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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소득 불평등…'공동 번영' 없이 번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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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소득 불평등…'공동 번영' 없이 번영은 없다"

[해외시각] 美 공화당 '부자감세론'의 치명적 헛점

내달 2일 미국 중간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최대 이슈인 경제 문제를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공방이 치열하다.

공화당은 미국의 높은 실업률과 재정 적자를 내세워 오바마 경제 정책이 실패했다고 비판하면서 지난달 23일 '미국에 대한 서약'(Pledge to America)이라는 선거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의 핵심은 정부 재정 지출을 동결하고 감세 조치를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과거 공화당 정부의 실책 때문에 경기 불황이 왔다고 맞받아치면서 '부자 감세' 이슈를 전면에 내걸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은 미국의 최상위 부유층 2%를 위해 7000억 달러의 세금을 감면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부자에 세금을 물어 조세 수입을 늘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재정 적자와 부자 감세에 대한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경제 정책 방향을 소득의 양극화 현상으로 풀어서 해석하는 칼럼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경제적 불평등 확대의 비용'이라는 제목의 5일자 칼럼에서 "미국의 금융 거품이 불평등을 심화시켰지만, 반대로 불평등의 심화도 금융 거품을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이 칼럼은 미국 양극화 현상의 다양한 원인을 짚으면서 "소수 부자가 아닌 전 국민의 번영을 위해서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보기) <편집자>

▲ 9월 28일 위스콘신 메디슨 대학에서 열린 민주당전국위원회에 참가한 오바마 대통령 ⓒ로이터=뉴시스


공화당의 '미국을 위한 서약'에는 중요한 경제 이슈가 빠졌다. 소득 불평등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점이 거론되지 않았다. 공화당은 이 문제의 존재를 아예 부정해버리는 것이 상책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상위 1%가 전체 부의 23%를 차지하는 사회

2007년 거품이 꺼지기 직전 미국의 소득 상위 10%는 전체 부의 50%를 가져갔다. 예전에는 양극화가 이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다. 미국 경제에서 '황금시대'로 여겨졌던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76년까지, 전체 인구 중 상위 10%는 민간 경제에서 생산되는 수입의 1/3도 채 가져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경제 성장의 모든 혜택은 연간 11만 달러 이상을 버는 가구로 돌아갔다. 상위 10% 안에서도 분배의 치우침 현상은 뚜렷했다. 2007년까지 상위 1%가 국내 소득의 23%를 차지했다.

불평등이 심해진 이유는 여러 가지다. 세계화도 그 중 하나다. 세계화는 더 많은 노동·상품·자본의 흐름이 국경을 넘나드는 방식으로 불평등에 이바지했다. 기술 변화도 마찬가지였다. 고학력 노동력에 대한 수요 부족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노조 쇠퇴, 산업 규제 완화, 금융 시장이 실물 경제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현상 같은 '제도적' 변화도 불평등의 심화에 한몫을 했다. 필자는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의 불평등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변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학자들은 각각의 원인들에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는지를 계산하려 하지만, 평등이 사라진 이유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열차 살인>이라는 소설의 결말과 훨씬 비슷하다. 모두가 범인인 것이다.

소득 불평등은 금융 거품의 결과이자 원인

수입이 이처럼 극단적으로 치우친 데는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경제적 이유도 있다. 적어도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너무 심한 불평등은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장기간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최근 경험에서 우리는 금융 거품이 불평등을 가져왔다고 배웠다. 월가의 고수익 은행가와 증권거래인들이 국부를 싹 쓸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면 인과관계는 거꾸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너무 심한 불평등이 금융 거품을 이끌 수 있다.

이 논쟁에 대한 자유주의적인 해석은 전직 노동부 장관인 로버트 라이시의 신간 <애프터쇼크>에 있다. 라이시는 갑부들이 너무 많은 국부를 가져간 탓에 중산층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고자 더 많은 빚을 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이 주장에는 문제가 있지만, 적어도 그렇게 많은 빚을 지지만 않았어도 오늘날 중산층과 전체 경제가 더 나아졌으리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보수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단층선>(Fault Lines)이라는 신간에서 유권자들의 소득이 오르지 않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유지하는 조치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주택담보대출과 학자금 대출에 대한 보조금을 포함하고 있다. 그는 정치인들이 국가가 빚더미에 오르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재정지원 혜택을 주기 위해 서둘러 중산층의 세금을 깎아주었다고 덧붙였을지도 모른다.

소수에게 너무 많은 수입이 집중되는 바람에 수조 달러가 비생산적인 방식으로 낭비됐다. 최근 몇십 년간 부자들은 자신의 배당금을 예술품과 고급차, 명문 사립학교 등록금, 고급 미용사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교외의 고급 주택을 사는 데 써버렸다. 그리고 남은 돈을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에 잘못 투자했다. 부자들의 투자금은 투기 거품을 팽창시키는 핵심 원인이었다. 1980년대에는 고위험 채권 거품을, 1990년대 들어 기술통신 거품을,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신용 거품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부자 감세', 고스란히 중산층 부담으로 돌아가

하지만 불평등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기업과 국가가 번영하는 데 필요한 목표의 통합을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수익이 다른 사람에게 쏠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지도, 위험을 감수하거나 자신을 희생하지도 않을 것이다. 보수적인 공화당원들은 고수익자와 투자자들에 대한 세금 감면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 주장을 이용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러한 원리가 모든 국민들에게 적용된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아 버린다.

미국에서 소득 분배의 양극화와 정치 과정의 양극화가 같이 일어나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소득 불평등이 우리가 하나라는 인식을 약화시키듯이 효율적인 정부에게 필요한 정치적 합의 또한 어렵게 만든다. 현재의 선거 사이클이 이를 잘 설명한다. 마지막 온건주의자들이 정치 과정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제 남은 시나리오는 몇 년간 이념 투쟁과 정치적 정체가 이어지리라는 것이다.

정치 후보자들은 이번 선거 기간에 소득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득 불평등은 모두의 삶의 근저에 깔린 무언의 이슈다. 공동의 번영에 대한 의식이 없으면 번영도 없다. 경기 변동이 심하고 승자가 독식하는 세계 자본주의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국가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더 많은 경제 개입이 요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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