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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온통 '부자 증세'…민주당, 무엇을 망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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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온통 '부자 증세'…민주당, 무엇을 망설이나"

[복지국가SOCIETY] "민주당의 복지국가 재정 계획을 우려한다"

지난 8월 29일 민주당은 그동안 다듬어온 자신의 복지국가 구상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은 기존의 3+1(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 등록금)을 더욱 발전시킨 '3+3 정책'(일자리 복지와 주거 복지를 추가)으로, 그것은 민주당의 설명에 따르면 재정건전성과 사회정의, 국민적 공감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집권 5년간의 보편적 복지 미래 비전이다. 우리는 "도대체 민주당의 국가비전은 뭐냐?"라는 비판을 들어온 민주당이 이제 본격적인 정책 정당으로 환골탈태하여 자신만의 복지국가 구상을 발전시키고 있는 점을 크게 환영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우리는 민주당의 '3+3 정책'에 내포된 소극성과 우유부단, 애매모호함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노무현 시기보다 후퇴한 조세부담율 목표

이명박 정부는 대대적인 부자감세로 2007년 말 21%였던 조세부담율을 2010년 19.3%로 급격하게 낮추었다. 그 결과 연 평균 28.5조 원의 재정적자가 발생하는 등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그리고 만약 이명박 정부가 감세정책을 추진하지 않았고 노무현 정부 시절의 세율이 그대로 유지되었더라면, 개인소득세와 법인세, 재산세 등의 누진적 구조로 인하여, 2011년 올해의 조세부담률은 자동적으로 21.5%에 달했을 것이며 2017년에는 22.5%에 달할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집권 5년 뒤인 2017년의 조세부담율을 21.5%로 오히려 1% 낮게 잡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만에 하나 2013년 한나라당이 재집권하여 감세 기조가 2017년까지 다시 유지될 경우의 20.3%보다는 약 1.2% 많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렇지만 오히려 노무현 정부 시대보다도 후퇴된 조세부담율을 전제하는 민주당의 소극적인 복지국가 구상에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더구나 민주당은 그러한 소극적 미래 비전을 '창조적 복지국가'라는 이름으로 미화시키면서, "낮은 조세부담율만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과연 "민주당에 복지국가를 향한 장기적 미래 비전이 있는가?"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복지국가를 향한 '상상력과 진정성의 정치'가 없다

보편적 복지국가는 큰 세수를 필요로 한다. 작은 세수로는 작은 복지밖에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작은 복지만을 겨냥하는 낮은 조세부담율로 만족해왔다. 그렇지만 우리의 과거가 과연 황금시대였는가? 우리가 OECD 평균 수준의 복지국가가 되려면 지금보다 100조 원(2007년 기준)이 넘는 추가 예산이 '광의의 복지' 분야에 투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재정적자를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OECD 평균 수준의 복지를 하기 위해서는 결국 세금을 더 거둘 수밖에 없다. 2008년 OECD 평균 조세부담율은 25.8%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집권 5년 후인 2017년의 조세부담율을 21.5%로 잡고 있다는 것은 결국 민주당은 10년 뒤에 북유럽 형 복지국가는커녕 OECD 평균 수준의 복지국가도 설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소극적이고 소심한 복지국가 구상으로는 국민들의 감동은커녕 공감도 얻기 힘들다.

민주당은 "증세와 높은 조세부담율로는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는 주장으로 자신의 소극성과 소심함을 변명한다. 그렇지만 역으로, MB 정부가 잘 보여주듯이, 감세와 낮은 조세부담율로도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증세냐 감세냐, 높은 조세부담율이 좋은가 낮은 조세부담율이 좋은가가 아니다. 세금과 조세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국민들의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바로 복지국가를 향한 상상력과 진정성의 정치이다. 예컨대 국민들은 무상급식에 연 1.7조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조세재정 회계의 측면보다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모든 아동에게 제공하겠다고 하는 그 상상력과 진정성, 미래 비전, 정치적 의지에 감동하며 공감한다.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라는 구상과 비전, 정치적 의지와 진정성에 감동하는 것이지, 그것을 위해 14조 원이면 충분한지 아니면 17조 원이 필요한지는, 게다가 이러한 추가 예산을 위해 감세 철회로 충분한지 아니면 추가 증세가 필요한지는 국민들에게는 그 다음의 문제이다.

어차피 매년 100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과 수백만 원에 이르는 의료비, 보육비를 부담해야 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차라리 세금을 조금 더 내는 한이 있더라도 반값 등록금과 무상의료, 무상보육을 실현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인 것이다. 지난 수년간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반값 등록금 등의 의제는 모두 민주당이 아닌 시민사회가 제시한 '상상력과 진정성의 정치'로 시작되었다. 민주당의 역할은 그러한 미래 비전과 구상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제시하는 것이 아니었다. 민주당은 그보다는 그러한 시민사회의 의제를 수용하여 단지 소요예산 짜고 구체적 집행 계획을 제시하는 행정가적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 적극적인 상상력과 진정성의 정치를 하지 않은 민주당은 역사의 발전을 이끌어 가는 미래비전창출형 정당이 아니라 행정실무형 정당에 불과했다.

'3+3 구상'의 한계

이번의 '3+3 정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자리 복지와 주거 복지가 이번에 새로 추가되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무 내용과 실체가 없다. 즉 민주당은 3+3에서조차 여전히 매우 소극적이고 비주체적이다. 민주당이 말하는 것처럼,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무상의료와 반값 등록금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감세정책을 철회하고 불요불급한 토목건설 사업을 중지하면 그 재원을 거의 마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자리 복지와 주거복지는 어떤가? 민주당의 3+3 발표에 따르면, 집권 5년 후인 2017년까지 공공임대주택 보급률을 현재의 6%에서 15%로 늘리게 되어 있다. 이러한 목표 제시에 갈채를 보낸다!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 대단한 '상상력의 정치'이다.

그런데 5년 만에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20만 채가 넘는 공공임대주택이 건설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매년 40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과연 조세부담율 21.5%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그 예산의 절반을 LH공사 등이 부담하고(실제 이것도 불가능하지만), 나머지 절반만 국가재정으로 충당하려고 해도 매년 20조 원이 필요하다. 게다가 일자리 복지는 어떤가? 최저임금을 평균 임금의 37%인 현재 수준에서 50%로 올리자면 1백만 명 이상의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들에게 양질의 공적 재취업 직업훈련과 OECD 평균 수준의 실업수당을 제공하고 4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 일자리에 대한 재정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매년 10조 원 이상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집권 5년 뒤 조세부담율을 21.5%로 고정시켜 놓은 민주당의 '3+3 구상'에 따르면, 일자리 복지와 주거 복지에 합쳐서 16조 원 이상을 쓸 수 없다. 사실, 이것도 민주당의 '3+1'이 연간 17조 원이면 충분하다는 민주당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우리는 '3+1'에 연간 25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의 '추가된 2가지 복지' 분야에 사용될 재정은 더 제한된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것을 16조 원의 재정 범위에서 하겠다고? 그러면서도 수백만 청년들과 여성들의 정치적 감동과 공감을 기대하겠다고? 결국, 조세부담율 21.5%와 "낮은 조세 부담만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원칙은 민주당의 정치적 지도력에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보편적 노인 복지의 목표는 어디로 갔는가?

민주당의 '3+3'에는 매우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바로 보편적 노인 복지 부분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초노령연금을 어떻게 현재의 형편없이 낮은 수준에서, 더구나 자산조사를 통해 일부 노인들만을 선별하여 제공하는 선별주의에서 벗어나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보편주의 원칙으로 전환하면서 지급할 것인지에 관한 구상이 없다. 노인 복지를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취급할 것이라는 언급 정도만이 있다. OECD 평균 수준의 나라들, 하물며 체코와 헝가리 같이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들도 보편적 기초노령연금을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적어도 집권 5년 뒤의 중기적 목표로 노인 1인당 35만 원은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가가 효도"하는 휴머니즘적 복지국가의 길이며, 그래야만 1천만 명의 노인 및 50대 은퇴자들이 압도적으로 보수 정당을 선호하는 기현상을 정치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노인복지는 가장 많은 복지예산을 필요로 한다. 북유럽의 경우 전체 복지예산의 절반 정도가 노인복지에 투여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65세 이상의 노인 550만 명 모두에게 1인당 월 35만 원의 기초노령연금을 조세수입으로부터 지급하려면 연간 20조 원의 국가 예산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제시한 조세부담율 21.5%로는 턱도 없는 수치이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예산 절감 계획

더구나 민주당의 발표에 따르면, 4대강 사업과 보금자리 주택사업, IT 코리아 미래전략 사업 등 낭비적인 대형 국책사업 예산을 삭감하여 연 2.1조 원의 재원을 추가 확보하고, 정부 관료들의 불투명한 업무추진비 및 정부 홍보 예산 삭감, 부처 이기주의로 인한 중복 예산 삭감 등을 통해 2조 원, 출연·출자 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연 2.7조 원 등 모두 합쳐서 연 평균 총 12.3조 원의 복지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에 기초하고 있다.

4대강 사업과 공무원들의 불투명한 업무추진비와 홍보 예산 삭감은 당연하다고 해도, 과연 IT 코리아와 보금자리 주택사업 예산의 절대금액을 집권 이후 축소할 수 있을까? 오히려 예컨대 보금자리 주택에서 차지하는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을 대폭 늘리는 등 그 방향을 전환하면서 예산은 오히려 늘어나는 것이 현실적인 전망이 아닐까? 이명박 정부 들어 대폭 위축된 IT 업계의 불만을 고려할 때, IT 코리아 예산 역시 민주당 집권 시 축소는커녕 사업 방향의 부분 전환을 전제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우리가 지향하는 생태적 복지국가 역시 대규모의 토목건설 예산을 필요로 한다.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된 하천을 복구하고, 더구나 콘크리트와 상업적 위락 시설물로 뒤덮인 도시와 농촌을 생태적으로 복구하고, 자동차가 아닌 철도 위주의 근거리 및 장거리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이렇게 할 경우, SOC 예산의 절대금액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SOC 사업에 내포된 가치관과 지향성이 획기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불요불급한 토목건설 예산은 최대한 줄여야 할 것이다. 이것은 불변의 원칙이겠으나, 여기서 너무 많은 예산이 절감될 것이라는 일각의 지나친 기대는 현실성이 별로 없다는 점은 확실히 해야 한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비과세·감면의 축소

또 민주당은 비과세·감면의 축소 가능성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2014년에 2조 원, 2016년 5.7조 원, 2017년 8조 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 발표에는 어떠한 비과세 및 조세감면 영역에서 앞으로 어떤 액수의 삭감이 가능한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신용카드 공제 혜택 축소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에서 볼 수 있듯이, 비과세 및 조세감면 혜택의 축소는 기존에 혜택을 누리던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초래한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사실상의 '증세'와 다름없는 것이다.

그런데 복잡다기한 비과세·감면 혜택의 축소, 즉 '복잡다기한 방식의 사실상 증세'가 초래할 '복잡다기한 정치적 논쟁'을 과연 민주당이 감당할 수 있을까? "사소한 것에 목숨 건다"는 격언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민주당의 소극적이고 소심하며 우유부단한 복지 정치는 오히려 사소한 일에 정치적 목숨을 거는 한심한 모습으로 비쳐질 수도 있음이다. 차라리 부자증세, 보편증세, 복지증세라는 간단명료한 3대 증세 원칙을 담대하게 제시하고, 모든 국민들을 위한 획기적인 복지국가의 창조를 위해서는 위와 같은 3대 증세 원칙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솔직히 털어 놓고, 국민들의 공감과 감동을 만들어 가나는 것이 책임감 있는 정책 정당의 모습이다.

선진국 수준의 복지국가, 선진국 수준의 조세

민주당이 국민들의 공감과 감동을 얻는 '진정성의 복지 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국민들을 기만해선 안 된다. 한편으론 선진국 수준의 보편적 복지를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일체의 증세를 회피하는 것은 누가 봐도 자가당착이요, 더 나아가 국민을 속이는 행위이다. 민주당의 8.29 발표는 개인소득세와 법인세 분야에서 이명박 정부가 취한 부자감세 조치를 철회하는 것만 제시할 뿐, 그 이상의 부자증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단지 OECD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개인소득세 세수가 그 1/3에 불과하므로 향후 언젠가는 개인소득세를 더 거두어야 한다고 추상적으로만 말하고 있을 뿐이다.

▲ '애들 밥 먹이는 문제'는 중요하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의 비전은 그 이상이다. ⓒ생활정치연구소
글로벌 경제위기와 결합된 세계적인 재정위기 상황에서 이제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들도 본격적으로 부자증세를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에 비해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실효세율이 형편없이 낮다. 그리고 주로 여기에서 비롯된 낮은 조세부담율은 결국 수준 낮은 국가복지, 즉 복지후진국으로 귀결되고 있다. 과연 이러한 낮은 수준의 복지국가가 민주당의 미래 비전이자 정체성이란 말인가? 정당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의 안녕과 행복이지 낮은 조세부담율이 아니다. 조세부담율의 높낮이는 그러한 궁극적 목표의 달성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수단이 목적이 되고, 그리하여 보편적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국민적 열망과 희망을 좌절시키는 족쇄가 되어선 안 된다. 우리는 이웃나라 일본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세금을 더 내는 것이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며, 국가발전에도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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