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CD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가 잇따라 자살하는 일이 일어났다.
삼성 LCD 천안공장에 지난 2010년 1월 입사한 김 모(26) 씨는 11일 오전 7시 20분경 근로자들이 숙식하는 기숙사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숨졌다. 故 김 씨의 고모부인 장 모 씨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날 새벽 5시 59분에 가족들에게 미안하단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왔고 얼마 뒤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씨가 전한 유가족들의 말에 따르면 故 김 씨는 입사 후 팹(FAB) 공정 생산직으로 일하면서 업무가 너무 과도하다며 여러 번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는 "(故 김 씨가)다른 직장보다 많은 임금을 받지만 하루 근무시간이 14~15시간이나 돼 힘들어했고 근무 조정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며 "팀 생산성이 연말 고과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설비를 고장 내기라도 하면 동료들의 눈총을 받는 것도 스트레스라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故 김 씨는 결국 지난해 11월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판정을 받고 두달 간 병가를 냈다. 치료를 끝낸 그는 사측과의 사전 면담을 끝내고 지난 9일 인천에 있는 집에서 천안 기숙사로 복귀했다. 동료들과 술을 마신 뒤인 오전 4시경 기숙사 13층 난간에 앉아 있는 김 씨를 본 경비원과 보안 요원 4명이 김 씨를 방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김 씨는 경비원과 보안요원들이 해당 기숙사 동장에게 연락을 취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다시 밖으로 나가 건물 밖으로 투신했다. 유서는 따로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는 "기숙사를 지키는 사람이 5명이나 있었는데 한 번 자살을 시도한 이를 그냥 방으로 데려다 놓기만 했다는 게 가슴이 아팠다"며 "적어도 한 명이라도 감시나 통제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일 삼성 LCD 탕정공장에서도 한 여성 노동자가 투신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2008년 입사한 박 모(23) 씨는 지난해 3월 기숙사에서 절도를 하다가 발각돼 동료들과 관계가 소원해지자 우울 증세를 보여 왔다. 지난해 5월부터 3개월간 병가를 냈던 박 씨는 다시 회사 측으로부터 6개월 간 휴직을 권유받고 쉬던 중에 기숙사를 찾아 18층에서 몸을 던졌다.
소식을 전한 관계자는 "故 박 씨는 평소 삼성에 대한 애사심이 강해 복직을 강력하게 희망해 온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사측에서 퇴사를 종용한 게 아닌가 하지만 유가족이 더 이상이 이 문제를 다루는 걸 원치 않아 확인할 방도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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