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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대학 안 나와서 뭐 먹고 살래?"

[기고] 대학교육에 대한 우리의 '정의'는 무엇인가?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달을 넘겨 계속되고 있다. '제2의 촛불' 운운하는 일각의 호들갑이야 분명 오버가 맞다 하더라도, 대학생 당사자들의 꾸준한 결합과 지지여론은 이 요구가 쉽게 그치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해준다. 정부여당은 대학생들의 요구에 호응하는 주장에 대해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 공세로 절하하는 한편, 사실상 학점에 따른 장학금 정책을 '반값 등록금' 정책이랍시고 절충안으로 내놓고 있다.

2011년 연간 평균등록금은 국공립대학이 400만 원 이상, 사립대학은 800만 원에 가까울 것으로 예측된다. 최저임금 가구의 경우 국공립대학을 가려면 임금의 절반을, 사립대학을 가려면 임금의 대부분을 쏟아부어야하는 판이다. 이 와중에 경총은 최저임금 동결을 또 주장하고 있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는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대학의 적립금은 천정부지로 쌓여가고 있다. 이 명료한 사실에 대한 우파들의 반박은 한 마디로 귀결된다.

"왜 굳이 대학에 가야하는가?"

돈이 없으면 대학을 가지 말라는 저들의 말에 대해 물론 '교육을 받을 자유'를 들어 대답할 수도 있겠지만, 저 불순한 질문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80%에 가까운 대학 진학률, 그도 모자라 100명중 2.5명이 석박사인 고등교육의 과열에 대해서. 왜 사람들은 대학에 가려하는가? 그리고 왜 대학들은 마음놓고 등록금을 올릴 수 있는가? 그러니까, 대학은 정말로 선택인가? (☞관련 기사: "대학 진학률이 높아서 문제?…'최저임금'부터 올리자")

어제(9일) 사학총장들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등록금을 인하하면 "건축을 위한 적립금이 없어진다"고 노골적으로 반박했다. 한 총장은 "정치권에서 등록금 지원에 신경써주되 등록금 주체는 당사자가 대학"이라며 비즈니스 프랜들리라는 명문구가 떠오르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대학교육이 산업이고 졸업장이 기호품 같은 것이라면 그들의 이런 말들은 충분히 이해('찬성'이 아니다)할 수 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가고 싶어서' 대학에 가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묻는다면 부모의 강요, 사회적 시선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그 이유들을 관통하는 것은 하나의 질문이다.

"너, 대학 안 나와서 뭐 먹고 살래?"

대학 졸업을 가장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기업들이다. 지금 당장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구인광고들을 보라. 등록금을 못내는 학생이 자살을 선택하는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은 그들이 마음이 급해서가 아니라, 생활전선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대학은 선택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다. 생명이 기호품이라는 전제하에.

고등교육을 받은 노동자를 원하는 자본과 이에 따른 경쟁교육은 실질적 의무교육의 기간을 비약적으로 늘려놓았고, 2005년에 이르러서는 대학진학률이 82%를 넘어서 사실상 대학교육까지 사회적으로 의무화했다. 대학진학까지의 강제성이 뚜렷함에도 국가는 중학교까지만을 의무교육으로 인정하고 대학은 선택으로 위장함으로써 등록금을 학생 - 실제로는 소속 가족 -으로부터 최대한 짜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 ⓒ프레시안(최형락)

대학을 선택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이들은 등록금 착취를 넘어 아예 국공립대 법인화 정책이라는 노골적인 방법을 쓰기까지 한다. "학생들이 왜 법인화에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던 서울대학교 총장의 발언을 보라. 적립금을 더 쌓기 위해 등록금을 내릴 수 없다는 사학 총장들과 그의 말은 하나의 정의를 공유한다. 시장에 의해 지배된 삶들은 시장의 효율에 따라 폐기될 수 있다는 것. 그들의 정의에서 '반값 등록금'은 계산상의 문제가 아니라 이율배반이다. 이것은 그들의 자비롭지 못함이 아니라, 그들의 정의와 우리 존재의 충돌이다.

공교육은 언제나 그 둘의 충돌을 통해 진화해왔다. 그리고 학교를 둘러싼 싸움들은 언제나 서로의 프레임을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무료급식 확대'가 아니라 '무상급식'을, '체벌 약화'가 아니라 '체벌 금지'를 주장했던 최근의 경험으로 보더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싸움에서 고액 등록금과 국공립대 법인화로 대표되는 그들의 시장 정의에 반하는 우리의 정의는 무엇인가.

대학을 상품으로 정의하는 그들에게 맞서기 위해서 우리는 "대학은 의무교육이다"라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 의무교육은 이윤에 의해 고려될 수 없으며, 무상이어야 한다. 고액등록금과 법인화 정책에 맞설 수 있는 구호는 등록금 철폐와 사학 국유화다. 이것은 급진의 문제가 아니라 명분의 문제다. 이미 등록금 집회 현장에서는 '등록금 철폐'를 외치는 목소리들이 늘어나고 있다. 반값 등록금 주장이 등록금 철폐라는 요구를 불러왔듯이, 우리는 그 후에 더 많은 요구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대학의 교육 불가능'

☞ ①
"학부생 인질 잡힌 대학원생 등록금,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②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 가난할수록 공부할 수 없는
☞ ③ '스펙 괴물'이 된 대학생의 시한부 인생
☞ ④ "접대 자리엔 인문학 전공자 노래 한 곡이 효과적?"

☞ ⑤ 누가 대학생과 대학을 욕하는가
- 대학 안 가도, 존엄한 삶 누리는 사회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덴마크도 40년 전에는 '서열 의식'이 견고했다"
모두가 승리자 되는 복지제도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 임금보다 더 많은 나라

"'사람값'이 비싼 사회를 찾아서"
"'기름밥' 잘 사는 꼴 못보는 그들, '룸살롱 여대생'엔…"
- 경쟁보다 효율적인 것? 바로 협동!

"평등 교육이 더 '실용'적이다"
"'혼자 똑똑한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로마'만 배우는 역사 수업"
- '대학주식회사'의 그늘

"'시장의 포로' 대학 캠퍼스…술집 빼고 다들어왔다"
등록금 400만원, 대학교육 '원가'는 도대체 얼마?
"한국의 대학, 이제 시장의 포로가 됐다"
"비참해진 대학, 뭘 가르칠지 목표도 방향도 잃었다"
자살 또 자살, '공짜' 없는 카이스트는 지금…
- 보편적 복지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이건희 회장 손자에게도 '무상복지'가 필요한 이유
"'좌파'보다 국익에 무관심한 그들, '진짜 우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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