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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은 지켰다'라던 노무현 대통령의 믿음은 꿈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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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은 지켰다'라던 노무현 대통령의 믿음은 꿈이었나?"

[2011년의 눈으로 본 한·미FTA·<2>] FTA 쌀 청문회를 요구한다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은, 2003년 10월, 당시 변호사 신분이었던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으로부터 "쌀과 같은 민감한 품목을 제외하는 FTA"을 보고 받고,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FTA에서 민감 품목을 제외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김현종 지음,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 39쪽)

그리고 김 전 본부장이 "노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표현한 2004년 12월 16일의 FTA 추진 지시에서, "쌀은 예외적인 경우로 유예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쌀은 지켰다는 노 대통령의 믿음

그러나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한 미국 대사 버시바우의 2007년 8월 31일자 보고 전문(07SEOUL2634)은 충격적이다.

이 전문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김종훈 당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007년 8월 29일, 미국의 포메로이 하원의원과 버시바우 대사를 만났다. 그들이 미 의회의 한·미 FTA 비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처리해야 할 쟁점으로 쇠고기, 자동차와 더불어 쌀을 지적하자, "쌀은 비록 한·미 FTA에서 제외되었지만, WTO 쌀 쿼터 협정이 2014년에 종료되기만 하면, 재협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하였다"(Kim responded that...(3) rice, although excluded from the FTA, could be revisited once the current WTO rice quota arrangement expired in 2014.") 이 때는 그해 6월 30일, 미국에서 한·미 FTA 서명식을 마친 날로부터 두 달이 막 지난 때였다.

이 전문이 사실이라면, 미국은 자신이 두 달 전에 서명했던 한·미 FTA의 핵심적 내용을 다시 뜯어 고치라고 한국을 압박한 것이다.

쌀을 한·미 FTA에 포함시키라는 끈질긴 압력

그런데 한·미 FTA를 고쳐 쌀을 포함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매우 강력하고도 집요하였다. 외교통상부가 2007년 7월 4일, 국회에 보고한 <한·미 FTA 추가 협의 및 서명 관련 결과 보고>라는 공문서를 보면, 미국이 2007년 4월 서울에서 한·미 FTA 타결 선언을 했음에도 미국 민주당 의회의 신통상정책(New Trade Policy)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한국에게 재협상을 요구했다. 외교통상부는 이 재협상에 응하는 '기대 효과'로, "미 의회 일부 의원들이 제기하고 있는 자동차, 개성공단, 쌀 등에 대한 재협상 요구의 빌미를 차단"한다고 국회에 공식 보고하였다.

미국은 한·미 FTA 타결 선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에게 쌀을 한·미 FTA에 포함시키라고 끈질기게 압박하였다. 그리고 이제 2007년 8월, 그 서명을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사와 미국 하원의원은 김종훈 본부장에게 한·미 FTA가 순조로이 미국 의회 비준을 받도록 쌀을 포함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어떻게 9만 3천톤의 미국 쌀이 해마다 수입되나?

그러나 처음부터 쌀은 한·미 FTA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김현종 전 본부장이 고(故) 노 대통령의 FTA 추진 결심을 얻어 낸 2004년 12월, 이미 쌀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관세화(전면 수입 자유화)에서 제외되는 내용으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각 나라별로 일정량의 쌀 쿼터를 배정하였다. 그러므로 이 WTO 쌀 협정이 살아 있는 한, 미국은 한국에게 쌀 관세 철폐와 미국 쌀 쿼터 증가를 요구할 수조차 없었다.

문제는 WTO 쌀 협상에서 한국이 의무무수입물량(MMA)을 매년 2만t씩 늘리는 불리한 조건으로 관세화를 2014년까지 유예받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물량이 지난해에 벌써 32만7000t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미국 쌀은 28.6%인 9만3720t에 이르렀다.

이제 이 의무수입량이 국내 쌀 소비량의 8.5%에 육박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 도저히 그 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3월 관세 400%를 매겨 쌀 시장을 2012년 앞당겨 개방하고 의무수입량을 올해 수준(34만8000t)으로 묶겠다는 <쌀 산업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배반당한 믿음

바로 이것이 김종훈 본부장이 미국 대사에게 말했다는 WTO 쌀 쿼터 협정의 종료이다. 한국은 김 본부장이 말했다는 2014년마저 기다릴 수 없어 2012년에 그 종료를 선언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이른바 조기관세화) 위 외교 전문이 사실이라면, 그렇게 되면, 한·미 FTA에서의 쌀이 제외된 문제에 대하여 미국과 재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위 외교 전문이 사실이라면, 쌀은 한·미 FTA에서 지켰다는 노무현 정부의 믿음은 배반당한 것이다. 위 외교 전문이 사실이라면 김종훈 본부장은 한·미 FTA 서명을 마친 지 두 달밖에 안된 때에, WTO 쌀 협정이 종료되면 쌀을 한·미 FTA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재논의할 수 있다고 미국에 답변한 것이다. 그 답변을 들은 미국에게, 쌀의 운명은 WTO를 빠져 나오는 순간 한·미 FTA에 포획당하는 것으로 규정되었을 것이다.

외교통상부의 해명은 어떻게 틀렸나?

15일자 <한겨레>가 이러한 김종훈 본부장의 발언을 보도하자, 외교통상부는 해명자료를 이렇게 내어 놓았다.

"쌀 수입 문제는 WTO 양허표에 규정되어 있는 사안으로서 향후 관세화 절차도 WTO차원에서 협의될 것이며, 한·미 FTA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위 외교 전문에 따른다면, 김종훈 본부장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미국 대사와 하원의원은 "WTO 차원의 협의"를 위하여 김 본부장을 만나지 않았다. 그들이 김 본부장에게 제기한 문제는 "한·미 FTA"에서 쌀이 제외(excluded from the FTA)되어 있다는 불만이었다. 바로 이 문제가 김본부장이 재논의(revisit)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대상이다. 김본부장은 미 대사와 의원에게 WTO 차원의 쌀 협의를 재논의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재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미국은 이미 WTO 회원국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쌀 전면 수입 개방을 선언하면서 매길 쌀 관세율 400%가 적정한지에 대하여 검증을 할 권한을 WTO로부터 이미 보장받고 있다. 이것은 재논의(revisit)가 아니다. 미국이 WTO 회원국으로서 가지고 있는 상식적 권리를 확인하려고, 미국 하원의원이 한국의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나지 않는다. 김 본부장은 이러한 상식적 WTO 과정을 재논의라 부를 만큼 국제 통상에 문외한이 아니다. 외교전문에서 그가 말했다는 재논의는 한·미 FTA에 쌀을 포함시킬 것인가가 주제인 재논의이다.

FTA 쌀 청문회를 요구한다

미국 대사의 보고 전문이 진실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미 대사의 보고만을 근거로 하여 한국의 공무원들의 명예와 헌신성을 일방적으로 비판해서는 안된다. 그러기에 나는 FTA 쌀 청문회를 요구한다. 김 본부장을 청문회에 출석시켜 그렇게 발언한 사실이 있는지 물어야 한다. 아마 고(故) 노무현 대통령도 동의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 2011년의 눈으로 본 한·미FTA

<1> "손학규 대표의 운명, 한·미 FTA의 운명"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프레시안(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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