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일 금융위의 결정에 대한 입장
어제 금융위는 "론스타펀드는 산업자본은 아니며,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대주주 적격성 여부는 추가적인 법리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필자는 금융위의 이 결론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우선, 론스타 산하의 6개 펀드 중 오직 하나(론스타펀드Ⅳ)만을 대상으로, 그것도 기존에 론스타가 제출한 자료만을 근거로 론스타가 산업자본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 정말 분노하고 있다.
이럴 거면, 왜 감독당국은 경제개혁연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문제를 제기한 2007년 이후 4년 가까운 세월을 허송했는가? 금융위는 나머지 5개 펀드가 은행법 시행령 제1조의4(특수관계인의 범위) 규정에 해당되지 않음을 증명하는 자료를 공개하여야 한다.
또한, 주가조작 사건에 따른 '사회적 신용' 요건 부분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도 납득할 수 없다. 이는 사실상 감독당국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번 칼럼에서 필자의 의견을 충분히 피력하였으니, 더 이상 부연하지 않겠다.
결론적으로, 필자(와 경제개혁연대)는 금융위의 판단 오류와 직무유기에 대해 계속 문제제기하고, 책임을 물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자세한 내용은 지난 16일자 경제개혁연대 논평 "금융위, 4년 동안 뭘 심사했다는 것인가?" 참조). 따라서 필자는 '어용교수'도 아니고 '좀비'도 아니다.
대주주 자격 상실의 효과
은행의 대주주가 산업자본으로 판정되면, 또는 법령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대주주 자격을 상실한다. 그런데 장화식 위원장은 은행법 상 대주주 자격 상실의 법률적 효력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대주주 자격 상실은, '대주주'로서의 은행 경영권을 박탈한다는 것이지, '주주'로서의 소유권을 박탈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래서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는 경우, '9%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을 즉각 제한하고, '9% 초과분'을 6개월 내에 매각하도록 명령하는 것이다. 보유 주식 전부에 대해 의결권을 박탈하는 것도 아니고, 보유주식 전부에 대해 매각을 명령하는 것도 아님을 유의하기 바란다.
더군다나, 대주주 자격 상실이 자동적으로 주식을 취득하게 된 최초 거래의 사법적 효력을 부인하는 것(즉 주식취득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도 아니다.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더라도 소유권은 인정되며, 따라서 소유에 따른 처분권도 인정된다. 즉 6개월 내에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매각할 것인가는 (자격을 상실한) 대주주가 결정하는 것이지, 감독당국이 개입할 근거가 없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문제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문제와는 별개의 이슈다. 이것이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논란을 빌미로 금융위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여부에 대한 판단을 보류해서는 안 된다고, 승인이든 불승인이든 조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필자가 주장한 이유다. 정서상으로 승복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현실이다.
▲ 지난해 말, 하나금융의 특혜성 인수를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 조합원들. ⓒ외환은행 노동조합 |
론스타의 부당이득 제한 방법
제일 어려운 문제가 이것이다. 론스타의 '먹튀 행각'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투기자본감시센터와 외환은행 노조의 그동안의 헌신적 주장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들이 경의를 표한다. 필자도 그 주장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올바른 주장도 올바른 수단을 선택할 때 비로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론스타의 천문학적 부당이득을 민사적으로 제한할 방법은 없다. 즉 (하나금융의 인수 자격에 문제가 없다면) 론스타가 하나금융에 외환은행 주식을 매각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론스타의 부당이득을 박탈하려면, 형사적 또는 행정적 수단을 동원하여야 한다. 즉 론스타가 2003년 9월에 불법적 방법으로 인수 승인을 얻었다면, 벌금이나 범죄수익 몰수의 방법을 써야 한다. 론스타가 감독당국을 속이고 인수 승인을 얻었다면, 과징금이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여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니고, 2003년 9월의 인수 계약 자체를 무효화하라거나, 심지어 론스타의 투자원금에 일정 이자만 더한 가격으로 정부에 매각하게 하라는 주장은 합리적 범위를 넘은 것이다. 이렇게 무리한 주장을 하면,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의 원칙에는 동의하는 많은 국민들도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성공할 수 없다.
물론 투기자본감시센터와 외환은행 노조가 여기까지 나가게 된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경제개혁연대 역시 지난 10여 년 동안 기득권적 이중잣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법원, 검찰, 감독당국의 판단에 울분을 금치 못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운동의 주체가 합리성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필자(와 경제개혁연대)는 론스타-외환은행-하나금융을 둘러싼 복잡한 이슈들 중에서 감독당국의 잘못, 즉 관치금융과 책임회피 성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답답할 정도로 성과가 더디게 나오는 방법이지만, 이것이 론스타 류의 문제가 한국에서 재발하는 것을 막는, 투기자본의 폐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씀
외환은행, 나아가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다. 특히 필자와 같은 제3자의 의견이 외환은행 노조 등의 당사자의 의견과 동일할 수는 없다. 필자의 의견에 오류가 있다면 얼마든지 사과하고 수정하겠다. 그러나,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태도가 올바르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장화식 위원장도 아시겠지만, 필자는 메가뱅크론에 대해 강한 비판 의견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특히 MB의 측근실세라고 일컬어지는 김승유 회장이 주도하는 합병⋅대형화 계획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도 크다. 금융회사의 합병에 따른 화학적 결합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CEO의 리더십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2년 후 정권이 교체된 뒤에 정치적 리스크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이 큰 김승유 회장이 하나은행-외환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판 의견을 갖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결사반대 운동에 나서야 되는 건 아니다. 모르는 것도 많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싶어도 질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환은행 노조의 그 고통스러운 운동에 동참하지 못했다. 이해하시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겠다. 외환은행 노조의 입장, 즉 '인수합병 반대, 독자생존 고수' 전략이 외환은행과 그 임직원, 그리고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어떻게 확신하는가? 장화식 위원장도 주장하였듯이, 외환은행이 관료들의 것이 아님은 물론, 외환은행 임직원만의 것도 아니다. 노조가 조합원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 당연하듯이, 외환은행을 바라보는 수많은 예금자들(여기에는 필자를 포함한 수많은 국민들이 있다)의 우려도 당연한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의 독자생존 전략이 외환은행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의도하지 않은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을 좀비로 매도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면, 고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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