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열린 두 번째 강좌는 김재명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가 진행한 '전쟁의 정치경제학 : 대테러전쟁의 논리와 실재'다. 이날 강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오는 26일에는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가 '민주주의의 위기, 국제규범의 위기'라는 제목으로 미국의 검열과 고문 문제 등을 다룬다. <편집자>
2007년에 만들어진 <워 메이드 이지(War Made Easy)>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말 그대로 전쟁이 쉽게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이 다큐는 미국이 2001년과 2003년 각각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 제작돼 미국인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당했던 베트남 전쟁의 아픈 기억을 되살려냈다.
전쟁은 쉽게 만들어진다. 실제로 전쟁을 하는 사람은 미군들이지만, 전쟁을 기획하고 결정하는 건 미국의 대통령이다. 문제는 안 해도 될 전쟁을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워 메이드 이지>는 그런 점을 짚었고 오늘 강의 역시 전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가 주제다. 결국 나오는 답은 교과서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애족애국과 동떨어진, 본질적으로 비즈니스 성격에 해당하는 전쟁을 미국이 벌였다는 것이다.
테러는 '정치적 동기를 지닌 폭력'이라고 정의된다. 우리는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나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같이 국가가 아닌 조직이나 개인에 의한 정치적 폭력을 테러라고 본다. 하지만 테러의 개념을 실제로 들여다보면 국가 테러로 인한 희생자가가 국가가 아닌 조직이나 단체에 의한 테러 희생자보다 훨씬 많다. 대표적인 게 나치 독일 시절 아돌프 히틀러가 수백만 명의 유대인과 동성애자, 장애인 등 이른바 '열등인간'을 살해한 것이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들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지만, 이 용어 뒤에 숨은 국가적 폭력을 비즈니스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팍스 아메리카'는 누구를 위한 평화인가
▲ 김재명 성공회대 교수. ⓒ참여연대 |
우리가 사는 시대가 무정부적 국제정치제체다. 각국이 자기 나라를 자신이 지킨다고 하면서 서로 충돌하는 것이다. 세계정부가 없기 때문에 강대국이 국제법을 어겨도 제재를 할 수 없다.
유엔(UN)은 세계정부가 되지 못하고 갈등조정 능력도 허약하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도 없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오늘은 국제사회가 슬픈 날"이라고 한탄만 했을 뿐 국제법에 의해 미국을 전쟁범죄 혐의로 법정에 세우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은 유일한 초강대국이 됐다. 미국은 강력한 군사력과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자본력,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와 같은 연성(소프트) 파워로 세계를 지배했다. 미국은 로마제국 시절 누렸던 평화를 20세기로 가져와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미국이 세계를 효율적으로 지배하고 끌어가는 세상을 꿈꿨다.
미국의 논리는 패권 체제가 안정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마에 대항했던 카르타고 입장에서 보면 그 평화는 로마인들의 것이었고 자신들은 노예 처지였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팍스 아메리카나는 미국의 평화이지 다른 국가의 평화는 아니다. 그래도 미국은 자비로운 패권국을 자처하며 가난한 나라를 도와주고 국제질서를 안정적으로 끌어간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배경에 기초해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전쟁을 벌였지만 비판적 지식인들은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가 미국이라고 지적한다. 이라크 바그다드로 진격하는 탱크에 이라크 국민들이 꽃을 던지리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미국에 대한 감정만 나빠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파 지식인들은 미국의 패권이 없다면 세계는 암흑시대로 돌아간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의 숨어 있는 국방 예산
군사력을 보면, 9.11 이후 현재 미국은 총 63개국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많게는 한국처럼 몇만 명이 주둔하는 경우도 있다. 142만 명의 미군 중 25만 명에 해외에 있다.
미국의 국방비는 지난해 약 7000억 달러였다. 9.11 테러 전인 1999년에는 3000억 달러 수준이었다. 약 10년 동안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럼 그 10년 동안 미국 경제가 두 배로 성장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미국의 정부 예산이 두 배로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가 총 14조 달러다. 지난 10년간 엄청난 부채가 누적됐고 지금 미국의 경제가 힘든 것 역시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쓴 돈 탓이 크다.
미국의 국방비는 2001년부터 계속 상승곡선을 그렸고 오바마 행정부는 앞으로 국방비를 2010년 6980억 달러에서 2011년 6710억 달러, 2012년에는 6310억 달러로 줄이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국방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지출이 그 정도나마 줄어들게 된 것이다. .
게다가 미국에는 숨어있는 국방예산도 있다. 집계되는 국방예산은 국방부만 대상으로 할 뿐 미 중앙정보국(CIA) 등에 있는 대테러 전문가들이 쓰는 예산은 들어 있지 않다. 이 숨은 예산을 합치면 미국의 실제 국방관련 예산은 최소 3000억에서 7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 에너지부에서 핵무기 제조 및 관리에 편성한 200억 달러가 있다. 국무부는 '테러와의 전쟁' 대신에 '해외비상작전'으로 이름을 바꾼 분야에 85억 달러를, 전 세계 친미 국가들의 군 장성을 관리하는 비용인 대외군사기금(FMF)으로 55억 달러를 쓴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CIA도 테러 대비 및 해외비상작전 예산이 있다. 이런 돈들은 일반인들이 열람할 수도 없다. 미국의 국방예산이 줄었으니 앞으로 평화롭게 갈 것이라는 예상은 단면적인 얘기다.
또 미국의 국방부 예산은 기본예산과 해외비상작전 예산으로 갈려 있는데, 정부가 줄이겠다고 한 예산은 후자다. 5100억 달러에 달하는 기존 예산 중 3000억 달러는 미국 군수업체들이 받아간다. 그 돈은 줄어들지 않는다. 내년도 예산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중동정책 목표, 민주주의 확산이 아니다
냉전 시절 미국의 대소련 전략은 한마디로 봉쇄였다. 세력이 커지는 걸 막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의 대외전략을 물으면 대답이 각각 다르다. 한마디로 말하기 힘든 것이다.
<미국의 거대전략>이라는 책을 쓴 로버트 아트 미 브랜다이스대 교수는 미국의 대외전략에 대해 △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 방어 △ 유라시아 지역에서 강대국들의 전쟁 방지 △ 값싼 석유의 안정적 공급 등을 들었다. 이 거대전략의 목표는 미국의 지구적 지배력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는 것이었다.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진단이었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중동지역을 책임졌던 앤서니 지니 미군 중부군 사령관은 전 세계 석유매장량의 62% 이상이 페르시아만 일대에 있는 만큼 미국과 연합국들은 걸프지역 석유자원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0세기 전반까지는 강대국들이 식민지를 소유해 자원을 가져갔지만 이제는 자유로운 접근, 즉 '효율지배'를 통해 주권은 허울로 남겨놓고 경제를 지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 추진한 중동정책의 본질은 민주주의의 확산이 아니었다. 그 나라가 독재국가인지 여부가 아니라 친미 국가인지 여부가 중요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의회도 없는 독재국가지만 미국이 사우디에 민주주의를 얘기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반면에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않았는데 핵무기 사찰을 해야한다고 미국 지도자들은 열을 낸다.
이집트의 경우 주요 산유국도 아니고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독재자였지만 오바마 입장에서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미국의 중동정책을 지지하느냐 여부가 문제였다. 무바라크는 미국의 친 이스라엘 일방주의와 석유 정책을 지지했다. 이것이 미국의 이중 잣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중동 평화를 위협하는 나라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팔레스타인계 지식인으로 몇 년 전 사망한 에드워드 사이드 전 콜롬비아대 교수는 미국의 중동 전략을 '친미국가 만들기'라고 지적했다. 이라크의 경우 미국이 후세인을 제거한 이유는 단순히 석유 확보 차원이 아니라 후세인이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랍을 연구하는 미국의 전문가들이 미국의 중동정책을 잘못 이끌어간다는 비판도 있다. 일례가 버나드 루이스 미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의 동심원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동심원의 맨 바깥에는 시리아, 이라크, 리비아, 이란 등 정권과 국민 모두 미국을 싫어하는 국가가 있다. 그 안 동심원에는 요르단, 사우디, 이집트, 모로코 등 친미 성향의 정권이 있지만 국민들은 반미 성향인 국가가 있다.
마지막으로 동심원 가운데에는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같이 상대적으로 정권과 국민 모두 친미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있다. 미국의 중동정책은 그 중심부를 확장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단순 명쾌한 논리를 좋아하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성격과 맞아떨어졌다. 이에 따라 공격을 당한 게 후세인과 카다피다.
미국의 중동 민주화 논리는 모순이다. 아프간과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다른 국가들을 바라보진 않았다. 미국은 우방인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가진 채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것을 감싸면서 이란을 친미 국가로 둘러싸 포위하고 있다. 중동의 반미 감정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통 미국인들은 중동이 왜 자신들을 미워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 2004년 바그다드 남부 카나세 마을의 이라크인들이 폭격된 가옥의 폐허 속에서 쓸만한 물건들을 찾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미국과 석유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둘 다 독재자이고 각 나라에서 국민적 저항이 일고 있지만, 알아사드는 리비아의 독재자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로부터 정권을 이어받아 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은 2대 독재자다. 어찌 보면 카다피보다 더 악랄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두 나라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나토(NATO)는 리비아 인들의 인권을 지켜준다는 명분으로 공습을 가했다. 시리아는 찬밥 신세다. 이 두 독재자의 운명을 가른 변수는 석유의 유무다. 석유 때문에 카다피는 운명이 고단해진 처지가 됐지만 알아사드는 그렇지 않다.
이익이 있으면 개입하고 없으면 안하는 게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이다. 리비아 석유가 리비아에서는 하루 16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 시리아에서 나오는 석유는 이보다 훨씬 작다. 유럽국들은 리비아의 석유를 탐내지만 미국은 원래 리비아 석유는 별로 수입하지 않았다. 이번 리비아 사태에서 미국은 그다지 개입하지 않은 반면, 프랑스나 영국 등이 있는 나토군이 열심이었던 이유다.
미군은 전 세계 7개의 사령부를 두고 있는데, 이중 산유국이 많은 중동 지역을 관장하는 곳에 중부군 사령부다. 미국 경제의 숨통을 쥐고 있는 중동의 석유 확보를 군사적 물리력으로 뒷받침하는 게 중부군 사령부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영화를 보면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잘 드러난다. 마찬가지로 '블러드 오일'이라는 말도 존재한다. 20세기 들어 석유는 국제분쟁의 주요 원인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공습도 미국이 일본의 중국 침공을 이유로 석유 공급을 끊으려고 하자 동남아 지역의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거치적거리던 미군을 공격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문제는 석유가 유한 자원이라는 점이다. 석유 지질학자인 킹 허버트에 따르면 미국은 1970년대 석유 생산량이 정점을 찍었다. 2011년에 세계가 '오일 피크(석유생산량 최정점)'을 찍었다는 말도 있다. 2011년이 정점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세계가 오일 피크 시대로 접어든 건 사실이다. 새로운 석유 매장층을 발견한 횟수도 1950년대 이후 계속 줄어왔다.
미국 내 석유 생산량이 정점을 찍고 내려온 반면 수입량은 점점 늘어났다. 미국과 유럽 국가의 석유 시추량은 10년 이내로 바닥이 날 수 있는 반면, 중동 지역은 앞으로 50~100년 동안 석유 생산이 가능하다. 그래서 중동 석유에 대한 실효적 지배가 필요하다는 말이 자꾸 나온다.
미국은 전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지만 석유 소비량은 21%에 달한다. 하루 석유 소비량이 2000만 배럴이다. 연간 70억 배럴인데 석유 매장량은 전 세계의 2.2%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석유 수입량 역시 전 세계의 21%에 달한다.
미국으로선 안정적인 석유 공급원을 찾는 게 최대 과제다. 부시 대통령 시절 이전에도 미국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석유 확보였다. 당시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나 에너지 문제가 대두되던 시절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반미 독재자로 부상해 원유 판매 대금을 달러가 아닌 유로로 받겠다고 나선 후세인의 이라크에게 대량살상무기라는 누명을 씌우고 점령한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이라크에 석유가 없었다면 미국의 침공도 없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반미 정권이 들어선 베네수엘라나 이란은 몇 년 전부터 미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석유의 무기화가 필요하다고 예기한다. 러시아나 중국도 석유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미국의 심기를 적잖게 건들이고 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석유가격 상승 원인으로 신흥 경제국인 중국의 수요 증가를 꼽지만 본질은 석유의 수요와 공급 차원에서 경제 외적인 정치 위기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이 잘못될 경우 지구촌에 엄청난 석유파동이 닥칠 수 있다. 한국도 미국과 동맹으로 묶여 있는데 이에 따른 유탄을 맞지 않을지 걱정되는 부분이다.
또 하나의 미국 경제, 군수산업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밀어붙이는 까닭에 대해 미국의 군수업체와 석유회사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국방예산과 마찬가지로 무기생산 기업의 매출 역시 전쟁이 일어난 이후 배로 뛰었다. 일례로 록히드마틴이 올리는 매출은 한국의 국방예산보다 많다. 전 세계 100대 군수기업 중 미국 기업이 45개다.
미국의 무기 수출량도 엄청나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주요 재래식 무기 수출국을 보면 미국은 국제 시장에서 30%를 차지한다. 미국산 무기의 주요 수입국은 한국이 1위고 호주, UAE가 뒤를 잇는다. 파키스탄, 그리스같이 가난한 국가들도 미국의 무기는 엄청나게 들여온다. 중동국가의 국방비 비율은 국민총소득(GNP) 대비 6.8%에 달해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친미 성향의 정권이 '오일 머니'로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사들여 중동을 세계에서 가장 군사화된 지역으로 만들고 있다.
9.11 테러 이전에는 소련의 붕괴로 재고가 쌓여 경영이 엉망이었던 미국 군산복합체는 전쟁으로 호기를 맞았다. 군산복합체란 군부와 방위산업체의 상호의존체제를 일컫는 용어다. 군부와 민간기업, 정치가가 각각의 이익을 위해 유형 무형의 제휴를 유지하면서 때때로 언론까지 끼어들어 국방 지출의 증대를 도모하는 사회적 유착구조를 말한다.
군산복합체 체제에서 퇴역 장성이 군수기업에 입사해 시장을 개척하거나 정계에 로비를 해 새로운 군사 프로젝틀 진행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부 장관이 물러난 건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재정 지출을 줄이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심기를 건들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현재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은 연방정부 예산회계를 맡던 인물이다.
'죽음을 파는 상인'들은 정부에 끝없는 로비를 벌인다. 록히드마틴이 개발하는 스텔스 전투기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오바마 대통령이 지원금을 줄이려고 하자 250명의 의원들이 서한을 보내 말혔다. 군수업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세력이 그만큼 많다는 걸 의미한다.
칼라일 그룹은 전현직 정부 고위층을 영입해 '안면 자본주의'를 실현한 대표적 예다.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 프랭크 칼루치 전 국방장관,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등이 퇴임 후 이곳에서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일했다.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은 에너지기업 핼리버튼의 회장을 겸하면서 이라크 석유시설 복구 사업을 수의계약해 해마다 15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1800만 달러의 스톡옵션을 보유했다.
미국이 국방예산 중 기본예산은 감축하지 않은 탓에 군산복합체를 당장 해체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을 평화 지향적으로 바꾸고 군수업계가 무기가 아닌 다른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함으로써 미국의 경제구조를 개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석유와 무기 산업을 뒤에 업은 미국의 패권주의적 대외정책의 희생자는 민초 뿐 아니라 일반 미군 병사들이다. 앞으로 우리가 걱정해야 할 건 미국이 계속 이러한 정책으로 반미 국가를 건들여 제3차 석유파동이 일어나고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미국의 대외정책을 계속해서 비판해야 하는 이유다.
*[9.11 기획 강좌] <1> "테러와의 전쟁, '美 헤게모니' 지키기의 마지막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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