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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밥 한끼, 소변 제대로'가 그토록 큰 바람인가요"

[전주 버스파업 르포·②] 80일의 울분, 민주당은 말해보라

민주당 정동영 의원 보좌관은 지난 22일 저녁,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열변을 토했다.

"의원님은 정말 최선을 다하셨어요. 아는 사람 다 알 겁니다."

전주버스노동자들의 파업이 석 달째를 맞고 있다. 일수로 치면 오늘(25일)로 꼭 80일째다. 보좌관의 말처럼 정동영 의원이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음에도 불구하고 80일째 해결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80일'이 아닌 80일의 '미해결'이다. 버스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그것도 전국적 파업이 아닌 국지적 파업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가 이것이라는 이야기다.

24일(어제) 사측에서는 전주 시내버스 파업 해결을 위해 사회 각계가 제안한 '사회적 합의안(민주노총은 수용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마저 거부해 파업사태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80일째, 민주당 최고위원이 나서서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음에도 사건 해결은 도리어 요원해졌다. 이쯤 되면 '무능하다'는 평가가 나올 법 하다.

"나는 이제 민주당 믿지도 안 혀요. 우리가 지금 서울 민주당사에서 해결 좀 해달라고 이러고 있지만, 우리를 무시허고 쳐다도 안보잖아요. 더럽고 치사스러워서, 원."

방명선 신성여객 공동위원장의 80일째 울분이다.

▲ 멈춰선 전주 버스를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벌써 80일째다. ⓒ뉴시스

버스노동자, 80일의 울분

지난 2010년 8월 2일. 전주시와 전북도 19개 버스운송사업조합 소속 사업자 대표 및 한국노총 전북지역 자동차노동조합연맹 지부 조합장들 사이의 합의가 있었다. 통상임금과 관련 일인당 100만 원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하고, 향후에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노동자들이 받지 못했던 통상임금은 1인당 1000만 원 이상이었지만 100만 원의 위로금만으로 끝내버린 셈이다. 사태의 발단이었다. 버스노동자들은 그간의 울분을 일시에 터뜨렸다.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산하 민주버스본부를 설립하고 교섭을 요청했다. 그러나 사업주들은 단위사업장 복수노조 결성이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2011년 7월 1일 이전까지는 복수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만을 들어 교섭을 거부했다. 하지만 현행법에 의해서 단위사업장내에서는 기업별노조를 복수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지, 산별노조나 지역노조차원에서는 복수노조가 인정되고 있고 수많은 관련 대법 판례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

게다가 2010년 9월 8일 전주지방법원은 노조측에서 제기한 '단체교섭응락가처분' 소송에 대해 전북고속 사측은 노조와의 교섭에 응하고 불응시는 1회에 1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개 회사 측의 교섭 태도는 여전히 형식적인 측면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사태를 중재하고 해결에 나서야 할 전주시장은 오히려 전북버스노동자들 파업에 돌입하자 이에 대해 "불법 파업"이라고 규정하여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후 전주시장은 1월 12일 시내버스 노사 직접 중재의 제스처를 취했지만 협상이 결렬되자 별다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22일, 파업 77일째 되던 날 기자회견에서 "버스 사업자들이 2월 말까지 시내버스 운행을 80%까지 높이지 않으면 버스 업계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같은 입장에 대해 민주노총은 이는 사업주에게 실질적인 압박이 되지 않으며 무엇보다 사측의 노동조합 인정과 정당한 노동조합 요구의 관철 이후에 요구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버스노동자들은 계속해서 사측에 단체교섭권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교섭만은 못하겠다'며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이 사태에 대해 전주시장, 전북도지사를 비롯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까지 80일이 지나는 동안 어떠한 해결점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는 진정성이다"…그렇다면 정동영 의원은?

정동영 의원은 2009년 모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용산참사 문제와 관련하여 "이명박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풀 수 있는 문제"라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한 바 있다. 정동영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는 진정성의 문제'라고 단언하면서 "사회적 약자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정치를 하겠다고 한다면 증명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동영 의원이 말한 '진정성'은 그의 말에 따르면 매우 '간단한 것'이었다.

"용산에 가면 됩니다. 용산문제를 껴안고 해결할 때 그 진정성이 증명되는 것이죠."

이제 정동영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전주 버스노동자들의 파업에 직면해 있다. 80일째 계속되고 있는 파업사태에 대해 정동영 의원은 진정성을 갖고 개입하고 있는 것일까. "보편적 복지를 이야기하면서 노동문제를 빼놓으면 공허해진다"는 그의 발언에는 얼마만큼의 진정성이 담보된 것일까. 정 의원의 진정성에 대해 버스노동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는 파업 노동자들은 "민주당은 사태해결의 의지가 없다"라고 분노하면서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각오로 죽음과 구속도 결사한 항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미 전원 민주당 탈당서를 준비해둔 상태다.

향우회 쫓아다니기 바쁜 의원님

"이런 상황에서 지금 향우회 쫓아다니게 생겼냐고요."

80일 파업사태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향우회 친목다짐을 찾아다니는 정동영 의원의 행보에 대해 신성여객 방명선 공동위원장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감을 표시했다.

지난 2월 11일 정동영 의원은 프리마호텔 그랜드 볼륨에서 펼쳐진 재경 순창군향우회 신년 인사회에 참석했다. 이날 정 의원은 "순창인은 복 받은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순창향우회는 전국에서도 빠지 않는 향우회"라며 순창향우회에 대한 자부심을 밝혔다.(출처: <순창신문>) 정 의원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순창인들의 모임, 순창향우회는 어떤 조직일까.

재경 광주·전남 향우회 정기총회에서 임향순 전 회장은 공식 인사말에서 "우리 향우회는 흔히 고려대 교우회, 해병대 전우회와 함께 결속력이 아주 강한 국내 3대 단체 중 하나라고 자랑하고 자부합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바로 이 3대 결속력을 자랑하는 호남향우회 가운데서도 가장 잘 되는 곳이라고 꼽히는 곳이 순창향우회다.

호남고속 김택수 회장은 재전순창군향우회 회장이기도 하다. 지난 2010년 재전순창군향우회 2010년 신년하례회 및 정기총회에는 김택수 회장을 비롯, 김완주 도지사 부인 김정자 여사, 송하진 전주시장, 정동영 국회의원 부인 민혜경 씨가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전주 버스노동자들의 의혹이 단순 의혹에서 그치지 않는 이유이다.

이와 관련하여 시민여객 오해관 쟁의대책위원장은 전주시의 지지부진한 태도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지금 송하진 시장이나 김완주 도지사,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전북고속 황의종 대표이사, 호남고속 김택수 회장 전부 고향이 순창이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부분"이라며 민주당이나 시, 도의 파업사태 해결의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80일 파업사태, 해결점은 없는가

전주 버스노동자들의 80일 파업사태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버스파업 사상 유례없는 장기간 파업'이라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80일 파업은 그 대가도 가혹했다. 이혼한 가정도 더러 발생하고 있고, 생계위협 때문에 자살을 생각한다는 조합원들도 나오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반증하고 있다. 왜 그들은 "죽음까지 결사"하면서 버티고 있는 것일까.

신성여객 방명선 공동위원장은 "민주노총으로 가면 이렇게는 안 살겠지 하고 기사들이 너도나도 자발적으로 일어나서 시작된 파업이에요"라고 파업이 시작된 경위를 밝혔다.

"전주 호남여객에서 몇 년간의 재판 끝에 통상임금은 합법이다라는 판결이 나오니까 각 사에서 이번 임금협상에서 그것을 피하려고 통상임금 자체를 없애버렸어요. 그리고 우리 전라북도 전 조합원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80만 원에서 100만 원선으로 기습적으로 지급해버린 거예요. 그동안 현장에 한 번도 안 나오던 사람들이 박카스 하나 가지고 와서 도장 찍어라, 그런 거죠. 사실 돈도 없고 나 이 넘 받고 일 하나 더 시켜주믄 몇 년 더 일하믄 본전은 되겄지, 하면서 그냥 도장 찍어준 거예요. 이렇게 받아낸 거예요. 그 일 겪으면서 조합원들 모두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한 거죠."

방 위원장은 "한 달이면 끝나겠지 그러고 시작한 싸움이 3개월이 되고 있다"면서 "사업주들은 수많은 보조금들까지 다 횡령했는데도 처벌이 되지 않고 있다. 상황은 악화일로"라고 탄식했다.

호남고속지회 김현철 쟁대위원장은 버스회사의 부당한 행위들에 대해서 제대로 밝혀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통상임금이 기본적으로 한 회사에 적게는 10억에서 많게는 수십억까지 나오고 있어요. 3년치가요. 우리가 계산을 하면 그 정도 금액을 체불하고 있는 거죠. 임금 지급내역과 보조금 사용 내역과 관련해서 투명하게 보고가 안 되고 있습니다. 보조금 사용내역 공개하라고 하는데 보여주지 않고 있고, 어느 정도 규모로 사용되고 있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거죠. 버스회사 같은 경우에는 현금이 계속 도는 거잖아요. 그 현금과 관련해서도 수익이 어느 정도 내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요. 그런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죠."

그간 버스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역시 최악이었다. 호남고속지회 김진원 시내위원장은 "왜 버스기사들이 이렇게 벌떼같이 일어나서 민주노총으로 왔는가 그걸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 가장 큰 이유를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였다고 밝히면서 "기사들이 밥 한끼 제대로 먹고 소변 제대로 보는 것이 그렇게 큰 바람인 것이냐"고 한탄했다.

김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그간 시내버스 기사들은 배차 간격이 워낙 좁혀져 있기 때문에 밥 먹을 시간은 커녕 소변 볼 시간도 없고, 종점으로 왔다가도 땅도 밟아보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바로 이 배차 간격을 개선할 수 있는 결정권자는 다름 아닌 전주시다. 그동안 버스노동자들은 몇 년간 수차례 시에 시간표 개선을 위한 요구를 해왔으나 시에서는 방관해왔고, 심지어 버스사업주에게 연락하겠다고 엄포를 놓아왔다고 했다.

시민여객 오해관 쟁대위원장은 "시에다가 전화를 하면 시장, 교통국장이라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회사에다 전화한답니다. 그러니 어느 노동자가 전화를 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그간의 억울함을 털어놓았다.

"하다못해 행선판이라도 바꿀 시간을 줘야쥬. 바로 돌려나가다보니까 신호대기 하고 있는 동안 내려서 행선판을 바꿔야 한다니까요."

법과 원칙, 사용자에게는 너그럽게 노동자에게는 엄중하게

민주당이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법과 원칙을 사용자에게 적용했다면 사건은 이미 해결되었을 것이라는 게 파업 중인 전주 버스 노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종인 운수노조 버스투쟁대책위원장은 "사업주들이 시에 보조금 신청을 하면서 수입은 줄이고 지출은 늘려서 적자가 난다고 보고해서 보조금을 타 왔는데, 시에서는 이런 보조금에 대해 감사조차도 하지 않는다."면서 "어떻게 쓰여졌는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로 그냥 돈만 지급하는 것"이라며 전주시의 허술한 행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뿐 아니다. 현재 버스노동자들이 고소고발 한 건에 대해서 경찰은 "조사중이다"라는 발표만 거듭할 뿐, 구체적인 결과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보조금 횡령 관련해서도 "시에서 서류를 압류해서 조사 중"이라는 말 뿐, 수사 진행과정은 정확히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관련 자료를 내놓지 않아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것이 사용자에게 한 없이 너그러운 '법과 원칙'. 바로 민주당의 아성, 전주의 현실이다.

민주당의 무능력의 원인은 바로 부도덕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제 파업이 시작된 지 80일이다. 이런 의구심을 떨치려면 민주당은 정동영 최고위원의 말처럼 전주버스파업 사태를 "껴안고 해결"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민주당의 무능이 부도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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