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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준의 대기업 때리기와 진중권의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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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준의 대기업 때리기와 진중권의 통찰

[홍헌호 칼럼]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이 노리는 것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연기금이 주주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진보진영의 일부 시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작정 박수만을 보낼 수는 없다. 그들이 무엇을 노리는지 속이 훤히 다 들여다 보이기 때문이다. 탁월한 시사평론가이자 문화평론가인 진중권 전 중앙대 교수는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정치 판세는 한 달에 열두 번도 변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곽 위원장을 포함한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은 바로 지금 이것을 노리고 있다.

무상급식 공약, 정권 토대 흔들었다

최근의 정치 판세는 정부와 여당에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초 야당들이 내놓은 2조 원 규모의 무상급식 공약이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면서 현 정권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부유층과 대기업에 매년 20조 원에 가까운 감세를 해 준 집권세력이 2조 원 규모의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으로 몰아가자 국민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집권세력은 천안함 사태를 최대한 활용하여 '안보 위기론'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과거와 달랐다. 정치의식이 높아진 국민들은 더 이상 '안보 위기론'에 휘둘리지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 기관들이 '안보 위기론의 승리'를 점치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싸늘하게 등을 돌렸다. 전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 전세계적으로 레드콤플렉스가 가장 강한 나라, 이 나라에서 '안보 위기론'이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된 것이다. 이 대통령 측근들은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정운찬 위원장이 집권세력에 출구를 제공했다

그러나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는 법. 출구는 예상하지 않은 곳에서 만들어졌다. 1회성 총리로 불리우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그의 의도와 무관하게 출구를 제공한 것이다. 그것은 대기업들의 부도덕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었다.

처음에 정 위원장은 순수하게 개인적인 목적에서 본인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이익공유제'라는 포탄을 쏘아 올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의외로 효과가 좋았다. 많은 국민들은 그 포탄이 폭발하는 것을 보면서 대기업들에 눌려 살아왔던 자신의 억눌린 감정도 폭발하는 것을 느꼈다.

포탄이 터지고 국민들이 술렁이자 이 대통령 측근들은 어리둥절해 하며 처음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보수언론들의 '이념 공세'가 두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종편(종합편성채널) 경쟁'이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향후 종편이라는 신생 미디어시장을 두고 재력 충만한 <중앙일보>와 피 터지는 싸움을 해야 하는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대기업 때리기에 동조하고 나선 것이다. 우군이 늘어가자 이 대통령 측근들은 이 출구가 꽤 쓸만하다고 판단했다. 공적 연기금이 제대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곽 위원장의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과실을 내놓으면 부동층들이 심하게 흔들릴 수도 있다

앞으로 집권세력들은 어떤 행보를 보일까? 지속적으로 대기업 때리기를 하며 보수와 진보 사이에 서 있는 부동층들을 끌어 들이려 할 것이다. 진보진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이들에게는 권력이 있고, 수많은 정책수단이 있다. 진보진영이 보수진영보다 더 열심히 대기업을 비판하겠지만, 막상 이들이 눈에 보이는 과실을 내놓으면 부동층들이 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

레임덕이 왔다 하여 집권세력들을 우습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진중권 전 중앙대 교수의 말대로 "정치 판세는 한 달에 열두 번도 변할 수 있다." 집권세력들이 부동층들을 끌어 당기고, 야당 쪽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되면 판세는 전혀 예상하지 않은 쪽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물론 정권 말기가 되면 검찰 등의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현격하게 떨어진다는 분석도 많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미 검찰 등의 손에 '부자감세'라는 떡고물이 묻혀져 있다는 사실도 고려되어야 한다. 야당들이 이것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어느 정도 중립적인 태도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정략,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진보진영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적장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는 침묵'하는 것이라 믿고 있다. 보수진영이 부분적으로 잘한 게 있는데도 불구하고 억지를 부려 그 부분을 비판할 수는 없지만, 쌍수를 들어 환영할 필요도 없다.

이 대통령 측근들이 대기업 때리기에서 더 나아가 '부자감세 철회'까지 해준다면 어떻게 될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반가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그들에게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부자감세'로 '소득 양극화 해소장치'를 다 망쳐놓고 이제 와서 정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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