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퇴직 연령 연장은 노동자들과의 전쟁 '전초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퇴직 연령 연장은 노동자들과의 전쟁 '전초전'"

[해외 시각] "수많은 사회적 비용 치를 것…정년 단축이 현명"

프랑스에서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금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프랑스 노동계가 지난 12일(현지시각)부터 총파업에 들어간 후, 17일에는 철도 노동자와 트럭 운전자들 등 운송노조도 시위에 가세했다. 정유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유류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휘발유값도 오를 기미가 보인다. 프랑스 상원에서는 이 법안 개정안에 대한 표결이 20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일단 연기됐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금법 개정안의 골자는 퇴직 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과 국민연금 전면수급연령을 현행 65세에서 67세로 올리는 것이다. 프랑스 노동계는 △연금 액수가 줄어들고 △사무노동자에 비해 육체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며 △일자리 부족 등 청년층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이 개정안을 반대한다.

프랑스의 연금법 개정이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 인구 고령화와 정부 재정적자 부담이 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 미국에서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초당적 국가재정 책임·개혁위원회(NCFRR)가 사회보장연금 시스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개편 내용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금법 개정안과 비슷하다는 평가다.

NCFRR은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은퇴 연령을 올리고, 현재 연 10만6000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해선 사회보장세가 면제되는 기준을 강화하거나 세율 자체를 올리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지난 8월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존 보너 미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현행 66세인 퇴직 정년을 20년 내에 70세까지 높여야 한다고 지난 달 주장했다.

한국에서도 정년 연장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를 앞두고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등에 대한 논의가 언론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또 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노령연금 수급 시기를 1년 연기할 때마다 추가 지급하는 급여액 비율을 6%에서 7.2%로 늘리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표한 것도 국민들의 연급 수급 연령 상향조정을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미국의 진보적 잡지인 <먼슬리 리뷰> 인터넷판에는 정년 연장을 비판하는 칼럼이 실렸다. 리처드 울프 미 매사추세츠대 명예교수가 쓴 이 칼럼은 "부자들에게 구제금융을 퍼준 정부가 이제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돈을 걷어 그 대가를 치르려 한다"고 비난하며 이를 "사회 보장 제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했다. 울프 교수는 "오히려 정년을 단축하는 것이 현명한 정책"이라며 "정년 연장이야말로 경제 위기에 적합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원문 보기)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全文)을 번역한 것이다.


또 다른 분노

프랑스에서는 수백만 명이 퇴직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상향 조정하는 사르코지의 연금법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르코지는 65세에 은퇴하는 노동자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것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서도 오바마의 재정적자 감축 특별위원회가 이와 유사한 방향으로 사회보장제도(Social Security)를 개편할 것이라는 소문이 들린다.

이는 "재정 적자 감축"을 위한 비열한 방법이며, 노동자들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노동자들은 사회보장제도에 돈을 냈고, 은퇴 연령이 되면 그들에게 약속된 사회보장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얼마를 저축할지 결정했다.

사르코지와 오바마는 기업이나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어 재정 적자를 메우는 것은 전혀 생각지 않는다. 마치 부자 과세를 한 번이라도 실행했거나 지지했던 적이 있기나 한 것처럼, 그들은 부자 과세가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퇴직연금 지급 연령을 높이는 것은 어떤가? 그것이야말로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부적절"한 것이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은 정년이 연기되면 일자리에 남아 있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다. 특히 나이든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자리를 지킬 힘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연금 지급 시기를 연기하는 것으로 인해 실업자들과 이제 막 노동 시장으로 진입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고용 창출이 '연기'될 것이다.

퇴직연령 연장은 실업 대책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가 퇴직연금 지급을 연기함으로써 확보한 예산은 실업 급여 지급으로 사라질 것이다.(게다가, 실업의 모든 사회적 비용이 더해질 것이다) 퇴직자들이 남기고 간 일자리를 실업자들이 물려받는다면 실업 급여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백만의 프랑스 젊은이들이 사르코지의 연금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다. 그 젊은이들은 사르코지의 개정안으로 인해 그들의 취업 기회가 직접적 타격을 입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르코지가 시도하고 있고 오바마가 따라하고자 하는 퇴직연령 연장이 "부적절한" 다른 이유도 있다. 만약 미국 노동자들이 정년 연장으로 인해 사회보장정책 하나가 축소되는 것을 보게 된다면, 이 수백만 명은 그들이 더 이상 퇴직 후의 삶을 사회보장제도에 의지할 수 없다고 결론지을 것이다.

그들은 정부가 보장해 주지 않는 부분을 개인적으로 메우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저축하기 시작할 것이다. 미국인들의 소비가 감소하고, 미국 기업들은 더 많은 노동자를 해고하게 될 것이다. 미국인들이 소비하지도 않을 물건을 생산할 노동자들은 더 이상 필요없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실업 상황은 악화될 것이다.

▲ 프랑스에서 19일 연금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총파업'이라고 쓴 펼침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

다른 이유는 또 있다. 수백만 명의 은퇴자들은 경제적으로 중요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예컨대 퇴직자들은 그들의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아기 돌보기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서비스는 공급이 거의 없고 종종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높은 비용이 들어 국가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할아버지 세대가 연금을 받으며 은퇴하기 위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면, 이미 생활에 쪼들리고 있는 아이를 가진 젊은 부부들은 이런 서비스를 잃게 될 것이다. 이 손실에는 심각한 경제적 비용이 든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퇴직자들은 전국의 수많은 사회 보장 시설에서 자원봉사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 대통령들은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정부의 서비스가 불충분할 때 이에 대한 긴급한 보완책으로 자원 봉사가 필요하다고 오랫동안 촉구해 왔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사회보장시설에 대한 요구는 어느 때보다도 크다. 은퇴연령 연장으로 인해 수백만의 자원봉사자들이 이런 시설에서 사라질 것이다. 사회보장시설들이 자원봉사자들에 의존할 수 없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계산은 어디에도 없다.

정년을 단축하는 것이야말로 현명할 뿐 아니라 적절한 정책이다. 그 이유와 방법은 이렇다. 현재의 은퇴 연령에서 2~3세 모자라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이들이 지금 바로 은퇴해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대신, 자신이 선택한 사회보장시설에서 주당 10시간을 일하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기존 은퇴 연령과 비교해 일찍 은퇴한 만큼의 기간(2~3년) 동안만 이 의무를 진다. 이렇게 되면 급여를 받는 많은 일자리가 실업자와 노동시장 신규진입자에게 돌아갈 것이고 사회보장시설의 인력도 늘어날 것이다.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공격은 미국 노동계급에 대한 전쟁의 전초전이다. 이 공격은 노동계급이 얼마만큼의 압박을 받았을 때 강력하게 되받아치기 시작하는지를 이제 또 한 번 시험하고 있다. 부자들을 구해준 정부는 이제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돈을 걷어 그 대가를 치르게 하려 한다. 퇴직연령 연장은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다.

미국인들이 프랑스 노동 계급의 선례를 따른다고 상상해 보라.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가 'NO'라고, '이 위기는 이미 충분히 우리를 아프게 했다'고 말하는 것을 상상해 보라. 지금의 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자들을 구제해 준 것에 대해 수백만 명이 정부에 책임을 묻는다고 생각해 보라.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한다면 그 이후의 정부 정책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정반대로 바뀔 것이다. 즉, 지금부터는 평범한 사람들이 구제를 받고 부자들이 대가(비용)를 치를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이 역사적 반전을 향한 운동이 진행 중이다. 우리도 그들을 따를 때다.

리처드 울프(Richard D. Wolf)는 미국 매사추세츠대(암허스트 소재)의 명예교수 겸 뉴욕 뉴스쿨의 대학원 국제관계과정 객원교수다. <맑스주의 이론에서의 새출발> 등 많은 저서가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