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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의 '수상한' 갈비탕 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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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의 '수상한' 갈비탕 회식

[복수노조 시행, 그 뒤엔·①] 연대는 노조 탈퇴, 이대는 복수노조 설립

322. 복수노조 허용 이후 한 달 동안, 새로 생긴 노동조합 개수다.

그런데 노조 관계자들은 이런 증가세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한국노총은 "신설 노조의 80∼90%는 대부분 사측의 필요로 만들어진 페이퍼 노조"라고 분석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기존 노조를 지키든, 새로 노조를 만들든 모든 조건이 사측에 유리하다"고 토로했다.

복수노조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던 양대 노총이었다. 여전히 노조 관계자는 "복수노조 제도는 노동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좋은 제도"라고 했다. 단, "문제는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이라고 했다. 이 조항이 노동자가 아니라 사측의 '교섭 대상 선택권'만 높여준다는 것이다. <프레시안>은 복수노조 시행 40여 일째를 맞아 '교섭창구 단일화'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을 찾았다. <편집자>


지난 3일 연세대학교의 청소·경비 용역업체인 '제일휴먼'은 복날을 맞이해 갈비탕 회식을 열었다. 소장이 직접 청소노동자 100여 명을 고급 음식점에 초대했다. 청소노동자들이 이 대학에서 일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홍명화 공공노조 서울경인지부 연세대분회 부분회장은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된 7월 이후부터 제일휴먼이 갑자기 고급 갈비탕을 사주고 한 달에 한 번 우수사원 10만 원 포상 제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해당 소장은 "복수노조와는 상관없다"며 강력히 부인했지만, 홍 부분회장은 "제일휴먼 소장이 전화로 불러 직접 노동조합 탈퇴서를 건넸다는 조합원도 있다"고 맞섰다. 실제로 제일휴먼 소속 청소·경비 노동자 80여 명이 한 달 전부터 속속들이 노동조합을 탈퇴했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연세대 조합원 대거 탈퇴에 이어 이화여대에서는 아예 새로운 노조가 생겼다. 지난달 이화여대의 한 건물 안에서는 새 노동조합 발기인대회가 열렸다. 지난해 1월 공공노조 서울경인지부 이화여대분회가 출범식을 열었을 때 총무처 교직원이 "외부인에게 건물을 빌려줄 수 없다"고 제지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관련 기사 : 60대 청소노동자의 '밥과 장미')

"고대, 연대, 이대, 홍대가 뭉치니 매스컴도 조명"

이화여대에는 '동서기연'과 '인광엔지니어링'이라는 두 청소·경비 용역업체가 들어서 있다. 이번에 이화여대에 새로 생긴 노동조합은 그 중 동서기연의 '개별노조'다. 이화여대 에서 일하면서, 동시에 '동서기연'에 고용된 노동자만 가입할 수 있다. 반면 기존 노조인 공공노조 서울경인지부 이화여대분회는 이화여대 안에 있는 모든 청소·경비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가 가입할 수 있는 '산별노조'다.

노동자들이 처음 노조를 만들 때 산별노조를 선택한 이유는 원청은 하나인데 학교와 계약한 청소·경비 용역업체가 여럿이었기 때문이다. 한 대학 안에는 많게는 4개까지 청소·경비 용역업체가 들어서기도 했다. 같은 대학 안에서 같은 일을 하는 청소 노동자일지라도 소속된 회사가 다르면 임금 등 근로조건에 차이가 나기도 했었다.

들쑥날쑥한 근로조건을 하나로 모은 것은 산별노조였다. 이를테면 연세대분회는 연세대와 계약을 맺은 4개 용역업체를 불러 모아 공통으로 단체협약을 맺는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지난해부터는 아예 서울지역 3개 대학 내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모여 '집단교섭'을 시도했다.

공공노조 서울경인지부 소속 고려대분회, 고려대병원분회, 연세대분회, 이화여대분회는 지난 4월 9개 청소·경비 용역업체를 상대로 공통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올해부터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시급이 똑같이 4600원으로 올랐다.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이었던 노동자들은 이를 두고 "파격적인 변화"라고 했다.

차경철 이화여대분회 부분회장은 "사회인식 상 청소 노동자는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며 "그런데 연대, 홍대, 이대, 고려대가 1000명 정도 모이니 매스컴도 우리를 조명하고, 정치인도 오고 김여진 씨도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화여대만 개별적으로 하면 무슨 힘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교섭창구 단일화가 산별노조 무너뜨린다"

그런데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 때문에 산별노조인 이화여대분회는 새로 들어선 개별노조에 교섭권을 내놓아야 할 상황에 부닥쳤다. 현행법상 단일기업 내에서 과반수 조합원을 확보한 노조가 교섭권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화여대분회에는 총 220여 명의 조합원이 있는데, 그 중 50여 명이 동서기연 소속 청소·경비 노동자다. 반면에 새로 생긴 '동서기연 개별노조'의 조합원은 60여 명이다. 동서기연이 올해 집단교섭을 거절한다면 교섭권은 동서기연 소속 조합원을 10여 명 더 많이 확보한 '동서기연 노조'에 넘어간다. 이 경우 이화여대분회는 학내 두 업체 중 한 업체만을 상대로 교섭할 수밖에 없다. 산별노조가 사실상 개별노조로 분할되는 셈이다.

이화여대분회와 마찬가지로 공공노조 산하인 연세대분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연세대에는 청소·경비 용역업체가 4군데 있는데, '제일휴먼' 업체 소속 조합원만 전체 170명 중 80여 명이 현재까지 노동조합을 탈퇴했다. 탈퇴한 조합원 80여 명이 개별노조 형태의 복수노조를 만든다면 연세대분회는 제일휴먼에 대한 교섭권을 잃을 수도 있다.

이화여대분회에 이어 연세대분회마저 교섭권을 잃는다면, 동서기연과 제일휴먼을 포함한 9개 하청업체와 맺는 집단교섭의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고려대, 고려대병원, 연세대, 이화여대분회 전체가 발이 묶이는 셈이다. 내년부터 집단교섭에 참여할 예정인 홍익대분회 또한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이 산별노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송영섭 변호사는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가 집단교섭과 개별교섭이라는 틀을 구분하지 않고 시행돼서 문제"라며 "이러한 제도 아래서는 사용자가 집단교섭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고 교섭 틀은 점점 개별기업 단위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사측이 어용노조 세워 교섭권 빼앗을 것"

노조 관계자들은 "사측이 어용노조를 세워 과반수 노조로 만들기는 쉽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차경철 이화여대분회 부분회장은 "얼마 전 우리 노조에 가입했다가 하루 만에 탈퇴하고 저쪽 노조로 간 사람이 있었다"며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소장을 만났다. 그다음은 묻지 마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조장이 들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노조에) 든다며 미안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새로 생긴 노조가 사실상 '어용노조'라는 것이다.

당장 이화여대 안에서는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 차 부분회장은 "요즘 들어 사측이 협상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며 "자녀의 결혼식이 있는 조합원에게 6시까지 출근하라고 버티는 모습이 마치 앙갚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도 말은 안 하지만 (복수노조가 들어선 것을) 속으로는 좋아할 것"이라며 "나이 먹어서 바보처럼 쓰레기 줍고, 하라는 대로 하고 월급으로 60만 원 찌끄러기 받았는데, 그 굽실굽실 대던 바보 같은 놈들이 학교를 점령했으니 우리가 얼마나 눈엣가시 같았겠느냐"며 불안해했다.

회사가 특정 노조를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동서기연의 소장 김 아무개 씨는 "자기네 노조에 드는 건 합법이고 남의 노조에 '들라'는 건 불법인가"라고 반발하면서도 "물론 난 이쪽 편도 저쪽 편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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