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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의 '전쟁 마초' 톰 크루즈, 펜타곤의 영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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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의 '전쟁 마초' 톰 크루즈, 펜타곤의 영웅이 되다

[해외시각] 미 국방부와 할리우드의 밀월 4반세기

미국은 끊임없이 전쟁을 치러왔다. 이에 대한 비판은 외부에서뿐 아니라 미국 내부에서도 꾸준히 제기된다. 하지만 동시에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군에 대한 신뢰와 애국심, 영웅심을 강조하는 모습 역시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정서다.

이러한 정서가 극적으로 드러나는 게 할리우드 영화다. 할리우드에서는 거대한 스케일의 전쟁 영화 속에 불굴의 의지와 군인정신을 보여주는 블록버스터 전쟁 영화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여기에 멋진 군인을 연기하는 매력적인 배우와 적절한 오락성이 가미돼 흥행에 성공하면 전쟁의 참화를 지켜보며 드는 약간의 위화감도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라디오 진행자이자 작가인 데이비드 시로타는 27일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이러한 블록버스터 영화가 미 국방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1980년대 흥행작 <탑건>으로부터 시작돼 수십 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군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할리우드 영화에 개입한 미 국방부는 값비싼 전투 장비와 전폭적인 지원 약속으로 영화 제작사들을 유혹하며 군에 유리한 쪽으로 대본을 수정하기를 원했다. 대중들이 원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영화사는 타협해야만 했다. 데이비드 시로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군이 미국 대중문화 속으로 군국주의를 퍼트렸고, 실제로 반전 여론을 뒤집고 군 입대 지원자를 늘리는 효과를 낳았다고 분석한다.

시로타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군사 장비가 정치권과 군의 이해관계에 따라 남용되고 있는 현실에 의문을 던질 시점이라고 말한다. 이는 영화 산업이 겪고 있는 애로 사항을 떠나,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원문 보기)

<탑건> 탄생 25년, 미국은 어떻게 전쟁을 사랑하게 됐나

미국인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신물이 나 있다. 의회는 국방비 지출을 줄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 군인 자살률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방부를 도우려 나설까? 할리우드다.

지난 6월 미군은 영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제작자들과 처음으로 후원 계약을 맺었다. 이 영화는 잠재적으로 신병이 될 수 있는 관객들에게 실제 전선에서 슈퍼히어로처럼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군을 광고한다.

최근에는 백악관이 [영화 <허트 로커>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던 캐슬린 비글로우와 함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그린 영화를 대선이 치러질 내년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비글로우는 9.11 테러 이후 미군이 빈 라덴 사살 작전에 실패한 과정을 그린 <킬 빈 라덴>이라는 독립 영화를 만들 예정이었으나 올해 실제로 빈 라덴이 사살당하면서 이 영화가 블록버스터로 바뀔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비글로우 본인은 이러한 의혹을 부정했다.]

군사 태세를 걱정하는 나라, 그리고 반전운동을 무력화하려는 군 기득권 세력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아마도 올해가 영화 <탑건> 개봉 25주년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 국방부의 협조를 얻어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블록버스터 영화 <탑건>은 1980년대 중반 선을 보였다. 당시 많은 미국인들은 베트남전 이후 미군과 백악관의 잇따른 군사적 오판에 대해 의혹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매력적인 전쟁 마초를 내세워 3억44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군의 이미지를 되살리는데 큰 힘이 됐다.

<탑건>이 개봉되자 군 입대 지원자가 폭주했고, 미 해군은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에서 입대 지원을 받았다. 여론조사에서도 군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했다.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은 애국을 내세우며 군사적 모험주의를 추구했고, 미군은 리비아나 그레나다 등 위험 부담이 적은 지역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승리를 거뒀다. 미국은 "나는 속도를 원해"라고 고함치며 마하 2의 속도로 비행하는 [톰 크루즈가 연기한 <탑건>의 주인공] 매버릭이나 아이스맨, 그리고 서로 손뼉을 마주치는 은막의 '슈퍼 파일럿'들과 사랑에 빠졌다.

▲ 영화 <탑건>의 주인공 톰 크루즈
<탑건>은 지금도 케이블 TV에서 재방송되면서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할리우드와 미 국방부 사이의 관계가 [영화 속의] 매버릭과 구스의 브로맨스[bromance, 남성들 사이의 친밀한 관계]처럼 되면서 제작 과정에서 영화가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톰 크루즈와 켈리 맥길리스가 주연한 <탑건>은 군대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결합한 본보기가 됐다. 제작 과정에서 국방부는 제작자들과 친밀하게 협조했고, 국방부는 제작사인 파라마운트 픽처사가 전투기와 항공모함을 쓰는데 180만 달러를 지원했다. 그 비용은 다 국민들이 낸 세금이었다.

또 영화에서 군대가 가장 긍정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길 바란 국방부는 세심한 편집을 위해 제작사에 대본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타임>의 보도에 따르면, 영화에서 구스가 원래 공중에서 비행기 충돌로 사망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가 조종석에서 탈출하는 장면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미 해군이 너무 많은 전투기 조종사들이 충돌하고 있다고 불평한 탓이었다)

<탑건>은 국방부의 지원과 협조를 얻은 첫 번째 영화는 아니었지만 흥행에 성공하면서 국방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다른 영화사들에 협상 기준이 됐다. 영화 산업과의 연락을 담당하던 국방부의 필 스트러브는 1991년 걸프전이 시작됐을 당시 할리우드 담당 기자들에게 국방부의 협조를 구하는 영화사들의 요청이 70% 늘었으며 이는 사실상 할리우드가 돌아가는 방식을 변화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영화 <붉은 10월>의 제작자 메이스 뉴펠드는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탑건> 이후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들에게 군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영화를 만들 생각을 하지 말라는 식의 압력이 있었다고 술회했다. 경제적인 조건도 이러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1986년 <타임>은 [군이 제공하는] 수십 억 달러짜리 소품이 없으면 제작자들은 대체물을 구하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돈을 들여야 했고, 그에 따라 [군의 협조 없이는] 영화를 찍는게 불가능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할리우드의 아첨을 들으며 대담해진 군은 영화사들을 지원하는 기준을 정하는 데에 둔감해져 갔다. 스트러브는 1994년 군에 도움이 되고, 입대 지원자를 늘리며 현재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영화를 지원하는 것이 기준이었다고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미 해군의 할리우드 진출에 앞장섰던 로버트 앤더슨은 2006년 <PBS>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기준을 보다 분명히 했다. 그는 "영화사가 해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고 싶다면, 우리가 허락할 수 있는 대본이 될 때까지 제작은 진전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로써 군을 미화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는 수십 개가 만들어진 반면 반전 영화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국방부의 지원 없이 만들어져 흥행에 성공을 거둔 전쟁 비판영화 <허트 로커>가 나오기 전까지 미국의 영화팬들은 <아마게돈>부터 <진주만>, <월드 인베이전>, <엑스맨>까지 전쟁을 지지하는 선전의 홍수에 휩쓸렸다. 엔딩 크레디트 화면에 미 국방부의 협조가 있었다는 문구가 뜨는 것을 제외하고는 관객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선전물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거의 알아채지 못한다.

지난해까지 '탑건 효과'는 영원할 것 같았다. 그러나 4반세기 동안 군대의 가장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는데 일조한 할리우드 영화에 몇몇 의원들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회의 피터 킹 공화당 의원은 최근 미 중앙정보부(CIA)와 국방부에 빈 라덴 영화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킹 의원은 모두가 이용해야 할 정부 재산과 정보에 [정부와 군의] 이데올로기에 순응하는 영화제작사들이 접근하는 것을 정부가 허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전에 비슷한 이슈에서 킹 의원이 침묵했던 점을 고려하면 그가 원칙에 입각해 주장을 펼치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아마 그는 정적을 돕는 특정 선전물을 막으려고 하는 것일 게다. [킹의 발언과 군을 미화하는 영화의 연계성이] 우연에 그칠지라도 킹 의원의 노력으로 미국 정부가 대중문화 속에 군국주의를 퍼트리기 위해 납세자의 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보다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혹시라도 킹이 이 문제에 대한 청문회를 연다면, 우리는 중요한 질문에 이르게 될 것이다. 왜 국방부는 공적인 전투 장비를 사적 소유물처럼 취급했나? 왜 정부는 국방부가 대본을 조정하는 것에 대한 영화사들의 태도에 따라 이 장비들에 대한 접근 여부를 결정했나? 그리고 그런 일들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한 게 아닌가?

* ( )는 원저자의 표기이며, [ ]는 옮긴이가 추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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