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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유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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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평화 유지군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길]<10>

1. 주한미군, '한반도형 언병' 만들기의 걸림돌?

묵자는 전수방위를 위해 방어전쟁에 필요한 군사기술과 함께 무기들을 개발했다. 묵자의 제자들인 묵가 집단은 공성전(攻城戰)에 대항하는 방성전(防城戰)을 체계적으로 익히고 훈련하여 그 분야의 대가들이 되었다. 예를 들면, 묵자의 사상이 담긴[묵자]에는 성문을 지키는 방법(備城), 높은 곳의 적을 대비하는 방법(備高臨), 사다리 공격을 대비하는 방법(備梯), 수공(水攻)에 대비하는 방법(備水) 등 방어 전쟁에 필요한 대책들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고전 연구회, 2006, 305-306)

묵자의 전수방어 방법은 분쟁의 중립지대에서 이루어지므로 중립주의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묵자가 무기를 사용했으므로 비무장 중립주의가 아닌 '유(有)무장 중립주의'이다. 묵자가 유무장 중립주의에 따른 전수방위를 펼쳤으므로 '무장(有武裝) 중립ㆍ전수방위 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小林正弥, 148~149)

'무장 중립ㆍ전수방위 주의'의 발상력을 높이기 위해 아래와 같이 문답한다;
묵자의 '무장 중립ㆍ전수방위 주의'를 남북한의 중립화를 위한 안보전략으로 채택할 수 있나? 묵자의 비전론(非戰論)이 반영된 '무장 중립ㆍ전수방위 주의'를 현대적인 안보 패러다임으로 정립한 뒤 중립화 통일 쪽으로 적용시킬 수 없을까?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해 비핵(비핵화)ㆍ비전론(非戰論)에 입각한 '무장 중립ㆍ전수방위 주의'를 적용하면 어떨까? 북한 핵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비핵ㆍ중립화 노선의 근거를, 묵자의 '무장 중립ㆍ전수방위 주의'에서 찾으면 어떨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한반도형(型) 언병'에서 찾아야할 것 같다. 묵자의 '무장 중립ㆍ전수방위'라는 안보 틀(안보 패러다임)에 따라 중립화 통일을 이루려면 한반도형 언병 만들기에 착수해야하는데, 주한미군이 한반도형 언병 만들기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 주한미군 스스로 진정한 국제평화유지군으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안 된다.

2. 진정한 국제평화 유지군이 되라

미군을 진정한 국제평화 유지군으로 만들기 위한 지혜를 모으기 위해 춘추전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춘추전국 시대는 주 나라의 군제(평화 유지군 체제)가 무너진 데에서 비롯된다.

본래 주(周) 나라의 군제(軍制)는 평화유지군 체제로서 병농(兵農)일치였으니 평상시에는 농업에 종사하다가 유사시에 군사로 동원하였다...모든 정벌은 천자의 명령에 의하여 군사를 출동하고, 제후의 군통제권은 자위권의 행사에만 한정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춘추시대에는 천자국의 군사력이 대단히 미약하여 국제 평화유지군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상실하였을 뿐만 아니라 제후들이 분열 독립하여 패권을 다툰 결과 주나라의 평화유지군 체제가 붕괴했다.(서정기, 32)

공자는 이러한 현실을 개탄하면서 깡패 같은 제후 국가들을 방벌(放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깡패 같은 제후 국가들을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깡패국가(Rogue state; 북한ㆍ이란 등의 불량국가)'이다.

미국이 보기에 북한처럼 불량한 나라가 핵무기를 개발하여, 동아시아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주둔하는 미군에 도전장을 내므로 북한에 대한 의로운 전쟁(義戰)을 벌여야한다는 것이다.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 국가로 지목하고 북한에 대한 反테러 전쟁을 주한미군ㆍ주일미군 중심으로 전개하자고 주창할 때의 미군은 국제평화 유지군이다. 펜타곤 쪽에서 보았을 때 국제평화 유지군이지만, 미군의 역기능을 주장하는 쪽에서 보았을 때는 한반도의 통일을 저해하는 '국제 반(反)평화 유지군'이다. '국제 반(反)평화 유지군'인 미군이 불량국가인 북한을 정벌하기 위한 전략이 지속되는 한,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이 불가능하므로 미군의 역할이 반평화적이라는 것이다. 미군이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의 걸림돌이라는 뜻이다.

한편 중립화 운동의 측면에서 보아도 미군이 주둔하는 한 평화체제 구축이 불가능하므로, 중립화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남북한이 힘을 합하여 중립국이 되려면 외국군대가 없어야 되는데 미군이 똬리를 틀고 있으면 중립화 통일이 어려워진다. 예컨대 미군이 주둔한 상태에서 중립화하자고 중국에 외교협상을 제안했을 때 협상이 가능하겠는가? 이는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목을 조르는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상태에서 북한과 중립화 통일을 하자고 말하면 "미쳤다"는 대답만 되돌아올 것이다.

이렇듯 펜타곤 측에서 보면 국제평화 유지군인 미군을, 중립화 통일운동의 측면에서 보면 걸림돌이다. 따라서 ① 미군이라는 걸림돌을 빼거나 ②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③ 걸림돌이 평화의 표석(標石)이 되도록 형태 전환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빼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주장하는 운동이 미군철수 운동으로서 직접적인 투쟁이다.

그런데 중립화 통일운동 쪽은 직접적인 투쟁이 아닌 '평화의 표석(標石)이 되도록 형태 전환하라'는 간접적인 운동에 동의한다. 주한미군의 평화유지군화(化)에 동의하는 것이다. ① 현재의 한반도 안팎의 정세를 볼 때 주한미군이 당장 철수하기 어려우므로 ② 중립화 통일이 이루어지는 과도기에 ③ 미군이 한반도ㆍ동아시아의 진정한 평화유지군 노릇을 하거나 ④ 평화의 표석으로 형태 전환한다면 ⑤ 주둔할 수 있다는 '조건부 주둔론'이다.

1) 미군이 정말로 국제평화유지군 노릇을 할 수 있나?

그런데 문제는 미군이 정말로 국제평화유지군 노릇을 할 수 있느냐에 있다. 주나라의 천자가 거느렸던 평화 유지군처럼 국제평화 유지군의 역할을 할 수 있느냐이다. 주나라의 예치(禮治)를 엄호하기 위한 도덕 군대로서의 평화유지군 역할(주1)을 미군이 해내지 못하면, 중립화 통일론자들의 '조건부 주둔의 의미'가 퇴색한다. 의미가 퇴색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군이 중립화 통일을 방해하거나 위협하는 군단이 될지 모른다.

유럽에 주둔하는 미군,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NATO)의 군대가 스위스ㆍ오스트리아와 같은 중립국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듯이, 동아시아에 주둔하는 미군이 남북한의 중립화 과정을 훼방하거나 중립화 통일된 한반도의 안전을 위협하면 안 된다. 미국이 맹주인 미주기구(OAS)가 코스타리카의 중립화를 위협하지 않듯이, 한미동맹 체제가 한반도의 중립화통일 과정을 위협하면 안 된다. 위협하는 순간 중립화 통일과 미군주둔 체제의 모순이 발생한다.

중립화 통일과 미군주둔 체제의 모순이 발생하거나 강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미군이 '진정한 국제평화 유지군'이 되길 바란다. 미국이 진정한 국제평화 유지군이 되지 않으면 한미 동맹군의 반쪽인 한국군이 한반도형 언병이 되지 못하여 중립화 통일을 위한 군사적인 정비작업을 할 수 없게 된다. 한반도형 언병이 중립화 통일의 파수병(把守兵)이 되기 위해서라도 미군 스스로 진정한 평화유지군으로 탈바꿈하라는 것이다.

2) 미군의 국제평화 조정력을 강화해 달라!

또 하나의 바람이 있는데, 미군의 국제평화 조정력을 강화해달라는 부탁이다.

주나라의 국제평화 유지군(주나라 천자의 군대)의 군제(軍制)가 붕괴된 결정적인 이유는, 천자가 권위를 잃어서 국제평화를 보장하는 조정력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다.(서정기, 27)

이는 미군에게도 적용된다. 천자의 국가(?)인 미국(주2)이 권위를 잃어 국제평화를 보장하는 조정력을 상실하면 국제평화 유지군 노릇을 할 수 없게 되어, 중립화 통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미군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국제적인 평화의 조정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해야지 긴장을 고조시키는 쪽으로 나아가지 말아달라는 부탁이다.

주1) 예(禮)는 천자와 제후, 제후와 경대부, 그리고 제후국 사이의 국제적인 협약이었으며, 이 협약을 지키기 위한 평화유지군이 주나라의 군대이었다. 이 때문에 주나라 군대가 도덕력(도덕적인 권위)을 갖춘 군대로 인정받았다.

주2)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대두한 미국이 힘에 바탕을 두고 국제평화유지 담당자임을 자처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무력에 의한 제재를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행태에서 고대 동양의 天子와 유사한 면도 발견된다.(노영돈, 225)

<인용 자료>
* 고전연구회 편저[2천년을 이어져온 논쟁](서울, 포럼, 2006)
* 노영돈「고대 동양의 전쟁관과 전쟁법」[軍史]34호(1997.6)
* 서정기 역주[春秋(上)](서울, 살림터, 1997)
* 小林正弥[非戰の哲學](東京, 筑摩書房,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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