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애플의 차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급격한 시장 변화 속에 대기업들의 인수합병 열풍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독창적인 제품을 앞세워 '내적 성장'을 해온 애플이 이제는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26일 잡스가 사임한 애플이 엔터테인먼트와 특허, 보안 관련 분야에서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애플의 경쟁사들은 지난 10년 간 기업 인수에 150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지만 애플이 같은 기간이 쓴 돈은 10억 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뀔 수 있다.
통신은 애플을 3500억 달러 가치의 기업으로 키운 잡스가 건상 이상으로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애플을 물려줬다며 애플이 보유한 280억 달러의 현금이 구글이나 삼성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 인수 합병에 사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빈드 말로트라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통신에 "잡스는 항상 (애플) 내부로부터 기업을 키웠다"면서 "그의 비전과 능력이 미래의 애플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면 인수합병 모델이 등장할 때다. 그들은 현금 다발 위에 앉아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대형 인수합병을 자제하고 기업의 순이익을 키우는 전략으로 성장해 왔다. 2001년 아이팟을 선보인 애플은 아이팟 매출의 1%가 안되는 9100만 달러만을 기업 인수에 썼다. 1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인수는 한 건도 없이 애플은 2001년 이후 순이익을 2년마다 2배로 키웠다.
스티브 다울링 애플 대변인은 잡스의 사임으로 인해 애플이 더 많은 인수합병에 나설지 여부에 대한 답변을 거절했다.
통신은 또 아이폰 등의 제조와 유통, 판매 등의 운영 업무를 전문으로 맡아온 쿡 COO가 새로운 사령탑으로서 인수 합병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같은 날 기사에서 시장조사기관 IHS를 인용해 애플 아이패드의 미디어 태블릿 시장 점유율이 2011년 74%에서 2015년 44%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여전히 인기가 높은 상품이지만 IT시장에서 '킬러 아이템'의 수명은 짧을 뿐더러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이 급속도로 따라잡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은 앞으로 애플을 이끌어 갈 팀 쿡과 필립 쉴러, 조너선 아이브가 각각 운영과 마케팅, 디자인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잡스의 창조성을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쿡에게는 애플을 이끌어갈 리더십을 다잡는 역할과 함께 향후 애플의 향후 제품군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애플의 운영체제 iOS 기반의 텔레비전에 대한 기대가 남아있는 등 새로운 제품을 다급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쿡이 애플에 드리워진 잡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찾을 시간이라고 조언했다.
하버드대 경영학과의 롭 캐플런 교수는 "쿡은 쿡으로 남을 필요가 있다"며 "잡스 같은 유형의 이들은 이 업계에 지난 50년 동안 거의 없었으며 쿡은 계속해서 비교당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쿡은 25일 애플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여러분들이 애플이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으면 한다"며 "나는 애플의 독창적인 가치를 소중하게 여길 것이다. 스티브는 전세계 어느 기업도 가지고 있지 않은 기업 문화를 만들었으며 우리는 그것을 그대로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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