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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의 정치 틀을 깨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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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의 정치 틀을 깨뜨려야 한다

[민미연 리포트-다시 한국을 생각한다]<11>

기존 정치세력들이 당면한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면 대안은 한가지이다.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는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정치세력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어떻게 그것을 만드느냐고. 물론 어렵다. 이념적으로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인적, 물적으로도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그것은 불가능할까? 결코 그렇지 않다.

정치세력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정치세력이라는 것은 국민들이 바라는 바를 정치적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보수세력이나 진보세력이니 하고 나누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정치세력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다.

국민들은 기존의 정치세력을 냉정하게 차버리고 새로운 세력을 지지하게 된다. 이것은 지배 정당의 교체로 나타날 수도 있고 지배정당의 교체만으로 현상의 타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혁명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웃인 일본을 보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결코 집권할 수 없을 것 같은 소수파정당에 불과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주도한 고이즈미 이후 자민당 정권이 지리멸렬하며 더 이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자 일본 국민들은 냉정하게 그들을 내쳤다. 그래서 졸지에 집권을 하게 된 것이다.

▲ 2005년 총선에서 고작 113석을 얻었던 일본 민주당은 자민당의 실정에 힘입어 2009년 8월 총선에서는 480석 중 무려 308석을 얻어 갑자기 집권당으로 부상했다. ⓒ로이터=뉴시스

지난번 미국 대선에서는 오바마가 필마단기로 대선에 도전하여 결국 당선되었다. 그가 흑인으로 미국사회의 소외계층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라는 나라의 시대적 소명을 잘 알고 그것을 실현시킬 인물로 생각한 것이다.

결국 그 정당이나 지도자들이 국민들의 삶과 행복을 위해 어느 정도의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그런 일을 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다면 국민들로서도 그런 정당을 더 이상 지지할 이유가 없다.

우리의 문제도 같다.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기존 정치세력들은 도대체 해결할 능력이 없다. 오히려 악화만 시킨다. 이런 상황이니 그 문제를 풀 새로운 정치세력과 정당이 출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새 정치세력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어야 할까? 지금 한국 정치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네 가지이다.

첫 번째는 당면한 국제 경제위기이다. 우선 닥쳐올 장기적 경제불황이나 경제공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이다.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이에 재빨리 대처해야 한다. 그래야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계급 사이의 균형을 잡고 국가의 기강을 바로 잡는 일이다. 지금같이 자본이 폭력적으로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노동을 착취하면 한국사회는 제대로 유지되기 어렵다. 국가가 계급 위에 서서 균형을 바로 잡아야 한다.

세 번째는 한국 사회와 경제의 기형적 구조를 정상화하는 문제이다. 한국은 산업국가 가운데 유례없이 기형적인 모습을 가진 나라이다. 이것은 특히 지난 10여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이것을 바로 잡아 정상적인 사회로 되돌아가게 해야 한다.

네 번째는 자주적인 외교와 통일의 문제이다. 동아시아 국제정세의 변화에 발맞추어 우리의 외교전략을 재조정하고 자주적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통일 없이 자주국가는 불가능하므로 남북관계를 대폭 개선함으로써 통일을 앞당겨야 한다.

이런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그에 대한 올바르고 정확한 문제의식과 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강렬한 의지를 가진 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보수세력은 이 가운데 어느 문제도 제대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 신자유주의적이고 계급특권에 매달려있고 친미 일변도적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보다는 상대적으로는 나으나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적이며 한국사회의 당면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다. 얼마 전에는 한-EU 자유무역협정 문제에서 원내대표가 한나라당과 비준 합의까지 했다가 당내 반발로 합의를 파기했다.

그리고는 국회 표결에서 퇴장하는 방식으로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통과를 방관했다. 잘 알다시피 한EU FTA는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대기업의 수출을 약간 확대하기 위해 수백만의 농민과 소상인들을 어렵게 만드는 협정이다. 민주당의 본색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하겠다.

▲ 2011년 3월에 울산시의 이마트 학성점 앞에서 항의 시위하는 영세상인들. 국회는 2010년 말에 유통법을 통과시켜 대형마트와 SSM의 출점을 일부 규제했으나 한EU FTA는 이 법을 무력화하게 될 것이다. ⓒ연합

진보정당 가운데 대표적인 민노당은 신자유주의 문제는 바로 이해하고 있고 그것을 비판하고는 있으나 사회적인 힘을 만들어낼 능력은 없다.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 때문에 대중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존 정치세력들은 당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현재로서 별로 없으며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다른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어떤 정치세력이나 정당이 적당히 새로 등장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지금 한국정치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보수 대 진보라는 정치 틀이다. 오랫동안 한국정치를 지배해 온 이 패러다임이 한국 정치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이 틀은 사실 현실을 오해하고 오판하도록 만드는 잘못된 틀이다.

우리가 한국 정치세력을 크게 보수세력 대 진보세력으로 나눌 때 진보에는 크게 한나라당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정치세력들을 포함시킨다. 그런데 실제로 민주당은 진보에 속하는 정당이 아니다.

그럼에도 야권이 한나라당과 싸우려고 힘을 합치려니 민주당을 진보정당과 함께 묶어 진보개혁세력이니 민주개혁세력이니 하고 애매모호한 명칭으로 불러왔다. 한국사회의 큰 변수인 지역 갈등도 여기에서 한 몫을 했다. 그 동안 호남세력이 세를 확대하기 위해 계속 진보세력을 부분적으로 흡수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위 이 진보개혁세력은 한국사회의 선과 도덕성을 대변하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해 왔다. 한나라당이라는 보수세력은 악이고 민주당을 포함한 진보개혁세력은 선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야권에 속하는 사람들은 이런 식의 정치구도에 미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연합정치론을 내세우며 선의 세력인 민주당과 진보세력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악을 물리치고 또다시 함께 집권할 것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먹혀들었던 보수와 진보의 이런 정치 틀은 아직도 유효할까? 진보개혁세력에게는 유감스럽겠지만 이는 이미 효용성이 다한 낡은 정치틀이다. 과거 민주화투쟁 시기에는 의미가 있었으나 노무현정권 시기를 지나며 시효가 다 했고 이미 파산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이 틀이 더 이상 한국사회의 변화된 계급관계와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제대로 파악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는 것은 물론이다.

보수세력들의 문제점들은 앞의 글들에서 길게 말했다. 그렇다면 진보세력은 과연 어떤가? 이들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까? 한국 진보세력의 주력은 민주노총 같은 노동조합과 민노당·진보신당 같은 노동계급 정당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주위에 진보적 매체들, 그리고 많은 진보 지식인들이 포진해 있다.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민주노총이다. 동원할 수 있는 충분한 인력과 자금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진보지식인들도 그 눈치를 본다.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민노당 후보들이 여러 명 당선되자 어떤 잘 알려진 진보지식인은 '민노총의 튼튼한 팔뚝' 운운하며 약간 아부성의 발언까지 했다.

과거에 단병호 씨가 전노협을 결성할 때였다면 그런 소리를 해도 무방하다. 그 당시에 단병호 씨 같은 분은 그야말로 노동자의 풍모를 잘 보여주는 분으로 대중의 공감을 얻어낼 능력이 있었다. 또 노동운동이 핍박 받는 노동계급을 대변하는 운동으로 사회적 정당성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평균 연봉이 7000~8000만 원에서 1억 원에도 이르는 노동자들은 말이 노동자이지 핍박받는 노동자라고 할 수는 없다. 이들은 그야말로 특권적 노동자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민노총 주력부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같은 직장의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적 행위에 대해서는 모른 체하거나 겨우 면피용 행동이나 한다. 반면 자기네 이익과 관련된 사안들만 생기면 붉은 띠를 매고 대규모 대중집회를 열고 거리 시위를 벌인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민노총의 파업이나 여러 행동, 주장에 대해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현재 진보세력은 사회적 정당성의 결여로 정치적으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능력도 없으면서 진보라는 간판만 독차지하고 사회의 진보를 막는 그런 퇴영적인 존재로 전락해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들은 자신들의 특권적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진보세력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렇게 한국사회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모두 특권적인 이익을 옹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조직노동계급이 자본에 비해 열세에 있다고 해도 그들은 비정규직을 희생으로 자본과의 결탁과 담합구조 속에서 자신들의 지위와 신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850만의 비정규직, 600만의 자영업자, 350만의 농민, 수백만의 실업자와 반실업자들, 그 가족들은 도대체 어디에 호소할 수 있을까? 호소할 곳이 거의 없다. 처참한 빈곤과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 연명해 갈 수밖에 없다.

▲ 한미FTA에 반대하는 농축수산인들의 시위. 한미FTA는 한국 농업의 포기를 상 징하는 사건으로 이것이 비준되면 농민은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지고 한국은 점차 식량주권 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뉴시스

그러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보수적인 우파와, 보수적이나 진보를 가장하는 좌파는 모두 다 계급이익에 매몰되어 한국사회의 과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그러면 남아 있는 대안은 중도파 밖에 없다.

강력한 중도파가 등장하여 전 국민적 차원에서 계급 사이의 균형을 바로 잡고 국가와 사회를 안정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면 한국사회에서 중도파는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정치세력으로서 현실에서의 결집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 문제를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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