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이런 반응에 대해 업계에서는 너무 민감한 게 아니냐고 말한다. 잡스가 없다고 해서 당장 애플에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며, 향후 몇 년은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기 때문이다.
▲ 스티브 잡스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직후 캘리포니아 쿠페리노에 있는 애플 본사 입구의 모습. '잡스 없는 애플'은 지속적인 성공기업이 될 수 있느냐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AP=연합 |
"향후 2~3년 동안 애플에서 나올 제품의 80~90%는 잡스가 있을 때 수립한 계획에 따라 만들어질 것"이라는 데이비드 요피 교수(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말이 이런 관측이 나오는 이유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이 과민한 것이기만 할까. 그동안 업계에서는 "애플의 최대 리스크는 잡스"라는 말이 정설처럼 떠돌았다. 잡스에 무슨 일이 생기면, 애플의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의 경쟁에서 애플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들도 '잡스 없는 애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해 왔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IT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향후 몇 년간 별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잡스가 그렇게 토대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그 이후의 애플은 잡스 시대에 보여줬던 지속적인 성공을 달성하는 데 훨씬 큰 시련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요피 교수도 "애플의 진정한 위기는 잡스가 만들어준 로드맵 이후에 닥칠 것"이라면서 "미래에도 재창조와 산업을 선도해 가는 리더십을 갖춘 새 경영자를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티머시 쿡, 잡스 대체할 인물 못돼"
문제는 잡스를 대체할 경영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잡스와 함께 오랫동안 일을 하며 그를 지켜본 피아니스트이자 컴퓨터 과학자인 마이클 홀리는 잡스의 리더십을 '대체하기 힘든 재능과 실력을 갖춘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비유했다.
잡스가 자신의 후계자로 강력히 추천한 티머시 쿡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잡스가 병가를 낸 상황에서 애플을 잘 이끌어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쿡의 능력은 어디까지나 로드맵이 있는 상태에서 일상적인 경영에서 최고의 장점을 발휘하는 유형이다. 잡스처럼 핵심 제품을 창출할 능력을 보유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잡스 없는 애플'을 상상하기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잡스는 애플의 상징이라고 하는 모든 제품을 기획하고, 최종 결정하는 사람이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의 시제품으로 1년여에 걸쳐 3가지 종류가 등장했을 때 처음 두 종류는 잡스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폐기됐다. 3번째 시제품이 나오고서야 잡스의 O.K 사인이 떨어졌고, 지난 2007년 6월 아이폰이 출시되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 소비자로부터 알아내는 것 아니다"
잡스의 '까다로운 기준'은 그의 독특한 직관력에 바탕을 둔 것이다. 평소 잡스는 자신이 제품의 디자인을 결정하는 방식은 기술과 대중문화에 대한 통찰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기업처럼 '포커스 그룹(시장조사를 위해 선정된 소수 소비자 집단)'에 의해 제품의 디자인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잡스의 개인적인 연구와 직관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아이패드가 출시하기까지 시장조사를 어떻게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잡스는 "아무것도 안했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가는 소비자로부터 알아내는 게 아니다"고 답했다. 잡스는 '취향(taste)'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잡스는 "위대한 제품은 취향이 일궈낸 성취이며,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뛰어난 것에 노출시키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잡스는 소비자에 물어봐서 파악한 취향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최선의 취향을 제품에 구현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애플 제국'은 잡스의 취향이라는 개인적인 요소와 이것을 구현하기 위한 팀을 이끌어내는 능력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때문에 요피 교수는 "잡스는 상상력 풍부한 창조성과 결정력이 조합된 독특한 능력의 소유자였다"면서 "그를 대체할 인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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