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20세기 서구 문명의 황폐화를 겨울의 황무지에 비유한 시인] T.S 엘리어트가 없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자본주의가 중환자실을 공격할 때, 병원비를 내는 이는 항상 가장 취약한 계층이고 그 비용은 늘 피로 치르게 된다.

* ( )는 원저자의 표기이며 [ ]는 옮긴이가 추가한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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