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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한 경제, 붕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북한 산업의 현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한반도포커스> 14호(2011년 7·8월호)를 전재합니다.

<한반도포커스>는 극동문제연구소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정책소식지입니다. 이번 14호는 '북한 경제,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5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7월 첫째 주 동안 매일 1편씩 소개됩니다.(☞제14호 전체 내려받기)

1972년 설립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통일 문제에 관한 연구와 정책 제안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최고의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편집자>


2011년 현재 북한 경제는 재생산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원유 등 전략적 물자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주민의 생존을 위한 식량조차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 경제는 1990년대의 위기 국면으로부터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경협의 중단이나 국제사회의 압박 등 최근 북한의 대외경제적 여건도 악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 경제는 외부로부터의 자원의 유입이 없으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북한의 태도가 지속될 경우 북한 경제가 붕괴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북한 경제의 붕괴 가능성은 대북 정책 기조와도 연관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북한 경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서는 남북경협과 북중 경제관계의 분석 등 여러 방면에서 접근이 가능하겠지만 본고에서는 2011년 현재 북한 경제의 상황을 위기국면이 지속되던 1990년대와 비교하는 방식을 통하여 접근하고자 한다. 특히 1990년대 경제위기시 붕괴되었던 내부에서 조달되는 자원에 기반을 둔 재생산 구조의 복구 여부를 검토하고자 한다.

1990년대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던 북한 경제는 2000년대에 미약하지만 플러스 성장을 하는 등 1990년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표 1>에서 보듯이 전력이나 석탄 등 1990년대 북한경제 추락을 이끌었던 부문의 생산 역시 다소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북한 경제의 이러한 부분적인 회복은 매우 불균등하게 이루어졌다. 2000년대 초부터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진 전력과 석탄 등 에너지 부문이 가장 우선적으로 회복되었으며, 발전소와 대규모 물길공사, 그리고 주택건설 등 건설 수요에 부응하기 위하여 상대적으로 투자가 많이 이루어진 시멘트를 중심으로 한 건재산업도 회복이 빠르다.

금속부문도 생산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회복속도는 에너지 부문에 비해 훨씬 느리다. 코크스 탄 수입 여력의 제약이나 김책제철소 등 대규모 제철소의 개건·현대화를 위한 투자 자금의 부족 및 기술적 문제 등에 기인한다. 기계부문은 발전소 건설을 위한 중전기 부문은 꾸준한 생산 활동을 해 왔으며, 2000년대 후반에는 새로운 대규모 설비투자와 관련하여 대형 설비제작 분야의 생산활동이 다소 활발해지고 있다.

화학공업은 석탄 및 에너지 부족, 막대한 자금소요 등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 사실상 방치되었다가, 2000년대 후반부터 대규모 투자를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농업 및 경공업 부문에 대한 원자재 공급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 북한의 자동차 공장 ⓒYTN 화면 캡처
민수용 자동차와 조선은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절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선박을 제조하기 위한 수많은 부품을 공급하는 것이 현재 북한의 산업 역량으로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공업 부문에서는 식품가공부문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가장 눈에 뜨인다. 더구나 2009년에는 일용식품공업성을 설립하고, 종합식품공장들을 신설하는 등 식품가공부문을 우선적으로 재건하겠다는 정책의지가 나타나고 있다. 여타 경공업 부문은 원자재 공급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시장 수요를 위한 생산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0년대 후반부터 사실상 방치되었던 화학공업에 대하여 대규모 투자를 재개하기 시작하고, 금속공업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선정하여 생산확대를 도모하고 있으며, 식품가공업을 중심으로 경공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의 북한 산업정책은 그간의 부분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완결된 산업연관 구조를 복구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산업 생산 회복을 위한 투자는 2005년경을 기점으로 전반과 후반이 상당히 다른 모양으로 나타난다. 2000년대 초반까지 생산의 회복에 있어서 국가적 차원의 투자는 수력발전소 건설 등 일부에 그쳤으며, 여타 부문의 투자에 있어서는 기업의 내부예비나 비전략적인 부문 및 지역 등 전국적인 자원동원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컸다.

생산회복은 기존의 설비들의 단순 재가동에 초점이 맞추어졌으며, 신규 설비능력에 대한 투자는 중소형발전소 건설이나 중소형 탄광의 신규개발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국가 차원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추진되었으며, 단순한 가동률 제고가 아닌 설비의 현대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추구되었다. 또한 투자 영역도 에너지, 금속 중심에서 화학, 기계, 경공업 등으로 확장되어 갔다.

이러한 투자 패턴의 변화는 2000년대 중반을 경과하면서 국가의 자원 동원 능력이 다소 회복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산업 생산의 붕괴로 재정능력이 극도로 악화된 2000년대 초반까지 국가차원의 투자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산업 생산이 부분적으로 복구되고, 대외무역 및 남북경협의 확대, 국제사회의 지원 등으로 투자 역량이 다소 회복되어 국가적인 차원의 투자가 재개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2000년대를 통하여 공식 경제(*주1)의 핵심을 구성하는 에너지, 수송, 금속, 기계 등 주요 산업의 부분적인 복구가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 2011년 현재 북한의 공식 경제는 중국으로부터의 원유 지원 등 일정한 조건 하에서 단순 재생산은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으로부터의 지원 중단 등 대외경제 관계가 추가적으로 악화되지 않는 한 북한의 공식경제가 급작스럽게 1990년대와 같이 추락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한편 북한 주민의 소비활동의 대부분은 시장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공식경제가 최소한의 단순 재생산을 보장하고, 중국과의 무역이 유지되는 조건하에서는 화폐개혁이나 시장통제와 같은 적대적인 정책이 지속되지 않는 한 시장을 통한 북한 주민의 경제활동이 심각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 단기적으로 북한경제가 붕괴와 같은 극단적인 위기 상황에 처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북한 경제가 그럭저럭 버틸 수는 있을지 몰라도 위기 상황으로부터 벗어날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는 점이다. 경제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외개방이나 대내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뿐만 아니다. 2000년대 후반 이후의 투자는 대규모 자원의 낭비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 효율성이 담보되지 않는 비날론이나 석탄가스화법에 의한 비료생산 공정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대규모 자원의 낭비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수입 코크스 탄을 사용하지 않는 '주체철'의 생산을 늘리기 위한 투자 역시 금속부문의 문제점을 해결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2000년대 후반의 산업정책은 비효율적인 투자를 중단하고, 기존 설비의 가동률 제고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에 집중하여 산업생산의 부분적인 회복을 이끌어낸 2000년대 초중반의 산업정책기조보다 효율성의 문제를 대규모 산업설비의 신설로 해결하려 한 1990년대 이전의 정책 기조에 더 접근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1) 1990년대의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는 한편으로는 해체되어 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존속하고 있는 양면적이고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그러한 양면성은 경제체제의 측면에서는 계획과 시장 또는 공식경제와 비공식경제라는 이중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 원제: 북한 경제 현황 : 버틸 만한가, 붕괴 직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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