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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서클의 위험'에 빠진 삼성, 그게 파열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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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너서클의 위험'에 빠진 삼성, 그게 파열되면…

[첨단산업과 노동자 건강·下] "현재 노출특성으로 과거 추정 불가능"

지난 14일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 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제3기관인 '인바이런'이라는 안전보건컨설팅 회사에 연구 용역을 줬다. '삼성 백혈병' 사건을 두고 삼성전자 측이 벌인 '자체 조사 결과'의 객관성에 대해 논란이 일자 내놓은 대책이다. 발표에 앞서 김준식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연구 결과로서 (제3기관에 맡긴 만큼) 이번 조사는 객관성과 투명성이 보장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안전보건 문제가 불거졌을 때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바이런의 조사 결과에 신뢰를 보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바이런은 "필립모리스 담배회사와 폐암환자의 소송에서 담배회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미국에서 베트남전쟁 참전 군인들의 고엽제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전쟁참여 군인들의 건강 문제는 고엽제와 무관하다"고 주장한 예가 있다는 것이다. 해당 회사가 과거 노출을 재구성한 방식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프레시안>은 이러한 견해를 담은 윤충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기고를 2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 첨단산업과 노동자 건강
[上] "반도체와 백혈병 상관없다"던 인바이런사의 비밀

▲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 사업장에서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 재조사'를 발표하는 미국의 안전보건컨설팅 회사 인바이런 직원들. ⓒ삼성전자

"미국산업위생학회의 방법 따랐다면 결과 조작 가능"

언론에는 인바이런이 미국산업위생학회의 방법을 통해 정성평가와 정량평가에 이은 종합평가를 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마도 위 학회에서 발간한 <A strategy for Assessing and Managing Occupational Exposure(직업상 노출을 관리하고 평가하기 위한 전략)>에 기초했고, 여기서 소개한 베이시안 통계 모델의 평가방법과 이를 소프트웨어로 만든 'IHDA'를 이용했을 것 같다(필자의 추정임). 이 방법은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되는데 1단계(prior)에서 전문가의 추정(정성적 방법)과 2단계(likelihood)에서 측정자료 사용(정량적 방법), 3단계(Posterior)에서 종합평가다. 그런데 위 소프트웨어는 측정자료가 빈약한 경우 전문가의 판단이 매우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이용자가 불확정성과 작업조건에 대한 입력변수를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결과가 매우 다르게 나온다. 즉, 결과의 조작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따라서 이런 오해를 줄이기 위해 인바이런과 삼성은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더구나 위의 평가도구는 과거 노출력을 판단하기보다는 작업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때 그 부족한 정보를 갖고 미래에 작업장을 관리하고자 할 때 어떻게 의사결정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만들어진 모델이지, 과거의 노출력을 추정하거나 평가하는 도구가 절대 아니다.

"현재 노출특성으로 과거 추정 불가능"

언론에 보도된 것은 매우 제한된 정보이다. 따라서 이 정보를 근거로 어떤 결론을 내리기가 매우 어렵다. 단지 필자가 보도된 언론정보를 접하고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되었다.

첫째, 인바이런은 자료의 제시 없이 결론부분에 상당하는 주장을 제기하고 이를 믿으라 했고, 이에 대한 지적은 이미 많이 되었다. 과학계에서는 학자는 데이터로 말한다'라는 말이 있다. 과학적 이슈가 첨예한 사회문제가 되었음을 인바이런이 숙지 못했을 리 없는데 아무 증거자료 없이 주장만 한 것은 다소 어리둥절하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라고 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발표는 요약해 하더라도 유인물배포는 가능했을 터였다.

둘째, 인바이런이 과거 노출을 재구성했다는 점에 대한 의견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산업은 1980년대에 본격화하면서 점차 발전해오는데 발전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정의할 수 있지만, 웨이퍼의 크기에 따라 정의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산업은 과거의 4인치 웨이퍼에서 6인치, 8인치로 발전했고, 현재는 12인치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는데 웨이퍼의 크기가 커지면서 장비, 작업방식, 화학물질 등이 급격히 변한다. 이런 변화는 과거의 노출특성이 현재의 노출특성과 매우 다름을 의미한다.

화학물질 같은 경우는 웨이퍼의 크기뿐만이 아니라 국내, 국제적인 화학물질 규제에 영향을 많이 받아 변한다. 예를 들어 TCE같은 경우도 1996년 이후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 반도체 산업에서 포름알데히드, 납, PBDE라는 난연제 성분도 EU에서 규제하면서 사용하지 않거나 극도로 제한하여 사용하고 있다. 생식독성 물질인 에틸렌글리콜에테르도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모두 사용되었고, 생식독성이 문제가 되어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거꾸로 이야기하면 환경규제가 엄격하지 않았던 2000년대 이전에는 현재와 다른 유해물질을 많이 사용했다는 의미이다. 장비도 과거의 수동이나 반자동에서 현재는 거의 밀폐된 자동장비가 많다.

그렇다면 현재의 단면적인 연구로 과거의 노출을 모두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능할까? 단순한 추정일 뿐이다. 즉 현재의 노출특성으로 과거를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구할 수 있는 아무리 많은 정보가 있어도, 아무리 좋은 모델 또는 가상 시나라오를 해도 과거 노출을 재구성하는데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하는 것이 정상이다. 인바이런이 어떻게 과거 노출에 대해 그렇게 자신할 수 있을까? 놀라울 따름이다.

"불순물 혼합된 신너에 벤젠 포함된 경우 많아"

셋째, 과거의 화학물질 사용 이력을 다 알 수 있는가? 우리나라 물질안전보건자료의 비치제도는 1996년에 시작되는데 그 이전에는 화학물질 구성성분에 대한 법적 관리가 안 이루어졌다. 또 그 이후에도 상당 기간 동안 잘 관리가 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포토공정의 감광제에는 크게 세 가지 성분이 들어가는데 감광제를 액체상태로 유지하게 하는 유기용제류, 빛에 민감한 감응제, 자외선을 받으면 경화되는 에폭시류의 경화성분이 들어간다. 이중 유기용제는 다양한 종류가 사용되는데 이 유기용제가 과거에 얼마나 잘 관리되었는지 의문이다.

대부분 유기용제는 원유를 증류하여 만들고, 이 과정에서 100% 순수한 한 가지 케미컬을 만들려면 매우 비싸기 때문에 단순히 용매로서의 특징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불순물이 혼합될 수 있다. 흔히 신너라고 하는 물질이 대표적인 유기용제인데 과거 경험에 의하면 신너 중 벤젠의 성분표시가 없었지만 벤젠이 포함된 경우가 많았다. 흔히 반도체 산업은 매우 순도가 높은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현재는 그러할지 몰라도 휘발성 성질을 갖는 용제성분은 공업용으로도 충분히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과학은 객관적인가? 또한 필자는 객관적인가?"

흔히들 과학은 객관적이라고 말하고 또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과학이 자본과 결합할 때 종종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은 과학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 정책과 영합하거나 자본과 영합하는 과학은 객관적이지 않음은 잘 알려져 있다. 21세기 들어와 정부나 기업은 정책을 합리화하거나 영업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과학의 힘에 의존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는 과학의 방법, 결과를 왜곡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적어도 과학은 객관성을 지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방법론, 결과 등에 대해 3자가 내용을 알고, 질문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자료는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자료에 근거한 논리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 의사결정이다. 의사결정은 과학의 차원이 아니라 판단의 차원이다. 따라서 과학적인 자료는 객관성을 담보하여야 하지만 의사결정은 주관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 그 주관성도 객관성을 담보하고 있는 결과에 논리적 연결고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도 과학자로서 연구할 때는 객관적이지만 (객관적으로 타당한 자료를 생성하고 이로부터 결과를 도출하려 함) 이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객관적이지 않음(보도내용을 보고 느낀 점이 그전의 사전지식과 어울려 판단하여 글을 씀)을 부인할 수 없다. '나'라는 주체는 과거로부터 나의 육체, 정신, 영혼에 여러 가지 능동적, 수동적 input을 통해 형성(output)되었고, 또 형성되어 나가기 때문이다. 어느 학자의 말처럼 가장 주관적인 것이 가장 객관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에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글은 언론에 보도된 인바이런의 주장을 보고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본 글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한 시각이 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보다 더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삼성이나 인바이런이 현재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그들의 주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주관적인 것에 늘 다른 다양한 의견과 소통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그나마 객관성이 담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 반도체·전자업체에서도 희귀병 환자 속출"

삶을 살기 위해 직업을 가졌던 사람들이 그 직업으로 인해 삶을 살 수 없는 현실에서 과학이 어떤 역할을 하여야 하는 시각과,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 머물지 않고, 이미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발전하여 우리나라의 근간 산업이 되어가는 삼성이 정말 멋진 삼성이 되려면 앞으로 어떻게 산업보건문제를 바라다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적인 시각에서 산업보건문제를 조망하여 보았다.

반도체 산업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지속이 되고 있다. 주된 이야기는 늘 이런 식으로 전개되었다. 먼저 반도체 종사자 중 일부 작업자에게 치명적인 질병인 암, 희귀 질병이 발생하여 소송하게 된다. 힘겨운 싸움의 시작이다. 그러면 회사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대규모 역학조사를 하여 결정적 증거가 없다고 하거나 인과성을 부인하게 된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역학조사를 하기도 하였는데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나라의 반도체 또는 전자업체에서 지속적으로 암환자, 희귀질병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많은데, 불확실성이 확실성보다 많은데도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하다.

평범한 시민으로서 우리가 갖는 반도체 산업의 이미지는 매우 깨끗하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보호복을 입고, 클린룸에서 일하는, 그리고 대부분 자동화된 기계가 일하는 작업환경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그러나 보호복은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클린룸은 단지 먼지에 대해 클린하다는 의미이고, 자동화는 최신의 정상적 생산라인의 일부분 공정이지, 정비작업, 노출사고 등을 대변하지 못한다. 즉, 반도체 산업은 결코 클린룸이 주는 이미지처럼 깨끗한 작업조건에서 일하는 산업이 아니다.

이미 외국의 반도체 산업에서, 피부질환, 안질환, 생식독성 등은 잘 알려진 질병이고 이에 대한 유해인자도 명확히 규명되었는 데 비해 국내에서는 전혀 연구되고 있지 않다. 이런 직업병 인정사례도 없다. 이유는 두 가지다. 정말 깨끗하던지, 아니면 우리가 무관심했거나 몰라도 정말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된 내용에서도 사회적 이슈가 된 발암성 물질에 대한 연구가 모두인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관리되어서는 안 된다.

"병 걸리고 항암치료 잘 받으면 뭐하나…예방이 우선"

필자는 회사가 대책으로 내놓은 임직원에 대한 토탈케어 시스템을 보고 놀랐다. 그 완결성에 놀란 것이 아니라 그 홍보성, 근시안성에 놀랐다. 토탈케어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작업환경을 개선해주지 못한다. 토탈케어시스템은 이미 알고 있거나 또는 현재 지식의 한계로 알지 못하는 있는 신종 산업인 반도체 작업장의 수많은 유해요인을 제거하거나 완화해주는 대신 건강의 엔드포인트를 관리해주는 시스템이다. 수만 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작업환경의 유해인자에 대한 평가 및 관리를 하지 않고는 큰 소용이 없다. 유해인자에 노출된 후 수년~수십 년 후에 암에 걸린 환자가 아무리 보상을 잘 받아도 항암치료를 잘 받는 게 노동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직업으로 인한 각종 질병에 안 걸리게 해야 한다. 그 이유를 작업환경에서 찾아야 한다. 최종적으로 망가진 신체에 대해 무엇인가를 해주기 전에 망가트릴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이 더 필요하다.

인류가 반도체를 산업으로 갖게 된 것은 전 인류역사에서 매우 짧다. 우리 유전자는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물질에 대해 당황할 것이 뻔하다. 새로운 산업이 인류사회로 들어올 때 우리는 새로운 산업의 긍정적인 측면 못지않게 부정적인 측면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조처를 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제품의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쏟는 것만큼이나 작업장의 여러 요인이 어떻게 건강에 영향을 미칠지 연구해야 한다.

일련의 삼성전자의 이슈를 보면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삼성이 너무 이너 서클(inner circle)의 위험성에 빠져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외부와 단절되어 내부에서 하는 일을 내부에서 평가하고, 드러내는 것을 일부러 하지 않고, 서클을 이루는 원 둘레를 강하게 하면, 단기적으로는 외부로 들어나지 않아 유지하겠지만 언젠가 스스로 서클 내부로부터 또는 외부로부터 약점(weak line)이 형성되고, 그것이 파열되면 걷잡을 수가 없게 된다.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삼성이 그렇게 되지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과거에는 선진국을 모방하여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앞으로는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제는 우리가 따라갈 모델이 없고 우리가 새로운 모델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최고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신 산업에, 최고의 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잘 보호해야 그간 외쳐온 환경경영, 투명경영, 지속가능경영, 윤리경영의 소리가 헛된 메아리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21세기 복지사회에서 진정한 인간중심 경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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