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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이유있는'(?) 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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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이유있는'(?) 변심

[기자의 눈] 왜 그들은 정부를 비판하나

최근 <한국경제>의 맹활약(?)이 단연 화제다. 지난해 말 즈음부터 현 정부와 거리두기를 하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서는 어떤 신문보다 맹렬하게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비판의 핵심은 최근 가장 큰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전세난에 맞춰져 있다. 12일자 신문은 1면 톱으로 '금리 오른다는데 대출 급증…가계 빚 '빨간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걸었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도 정부는 이를 수수방관해 가계에 큰 부담이 된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정부에 대한 비판적 논조는 '비수기 전셋값 급등 8년만에 최대폭', '금융당국, 늘어나는 가계 빚 방치…통화정책 운용 '자승자박'', 'DTI '한시 폐지' 주택대출 부추겨', '변동금리 줄이기' 실패한 정부' 등 시선이 가장 집중되는 1면과 3면에만 네 건의 기사에서 더 드러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경제>는 작심한 듯 4면과 5면을 통털어 전세난에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치면에서도 인사난의 핵심으로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으며('"검증 시스템 완벽해도 대통령이 낙점하면 무의미"'), 신문사의 '입'이라 할만한 사설면에서도 정부를 매섭게 비판했다. 신자유주의의 전달자로 군림해 온 신문으로는 이례적으로 인터뷰를 통해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의견을 충실히 전달하기도 했다. 진보매체와 온도 차이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문제는 편집방향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한국경제>가 지향하는 건전한 한국 경제상이 무엇인지가 혼돈스러워진다는 점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한국경제>의 과거 기사들을 살펴보면 이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DTI 규제 한시적 완화 카드가 전면 등장한 '8.29 대책' 시행 한달여 후인 작년 9월 26일 <한국경제>는 '8.29 부양책 한 달…"집값 되레 떨어졌다"'는 기사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한시 폐지됐지만 대출 이용자는 여전히 적다.…일부에서는 후속 대책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택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며, 대대적 규제 완화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논리다.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이 금리 상승과 맞물릴 경우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되면서 신용위험이 커질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는 12일자 'DTI '한시 폐지' 주택대출 부추겨' 기사의 논조와 180도 다르다.

작년과 올해 사이 주택시장 상황은 변한 게 없다. 오히려 이 신문이 과거 우려한 주택담보대출은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났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대출을 늘리는 게 한국 경제에 좋은 일이라고 강조하던 신문이 하루 아침에 입장을 바꿔버린 셈이다.

기자의 해석을 두고 <한국경제>가 억울함을 호소할 부분은 없다. 과거 기사가 오판이었다고 판단했다면, 최소한 잘못된 해석이 무엇에서 연유했는가 정도는 독자에게 설명하는 기사를 보도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신문에 그런 기사는 없다.

정부 비판이 강해졌지만, 이 신문의 논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이날(12일) 부동산 면에는 떡하니 역세권 단지 투자를 고려하라는 기사가 실려 있다. 독자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본에 종속된 오늘날 한국 신문의 철학 부재가 문제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이날 <한국경제>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기사는 이 신문이 기획기사의 한 꼭지로 내보낸 칠레를 소개하는 기사의 상자기사로 들어간 현대자동차가 현지에서 리딩 브랜드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현대차는 리딩 브랜드…시보레와 각축"')였다.

<한국경제>의 최대 주주는 현대자동차그룹이며, 전경련 소속의 재벌그룹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칠레 현지에서 한국 기업이 잘한다는 소식을 싣는 기사 중 유독 현대차 관련 기사만 따로 비져나온 '생뚱맞음'의 근본 원인이 신문의 지배구조, 곧 돈을 쥐어주는 곳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자꾸만 든다.

<한국경제>의 최근 논조 변화를 두고도 마음 편히 볼 수 없는 이유다. 이 신문은 <매일경제>와 종편 사업자 선정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했고, 탈락했다. 종편 사업자에 선정됐더라도 이 신문이 지금처럼 현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했을까. 종편은 막대한 광고수익과 여론 장악력을 기대할 수 있는 포맷이다.

특정 언론만 비판하고자 함이 아니다. 이 문제는 <한국경제>뿐만 아니라 한국의 상당수 신문이 해결하지 못한 숙제이기도 하다. 다만 최근 <한국경제>의 행보는, 그냥 지나칠 수 없을만큼 특별했다는 점을 애써 강조한다.

▲<한국경제> 1월 12일자 1면. ⓒ<한국경제> 지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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