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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이후, 높은 분들의 'KBS 전화질'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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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이후, 높은 분들의 'KBS 전화질' 막으려면…"

[우석훈 칼럼] "이제는 '방송 공공성'이다" <2>

- "이제는 '방송 공공성'이다"

☞<1>임화수, 허문도, 그리고 최시중의 시대
KBS 사람들과 만나면, NHK는 자기들이 갈 길이 아니고, 자기들은 BBC의 길을 가려고 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난 3년 동안의 KBS는 NHK 수준도 못 되는 것 같다. 2008년 12월 31일 자정, 그러니까 촛불집회가 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는 이명박 정권 첫 해에서 다음 해로 넘어가는 그 시간에 서울과 동경에서 각각 중요한 사건이 생겼다.

서울에는 오세훈 시장이 참가하는 보신각 타종 행사에 시민들이 촛불을 켜고 야유를 부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KBS는 '마스킹'이라고 부르는, 소리 덮어씌우기를 했고, 다음 날 어차피 방송은 쇼라는 해명을 했다.

같은 시간, NHK에서는 동경 히비야 공원에서 토요타 등에서 해직 노동자들이 텐트를 치는 파견 마을의 신년 행사를 생중계해주었다. 이 사건은 비정규직의 문제점을 일본 국민들이 현실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한 때 KBS 직원들이 자신들은 NHK 보다는 공정하다고 자부했던 걸로 기억하지만, 이 날 이후로 다시 개도국 수준의 공영 방송이 된 KBS는 NHK와 수준 차이가 이제는 꽤 벌어진 것 같다. '워킹푸어'와 같이, NHK의 다큐 프로그램들이 일본을 뒤흔드는 사회적 의제를 제시하는 동안, KBS가 제기한 질문은 거의 없다.

그러면 그 기간 동안 MBC는 좀 나아졌는가? 결방을 밥 먹듯 하고, 대통령 마음에 안 드는 출연진 쫓아내고, 그걸 아예 제도화시키는 아주 이상한 사규를 만드는 일 외에 한 게 있느냐?

법대로 하자고 하면, 이미 KBS 사장이나 MBC 사장이나, 방송법 위반으로 파면감이고, MBC의 출연진 규제에 대한 사규는 행정소송 대상이다. 방송법 6조는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고, 그 2항은 다음과 같다.

②방송은 성별·연령·직업·종교·신념·계층·지역·인종등을 이유로 방송편성에 차별을 두어서는 아니 된다. 다만, 종교의 선교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가 그 방송분야의 범위 안에서 방송을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좌파적출'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지금 MBC와 KBS가 취하는 사규 혹은 암묵적 지시 등으로 취하는 조치는 '신념을 이유로 방송편성에 차별을 두는' 조치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방송사 사규보다 상위법인 방송법은, 그것이 공영방송이든 혹은 상업방송이든, 일단 공공의 자산에 해당하는 전파를 사용함에 따라 최소한의 공영성을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의 공영방송들은 방송법을 지키는 게 아니라, 청와대 지시에 따르고,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개인 지시를 따르고 있는 중 아닌가?

같은 법 4조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규정하고 있으며, 4조 2항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②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

청와대든, 대통령이든, 혹은 한나라당의 그 누구라고, 공영방송이든, 상업방송이든, 혹은 유선방송이든, 어떠한 식으로든 규제와 간섭을 하는 것, 이건 불법이다. 즉 전화질을 해서는 기본적으로는 안 되는 것이다.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보시기에 좋았더라", 이런 통치권자 맘에 드는 방송을 해서는 안 된다고 우리의 방송법이 이미 규정하고 있다.

현재 상태로도 한국의 방송은 경영진과 제작진이 분리되어 자율성을 가지고 편성을 할 수 있게 되어있으며, 지금까지 이런 법적 제도 하에서 KBS가 오랫동안 한국 언론 중 공신력 1위를 하고 있었다, 최소한 이번 정권 출범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자, 우리의 문제는 무엇인가?

간단하게 말하면, 경영자의 지나친 방송 자율성에 대한 개입이 문제이고, 공영방송의 사장을 꼭두각시로 만드는 비선 조직의 지나친 개입, 방문진 이사장의 단어를 빌리자면 '청와대 조인트'가 문제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너네가 정권 바꿔서 똑같이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역지사지,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자.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인이 바뀌고, 진행자가 대폭 물갈이 하고, 방송 컬러가 바뀌는 게 과연 공영성의 정신에서 옳은 것인가, 그리고 그게 최선인가?

정권이 바뀌면 정책 기조도 바뀌고, 국정 운영 방식도 바뀌는 게 당연할 수는 있다. 또 그러자고 정권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지, 정권 뒷배 역할을 하는 '대통령 친구들', 팔자 고치자고 정권 바꾸는 건 아니다. 한나라당은 치사하게 아직 멀쩡히 임기도 남은 공기업 간부들 밀어내면서 무리하게 국가를 장악하려고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무리수가 벌어지고, 또 부패가 발생하게 되었다. 가능하면 부드럽게 처리하는 게, 오히려 길게 보면 정권의 안정을 위해서는 나은데, 어쨌든 고소영 정권은 소망교회 사람들 밀어주느라고 정권 말미까지 그런 짓들을 서슴지 않고 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다음 정권에서 다시 피 바람 친다. 게다가 이번에는 정말 우리 모두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대통령의 자살까지 있었다. 이렇게 몇 번 하다 보면, 한국의 방송은, 좌든 우든 '줄서기 인사'가 판을 치고, 공영성은 눈을 씻고 찾아 볼려고 해도 찾기 어려워질 것이다. 누구든 대통령이 되면 자기 친구들 한 자리 찾아주고 싶고, 또 청와대에 앉아있으면 KBS 사장이나 MBC 사장한테 전화 걸고 싶어질 것이다. 좌든 우든, 자기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TV에 나오면 자르라고 지시하고 싶어질 것이고…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뉴시스
법치? 방송법만 잘 지키면 대통령이 누가 되도 상관없는 제도를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지만, 청와대에서는 그걸 안 지키는 걸 이미 보지 않았는가? 다음 번 대통령은, 그럼 제발 방송법 좀 지키라고, 누가 그걸 말할 수 있겠는가? 이미 현 청와대와 최시중의 독단적 운용으로 사문화된 법조항이 되어버렸는데….

세계 최고의 공영방송이라고 누구나 평가하는 BBC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거기도 보수당과 노동당이 번갈아가면서 집권하고, 총리가 되면 방송국에 장난치고 싶어질텐데 말이다.

영국은 입헌군주제인데, BBC의 운영을 영국 왕실과 상의하도록 하고 있다.

국왕칙서(Royal Chart)라는 것을 통해서, 왕실과 명예로운 약속을 하고 그걸 지키게 하는 게 영국 시스템이다. 물론 상징적인 권위만 있는 왕실이라서 실제 BBC 운영에 개입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형식적으로 이렇게 해놓으면 누가 총리가 되는가, 누가 다수당이 되는가가 공영방송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어있다. 물론 영국도 '전화질'을 하자면 못할 것은 없지만, 오랫동안 이렇게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어서 한국처럼 총리실에서 직접 전화해서 시시콜콜하게 얘기했다가는 국가적 스캔들이 된다.

일본은 이런 법적 장치가 좀 약하다. 국회에서 예산편성권을 가지고 자민당이 오랫동안 NHK 길들이기를 했기 때문에, 최소한 KBS가 NHK보다 낫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행정부가 직접 관여하지는 않기 때문에 조금 공영성에서 낫기는 하다. 일본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NHK 사장을 국민들이 직접 선출하자는 논의가 있기는 하다. 아마 지금의 KBS나 MBC 수준으로, 좀 질 낮은 방송장악이 진행되었다면, 일본은 벌써 공영방송 사장 선거제 형태로 갔을 듯 싶다.

공영방송 거버넌스라는 표현을 쓰자면, 결국은 두 가지가 핵심이다. 사장에 대한 선출권을 누가 가질 것이냐, 그리고 운영의 공정성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담보할 것인가? 회사에서는 사장이 인사권을 가지고 회사를 통제하는데, 국가 운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현대건설 사장이 회사 운영하듯이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사권 가지고 치사하게 장악을 하려니까 지금의 공영방송 사태가 생겨난 것 아닌가?

그렇다고 이 문제를 풀자고, 우리나라가 있지도 않은 왕실을 세워서 왕실에게 공영방송 정책을 맡기는 방식으로 가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대통령 선거할 때 공영방송 사장도 같이 선거? 할 수만 있다면 획기적인 방송 공영성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외국에서 전례가 없는 독자적 제도를 도입하는 정치적 부담이 있다. 그렇다고 매번 시민들이 방송국 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을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정책에서 가장 좋은 것은, 불문법, 즉 제도는 최소한도로 만들어놓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상식과 양심 그리고 전통에 의해서 가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방송의 제일 덕목은 신뢰가 아닌가? 그러나 미안하지만 지금의 청와대는,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느냐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는 집단은 아니다. 그리고 KBS와 MBC 사장, 이 사람들이 공정하다고 믿는 국민은 절반도 되지 않을 것이다. 신뢰를 이미 잃어버린 공영방송, 제도적 장치 없이 이 문제가 해결되기가 어렵다.

자, 이렇게 하면 어떻겠는가? 진보 쪽 인사들이 지금의 대통령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 아마 보수 쪽 인사들도 만약 정권이 바뀐다면 다음 번 대통령도 믿지 못할 것이다.

한국은 대통령과 국회, 두 개의 선거를 기본 축으로 움직이는 나라이니까, 국회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정당에게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는 방식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만약 과반을 차지하는 정당이 없다면, 대연정이든, 소연정이든, 공영방송 사장 임명권에 대해서 연정 방식으로 하도록 할 수 있다. 특정 정당이 대통령과 국회를 다 차지하면, 이 제도는 지금과 바뀔 게 없다. 여소야대가 벌어지면, 국회 쪽에서 방송 운영을 맡는, 그런 견제 방식이 작동하게 된다. 어차피 한국 헌법 체계가 대통령제와 내각제 요소를 같이 가지고 있는 혼합형이라서, 국회에서만 동의되면 이 제도는 바로 시행될 수 있다.

즉 내년 총선에 민주당 계열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면, 관련된 법규를 정비해서 대선 전이라도 바로 시행할 수 있다. 물론 그 전이라도 지금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KBS와 MBC 사장이 자진 사퇴하고, 방송법에 써 있는 문구 그대로 공영방송을 운영하겠다면 이런 제도 정비는 필요 없겠지만, 아무래도 본인들이 결심하더라도 청와대 '전화질'이 그냥 있지는 않을 듯 싶다.

공영방송 사장 임명권을 국회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정당에 준다고 하더라도, 차제에 비선 조직들의 방송 개입을 막기 위한 '공영방송 특별법' 같은 건 필요할 것 같다. 누구라도 '전화질'로 방송 운영에 부당하게 개입하면, 최소한 공직 선거에 출마하기는 어려울 수준의 벌금형 정도라도 처벌 규정을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지금의 방송법은, 처벌 규정이 없어서 집권층이 부당하게 방송에 개입하더라도, 인사권을 통하지 않으면 견제할 방법이 별로 없다. 그 정도를 위해서 특별법까지 필요하겠느냐는 이견이 있겠지만, 최시중 같은 독특한 캐릭터가 다시 등장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안전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최시중 특별법'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을 정도이다.

원칙적으로는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러나 공영방송 사장들이 국민을 모시는 게 아니라 청와대를 모시고 있는, 이런 비선 조직들의 전횡은, 선진국이 되면서 사라졌어야 하는 일인데, '땡전 뉴스' 시절로 돌아가기를 서슴지 않는 인사들이 툭하면 불방 사태를 만드는 현재 상황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대통령 친구, 대통령 부하, 대통령 뜻, 이런 게 방송이 갈 길은 아니다. 비선의 부당한 개입을 막고, 땅에 떨어진 공영방송의 공신력을 회보하기 위한 거버넌스와 방송 환경 논의, 그게 없이 날치기로 수신료만 올리는 일, 그건 우리가 갈 길이 아니다. 돈이 없어서도 아니고, 돈이 비싸서도 아니다. 청와대의 전화질, 최시중의 전화질, 이런 5공 수준 행정가들의 전횡이 다시 등장하지 않을 장치를 제도적으로 만들어놓고, 그리고 나서 수신료 문제를 상의해도 늦지 않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다음 번 총선에는 공영방송 등 방송의 공영성과 공정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국민들과 논의를 하고 그걸 공약으로 보여주시기 바란다. 어느 쪽 방안이든, 최소한 지금의 KBS와 MBC 보다는 나아질 방법이 제시되지 않겠는가?

누구든지, 명심하시기 바란다. 이명박 정부가 붕괴하는 건, 비선 조직들이 지나치게 설치고, 장관을 제끼고 '차관 정치'라는 하극상 행정을 기본으로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 "영이 서지 않는다"는 작금의 국면이 벌어진 것이다. 다음 정권도 비선 조직이 설치는 것을 막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의 실패처럼 뒤돌아선 국민들의 뒤통수와 '쥐박이 티셔츠'나 보게 될 것이다.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집시법만 법이 아니라 방송법도 법이다. 이런 대통령 비선조직으로 통치되기에는, 한국은 이미 덩치가 커져 버렸다. 제발 법 좀 지키시기 바란다.

- "이제는 '금융 민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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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헌재 손 잡았던 노무현의 실패, 반복할 건가?"
<3> "'강만수의 꿈', 그 이후의 금융 패러다임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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