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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공황인가, 장기적 경제불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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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공황인가, 장기적 경제불황인가

[민미연 리포트-다시 한국을 생각한다]<6> 지는 통화주의 경제학, 뜨는 공황 경제학

2008년 9월 이후 지난 2년 반 동안 세계경제는 마치 살얼음을 딛는 듯한 상황을 헤쳐 왔다. 세계 각국들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유동성을 풀고 소비를 늘리기 위해 국민들에게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 지급까지 했으나 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2010년에는 그리스의 지나친 재정적자가 국가부도 위험을 높이며 국제 금융시장을 크게 출렁이게 했다. 그리스는 결국 그해 5월에 IMF와 유로존으로부터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그 뒤를 따라 2010년 11월에는 과도한 외자를 들여와 흥청망청하다 파산위기에 빠진 아일랜드도 10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으며, 올해 5월에는 포르투갈이 세 번째로 780억 유로(약 120조 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그러나 이 나라들만이 아니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도 위험하기는 다 마찬가지이다. 영국의 외채는 무려 9조3000억 달러에 달하므로 조금만 상황이 나빠지면 언제 어떻게 될지 전혀 알 수 없다. 이 나라들은 경제규모가 커서, 문제가 되는 경우 유럽연합이 조성한 유럽재정안정기금 7500억 유로로는 감당도 안 될 정도이다.

▲ 구제금융을 받게 된 그리스에서 정부의 재정 긴축계획에 격렬히 항의하는 시위대. ⓒhttp://reason.com
지는 통화주의 경제학, 뜨는 공황 경제학

그래서 중요한 선진국들은 이자율을 거의 0% 수준으로 낮추고 재정적자를 확대하며 간신히 버티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국가채무도 모두 심각한 수준이므로 재정을 확대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미국정부의 부채도 올해 들어와 이미 의회에서 정해준 한도액을 초과하여 정부기능이 중지될 상황에 처해 있다.

국제 경제상황은 이렇게 어렵다. 그런데도 2008년 이후 많은 주류 경제학자들은 세계경제가 어떤 방식으로든 파국을 피해 다시 정상을 찾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래서 그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같은 사람들을 닥터 둠(Dr. Doom)으로 부르기도 한다. 세계경제의 파국을 이야기한다고 비아냥거리는 것이다.

루비니는 2010년에 낸 <공황 경제학>에서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은 조만간 파산할지 모르고 그것이 유럽연합을 위협할 뿐 아니라 이 지역을 2002년의 아르헨티나, 2008년의 아이슬란드와 같은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바 있다.

또 미국정부가 부채를 줄이지 않고 지금 같이 계속 달러를 찍어낸다면 이것이야말로 재난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이 인플레를 야기시켜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붕괴하게 되면 유럽은 문제 거리도 아닌 상황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규제받지 않는 시장의 내재적인 안정성, 효율성, 탄력성이라는 생각은 이미 파산했으므로 버려야 하고 '공황'이 경제학과 금융에서 정당한 자리를 잡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경제학, 즉 공황경제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벨상을 받은 프린스턴 대학의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같은 사람도 이제 공공연히 공황경제학을 말하고 있다. 그는 '공황은 되돌아오지 않았으나 공황경제-1930년대 세계경제의 많은 부분을 특징지었으나 그 후에는 볼 수 없었던-가 돌연 되돌아왔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은 두 세대 만에 처음으로 공급위주 경제가 -생산능력에 비해 불충분한 민간소비로 인해- 세계의 많은 부분에서 번영에 대한 분명하고 현재적인 제한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이런 반성은 과거에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전유물이었던 공황문제를 일부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또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불황을 피해갈 수 있다는 통화주의 경제학이 이제 불신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경제는 산소호흡기 매단 중환자 신세

그럼에도 문제는 현재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금리가 0%수준이고 재정적자가 극심한 상황에서 각 나라가 쓸 수 있는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은 거의 없다. 그래서 고작 2000년 이후 지속된 유동성 확대에 의존하고 있다. 계속 돈을 풀어 경제의 파국을 막는 것이다.

미국만 해도 이미 12조 달러 이상을 풀었다. 일본도 이번 금융위기에 1조 달러가량을 풀었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이것이 생산이나 소비에는 별 자극을 주지 못하고 있다. 돈이 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금융시장은 2008년 이전과 같이 안전한 곳이 아니므로 금융기업들도 지나친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기적 투자를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연리 겨우 3% 정도의 장기국채나 금 같은 안전한 자산에 돈을 묻어 두고 있다.

실제로 미국기업들은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2009년 말 기준으로 미국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은 9370억 달러로 그 전 해의 7750억 달러보다 1600억 달러 늘어났다.

개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번 돈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해온 미국인들도 이제 빚을 갚고 저축을 하기 시작했다. 경기가 더 나빠지면 그대로는 버티어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택구입을 비롯한 미국인들의 소비지출이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별로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소비가 줄어드니 생산이 줄어들고 이것이 다시 고용을 감소시킨다. 그리고 고용의 감소는 또다시 소비의 감소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경제의 악순환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상적으로는 더 이상 소비를 늘릴 방안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니 미국 정부는 2010년 11월부터는 2차 양적완화로 6000억 달러를 풀고 있다. 매달 600억 달러씩 풀고 있는 것이다. 연준이 달러를 찍어내 그 돈으로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이렇게 많은 돈이 계속 풀리자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며 귀금속이나 원자재, 주식 값이 폭등하고 있다. 금은 온스 당 이미 1500달러를 넘어서서 계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000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연준은 6월 말에 가서 계획한 대로 2차 양적 완화를 중단하겠다고 하나 그것도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경기가 살아나는 조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택판매량이나 고용지표 어느 것 하나 시원한 것이 없다.

결국 지금의 세계경제는 산소호흡기에다, 링거액이나 각종 수액병을 주렁주렁 매단 중환자 신세와 똑같다. 그런데 환자가 호전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데 그것들을 갑자기 떼어 버릴 수 있겠는가. 아마 지금과 같이 세계경제나 미국경제가 지지부진한 상황이 지속되면 3차 양적완화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의 구매력이 떨어지면 수출 신흥국도 타격받을 것

그러면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세계경제는 어떻게 굴러 왔나. 그것은 주로 미국인들의 소비에 의존해왔다. 미국 GDP에서 미국 가계의 소비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70%이다. 2007년 미국의 GDP가 13조8000억 달러, 2009년의 경우는 14조 달러이니 내수는 약 10조 달러에 달한다.

중국, 독일, 일본, 한국 같은 수출국들은 이렇게 엄청나게 큰 미국시장에 주로 의존하여 호황을 누려왔다. 그런데 이제 미국시장이 점차 축소되니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중국이나 인도의 경제가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으므로 신흥국가(BRICS)들이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기관차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의 내수라고 할지라도 합해서 2조5000억 달러로 미국의 1/4 수준이다. 미국의 소비감소를 대치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것이다.

게다가 중국의 수출은 대부분이 저가의 소비재로 미국 시장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소비가 줄면 당장 중국의 수출이 줄어들고 연쇄적으로 중국의 소비가 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중국경제가 자족적인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미국의 소비가 줄면 전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러니 지금같이 유동성 확대를 통해 현상을 유지하다가 그 약발이 다하는 순간 붕괴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은 상태가 계속되면 그런 상황은 멀지 않아 보인다.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이런저런 위기가 계속되다 돌연 붕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빠르면 2011년 내에 닥칠 수도 있으며 멀어도 2-3년을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라는 것이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눈사태와 같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가 2008년 가을에 직접 목도한 바 있다.

문제는 그다음에 올 사태이다. 그것이 급격한 경기침체를 가져와 1930년대와 같은 세계적 경제공황으로 떨어질 것인지 아니면 그보다는 온건하나 20-30년에 걸친 장기적인 디프레션을 맞을 것인지이다.

그러나 그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여하튼 그것이 장기에 걸친 매우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지금의 과다한 부채가 해소되어 거품이 빠지기 전까지는 경제회생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나친 거품 경제로 인해 1990년대 초에 불황에 빠진 일본이 아직도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일본의 경우도 과도한 부동산과 주식 거품이 터짐으로써 나타난 은행과 가계의 부실이 그 원인이다. 그래서 돈이 없으니 소비를 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

일본은 그래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들을 보유한 나라이고 그 후에도 수출을 통해 매년 GDP 3% 수준의 엄청난 무역흑자를 내온 나라이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아무런 돌파구가 없는 상황에서 세계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경제가 붕괴한다면?

세계경제가 붕괴하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지난 경제공황의 과정을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우선 금융시장이 붕괴할 것이다.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파산을 하든가 큰 회사들의 경우 정부 보조금에 의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게 될 것이다.

소비가 크게 축소되고 상품가격이 하락하며 실물경제는 심각한 위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임금은 크게 떨어지고 실업자나 반실업자는 급증하게 될 것이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의 실업률은 7-10% 정도이다. 나라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적어도 그 두 세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에 따라 각 가계의 생활수준은 급락하게 되고 빈부차이도 크게 확대될 것이다. 재산이 있거나 직장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나으나 실업을 하는 사람들은 생존조차 어렵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심각한 사회적 불안이 나타날 것이고 이는 정치적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각국에서 극단주의가 활개를 칠 것이고 극우세력과 극좌세력들이 충돌하게 될 것이다. 정치적 무정부 상태가 장기화할 것이다.

국제관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지금은 G20이 모여 국제공조체제를 갖추는 등 협력을 모색하고 있으나 상황이 더 나빠지면 국제공조는 물 건너가게 될 것이다.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 상황이 악화되면 아마 유럽연합 자체도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국제관계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심한 정도로 무질서가 증대할 것이고 강국들은 힘을 사용하려는 유혹을 강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일부 국가들에 의한 국지전쟁의 발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란이나 베네수엘라와 같이 석유를 가지고 있고 고분고분하지 않은 나라들이 희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쟁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http://www.allvoices.com
자유무역주의, 더 이상 명분 없다

이것은 한 편에서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해 오던 신자유주의가 종언을 고하든 큰 타격을 입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자본주의의 붕괴로 더 이상 해외의 금융시장에서 이익을 얻을 수 없게 되면 미국 같은 나라가 자국시장과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무역을 채택하는 것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자유무역주의에 매달릴 실익도 명분도 없는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도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세력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제롬 코시라는 미국의 한 베스트셀러 저술가는 <매물(賣物) 아메리카>라는 책에서 신자유주의가 공장을 수출하고 일자리를 빼앗음으로써 미국의 기둥인 중산층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맹렬히 비판하고 있다.

부동산재벌로 널리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려고 정치적 행보를 시작한 것도 이런 흐름을 타고 있는 것이다. 그는 중국 상품들에 관세 25%를 물려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보호무역을 주장하고 있다.

아직은 경제 회생에 대한 미련 때문에 참고 있겠으나 상황이 더 악화되면 미국인 자신이 신자유주의 질서를 받아들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세계에 강요해 온 미국이 포기하는 상황에서 그것이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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