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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논설실장의 몰염치한 스웨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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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경제> 논설실장의 몰염치한 스웨덴 비판

[홍헌호 칼럼] 스웨덴 국민들이 협잡꾼? 진짜 협잡꾼은 따로 있다

<한국경제>에 칼럼을 쓰는 이 중에 정규재라는 사람이 있다. TV토론에 나와 어이없는 말을 많이 한 탓에 낯이 익은 인물이다. 최근 지인으로부터 그의 황당한 글을 한번 읽어보라는 권유를 받고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직책이 '논설실장'이란다.

얼마나 황당한 글을 썼기에 그의 글을 읽어 보라는 것인가. 지인이 지목한 글의 제목은 '스웨덴 국민 누가 협잡꾼으로 만들었나'(<한국경제> 2011년 2월 8일)다. 글의 요지는 한국의 좌파들이 스웨덴의 "껍데기만 들고와 떠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무지일 뿐"이며 "알고도 그런다면 고약한 기만"이라는 것이다.

스웨덴 부가세율이 미국보다 높아?

기세가 등등하다. 그런데 그에게는 매우 유감스럽게도 글 내용을 검증해 보기도 전에 그의 무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1991년 (스웨덴) 세제개편(으로)…높은 소득세제는 막을 내리고 부가세를 대폭 강화하는 오늘의 체제로 이행하게 된 것이다.…1991년 당시…부가세 비중은 미국이 16.8%였던 데 반해 스웨덴은 26.9%라는 기록적인 수준이었다."

미국의 부가가치세 비중이 16.8%라니. 이 사람은 지금 미국에 부가가치세가 없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1991년 스웨덴의 부가가치세 비중은 26.9%가 아니라 16.4%였다.

16.8%와 26.9%라는 수치는 어디에서 구해 왔을까. 대충 짐작이 갔다. 소비과세 비중을 부가가치세 비중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OECD 자료를 찾아 보니 1991년 미국의 소비과세 비중은 18.1%, 스웨덴은 26.4%라는 수치가 나온다.

그는 왜 스웨덴의 소비과세 비중을 부가가치세 비중이라 우겼을까? '부자감세를 확대하고 대신 서민들의 세금인 부가가치세를 인상하자'는 강만수 전 장관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고약한 일이다. 그의 말을 그대로 돌려준다. 정 실장이 '모르고서 그렇게 떠들었다면 무지요, 알고도 그랬다면 고약한 기만'이다.

스웨덴이 간접세의 나라? 이건 또 무슨 소리?

▲스톡홀름 도심 풍경. ⓒ프레시안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흔히 소득재분배를 위한 직접세의 나라라고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스웨덴은 온갖 조세회피의 결과 간접세의 나라가 된 것이다."

스웨덴이 간접세의 나라가 되었다는 그의 주장은 사실일까. OECD는 조세를 소득세, 법인세, 사회보장세, 재산과세, 소비과세 등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소비과세를 간접세로 분류할 수 있다.

스웨덴의 소비과세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OECD에 따르면 2007년 스웨덴의 소비과세 비중은 26.6%로, OECD 30개국 중 9번째로 간접세 비중이 낮다. 참고로 OECD 30개국의 간접세 비율은 평균 30.9%다.

즉 스웨덴을 "간접세의 나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번에도 그의 말을 그대로 돌려준다. '모르고서 그렇게 떠들었다면 무지요, 알고도 그랬다면 고약한 기만'이다.

희한한 개념을 창조하고 사실을 왜곡한 정규재

정 실장의 무지 혹은 기만행위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소득세를 평균 60%(최고세율은 72%)에서 평균 30%(최고세율 50%)로 끌어내렸던 것이 1991세제 개혁의 골자다. 법인세 역시 57%에서 30%로 인하됐다."

이 대목을 보면 정 실장이 평균세율이라는 희한한 개념을 창조해서 자기 멋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평균세율이라는 것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개념이 오히려 현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기 때문이다.

또 정 실장 식으로 평균세율을 산출한다 하더라도 스웨덴이 "소득세를 평균 60%에서 평균 30%로 끌어내렸"다는 주장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1990년과 1991년 사이 스웨덴은 4개 소득구간에 걸쳐 34%, 41%, 55%, 66%의 세율을 23.25%, 31%, 34.1%, 51%로 낮추게 되는데, 정 실장 식으로 계산하면 평균세율은 49%에서 35%로 낮아지는 셈이 된다.

평균세율이 현실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이유는 평균세율에 변화가 없더라도 총소득 대비 과세기준소득(=과세표준) 비율이 변화하거나, 소득구간 경계선이 변화하면 조세부담율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반대로 평균세율에 큰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총소득 대비 과세표준 비율이 조정되거나, 소득구간 경계선이 조정되면 조세부담율 변화는 아주 작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평균세율이라는 개념 자체를 폐기하고 '실효세율'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실효세율은 조세부담액을 총소득으로 나누어서 산출하는데, 납세자의 실질적인 조세부담 변화를 간단명료하게 보여준다.

1991년 세제개편으로 스웨덴의 소득세 실효세율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OECD에 따르면 1990년과 1992년 사이 스웨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부담액 비율(=실효세율 대용[代用] 지표)은 20.1%에서 16.7%로 낮아졌다. 1991년의 세제개편으로 소득세 부담액 비율이 3.4%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정 실장은 마치 스웨덴 소득세율이 반토막이 난 것처럼 독자들을 기만했지만, 실제로 스웨덴 소득세 실효세율은 6분의 1 정도 낮아졌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소득세 부담액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고작 4.4%(2007)다. OECD 평균 9.4%의 절반도 안된다. 이런 소득세 부담률 지표를 가진 나라의 지식인이 20.1%의 소득세 부담률을 가진 나라가 그것을 16.7%로 낮추었다 하여 고소해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창피스러운 일이다.

90년대 스웨덴 법인세 부담률, 2.4배 증가했다

또 정 실장은 문제의 글에서 스웨덴 "법인세(율) 역시 57%에서 30%로 인하됐다"고 주장한다. 이것도 거짓말이다. 1991년 세제개편으로 법인세율이 52%에서 30%로 인하되었을 뿐이다. 대신 기업에 대한 과세베이스를 대폭 넓히고, 각종 세제감면제도를 대폭 축소하여, 오히려 법인에 대한 실효세율이 엄청나게 높아지게 되었다.

OECD에 따르면 1990년과 2000년 사이 스웨덴의 GDP 대비 법인세 부담률은 1.6%에서 3.9%로 2.4배나 증가했다. OECD 자료는 정 실장처럼 단순히 평균세율이나 최고세율에만 의존하여 조세분석을 하는 것이 얼마나 허구적인가를 잘 보여준다.

높은 소득세율과 조세회피와의 상관관계, 크지 않다

정 실장은 또 "과도하게 높은 소득세율이 스웨덴 사람들을 협잡꾼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과도하게 높은 세율이 일부 극소수 부유층들로 하여금 조세회피를 시도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보수언론들의 호들갑과 달리 실증연구 결과는 양자간의 뚜렷한 인과관계를 보여주지 못한다.

지하경제 연구 부문에서 독보적인 권위를 가진 오스트리아의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에 따르면 스웨덴 소득세 최고세율이 90년과 91년 사이 66%에서 51%로 낮아졌지만 지하경제 비중은 1980년 11.9~12.4%에서 1995년 18.9%로 높아졌다.

다른 나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981년과 1995년 사이 소득세 최고세율이 67.5%에서 55%로 낮아진 벨기에의 지하경제 비중은 16.4%에서 21.6%로 높아졌고, 같은 기간 소득세 최고세율이 40%에서 34.5%로 낮아진 덴마크의 지하경제 비중도 10.2%에서 18.1%로 높아졌다.

또 같은 기간 소득세 최고세율이 60%에서 48%로 낮아진 아일랜드의 지하경제 비중도 8%에서 15.6%로 높아졌으며, 역시 같은 기간 소득세 최고세율이 72%에서 51%로 낮아진 이탈리아의 지하경제 비중도 16.7%에서 26.2%로 높아졌다.

스웨덴과 우리나라 '협잡꾼들' 규모는

정 실장의 용어를 빌려와 '조세를 회피하고자 하는 비양심족'을 '협잡꾼'이라 부른다면 우리나라의 '협잡꾼들'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이들의 규모는 지하경제 규모를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슈나이더 교수에 따르면 2006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지하경제 비율은 27.3%로, OECD 25개국(동유럽 제외) 중 멕시코를 제외하고 가장 높다. 16.3%에 그친 스웨덴보다는 1.67배 더 높다. 국민 수 대비 우리나라 협잡꾼들의 규모가 스웨덴보다 1.67배 더 크다는 이야기다.

우리 속담에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다. 지하경제 규모에서도 OECD 꼴찌 수준, 공공복지 재정지출에서도 OECD 꼴찌 수준, 소득세 부담률에서도 OECD 꼴찌 수준, 기업 조세 부담률에서도 OECD 꼴찌 수준. 지적으로 성실한 지식인이라면 이런 지표들을 보면서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기업들의 법인세 부담률은 OECD 평균 수준이지만, 사회보험료 부담률은 OECD 평균의 절반도 안되기 때문에 기업들의 총조세부담률은 OECD 꼴찌 수준이다).

그런데 정 실장은 수치심을 느끼기는 커녕, 근거없는 주장을 하며 전세계인들로부터 칭찬받고 있는 나라 흠집내기에 열중하고 있다. 개탄스러운 일이다. 참고로 세계은행은 몇 년 전 핀란드, 스웨덴 등이 포함된 북유럽 국가들을 가장 바람직한 경제·사회체제를 가진 국가로 지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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