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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금감원 희생양 만들기', 안 된다"

[김상조 칼럼] "진짜 문제는 '금융위 모피아'다"

요즘 금융감독원이 난타당하고 있다. 모든 언론이 금감원의 도덕적 해이와 무능을 비난하고 있다. 급기야는 어제(5월 4일) 이명박 대통령이 친히 금감원을 불시 방문하여 "그냥 넘어갈 거라 생각마라"라고 질타했다.

금감원, 비난받아 마땅

당연히 호떡집에 불이 났다. 금감원은 지난 5월 2일 저축은행 감사의 역할과 책임성⋅독립성 강화를 위한 대책을 발표한데 이어, 어제 대통령 불시 방문 직후에는 이보다 훨씬 강한 내용의 쇄신방안을 발표하였다. 예컨대, 퇴직 후 2년간 저축은행 감사 취업을 제한하기로 했던 것을 전 금융기관에 대해 감사 추천 관행을 철폐하기로 강화했고, 재산등록 대상 직원을 현행 2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하는 안을 검토하겠다는 식이다.

최근 드러난 문제들을 보면, 금감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감독기관 직원이 피감 금융회사 직원들보다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리스크 관리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 제공'은 언감생심이고 '규정위반 지적 건수 채우기'에 급급한 것이 금감원 검사의 현실이라는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한 퇴직 후 미래의 직장이라는 생각에 엄격하게 감독하지도 못하고, 이미 낙하산 감사로 내려가 있는 선배들의 전방위 로비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도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심지어는 부실 금융회사로부터 뇌물을 받고 구속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따라서 금감원은 총체적 신뢰 위기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함께 근본적인 쇄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금감원만의 책임인가?

그러나 여전히 찜찜하다. 아니 분노가 치민다. 작금의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금감원만의 책임인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부실 관련 청문회에 진념, 이헌재 이하 김석동, 권혁세까지(죄송하지만, 존칭 생략) 전·현직 모피아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증인으로 총출동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어느 정권의 잘못이 더 큰가를 놓고 도토리 키 재기 논쟁을 벌였지만, '정권은 유한하고, 모피아는 영원하다'라는 말만큼 문제의 핵심을 더 적확하게 드러내는 표현도 없을 것이다. (편집자 주: 모피아는 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의 영문 약자인 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재무부 출신 인사들을 일컫는 말이다.)

1998년 말 211개이던 저축은행 숫자가 지금은 105개로 줄었다. 한 업종에 종사하는 금융회사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부실이 심각하고 수익모델이 취약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 엄청난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정책기조는 단 하나였다. 이른바 '시장원리에 따른 구조조정.' 즉,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부실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괜찮아 보이는 저축은행에 떠넘겨버리는 M&A 내지 P&A(자산부채이전.부실금융기관의 자산과 부채를 우량 금융기관에 인수시키는 것) 방식이 예외 없이 적용되었다.

부실을 떠넘겼으니, 민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상호신용금고에서 (상호)저축은행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영업구역을 확대하고, 목 좋은데 지점을 추가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그리고 '88클럽'(BIS비율 8% 이상, 고정이하 여신 비율 8% 미만인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법인 신용공여한도를 철폐함으로써 PF대출에 올인하도록 만든 것 등이 모두 민원처리의 결과였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은 서민금융기관이 아니라 부동산금융기관으로 변질되었고, 부실은 더욱 심해졌다. 이게 금감원만의 책임인가?

최근 상황도 마찬가지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 따라 건설회사의 부실이 심각해졌고, 이는 PF대출 및 저축은행의 부실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때 금융위는 무슨 일을 했는가? 은행의 팔을 비틀어 대주단협정을 체결토록 하고, 부실 건설회사에 무조건 자금을 지원하도록 압박했다. 그러나 관치는 부실을 제거하지 못한다. 최근 LIG건설 등의 재벌계 건설회사가 부실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통합도산법 상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사태가 벌어진 배경이 바로 이것이다. 이를 '대기업의 꼬리 짜르기'라고 비난할 자격이 금융위에 있는가?

이 와중에도 금융위의 '시장원리에 따른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 원칙은 지속되었다. 예컨대, 이번에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5개 저축은행 중 대전저축은행과 전주저축은행은 각각 2008.11월과 2008.12월에 인수된 것이다. 2008.6월부터 2001.6월까지 2년 동안 총 12개의 부실 저축은행이 M&A 또는 P&A 방식으로 처리되었다. 부실을 떠넘겼는데, 어찌 감독을 철저하게 하겠는가?

또한 캠코(자산관리공사)는 저축은행으로부터 2008.12~2009.3월에 1차로 1.2조원어치(원금 1.7조원), 그리고 2010.6월에는 2차로 2.8조원어치(원금 3.8조원)의 부실 PF채권을 매입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만 약 6천억원의 부실 PF채권을 매입했다. 1차 매입은 캠코의 고유계정 자금을 이용하였으나, 정부 예산으로 캠코에 출자를 하였기 때문에 사실상의 공적자금이다. 2차 매입은 구조조정기금을 이용하였는데, 이는 공적자금관리특별법 상의 명실상부한 공적자금이다.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으로 부실 저축은행을 지원했으니, 부실 상태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함께 경영개선계획의 이행을 철저히 점검했었어야만 한다. 그랬다면, 작금의 사태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그 파장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인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 이게 금감원만의 책임인가? 캠코는 금융위의 감독 하에 있다.

가장 큰 책임은 금융위 모피아에 있다

금감원이 비난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퇴직 후 감사로 취업해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데 있다. 재차 강조하지만,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금감원만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 저축은행은 속된 말로 가장 별 볼일 없는 금융회사이다. 여기에 감사로 가는 금감원 직원은 나이 50 안팍에 옷을 벗은 팀장급 정도이다. 그 이상의 고위임원은 은행⋅증권사⋅보험사로 간다. 금융위의 퇴직 관료는 더 좋은 데로 간다. 강만수 전 장관은 산은지주 회장으로 갔고, 연봉도 올려 받았다. 이들 금융회사는 망하지 않았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의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폐해는 더 심각하다. 따라서 금감원 직원만 비난하는 것은 정말 부당하다.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금융위 모피아에 있다. 감독권한을 여타의 정치적⋅정책적 목적에 오남용하는 관치금융을 자행하면서, 나중에 문제가 터졌을 때는 금감원에 책임을 미뤄버리는 금융위 모피아가 문제의 원흉이다. 물증은 없지만, 이번 금감원 희생양 만들기의 진원지도 금융위 모피아라는 것이 필자의 추측이다.

금융감독체계의 근원적 재편 모색해야

거듭거듭 강조하지만, 금감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반성하고 쇄신해야 한다. 그러나 금감원만 때려잡는다고 지금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에 명기되어 있듯이, 금감원은 금융위의 '지도⋅감독'을 받아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기관이다. 한마디로 금융위의 시다바리다. 금감원에 문제가 있다면, 지도⋅감독을 제대로 못한 금융위도 책임을 면치 못한다. 아니, 정말 중요한 의사결정은 금융위가 했으니, 금융위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한편,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현행 금융감독체계는 전면적 개편을 필요로 한다. 금융위는 금융감독 기능(브레이크)과 금융정책 기능(엑셀러레이터)을 동시에 가진 유례없는 괴물 조직으로 군림하고 있고, 금감원은 자율성을 상실한 실무기관으로 전락했다. 국내금융정책은 금융위가 담당하고 국제금융정책은 기재부가 맡는 이상한 업무분장도 합리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다. 위기 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예보와 캠코는 금융위의 감독을 받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의료사고의 원인을 밝혀야 할 검시관이 사고를 일으킨 의사의 지시를 받는 것과 같다. 또한 위기 시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역할을 수행해야 할 한국은행은 금융안정과 관련한 어떠한 권한도 책임도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은 모두 금융규제감독체계의 개편을 추진하였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도대체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현행 금융감독체계를 계속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가 금융회사의 부실을 심화시키고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금감원만을 희생양으로 만든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번 부실 저축은행 사태를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4일 금융감독원을 전격 방문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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