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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전 용역소장, 노조탈퇴 종용하려 노부모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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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전 용역소장, 노조탈퇴 종용하려 노부모 협박

"당신 아들은 해고됐다…농성장에서 나오게 하라"

홍익대학교 측이 전 용역업체 소장을 앞세워 이 학교에서 농성하고 있는 해고 노동자들을 개별적으로 회유하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 용역업체 소장이 농성자 10여 명에게 전화를 걸어 "농성을 풀면 고용을 보장해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노조 서울경기지부(서경지부) 홍익대분회는 31일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8일부터 용역업체들은 조합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농성장을 빠져나와 당장 개별적으로 고용계약을 하자며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홍익대학교 해고 청소·경비·시설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이 31일 홍익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임금 더 준다" 회유…"노조 간부 부를 거면 없던 일로 하자"

홍익대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퇴사한 용역업체 소장은 "해고 전에 받았던 임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줄 것"이라며 "학교와 협의해서 제시한 금액보다 얼마를 더 얹어 줄 수도 있다"고 노동자들을 회유했다.

소장의 회유에 반발한 한 경비 노동자가 "난 그런 거 필요 없다. 노조에 가입했으니 노조 간부에게 직접 얘기하라. 지금 노조에 가입해서 농성하는데 무슨 소리냐"라고 항의하자, 소장은 "노조 간부를 부를 거면 없던 일로 하자"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농성자 본인이 전화를 받지 않는 사이에 해당 소장이 집에 연락한 경우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60대 경비직 아들을 둔 한 노부모에게 전화로 "당신 아들(이 해고됐다는) 상황 잘 알지 않느냐, 아들이 농성장에서 나오게 하라"라고 했다.

또 다른 경비 노동자는 전 용역업체 소장으로부터 "지금 노동조합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당신의 일자리를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다른 사람이 꿰찰 수도 있다"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

"학교가 이제 와서 우리를 이용하려는 것"

ⓒ프레시안(김윤나영)
홍익대 농성장을 지키는 노동자들은 "학교와 용역업체 소장이 이제 와서 우리를 이용하려고 한다"며 분노했다. 경비 노동자 박진성(가명) 씨는 "우리가 이렇게 한 달이나 추위에 떨면서 농성하고 있는데 옆에서 그렇게 회유했다고 생각하니 괘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비 노동자 김명환(가명) 씨는 "우리가 이렇게 된 데에 대해 일말의 책임도 없이 역으로 행동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청소 노동자인 이숙자(가명‧60) 씨는 "(전 용역업체 소장의 회유 전화에 대해) 대답할 가치도 없다"면서도 "그렇게 하면 (학교로부터 노조 탄압이라는 공로를 인정받아) 전 용역업체 소장이 다시 홍익대에서 일할 수 있을 줄 아나 본데, 용역회사에서 심어준다고 해도 노동조합이 소장을 거부하면 일 못 한다. 소장에게 괜히 뒤에서 욕먹을 필요 없이 가만히 있으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쏘아붙였다.

노동자들은 청소 노동자들보다 상대적으로 결합력이 약한 일부 경비‧시설 노동자들의 약점을 파고들었다고 지적한다. 박명석 공공노조 서경지부 지부장은 "연휴 기간에 홍익대학교 측이 예전 소장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을 집중적으로 흔들고 나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동안 홍익대 조합원 140여 명 중에 10여 명은 농성장을 떠났다.

용역업체 소장, "홍익대 측이 개별 연락처 건네줬다" 시인

전화를 받은 사람들 중에는 경비직뿐만이 아니라 시설관리 노동자들도 있었다. 문제는 용역업체 소장이 홍익대학교 측으로부터 전화번호를 받지 않고는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개별 연락처를 알 길이 없다는 점이다. 이재용 공공노조 서경지부 홍익대분회 조직차장은 "해당 용역업체 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홍익대학교 측이 개별 노동자들의 연락처를 소장에게 직접 넘겼다고 시인했다"며 학교 측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익대학교가 앞장서서 노동조합 탄압에 나섰다는 것이다.

지난 3일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홍익대학교에서 해고된 청소‧경비‧시설노동자들은 한 달째 홍익대학교 본관을 지키고 있다. 노동조합은 학교 측에 새로운 용역업체 선정에 대한 공문을 보냈으나 학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다 지난 27일에서야 학교 측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용역업체 세 군데를 선정했다. 청소‧경비‧시설 용역업체를 각기 다른 회사로 분리한 채였다. 홍익대 노조 측은 "용역업체를 여러 갈래로 나눠 뽑은 것은 노동자들을 분열하기 위한 술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측은 새 용역업체를 최저입찰제 방식으로 선정했다. 새 용역업체는 최저임금과 인원 감축을 계약조건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이재용 조직 차장은 "새로운 경비 용역업체가 예전에는 2명씩 배치된 건물에 경비 인원을 1명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며 "새 용역업체는 이들을 고용승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세뱃돈 궁하지만…"회유책 어림도 없다"

설을 앞두고 노동자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12월 31일 계약이 해지되고도 1월 1일 추가로 일했던 경비 노동자들은 하루치 밀린 임금을 설 연휴 전에 받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 측이 추가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나중에서야 용역업체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이들에게는 손주들에게 줄 세뱃돈 한 푼이 궁해졌다.

여성 청소 노동자들은 명절이 더욱 바빠졌다. 설 준비는 설 준비대로 하고, 농성장은 농성장대로 돌아가면서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있는 조합원들은 설 연휴에도 농성장을 지켜야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진명희(가명‧60) 씨는 "우리들끼리 설날에 돌아가면서 밤새울 사람 당번을 다 짜놨다"며 "서로 바빠서 못 온다고 할 줄 알았는데 알아서 다들 나온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며느리를 친정에 보내놓고 농성장에 오겠다는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청소 노동자 한화선(64) 씨는 "(명절 때) 할 일은 하고 나와 농성장을 지켜야 한다"며 "전원이 고용 승계되고 저임금이 개선될지가 걱정이지, (다른 조합원들이) 농성장에서 이탈할 걱정은 안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우리 중에는 흔들릴 사람이 없다"며 "(회유책은) 어림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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