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현재 전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버스파업 사태의 핵심이다. 사용자의 이익을 대변하던 노조에서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조로의 변화. 그것이 지금 전주에서 노동자들이 80일의 파업을 불사하며 외치는 것이다. 87일 파업사태로 치닫기까지 사업주들의 횡포를 방관하고, 파업 사태 해결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고수해 온 전주시청과 전북도청은 사용자의 이익을 대변해 온 셈이다. 다름아닌 민주당의 아성, 전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 싸움이 풀리지 않는 원인의 핵심은 바로 '사용자'다. 그리고 사용자의 이익을 비호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민주당'이다. 왜일까? 그 질문 이전에 좁은 배차간격과 100만 원의 위로금, 모두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를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과연 시민을 위한 것이었는가. 시민의 편익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이 전부 사용자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지점은 바로 이곳이다.
이것이 이 사태를 단순히 노조와 노조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치부해버릴 수 없는 이유다. 이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싸움이며, 즉 사용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조와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조와의 싸움이고, 사용자와 시민의 싸움이다. 그리고 이는 또한 공정함과 부당함의 싸움으로 귀결된다.
오직 사용자만을 위하여
지난 2월 17일 제277회 전라북도의회 긴급현안질문에서 민주노동당 오은미 전북도의원은 "(버스) 사업주들이 정부보조금을 연간 500억 원 이상 지원받으면서도 회사가 적자라고 하고 있다"며 "매번 손실이다라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부도난 업체는 없다는 게 어찌보면 버스업계의 현실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실제 피복비로 지원된 금액마저 빼돌리는 사용자들도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오 의원은 "대부분의 회사들이 전주 지역에 돈이 되는 부동산을 다량 보유하고 있고,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적자타령을 하는 사용자들이 이렇게 재산을 불릴 수 있었던 것은 근로조건 개선을 외면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취했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업주들이 적자라며 막대한 보조금을 받아 온 사실에 대해 27세부터 운전을 했다는 시민여객 오해관 쟁의대책위위원장은 어이없다며 관련 자료를 내밀었다.
"사업주들이 적자라고 하지만 비수기에 비코스를 뛰어도 돈은 나오죠. 제가 계산해보니 이 코스에서 카드 찍은 것만 318개에요, 하루에. 손님 있는 코스는 훨씬 더 나오죠. 하루에 500개, 600개씩 찍혀요. 제가 데이터 정리를 해보니까 카드가 53%, 현금이 47%입니다. 근데도 사업주들은 적자라 그러는 거예요. 현금 수익은 완전히 줄여버리는 거죠."
그뿐만이 아니다. 무리한 운행시간에 따른 사고발생 시 사고비용은 모두 버스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사고가 났을 때 회사에서 기사에게 구상권 청구를 하죠. 그걸 내지 않으면 배차를 부당하게 배치하거나, 심하면 해고 징계까지 내려요. 단체협약상 업무상 과실인데 근로자가 약자다 보니 그런 부분으로 탄압을 해요. 한 달에 140여 만원 받는데 사고가 나면 징계를 피하기 위해 100만 원이든 200만 원이든 그 돈을 다 물어주죠. 안 그러면 '집에 가서 좀 쉬었다 와라' 이런다니까요. 그러면 가장으로서 당장 생활이 안 되니까 그 돈을 그냥 물어주고 일을 하죠."
부안스마일교통 김기철 조직부장도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고가 나잖아요? 그러면 회사가 먼저 보험처리를 해서 해결을 해줘죠. 그러고 나중에 영수증 얼마 들어간 것을 주면서 그래요. 어떻게 할 거냐고. 명세표는 급여 그대로 표기해 놓고, 현금으로 주면서 말하길 '급여에서 제했으니까 그리 알아라' 그래요. 대한민국 버스기사들 처우는 다 비슷비슷해요."
전주제일여객지회 박형주 부지회장은 버스 운전대를 잡은 지 25년째임에도 급여가 150여만 원이다. 노동자들의 이와 같은 상황은 노동자가 아닌 사업주의 이익을 위한 것임이 명백하다. 이처럼 사업주들의 이익대변을 위해 지역 행정체계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80일이 넘도록 파업을 지켜내고 있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현실은 바로 이런 상황 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민 생명 위협하는 열악한 노동환경
시민여객 오해관 쟁대위원장은 버스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결국 시민들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회사에 들어온 시간이 출근시간이 아니라 버스가 나가는 시간이 출근시간이에요. 4시 반에 출근을 해도 버스가 7시 정도에 나가니까. 이렇게 임금 계산을 하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나간 시간이 아니라 버스가 들어온 시간이 퇴근시간이 되요. 정확한 출퇴근 시간이 없는 거죠.
사실 버스가 들어오면 차들이 정비를 하러 나가요. 정비를 하는데 기사가 있어야 차를 올려주고 내려주고 하니까. 그걸 다 하고 집에 가면 1시도 되고 2시도 되고 그러죠. 저도 일을 삼일 연달아 해본적도 있는데, 사실 제정신으로 일하고 있는 게 아니예요. 급여에 보태려 하는 건데 피로누적으로 힘들다보니 저 스스로 포기를 해버렸죠. 신호 받아 서 있으면 눈이 나도 모르게 감겨요. 그러고 안가고 있으면 기사님, 신호 떨어졌어요, 그래요. 그럴 때 많이 있어요."
휴식시간이 하루에 몇 시간이나 되느냐는 질문에 오 위원장은 헛웃음을 웃으며 "따로 없어죠"라고 한다. 과속, 신호위반, 무정차를 통해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 밥을 먹는 것이란다.
"그렇게 안 하면 밥을 먹을 수가 없으니까요."
오 위원장은 밥이라도 제대로 먹을 시간이 주어졌으면 했다. 덧붙여 과속, 신호위반, 무정차를 해야만 밥을 먹을 수 있는 배차시간은 절대 시민을 위한 것일 수 없다고 했다. 이 또한 사업주의 이익을 위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최후의 마지노선, '노조인정'
"사업주들은 노조의 '노'자만 나와도 일어나버리는 형국이에요."
민주노동당 전북도당 이민아 정책국장은 전주 버스파업 사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 '노조인정'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지난 2월 24일 민주노총은 사회 각계가 제안했던, "법원 판결에 따라 사업주는 현 시점에서 잠정적으로 노조를 인정하고, 노조는 즉각 파업을 중지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사회적 합의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조를 인정한다면 '통 큰 양보'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그것마저 거부했다. 이민아 정책국장은 "총 7개 회사 중에 고속버스 두 회사(호남고속, 전북고속)가 가장 강경하게 버티고 있다"며 두 회사가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사업주에게 친절한 '완주 씨', 정치후원금 때문?"
실제로 전주시장과 전북도지사는 사태해결에 대해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파업의 장기화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는 여론들이 들끓고 있다. 민주노동당 전북도당 이민아 정책국장은 "인천 버스 파업의 경우 여객자동차 사업법 제88조에 의거해 과징금을 부과했고, 실제 3일 만에 해결이 되었다"면서 "김완주 도지사가 왜 사업주들에 대해 강경한 행정조치를 하지 않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17일 전라북도의회 긴급현안질문에서도 민주당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노사중재 노력을 "비공개적으로 했다"라고 말해 "그렇게 해서 될 일이냐"라는 오은미 전북도의원의 비판을 받았다.
오 의원은 "2010년 및 2011년 분권교부세, 시·군비 등 버스업체에 지원된 예산 총액이 총 500억 원이 넘는지만 자료마다 총액이 다르다. 관리감독은 제대로 했느냐"고 지적하자 김 도지사는 보조금 지급 집행에 대해 문제점이 있음을 시인했다.
이어 오 의원은 김 도지사에게 "지난 선거기간 중에 버스업체 두 곳으로부터 정치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추궁했다. 김 도지사는 "선거기간 중에 받은 일이 있다"라고 시인했으며 이에 대해 오 의원은 "공무원 윤리규정에 보면 업무와 관련해서 거래처나 민원인들로부터 밥도 얻어먹지 말라는 규정이 있다. 후원금을 받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제역'은 정치적 변명을 위한 수단이었을 뿐인가
"경찰이나 행정이나 법이 도대체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 겁니까."
지난달 11일 법원과 시청의 강제 및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부상을 당했다. 신성여객 방명선 공동위원장은 이날의 사태에 대해 분노를 금치못했다.
"우리 700명 잡겠다고 2000명의 경찰이 서울서 내려왔어요. 11일 오전 집달관이나 행정 집행관도 오지 않은 상태에서 밀고 들어온 거예요. 서울경찰청 기동대 소속이었어요. 한국노총에서 차를 빼 가는데 경찰들은 우리를 다 가두고 밀고, 연행하고 하면서 다 빼간 거예요. 전주시 집행관들, 법원, 경찰, 한국노총, 회사 이렇게 다섯 개 그룹이 그날 같이 들어온 거죠. 천막도 같이 철거를 시켰어요."
ⓒ전국운수노동조합 민주버스본부 전북고속지회 |
이날의 사태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구설수에 올랐다. 전주에서 예정되어있던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앞두고 민주당 전북도당과 정동영 의원은 "전국에서 모여드는 대집회가 구제역 확산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집회 전에 이 문제를 타결해 구제역 확산 공포를 덜고, 한 달이 넘어가는 시민들의 불편과 고통을 덜어주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강제집행을 위해 서울에서 약 2000명의 경찰병력을 동원해 전주로 내려온 사실과 모순된다. '구제역'의 심각성은 단지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되었을 뿐인가 하는 비판이 이는 이유다.
민주당, 뜨뜻미지근한 입장 고수?
4일 오전 <JTV 전주방송>은 전라북도와 전주시의 보조금 전면 중단 선언에도 꿈쩍 않는 버스회사 측에 대한 뉴스를 보도하면서 "회사측이 이렇게 꿈쩍도 하지 않는 이유는 보조금 중단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운행률이 80%를 넘긴 버스회사의 경우 보조금을 요구할 계획이어서 이익만 챙긴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 뉴스에 따르면 버스 보조금은 적자노선과 무료환승 등 모두 10개 항목에 이르며, 이들 보조금은 운수사업법, 그리고 전주시와 버스 회사의 협약에 따라 지원을 하도록 돼 있어서 버스회사가 관련법을 근거로 보조금을 요구하면 지급을 미루기도 힘든 노릇이라 한다. 이에 대해 보조금 중단을 검토했던 전주시도 뒤늦게 보조금 지급을 고심하면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알려졌다.
전북고속지회 정인철 부위원장은 "송하진 시장이 1월 12일날 한번 중재를 했어요. 그 자리에 한 10분 앉아있다가 가버렸어요"라며 "형식적인 제스처에 불과했다"라고 비판했다. 보조금 지급을 둘러싸고 여전히 뜨뜻미지근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전주시와 전라북도의 행태는 정 부위원장의 우려가 사실임을 확인시켜준다.
민주노동당, 이런 민주당과 연합할 수 있나
"전주버스파업 해결의 열쇠는 민주당이죠."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이렇게 인정했다. 우 대변인이 인정하는 진실은 바로 '민주당이 움직여야 사태가 해결된다'였다. 이는 비단 우 대변인 뿐만 아니라 전주 버스파업노동자 누구나가 인정하는 진실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중앙당 차원의 정치적 행보는 조금 결을 달리한다.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 버스 파업 85일을 경과하도록 중앙당 차원의 논평하나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지난 3월 2일 우 대변인은 필자와의 통화에서 이 사실에 대해 "입장이 나가지 않은 것이지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주 버스 파업과 관련해서 지난 3월 2일까지 중앙당 차원에서 낸 것은 '야 4당 공동 기자회견' 보도자료가 전부였다. 여기서도 '해결의 열쇠'인 민주당을 규탄하는 내용은 없다. 단지 '반MB'가 있을 뿐이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우 대변인은 이와 같이 항변했다.
"야5당 대책회의가 있기 때문에 거기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야5당이란 민주당을 포함한 5개 야당을 말한다. 그러나 전주버스파업 시민대책위에 민주당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우 대변인은 실제 야5당 대책회의가 꾸려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듯했다. 야5당 대책회의는 전주 버스파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안들에 대해서는 활발하게 결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민주노동당 중앙당의 행보도 그에 맞춰져 있다는 평가가 많다. 야5당을 아우르는 '반MB연합'. 실제 지난 1월 22일 '전주 버스파업 승리결의대회'가 열리던 날 이정희 대표의 일정은 '김해(을) 보궐선거 김근태 예비후보 출판기념회 참석'이었다. 그리고 2월 25일 있었던 민주노총 버스투쟁승리 전국노동자대회 때, 이정희 대표는 서울광장에 있었다. 다름 아닌 'MB-한나라당 3년 폭정 심판, 민생예산 되찾기 국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우 대변인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겠지만 반MB 집회 때문에 거기 내려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당시에 구제역 문제도 겹쳐져 있다"라고 답했다. 구제역 문제 때문에 집회가 연기된 것은 지난 1월 7일로, 이후 전북에서 있었던 '버스투쟁승리 전국노동자대회' 일정에 대해서 우 대변인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주 버스파업과는 대조적으로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에 대해서는 중앙당 차원의 적극적 연대와 개입이 꾸준히 있었다. 이에 대해 울산은 한나라당 텃밭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개입을 한 것이고, 전주는 민주당 텃밭이기 때문에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민주당과의 정치연합에 대해 눈치보고 있다는 의혹도 더불어서다. 전주 버스파업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 중앙당 차원에서 너무 소홀한 것 아닌가 하는 질문에 우 대변인은 "최근에 그런 일정들을 내지 못한 것 같은데 유념하겠다"라고 말했다.
선거연합에 대한 불편한 진실
선거연합에 대한 논의가 최근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 전주 버스파업 사태도 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은 2일 <한겨레> 칼럼에서 "(민주당을 위시한) 개혁우파 세력이 집권하면 세상이 어떨까는 전주(버스파업 사태)를 보면 된다"면서 "이명박 정권교체를 위한 선거연합을 지지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선거연합이 과연 진보의 가치를 관철시킬 수 있는 선거연합인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이 '노동자의 희망'을 자처하는 민주노동당과 원칙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김 씨는 "선거연합을 통해 진보정치를 구현한다는 민노당이 중앙당 차원의 논평 하나 없다는 건 선거연합의 정체를 보여준다"며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을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개혁세력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실제 전주에서 버스파업 노동자들의 편에 서 있지 않은 전주시와 전라북도를 보면 민주당의 진실은 금세 드러난다.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라는 민주노동당의 문구를 진심으로 신뢰하고 있는 전주 버스파업 노동자들이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선거연합'이라는 이 이율배반적인 지점은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런 민주당과 연합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다시금 던진다. 사실 불편한 진실은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민주노동당에게 아쉬운 점, 일하는 사람들의 '진정한' 희망이 되어 달라
반면 지역의 연대는 활발하다. 실제로 민주노동당 전북도당은 버스파업 노동자들에게 큰 신뢰를 얻고 있다. 민주노동당 전북도당 이민아 정책국장은 "전북 버스파업에 대해 지역 당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결합해왔다"고 밝혔다. 전북도당은 1인 시위를 비롯, 지난 2일에는 오은미, 이현주 도의원이 김완주 도지사의 파업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4일 오전에도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소속 시의원 3명이 시청 로비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동당의 모토는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다. 파업 노동자들은 이 문구 하나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이 문구를 두고 실제 민주노동당이 보이고 있는 중앙당의 미온적 행보는 아쉬움을 낳고 있다.
ⓒ전국운수노동조합 민주버스본부 전북고속지회 |
전북 버스파업 노동자들은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지난해 12월 20일 방문한 사실에 대해 아직도 감사하다고 회자한다. 당시 이정희 대표는 '이명박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띠를 두르고 일정을 소화하는 도중 전북버스파업 현장을 찾은 것 뿐, 전북 버스파업 사태 해결을 위해 전주 파업 노동자들을 방문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노동자들은 "바쁜 일정이지만 꼭 김완주 전북도지사와 송하진 전주시장을 면담해서 총파업을 하루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드렸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후 바쁜 일정 탓인지 노동자들의 부탁에 대해선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이 대표가 전주 버스파업 노동자들을 찾은 이유가 단지 '반MB' 때문만이 아니길 바라면서 이들의 소박한 부탁에 진정성 있게 답하길 기대한다.
전주 버스노동자들의 파업이 오늘로 87일째를 넘어선다. 파업사태는 끝을 모르고 치닫고 있지만 승리에 대한 불확실함 가운데서도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한다. 하워드 진의 저서 <불확실성에 대한 낙관>에서 희망에 관한 한 구절을 찾는다.
"어떤 사소한 방식으로라도 우리가 진정 행동한다면, 어떤 거대한 유토피아적 미래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 미래는 현재의 끊임없는 연속이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나쁜 것들을 거부하는 가운데, 우리가 마땅히 살아가야 하는 방식이라고 믿는 바대로 지금을 살아간다면, 바로 그 자체가 위대한 승리다."
하워드 진은 <미국 민중사를 만든 목소리들>에서도 "더 나은 세계에 봉사하며 사는 삶은 사라지지 않는 전설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그가 말한 '더 나은 세계'란 '노동자의 권익이 우선되는 세상', 못해도 '노동자의 권익이 존중받는 세상'일 것이라 확신한다. "공통의 선을 위해서 행동하는 사람들에게만 절하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전주 버스파업 노동자들의 명예로운 행동 앞에 무릎을 꿇으며 그들이 하루 빨리 일터로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연재를 마치면서, 파업노동자들을 위해 결집되지 못한 힘이 아쉬울 따름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재보선과 총선에 매몰되고 이용되며 급기야 소외당하는 버스파업 노동자들을 위해 다시 한번 힘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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