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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재개의 '나비효과'는 MB의 노벨평화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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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재개의 '나비효과'는 MB의 노벨평화상 수상?

[정욱식의 '오, 평화'] 북한이 내민 손 잡는 것이 북핵 해법 시작

6자회담이 2008년 12월 북핵 검증 문제를 둘러싸고 결렬된 이후 2년 가까이 열리지 않고 있다. 핵심적인 당사국들인 남-북-미-중을 포함해 6개국 모두 이구동성으로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외치고 있지만, 회담 재개는 여전히 짙은 안개 속에 있다. 일각에서는 11월 2일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와 11월 11∼12일 서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 이후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앞날을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선 미국 중간선거는 공화당의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는데, 강해진 공화당이 6자회담 재개를 비롯한 북한과의 대화에 호의적일 리 만무하다.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오바마다움'을 상실한 오바마 행정부가 중간선거 이후 그 성과를 낙관하기 힘든 대북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2012년 대선과 중간선거를 겨냥해 대외정책의 보수화 경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북정책과 관련해 오바마를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고 할 수 있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조짐도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에 대해 화답하기보다는 회피와 폄하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에서 희망의 근거를 찾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세계사적 의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역사적 호기'가 찾아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MB와 오바마가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 대북 협상에 적극 나선다면, 두 정상의 임기인 2012년까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달성을 노려볼 수 있는 기회가 무르익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때까지 이러한 목표 달성에 성공한다면, 오바마는 '노벨 평화상 값을 하라'는 안팎의 비난을 딛고 재선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할 수 있고, MB는 한국 역사상 두 번째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가능성도 생긴다. 남북관계 정상화와 6자회담 재개가 야기할 '나비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단국 지도자인 MB에게 한반도 비핵화 달성과 평화체제 구축만큼이나 세계사적으로 기리 남을 업적도 없다. 지난 20년 동안 국제 평화 문제의 최대 골칫거리였던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세계 전체에도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핵문제 해결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역사상 유일하게 탈퇴해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NPT 복귀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핵비확산 체제 강화에 큰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또한 세계 냉전사에 중대 분수령이 되었던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고 정전협정이 환갑(2013년이 60주년임)을 맞이하기 전에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 역시 대단히 큰 의미를 지닌다.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는 한반도 주민을 전쟁의 공포에서 해방시키는 가장 유력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딛고 한반도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블루오션'을 창출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세계 냉전의 종식을 알리는 세계사적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2012년 4월을 주목하라

꿈같은 얘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는 MB 정부가 하기 여하에 따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는 것이 필자의 확신이다. 특히 남북한의 국가적 대사가 조우할 2012년 4월은 이러한 목표 달성의 중대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론을 선포한 상황이고 예상컨대, 고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인 2012년 4월 15일에 강성대국을 선포할 것이다. 문제는 그 그릇에 어떤 내용물이 담길 것이냐는 점에 있다. 현재와 같은 대결 상태가 계속된다면, 핵과 미사일을 앞세운 '군사' 강성대국을 앞세울 것이고, 대화와 협상의 문이 열려 대타협에 성공한다면, 김일성 주석의 유훈인 "조선반도 비핵화"와 함께 "인민들이 이밥(쌀밥)에 고깃국 먹는 세상"이 열렸다고 주창할 수도 있다.

그런데 북한의 미래에 중대 갈림길이라고 할 수 있는 2012년 4월 15일은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와 조우하게 된다. 서울에서 열릴 '핵 안보 정상회의'가 바로 그것이다. 50여개국 정상이 참여할 이 회의는 그 규모로는 G20 정상회의의 2배가 넘는다. 이 회의가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는' 수준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세계 비핵화 역사에 중요한 업적을 남길 수 있을 지는 북핵 문제의 향방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4월 워싱턴에서 열렸던 1차 회의 때처럼, 2012년 회의도 북한을 아예 초청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욕하는 수준이 된다면 그저 '사교 모임' 수준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반면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참석해 비핵화를 천명한다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이 회의의 주최자인 MB는 노벨 평화상 후보로 급부상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환상의 시나리오는 한미관계에도 일대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이다. 핵 안보 정상회의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했고 그 덕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오바마의 창안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동맹국인 한국의 주도에 힘입어 대성공을 거둔다면, 한미관계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북한이 내민 손을 잡는 것

환상의 나비효과를 일으킬 날갯짓은 남북관계 정상화와 6자회담 재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은 최근 들어 남북관계 개선과 6자회담 재개에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9월부터 대승호 송환, 수해 물자 지원 요청, 이산가족 상봉 제의, 금강산 관광회담 제의, 군사 회담 제의, 9.19 공동성명 이행 의지 천명, 남북 항공관제통신 재가동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유화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태도를 바라보는 MB 정부의 입장은 너무나도 아쉽다. 남북관계에 대한 진정성보다는 북미대화를 겨냥한 것이라든지, 극심한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술적 변화라든지, 금강산 관광재개를 얻어내기 위한 포석이라든지, 김정은 후계체계를 위한 업적쌓기용이라든지 등의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분석에 머물러 북한이 내민 손을 잡으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를 통해 확인해야 할 사안을 선입견에 사로잡혀 대화 자체를 기피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를 제로섬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한반도 냉전구도의 핵심에는 남북관계 못지않게 북미관계도 있다는 점에서 북미대화의 재개를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는 없다. 북한의 경제난 완화는 북한 주민의 생활고를 감소시키고 개혁개방의 토대를 마련해줄 수 있으며 남북경협을 활성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통일비용을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남북한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다. 금강산 관광재개 역시 남북협력 사업일 뿐만 아니라 관광 재개의 조건으로 재발방지 약속 및 신변안전 보장을 관철시키면 되는 것이다.

물론 MB 정부가 천안함 공격 주체로 북한을 지목한 이상, 아무런 일 없었던 것처럼 북한을 상대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순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도, 중국도, 러시아도, 국내외의 여러 전문가들도 부인할 수 없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재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그리고 재조사 수용이 어렵다면, 남북한 모두 명예로운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어왔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남북장관급 회담을 통해 천안함 침몰 희생자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논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주문하고 싶다.

▲ 지난 5월 24일 전쟁기념관에서 천안함 사태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평가하는 것 자체가 민망스러운 일일지 모르지만, MB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한 가지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북한에게 핵무장과 경제회복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처럼 '그림의 떡'을 보여주면서 핵을 포기하라는 것은 하나마나한 소리이고, 평화협정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 없이는 결코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해졌다.

MB 정부가 역사적 기회를 만났다는 점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MB 정부의 관점에서는 북한의 핵포기와 경제회생이 양자택일의 문제처럼 간주되지만,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론'으로 김일성의 유훈인 "조선반도 비핵화"와 "인민들이 이밥에 고깃국 먹는 세상"을 함께 말하고 있다. 지난 9월말 북한의 박길연 외무성 부상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2012년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기 위하여 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하고 있는 공화국 정부와 인민에게 있어서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평화적 환경"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단언컨대, MB 정부에게는 북한의 전략적 선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있고 또 그럴만한 환경도 조성되어 있다. 탈냉전을 향한 행보가 국내 보수파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지만 그것이 비핵화를 수반하게 된다면 보수파 일각의 반발은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 속에 묻히게 될 것이다. 1999-2000년을 제외하곤 한국 정부가 한미 대북정책 공조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도 처음이다. 쉽게 말해 MB가 하자면 오바마도 따를 것이다. 2012년 시진핑 체제의 등장을 앞둔 중국도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노력에 적극 지지·동참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략적 기로에 놓인 북한이 MB에게 대화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MB 정부가 이러한 안팎의 조건과 환경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자신의 힘을 '탈냉전과 비핵화'를 위해 사용한다면, 위에서 언급한 2012년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 꿈은 순식간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긴 안목을 가지고 지금부터 하나하나 착실히 준비해 나갈 때 다가온다. 2012년에 절정에 달할 환상의 나비효과, 그 날갯짓의 시작은 바로 북한이 내민 손을 MB가 잡는 것에 있는 것이다.

☞ 필자 정욱식 블로그 '정욱식의 뚜벅뚜벅'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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