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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4.27 선거, 진짜 승자는 '보편적 복지'다"

[복지국가SOCIETY]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이 가야할 길

4.27 재보궐 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한나라당의 만년 아성이던 분당에서 여당이 패배했고,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이 강세를 보였던 강원도지사 선거에서도 여당이 졌으므로, 이는 누가 봐도 한나라당의 명백한 패배다. 그래서 지금 여당에서는 지도부가 사퇴하였고, 책임을 따지고, 이후의 대책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고 시끄럽다. 우선적으로 이 모든 것이 이명박 정부의 실패 때문이다. 그래서 '정권 심판'이라는 프레임으로 이번 선거의 결과를 분석하는 입장은 지극히 타당하고 옳다. 우리 국민은 이번 선거에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정 운영의 '방식과 기조' 양쪽 모두에서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집권 이후 지금까지 소통 부재의 권위적이며 일방적인 국정 운영을 해 왔는데, 이는 국정 운영 '방식'의 문제이다. 국정 운영 '기조'의 문제로는 토건국가와 신자유주의 시장만능국가를 들 수 있다. 토건국가는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인데, 4대 강 개발 같은 환경 파괴적인 토건국가는 이명박 정부의 주요 특성 중의 하나다. 다른 하나는 시장만능국가인데, 이는 김영삼 정부 이래로 추진해온 우리나라의 신자유주의 경제사회정책이 현 정부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추진된 결과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신자유주의 시장만능국가는 경제사회와 노동시장의 양극화로 인해 우리네 민생을 불안과 파탄으로 몰아갔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정권을 지속적으로 심판하고, "변화"를 선택했던 것이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우리 국민은 매번 정권을 심판하는 투표를 반복해왔다. 지난 10여 년 동안 늘 그랬다. 바꾸고 심판하고 또 바꾸었다. 그런데도 우리네 민생이 불안하고 힘겨운 것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은 갈수록 더 나빠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투표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졌고, 정치에 대한 불신과 환멸은 도를 넘었다.

그런데 이번 4.27 선거는 재보궐 선거 중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보였다. 심지어 분당의 투표율은 지난 총선의 투표율보다 더 높았다. 여야 거물 정치인의 맞대결이라는 정치적 의미가 큰 요인이었겠으나, 이것만으로는 젊은 유권자들의 높은 투표 참가율을 설명하기 어렵다. 두 가지의 이유가 더 있다. 하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이고, 다른 하나는 "변화"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다. '바꿔 봐야 그게 그것'이라고 생각하였다면, 직장 다니는 젊은 유권자들이 새벽과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기를 쓰고 투표장에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는 정말로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투표한 유권자들 덕분에 민주당이 승리하였던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전에 없이 기꺼이 투표장을 찾았던 많은 유권자들이 갈망하였던 그 "변화"라는 것이 무엇인가?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은 이 부분을 깊이 생각하고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길이 정답이다. 작년 6.2지방선거와 이번 4.27 재보궐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이 심판한 이명박 정부는 일방통행식의 권위주의 정권이며, 자본 주도의 자유시장 논리만을 신봉하는 시장만능정권인데,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이와는 정반대 편에 위치하고 있다. 스웨덴이나 북유럽 복지국가들이 권위적이거나 토건정권이거나 시장만능정권이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작년 10월 3일 치러졌던 민주당 전당대회는 민주당의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뚜렷한 방향 전환을 이룰 계기를 제공하였다. 당 강령에 '보편적 복지'를 삽입한 것이 그것이다. 이후의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지원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정체성은 보편적 복지국가"라고 공식 선언함으로써 민주당이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더구나 올해 연초부터 민주당이 제시하였던 소위 '무상복지 3+1'은 우리 사회를 한동안 복지논쟁으로 몰고 갔고, 언론은 연일 포퓰리즘이라는 용어와 함께 무상복지의 주요 내용과 복지국가 담론을 다루었다.

이러한 복지국가 논쟁과 함께 보편적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4.27 재보궐 선거에서 젊고 진보적인 유권자들을 대거 투표장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에 투표한 사람들은 자신의 한 표로 이명박 정권을 분명하게 심판하였다. 그런데 이들 유권자들의 심판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되게 해서는 곤란하다. 이번에 여당을 심판한 유권자들이 다음에는 정권을 교체한 새로운 여당을 또다시 심판하는 일을 반복하게 하는 것은 우리시대의 비극이다. 정권을 교체하였더니 참 잘한다며 다시 국정운영의 기회를 주는 투표를 하도록 하는 것은 민주당이 하기에 달렸다.

▲ 손학규 민주당 대표. ⓒ뉴시스
그래서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이 잘 해야 한다. 내년 총선 때까지는 선거 등의 정치일정도 없다. 야당에게 불리한 시기이다. 각종 선거 등으로 정치적 주목을 받을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민주당이 정체성과 정치적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작년 10.3 전당대회에서 채택하였던 '보편적 복지'와 올 연초에 제시하였던 '무상복지 3+1'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보편주의 복지국가' 노선을 당의 공식 이념으로 삼아 민주당을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 아니, 더 넓고 크게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주의 정치질서의 한 축으로서의 민주당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지금까지 영남 기반의 한나라당과 호남 기반의 민주당은 우리나라 지역주의 정치를 대표하는 양당체제를 형성해왔다. 국민들도 이런 정치질서 속에서 오랜 기간 동안 정치를 기피하고 백안시하며, 한편으로는 지역주의 정치에 적응하며 지내왔다. 그 결과, 외형상의 민주주의는 살아있으되, 내용상의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경제사회적 민주주의는 점차 죽어갔다. 신자유주의 시장만능국가는 이러한 한국 정치의 내용상의 비정상성에 기인한 것이다. 이제 각종 민생불안으로부터 벗어나고자 경제사회적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염원하는 압도적 다수 국민의 열망을 민주당이 받아 안아야 한다.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은 '보편주의 복지국가'라는 가치를 높이 세우고, 기존의 민주당이 상당부분 가지고 있던 호남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보수 또는 중도 개혁' 성격의 정치노선을 버리고, 중도 진보 '보편주의 복지국가' 정당의 길로 가야한다. 그것이 작년과 올해의 선거와 각종 여론조사들에서 우리네 민심이 요구하는 바이다. 우리 국민의 70%는 우리나라가 장차 북유럽 식의 보편주의 복지국가로 발전해 가길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세금을 더 내겠다는 국민이 응답자의 절반에 이르고 있는 바, 이는 과거 어느 때에도 없었던 일이다. 그리고 이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시대가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요구하고 있다. 어떤 유능하고 진보적인 정치세력이나 카리스마 있는 정치인들이 우리네 세상을 이렇게 바꾼 것이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지속된 신자유주의 시장만능국가의 민생불안과 민생의 고통이 '더는 못 살겠으니 바꿔보자, 기존의 시장만능주의 방식과 다른 삶의 방식을 찾아보자'는 "변화"의 요구로 나타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와 대기업을 위한 규제완화라는 신자유주의 시장만능국가가 아니라, 행복하고자 노력하는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보편주의 복지국가'가 우리시대의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민주당 혼자의 힘만으로는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이룰 수 없다. 지금의 민주당을 구성하고 있는 정치세력만으로는 그 성격상 보편주의 복지국가 노선을 제대로 추구하기도 어렵거니와, 호남 지역주의 정당의 한계를 벗어나기도 어렵다. 그래서 대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 전체와 시민사회의 신진세력들이 함께 모여 '보편주의 복지국가'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단일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복지국가 단일정당이 그것이다. 이것이 4.27 재보궐 선거가 끝난 지금부터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다.

민주당 안팎의 일부에서는 이번 4.27 재보궐 선거의 승리를 왜곡되게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경계해야 할 일이다. 분당에서 민주당의 손학규 후보가 인물론을 내세워 조용히 선거를 치른 것을 두고, 중도개혁 또는 중도 유권자 전략을 주장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건 정말이지 터무니없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국가' 노선이나 '무상복지 3+1'과 같은 진보적 정책 방향을 이번 선거에서 성공적으로 잘 숨기고, 분당 유권자들에게 중도 이미지를 선보였기 때문에 손학규 후보가 선거에서 이겼다고 분석하는 것이 그것이다.

분당 유권자들은 민주당 후보의 중도 이미지에 속아 손 후보에게 투표할 만큼 무지하지 않다. 이와 반대로, 이명박 정부의 토건 국가적 시장만능주의를 거부하며, 민주당에게 '보편주의 복지국가' 노선을 분명히 세우고, 반드시 복지국가를 이루어 달라는 염원을 담아 투표한 유권자들 덕분에 손 후보가 당선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이는 새벽, 점심시간과 퇴근 직후 투표가 집중되었던 사실과 지난 총선보다 높은 투표율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민생불안에 시달리는 젊은층, 중산층, 서민들의 높은 투표참여 덕분이다.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이들 모두에게 삶의 안정감을 주는 유리한 제도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민주당의 많은 정치인들은 이번 4.27 재보궐 선거에서 손학규 후보가 이긴 분당의 경우를 보며 크게 안도하는 모양새다. 한나라당이 늘 이겼던 분당에서조차 민주당이 승리하였으니, 수도권의 다른 선거구에서는 지역구만 잘 관리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범야권이 대통합의 길로 가면 더 확실하게 승기를 잡을 수 있겠지만, 그 경우 기존의 지구당 위원장들이 공천을 못 받을 우려도 있는 만큼, 지금의 민주당을 적당히 강화하면 나름의 승산이 있다는 셈법이 그럴 듯 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터무니없는 잘못된 생각이다.

이번 4.27 재보궐 선거는 명백하게도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대한 심판이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은 더 이상 이명박 정권 심판이 먹히지 않는 선거가 될 전망이다. 2012년 총선은 차기 대권주자가 선도하는 미래지향적 선거이므로 임기를 다해가는 이미 수차례 심판 받은 이명박 정부가 선거의 재료로 끼어들 여지는 거의 없다. 야권이 내세우는 미래와 여권의 대선주자가 말하는 미래가 경쟁하는 선거가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대선의 전초전으로서 총력전이 벌어질 것이다. 때문에 여야 모두 세력을 최대한 통합하고, 현재의 민생불안을 해결할 확고한 국가운영의 비전과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은 '복지국가'라는 가치 중심의 정계재편에 나서야 한다. '보편주의 복지국가'에 동의하는 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세력들은 중도 진보의 영역에서 복지국가 단일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은 가치 중심의 세력통합이라는 큰 정치의 길로 가야한다. 이것이 정치기제와 민주주의를 통해 민생불안을 해결하고, 시대정신을 실현할 올바른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민주당 체제로 연말의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비극은 결코 없어야한다. 민주당은 독자적 강화가 아니라 복지국가 단일정당에 참여하여 거대한 중도 진보정당으로 재편되는 길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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