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금은 입법 전시 상황"이라며 3차 상법 개정안, 사법개혁3법, 지역통합특별법 등 쟁점법안들의 본회의 강행처리에 나섰다. 시민단체 등 일부 진보진영 내부 우려에도 불구하고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며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돌입, 7개 안건에 대해 최장 7박 8일간의 필리버스터 정국이 시작됐다.
국회는 24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민주당의 첫 번째 입법과제로 선정된 3차 상법 일부개정법률안(3차 상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기업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측 반대 속에서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개정안은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은 또 전기통신사업법 등에 따라 외국인 투자 등이 제한되는 회사의 경우도 법령준수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의 자기주식을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에 원칙적으로 처분하게 한다. 다만 △임직원 보상, △우리사주 제도 실시 등 일정 사유가 인정될 때는 이사 전원이 서명·날인한 보유처분계획을 매년 주총에서 승인받는 것으로 예외가 허용된다.
민주당은 기업의 자사주 소각 시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고, 이로써 주주의 실질 이익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국민의힘과 경제계는 이 법 시행으로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될 시 국내 기업이 헤지펀드 등 이른바 '기업 사냥꾼'의 적대적 공격에 노출됐을 때 방어수단을 잃을 수 있다고 법안 처리에 반대해왔다.
해당 법안은 물론 이날 본회의 개최 일정 자체에 반대해온 국민의힘은 즉시 필리버스터를 신청, 국회는 다시 필리버스터 정국에 돌입했다. 민주당 또한 즉시 토론 종결동의를 접수,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는 24시간 후인 다음날 오후 3시 57분께부터 종결 표결이 가능해진다.
이후로는 △형법 개정안(법왜곡죄 도입법) △헌법재판소법개정안(재판소원제 도입법)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법) 등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차례로 상정된다. 또 △국민투표법 개정안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 △지방자치법 개정안 △아동수당법 개정안 등 총 8건의 법안이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법안 전 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예고한 상태다.
지역통합법, '졸속' 논란 속 광주·전남만…진보진영에서도 "졸속 추진"
지역통합법의 경우 민주당은 당초 대전·충남, 대구·경북, 광주·전남 세 지역 모두에 대한 특별법을 함께 처리하려 했지만, 국민의힘과의 충돌은 물론 진보성향 정당·시민단체들의 '졸속 추진' 지적이 이어진 끝에 광주·전남 통합법만 일단 상정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날 본회의 직전 열린 법사위에선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대전·충남, 대구·경북 지자체장 및 지방의회의 반대 의사를 이유로 두 지역 통합법을 처리 보류했다.
민주당은 "자리 보전에 혈연인 국민의힘 지자체장들과 지방의회가 앞장서서 막고, 정략적 계산에 눈이 먼 국민의힘 지도부가 끝까지 합의에 임하지 않았다"며 "지역의 반대가 없는 광주·전남 통합법만 먼저 처리하게 됐다"(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고 두 지역 통합법 '보류'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법사위원인 나경원 의원이 "저희는 통합 자체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통합이 제대로 되기 위한 여러 법안이 졸속 추진된다는 것"이라며 "저희 국민의힘이 대구·경북과 대전·충남 통합에 반대했다고 (민주당이) 저희 핑계를 대는데 저희가 보기엔 광주·전남만 해주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지역민 궐기대회를 열고 민주당 측 행정통합 추진을 '졸속 행정통합'으로 규정, 강하게 반발했다.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정의당 등 5개 진보정당과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연합 등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날 '졸속 통합'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통합을 위해선) 자치분권의 실질적 강화, 즉 중앙정부 권한의 이양, 재정 분권 확대, 정치 시스템 개혁이 종합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며 '졸속 추진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의 '지선 전 행정통합 완료' 로드맵엔 빨간 불이 켜진 모양새다.
천준호 수석부대표는 이에 대해 이날 오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첫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담기엔 한계가 있다. 추진 과정에서 보완해나갈 필요성이 있다"며 "진보정당들 의견을 저희가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구·경북 등에서 추후라도 찬성 및 통합 추진 의견읠 명확히 표시해주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그 입장을 명확히 밝혀주시면 언제라도 다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사법개혁3법도 법조계·시민사회 반발…민주당 내부 이견도
'위헌 소지' 논란이 일었던 사법개혁3법도 그대로 본회의에 오르며 반발이 예고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는 등 연이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오는 25일 전국법원장회의를 소집했고, 시민사회에서도 법왜곡죄 등에 대한 우려가 표명되는 상황이다.
진보성향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전날 성명을 통해 법왜곡죄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은 것은 법왜곡죄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아무런 수정 없이 통과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 법왜곡죄를 도입하자는 취지가 사법정의 실현인 만큼 법안의 명확성과 구체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도 같은날 "(법왜곡죄) 제3호 중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하여 사실을 인정한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삼은 부분은 구성요건이 엄정하지 않음으로써 하급심의 소신 있는 판결마저 무분별한 고소·고발의 대상으로 전락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강행 의사를 재확인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전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오늘부터 8일간의 입법 전시 상황에 모두 신발끈을 단단히 동여매달라"며 "뚜벅뚜벅 하나씩 하나씩 민생·개혁법을 처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법왜곡죄와 관련해서는 막판 수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왜곡죄에 대해선 곽상언 의원 등으로부터 좀 더 숙의를 요청하는 자유발언이 있었다"며 "시민단체에서도 반대 의견이 있고 하니 지도부에서도 여러 가지 고민을 좀 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선 '공천 헌금' 의혹으로 민주당 탈당 후 수사를 받고 있는 무소속 강선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총 투표수 263표 중 가결 164표, 부결 87표, 기권 3표, 무효 9표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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