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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이상의 힙합, 고전 반열 오를 카니예 웨스트 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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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이상의 힙합, 고전 반열 오를 카니예 웨스트 신보

[화제의 음반] <롤링 스톤>, <피치포크> 동시 만점

이처럼 평단이 열광하는 앨범이 근래 있었나 싶다. 단숨에 50여만 장을 팔아치우며 <빌보드> 앨범차트 1위로 데뷔한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의 다섯 번째 정규앨범 <마이 뷰티풀 다크 트위스티드 환타지(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는 대중과 평단의 격찬을 받고 있다.

▲카니예 웨스트 <마이 뷰티풀 다크 트위스티드 환타지>. 본래 앨범 표지는 악마와 천사의 성교를 묘사한 그림이었으나, 미국 현지에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교체됐다. ⓒ유니버설뮤직
1960년대 록 부흥기가 끝난 후 보수적 음악지의 대명사로 군림해온 <롤링 스톤>과 인디음악에 주로 관심을 보이는 음악지 <피치포크>가 동시에 만점을 매겼다. <피치포크>가 만점을 매긴 앨범은 지난 2002년 윌코(Wilco)의 <양키 호텔 폭스트로트(Yankee Hotel Foxtrot)> 이후 이 앨범이 8년 만에 처음이다. 이 밖에도 <인디펜던트>, <더 선>이 만점을, <스핀>과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가 10점 만점에 9점을 매겼다. 카니예 웨스트가 데뷔앨범부터 한 순간도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이 정도의 찬사는 놀라운 일이다.

<마이 뷰티풀…>은 일단 그가 유지해온 '덧붙이기'를 유지한다. 앨범을 내오면서 힙합에 소울, 일렉트로닉, 훵크 요소들을 적극 차용했던 그는 신보에서 오토튠을 활용하고, 팝의 고전적 명곡들을 샘플링해 두꺼운 음의 장벽을 주조해냈다. 매체들이 환호하는 부분은 이번 앨범이 그의 '점진적 성장'의 절정을 보여준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피치포크>는 "음악적으로 신보는 2007년의 <그레쥬에이션(Graduation)>이 내다버린 과격주의자 힙합퍼를 계승하고, <칼리지 드롭아웃(College Dropout)>의 그리운 샘플링과 <레이트 레지스트레이션(Late Registration)>의 바로크적 양식의 기악법을 매끈하게 되살려냈다"고 설명한다.

'경계흔들기(크로스오버)'의 역사가 두껍게 쌓여 올라온 결과, <마이 뷰티풀…>은 고전적인 힙합의 양식을 뛰어넘어 버린다. 전설적인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킹 크림슨(King Crimson)의 명곡 '21 센추리 스키조드 맨(21st Century Schizoid Man)'을 샘플링한 첫 번째 싱글 '파워(Power)'는 소울풍의 외침으로 시작하다 급작스럽게 신시사이저 음이 짙게 깔리며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1970년대 훵크라 불러도 무방한 '고저스(Gorgeous)', 으스스한 분위기의 무거운 비트가 머리를 강타하는 '몬스터(Monster)', 섬뜩한 느낌을 주는 피아노로 시작해 구슬프게 진행되는 '런어웨이(Runaway)' 등 앨범의 모든 곡이 곧바로 귀를 잡아챈다.

자기파괴적인 가사는 듣는 이를 처량하게 만드는 어설픈 으스댐이 아니기에 더욱 몰입이 용이하다. '런어웨이'에서 카니예 웨스트는 온갖 욕설을 다 집어넣어 자신의 무례함을 강조하다, 따라부르기 좋은 구호를 외친다. 섹스에 종교와 동등한 지위를 얹어준 '헬 오브 어 라이프(Hell of a Life)'를 두고 <피치포크>는 "환타지와 현실, 섹스와 로맨스, 사랑과 종교의 관계를 흔적이 사라질 때까지 흩트리"고 이는 "악마가 도사린 몽롱한 열반"으로 청자를 이끈다고 주장했다.

'천박하게 예리한' 카니예 웨스트가 주조해낸 이 앨범은 감상하는 내내 마치 꿈을 꾸는 듯 즐기게 만든다. 힙합에 문외한이거나, 선입견을 가진 이들의 무릎을 꿇려버리기 충분하다. 그는 숭배의 대상 마이클 잭슨처럼 세밀하게 만진 음을 두껍게 깔아, 랩의 공간을 과감하게 줄이고도 좋은 힙합 앨범을 만들었다. 이 성과는 대중을 의식하지 않고, 압도해버리는 결과물로 이어졌다. <롤링 스톤>은 이를 두고 "스스로를 한계까지 밀어붙이지 않(고 안주하)는 아티스트에 당신이 만족한다면, 카니예 웨스트는 당신을 바보천치로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롤링 스톤>은 이미 올해 최고의 앨범으로 이 앨범을 꼽았다.

여전히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이 프로듀서 출신의 래퍼가 만들어낸 혁신은 고전(Classic)의 한 자리에 벌써부터 예약권을 끊었다. 힙합계에서도 가장 큰 나무로 성장한 카니예 웨스트의 신보는, 왜 미국에서 힙합이 록을 인디의 공간에 밀어내버리고 주류로 올라섰는가를 명쾌하게 입증해낸다. 이런 순간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 ⓒ유니버설뮤직

에릭 베넷 <로스트 인 타임>

▲에릭 베넷 <로스트 인 타임> ⓒ워너뮤직

격정적인 애드립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한 에릭 베넷이 신보 <로스트 인 타임(Lost in Time)>을 발매했다.

한국적 정서에 잘 맞는 음악을 들려줬던 그는 신보를 끈적끈적한 소울로 가득 채웠다.

'필 굿(Feel Good)'은 맛깔스런 1970년대 말 훵크와 디스코를 듣는 듯하고, 첫 싱글 '섬타임즈 아이 크라이(Sometimes I Cry)'에서 에릭 베넷의 목소리는 마빈 게이를 연상시킨다. 역시 마빈 게이풍의 전주로 시작하는 '페이드(Paid)'는 도회적이고, 상대적으로 산뜻한 느낌의 '로스트 인 타임(Lost in Time)'은 한국식 발라드와 맞닿아 있다.

김봉현 대중음악평론가는 "<로스트 인 타임>은 <러브 앤드 라이프(Love & Life)>의 연장선에 위치하면서도 조금 더 옛것의 옷을 입고 세상에 나왔다"며 "대중보다 알앤비·소울 마니아들이 특히 반가워할 것"이라고 평했다.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리는 앨범이다. 정통 소울에 가깝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마이 케미컬 로맨스 <데인저 데이즈: 더 트루 라이브즈 어브 더 파블러스 킬조이스>

▲마이 케미컬 로맨스 <데인저 데이즈: …> ⓒ워너뮤직

마이 케미컬 로맨스의 신보 <데인저 데이즈: 더 트루 라이브즈 어브 더 파블러스 킬조이스(Danger Days: The True Lives of the Fabulous Killjoys)>는 의외로 괜찮은 내용을 담았다.

이른바 '이모코어'는 진작에 장르적 생명력을 다했다. 마이 케미컬 로맨스 또한 역풍을 피해가지 못했다. 우울한 정서를 담았음에도 상대적으로 유치한 상상력을 담아 '십대들을 위한 팝펑크'라는 비판을 듣곤 했던 이 밴드는 신보에서 보다 밝아졌다.

변신은 성공적이다. 나쁘게 말하면 그린 데이를 노골적으로 배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법하지만, 해방감을 주는 멜로디와 키치적(유아적) 상상력은 의외로 좋은 조합을 이뤘다. 첫 싱글 '나나나(Na Na Na)'는 부담스럽지 않은 팝펑크고, '서머타임(Summertime)'은 산뜻한 팝음악이라 불리기 부족함이 없다. '파티 포이즌(Party Poison)'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배경음악으로도 어울릴 법하고, '싱(Sing)'은 전자음악을 대폭 수용한 최근 조류를 따랐다.

어느샌가 과거의 멋내기를 유지하던 언더그라운드 메탈 밴드들이 조롱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됐다. 마이 케미컬 로맨스는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는 위악스러운 옛 옷을 벗고 영합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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