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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테러, 알카에다 소행이라던 언론은 지금…"

<가디언>, '이슬람 공포'에 사로잡힌 이들 비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셈일까? 22일 노르웨이 연쇄 테러 사건이 벌어진 초기 서방 언론들은 이 소행이 이슬람 세력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라고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 안보 전문가들의 견해가 뒤를 받힌 가운데 이슬람 테러에 대한 공포가 잠깐 동안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었지만, 용의자의 성향이 극우 극단주의자로 밝혀지면서 머쓱해진 이들이 많다.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칼리 브루커(Charlie Brooker)는 24일 칼럼에서 사건 초기 신문과 방송이 어떻게 '이슬람 배후설'을 유포시켰고, 반대되는 사실관계가 밝혀질 때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묘사했다. '이슬람 테러'에 대한 공포가 상식적인 가정을 뒤집는 데 대한 개탄도 뒤따른다.

미국 9.11 테러 이후 이슬람 세력에 대한 서방국들의 적대감과 테러 위협에 대한 우려는 언론과 전문가들만을 현혹하는 게 아니다. 이들의 주장과 기사를 수년간 접해온 독자들도 이 사건이 극우 근본주의자에 의해 저질렀다는 사실을 마주하면서도, 용의자가 이민자와 무슬림을 비난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원인'을 제공한 이슬람 세력과 이민자를 탓하는 역설적인 댓글을 다는 현실이다.

하지만 공포에 근거한 억측이 이슬람 테러 문제를 풀어내는 도구가 될 수는 없다. '추측이 우리를 안전하게 하지 못한다'는 브루커의 말을 분단 상황의 한국도 곰씹을 필요가 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원문 보기)
▲ 노르웨이 연쇄테러 다음날 노르웨이 일간지들의 1면 사진. ⓒ정의성

필자는 끔직한 세상에서 잠들었고 더 끔직한 세상에서 눈을 떴다. 한 노르웨이인 용의자의 신원이 확인됐고, 극우 반(反) 이슬람 극단주의자인 그의 범행 동기가 명확해졌지만 그의 잔학함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나오고 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이름을 떨치고 싶었을 것이다. 이 점이 내가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이유다. 그의 이름은 잊힐 만하다. 버림받을 만하다. 지워질 만하다. '미치광이', '괴물' 등 그에게 붙은 딱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면에서 있어 별난 칭찬이다. 언론이 그를 무엇으로 지칭해도 그를 애처롭게 할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금요일 밤 뉴스에서 언론은 그들을 '다른 무엇'으로 불렀다. 그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 조직으로 의심받았다. 셀 수 없는 안보 전문가들이 줄지어 그렇게 말했다. 알카에다 테러임을 증명하는 모든 것 갖추고 있다고 했다.

집에서 지켜보면서 뭔가 맞지 않는다는 직감이 들었다. 왜 노르웨이인가? 그리고 왜 한 정당을 특별히 겨냥했는가? 아, 하지만 그들은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전문가(expert)'라는 낱말이 들어간 자막이 깔린 채 앉아 있었다. 몇 분마다 앵커가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까?"라던가 "누구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을 때마다 그들은 "거의 확실하게" 고도로 조직된 이슬람 조직의 소행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폭탄 테러의 여파로 그들은 계속 '왜 무슬림이 노르웨이를 싫어하는가?'라는 하나의 핵심 질문을 두고 씨름했다. 운 좋게도, 전문가들은 이러한 허점을 매울 수 있는 전문적 해법을 전문적으로 공유했다.

무슬림이 왜 노르웨이를 싫어하냐고? 이유가 있어야 한다.

노르웨이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역할[파병] 때문에 타깃이 됐다. 노르웨이 정부가 최근 이슬람의 극단주의 지도자들을 비난했기 때문에 타깃이 됐다. 덴마크에서 예언자 마호메트를 풍자해 논란이 된 만평을 다시 실어서 타깃이 됐다.

노르웨이는 미국이나 영국과 비교해 다른 말로 '물렁한 타깃(soft-target)'이었기 때문에 타깃이 됐다. 그들은 누구도 그들이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르웨이를 타깃으로 잡았다.

우토야섬에서의 총기 난사가 일어나자 안보 전문가들은 그들의 평가를 한 층 더 개선했다. 이 사건은 더 이상 발리식의 알카에다 폭탄 테러가 아니라 뭄바이식의 알카에다 대학살이다. 계속되는 가정이 텔레비전에서, 이 매체[가디언]을 포함해 온라인 신문에서 나왔다. 그 동안에 트위터에서는 목격자들에 따르면 총을 쏜 이가 노르웨이어를 구사하는 금발의 남성이었다는 말이 빠르게 퍼졌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알카에다에 대해 초기에 직감한 의구심이 잘 알려질 거라고 결정내렸다. 전문가들은 금발의 노르웨이 총잡이는 전통적인 프로필에 들어맞지 않아서 아마 자신들이 재평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말하려다가] 그러나 백인은 의심을 잘 사지 않기에 알카에다가 활발하게 본토 출신의 극단주의자를 선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아마 아직도 무슬림 소행이다.

토요일 <더 선> 1면은 '"알카에다" 대학살: 노르웨이의 9.11'이란 제목을 뽑았다. [<더 선>의] 교활한 이들은 '알카에다'라는 단어에 인용부호를 붙인 게 [과정을 건너뛰고] 결론으로 직행한 데 대한 신문의 책임을 회피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잠자리에 들 무렵이 됐을 때는 인터넷에 접속한 누구라도 이 사건이 알카에다에 의한 최신 공포물보다는 1995년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나 1999년 런던 '네일-바머(nail-bomber)' 테러[영국 극우주의자 20대가 소수인종을 겨냥해 저지른 테러]에 가깝다는 게 명확해졌다.

자고 있는 동안에 테러 희생자 숫자가 늘어갔고, 아침이 됐을 땐 비극이 됐다. 아침에 뉴스를 보니 알카에다 이야기가 상당히 생략되었고, 권위자들은 마치 밤사이에 관련 전공을 마친 듯 이제 극우 극단주의 전문가들이 되어 있었다.

새롭게 펼쳐진 현실에 직면해 몇몇 무시무시한 저항이 남았다. 토요일 아침 <폭스뉴스> 앵커가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에게 노르웨이 경찰이 오클라호마식 공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면서 알카에다가 연관된 것 같다는 그의 기존 발언에 대해 물었다.

그는 회의적이었다. 결론을 내기엔 너무 이른 상황이었다고 했다. 우린 판단을 내리기 전에 모든 사실관계를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그렇게 보이지 않을 때까지는 [이 사건이] 무슬림 소행이라고 가정하자'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뉴스를 보면서 이러한 흐름을 읽었다면, '전문가'란 단어를 '추측가(guesser)'로, '깊이 생각하다(specualte)'를 '추측하다(guess)'로 대체하지 않는 한 '팩트가 없는 억측'으로 채널을 방해하지 말라. 앵커가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는 건 실제로는 추측가에게 추측해보라는 것이다. 또, 더 나은 추측가를 선택하라.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가 헬리콥터의 작동원리를 추측하는 것처럼 당신의 추측가는 형편없다. 난 국제 테러리즘에 대해서 아는 게 없지만 그들의 의중은 알 수 있다.

테러리스트의 신원에 관한 더 많은 정보가 드러나지 않았을 때 용의자의 동기를 설명하려고 시도한 기사들이 인터넷에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사 밑에는 독자들의 분노와 공포가 담긴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이 미치광이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끔찍한가, 하지만…"이라고 시작하는 충격적인 댓글이 있었다.

이 "그러나" 댓글을 단 이들은 이어서 이민[문제]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종종 언론을 통해 부분적으로 기억나는 무슬림 기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노르웨이인을 죽인 반(反)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무슬림이 아니었음에도 그들은 비난의 화살을 무슬림에게서 거두지 않는 방법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럼으로써 그들이 수년간 습득한, 테러리즘이 전적으로 이슬람 세력의 소행이라는 종합적인 묘사가 이어진다. 이는 어디서든 재빠르게 알카에다의 촉수를 찾아내는 '안보 전문가'들이 서술한 것이며 '이슬람 전용 화장실'이나 '크리스마스를 금지하는 지역 의회' 등에 대한 타블로이드지들의 날조된 동화다.

우린 무서운 곳에서 살고 있다. 추측은 우리를 안전으로 인도하지 못한다.

*( )는 원저자의 표기이며, [ ]는 옮긴이가 추가한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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