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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여진 "홍대 교수들, 어른이 애들 뒤에 숨다니 비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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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여진 "홍대 교수들, 어른이 애들 뒤에 숨다니 비겁해"

홍익대를 감싼 '외부세력'?…그들의 유쾌한 연대

새해 벽두부터 집단 해고당해 8일째 농성 중인 홍익대학교 비정규직 사태에 '외부세력'론이 화제다. 지난해 말 민주노총 공공노조 서경지부 홍익대학교 분회를 결성한 홍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급단체와 함께 농성에 나서고부터다. 게다가 '외부세력'론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나선 주체는 홍익대가 아닌 총학생회다. '도시의 유령'으로 불리는 청소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요구로 시작된 싸움에서 정작 '진짜 사장'은 빠진 채 소모적인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꼴이다.

'외부세력'론, 왜 나왔나

'외부세력'론은 지난달 학교 측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소속된 용역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한 이후 총학생회의 첫 반응에서 나왔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학교가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으며 최저입찰제로 용역업체를 선정해 청소노동자 복지문제에 소홀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됐다"며 "외부 정치 세력과 결탁, 사실과 무관한 내용을 기재하여 여론을 조성하고 언론을 선동하는 방식으로 노동자 복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으며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입장 표명은 총학생회와 농성자 사이에 불신의 골이 패는 계기가 됐다. 농성이 시작된 3일 총장실 점거 현장을 취재하던 홍대 학보사 조교가 공공노조 조합원에게 카메라를 뺏기고 뺨을 얻어맞는 일이 일어났다. 학내 방송사도 핀마이크를 뺏겼다. 6일에는 홍대 본관 앞에서 연 집회에 총학생회가 찾아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중단을 요구했다. 이후 총학생회는 서명 운동을 시작하는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학교 측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의 요구 자체를 외면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외부세력'을 언급하는 건 빠지지 않았다.

총학생회가 지칭하는 '외부세력'은 홍익대 분회와 함께 교섭에 나선 민주노총 서경지부로 홍익대 분회의 상급단체다. 연세대, 이화여대, 동국대, 고려대병원 등 이전에 처우 개선을 이끌어낸 사례에서도 분회와 지부가 함께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의 싸움에 대해 학생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는 사례도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외부세력을 걸고넘어지는 총학생회의 배후에 학교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홍익대학교 곳곳에 '외부세력'들이 총학생회에 보내는 메시지가 보인다. ⓒ프레시안(김봉규)

반복되는 '외부세력'론, 학생들이 매긴 점수는?

10일 총학생회가 연 간담회에서도 '외부세력'론을 둘러싼 갈등은 반복됐다. 애초 홍익대 학생들이 학교 측과 노조 측의 이야기를 나란히 듣는 자리로 계획된 자리였다. 하지만 정작 학교 측은 나오지 않았다. 노조도 6명의 지부 관계자 및 분회 조합원들이 나왔지만 총학생회가 배포한 3쪽의 설명 자료를 보고 이내 자리를 떴다. 학교 측의 주장만을 반영해 작성된 불공정한 내용이라는 이유다.

설명 자료의 주된 내용은 노조 측이 주장을 뒷받침 하는 근거가 없고, 총학생회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사태 해결을 모색하는 걸 공공노조가 가로막는다는 것이었다. 또한 공공노조가 내세운 교섭 요구가 분회의 요구안보다 과도해 사실상 대화를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외부세력'론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총학생회의 입장이 사태 해결을 위한 본질을 흩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학보사 조교의 상황 설명이 20분이 넘게 이어지자 한 학생이 발언을 신청해 "폭행사태의 본질은 민주노총이 총학생회를 믿지 못해서 생긴 일이지 사태의 본질과는 상관이 없다"며 "왜 이 자리에서 무대에 서서 이런 이야기를 길게 들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경영학과 3학년이라고 소개한 한 학생은 "총학생회가 (농성이 지속된) 8일 동안 무엇을 했나. 문제는 외부세력이 아니라 찬 바닥에 누워 추위에 떨고 있는 어머님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드리는 가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총학생회가) 민주노총이 들어와 학생들이 분열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이 들어오기 전에 총학생회는 과연 무엇을 했나"라고 묻기도 했다.

법대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학생은 "(방학 중에) 밖에서 술만 마시며 놀던 내게 농성 소식을 전해준건 총학생회가 말하는 외부세력이 알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떠나 약자의 편에 서서 지지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법적으로만 아무 문제없다는 태도는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이 법적으로 직업병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덧붙였다.

일부 학생은 총학생회를 지지하면서 민주노총이 손을 떼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농성장 근처의 야간 경비에 나서 논란을 빚은 학군단 소속의 한 학생은 "경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총학생회가 하고 싶은 말은 학생이 주인인 장소에서 (민주노총이) 왜 분란을 일으키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을 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의 주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더라"라며 "총학생회가 사태의 논점을 파악해 하나하나 해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발언을 신청한 다수의 학생들은 총학생회가 비정규직 노동자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한 불문과 학생은 "한시가 시급한데 이런 저런 방안을 모색할 만한 틈이 없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걸고 등록금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이는 등 학생들의 목소리를 전달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외부세력'의 기대와 다른 총학생회의 태도의 배경에는 언론에 대한 불신도 한몫했다. 총학생회는 간담회를 시작하기 전 기자들의 간담회장 출입을 가로막고 나섰다. 홍미선 부총학생회장은 "학생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안건을 논의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들이 항의하자 김용하 총학생회장은 취재를 받아들이면서도 "언론 보도에서 (총학생회에 대한) 왜곡이 너무 심하다"며 몇 차례나 공정한 보도를 강조했다.

▲ 10일 서울 마포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홍대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과 노동단체, 시민들이 모여 복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를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노조 "민주노총, 20대에 보여준 것 없는 건 사실…노력은 알아 달라"

농성에 참여하는 공공노조는 학교가 아닌 총학생회와 갈등을 빚는 상황이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관계자는 "노조의 바람은 실질적 사용자인 학교와 직접 대화하고 싶다는 건데 총학생회와의 충돌만 쟁점이 되고 있는 느낌"이라면서도 "총학생회가 실제로 학교 측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는 건 지탄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그 동안 20대나 학생들에게 보여준 게 없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3년간 공공노조 소속 비정규직 조합원이 7000명이나 늘어나는 등 민주노총이 청소 노동자와 같은 소외 노동자와 연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관계자는 "학보사 조교 폭행 사건은 총장실 점거 당시 경찰병력이 배치돼 흥분한 상황에서 학교 측의 채증을 우려해 발생한 일이지만 잘못한 건 맞다"면서 "빼앗긴 카메라를 찾으러 오라고 연락을 했지만 학교 측의 지침이 없다며 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조교는 노조 측이 농성자 얼굴이 찍힌 사진을 삭제할 것을 요구해 찾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용하 총학생회장은 "우리가 비권(비운동권)이라서 이러나 보다"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 관계자는 "연세대 청소 노동자들의 싸움에서도 당시 비권이었던 총학생회가 지지 방문을 왔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학교 측과 총학생회의 입장이 똑같이 가고 있어 대립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외부세력'들의 유쾌한 연대…중심에 선 영화배우 김여진

총학생회와 노조의 갈등에는 아랑곳없이 농성장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외부세력'들로 북적인다. 홍대 본관 1층 유리창에 붙은 전지에는 농성에 필요한 먹을거리와 후원금을 보낸 이들의 이름이 수북하다. 쌀부터 김치, 라면, 과일, 전기장판, 손난로 등 종류도 다양한 물품들이 고령의 나이에 찬 바닥에 누운 조합원들의 추위를 잠시 잊게 한다.

총학생회의 간담회가 이어지던 10일 저녁 7시에는 혹한의 추위에도 150여 명의 시민과 조합원들이 홍대 정문에서 모여 촛불집회를 열었다. 비슷한 시간 홍대 인근 한 음식점에서는 홍대를 돕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트위터리안'들의 번개 모임도 마련됐다. 신문 광고부터 후원 기금까지 다양한 지원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40여 명이 서울 각지에서 모였다. 그 중심에는 농성 초기부터 노조를 적극 지지하고 나선 영화배우 김여진 씨가 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프레시안(김봉규)

-홍대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본인 트위터를 통해 많이 알려졌는데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

인도적 대북 지원이나 4대강 사업 같은 이슈를 꾸준히 이야기했다. 최근엔 무상급식 이야기도 많이 했고 기사도 나오더라. 홍대 청소 노동자 농성은 내가 현장을 방문하고 당사자를 뵙고 할 정도로 일이 커질 줄 몰랐다(웃음). 사실 기사화가 된 지도 몰랐는데 팔로 수가 2배가 된 걸 보고 화제가 된 걸 알았다.

-대학 시절에도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학내 문제보다는 밖으로 나갔다. 청량1동 철거지역에서 주로 있었다. 공부방도 했었고, 빈활(빈민현장활동)도 했던 '전적'이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학교 졸업하고 이날 이때까지 전혀 상관없이 살았다(웃음). 고작해야 투표를 할까 말까 할 정도였다. 안한 적도 꽤 된다.

-지지 방문을 할 정도로 홍대 사태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어렴풋이 기억나기로는 서울대 청소 노동자 싸움이 있었고, 연말에 한 청소 노동자가 1인 시위를 하던 광경을 본 적 있다. 밥 먹을 공간도 없고, 청소를 마쳐도 손 씻을 곳이 없어 지저분한 손으로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는 사진을 봤을 때 마음이 참 그렇더라. 얼마 전에는 동국대 청소 노동자들이 삭발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 일들이 쌓이고,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는데 홍대 사태를 보고 빵 터진 셈이다. 또 하나는 총학생회 문제도 있다. 모든 화살과 비난의 중심에 총학생회가 서 있다. 그 친구들이 하는 이야길 들으면서 마음이 아팠다.

-총학생회 역시 비난을 힘겨워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문제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는 것 같은데.

그들의 논리라기 보단 학교의 논리에 가깝다. 학교가 그런 말을 굳이 시키지 않더라도 스스로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이 어떤 말을 하건, 설사 자기 생각처럼 이야기 한다고 해도 결국은 학교 논리다. 민주노총과 함께 할 수 없다는 말 이해는 간다. 운동권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당선 됐으니까.

정말 비겁하다고 생각하는 건 끝까지 침묵을 지키는 학교, 그리고 학교 교수들이다. 내가 교수라면 입장을 떠나서 그들에게 '이럴 필요 없다, 뒤로 물러서라'라고 하겠다. 진정으로 제자를 아낀다면 '너희들이 왜 자꾸 이야기하고 나서 비난을 자초하느냐, 이러지 말고 학교와 노조 양측이 직접 대화하도록 빠져있어라'라고 말해야 한다. 지금은 어른이 애들 앞세워 뒤에 숨는 격이다. 그걸 보면서 정말 화가 났다. 어머님들은 지금 학교와 대화하는 게 급선무지 총학생회와 함께 연대할 것인가를 결정할 상황이 아니다.

-가깝게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협상 당시 한 연예인이 '청산가리' 발언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연예인의 사회적 발언에 부담을 느낀 적은 없나?

크게 느낀 적은 없다. 연예인이란 게 일이 있을 때가 있고 없을 때도 있다. 사랑 받을 때가 있고 없을 때도 있다. 사회적 발언은 그게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에 연연한다고 인기를 얻는 것도 아니고. 만의 하나 이렇게 발언해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고 치자. 그럴 땐 학생들에게 물었던 '너의 학습권과 그들의 생존권 중 어느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란 말을 나에게 던져보면 된다. 캐스팅 한 번 더 되느냐 덜 되느냐와 어머님들의 생존권 중 뭐냐 중요한 지는 확실하다. 어른이 못하면서 애들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겠나.

-오늘 모인 트위터리안들과 어떤 방식으로 연대 방안을 만들 건가. 아울러 홍대 사태의 바람직한 해결 방향은.

어제 밤에 트위터로 대화하다가 '모금을 빙자한 연대'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한번 볼까요?'라는 얘기가 나왔다. 촛불 집회가 있는 날이어서 집회에 갈 이들을 끌고 온 거 아닌가 싶기도 한데, 생각해보면 오늘 모인 이들이 꼭 집회를 갈 분은 아니고…그래서 '날라리 외부세력'이라고 이름 붙였다(웃음).

앞으로는 일단 가볍고 즐겁게 해보려 한다. 첫 의견이 조선일보에 광고를 내는 걸 목표로 모금 해보자는 거였다. 안 되더라도 과정 자체가 신날 것 같다. 일일호프도 열고, 어머님과 문화제 열어서 강강술래도 하고. 어떤 트위터리안은 만화를 그리겠다고 하고, 다른 이는 배지를 만들겠다고 했다. 잠깐 모였는데도 아이디어가 쏟아지더라.

홍대 어머님들은 적어도 새로운 용역업체로 고용승계가 됐으면 한다. 학교 측이 새로 용역업체 선정에 들어갔다는데, 최저가 입찰을 하면 또 최저임금 언저리의 임금을 받게 될 테니 그렇게 되지 않도록 알릴 계획이다. 노조를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머님들이 노조 아니면 기댈 데가 어디 있겠나. 그들끼리라도 뭉쳐야 하는 거 아닌가.

-본업에 지장은 없나?

사실 오프라인 모임은 오늘 밖에 시간이 없었다. 연극 <엄마를 부탁해>가 이달 31일에 끝나면 5월까지는 전국 각지에서 주말마다 공연이 있다. 다음달 10일엔 영화 <아이들>이 개봉하고, 3월엔 방송 활동도 시작할 계획이다. 설마 이번 일 때문에 못하는 일은 없겠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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