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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파업에 관한 '거짓말', 독일·일본 보면 답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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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파업에 관한 '거짓말', 독일·일본 보면 답 나온다"

"파견 완화한 독일·일본, 지금은 규제 강화 논의 중"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공장에서 점거농성에 돌입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파업이 22일로 8일차를 맞았다. 현대차 공장의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이라고 본 대법원 판결에 따르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이다.

사측은 대신 파업을 주동한 65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60억 원의 손해배상을 신청하고 64명을 업무 방해 등으로 고소했다. 22일에는 공장 내 단수 조치를 취하면서 농성자들이 화장실 이용 등에 불편을 겪기 시작했고, 음식물 반입도 막아 끼니를 잇기도 힘든 상태다. 사측은 또 조업시간을 12시간에서 10시간으로 단축해 1공장 소속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도 줄였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휴업도 불사한다는 태도다. 비정규직 노조도 지지 않고 전주‧아산공장에서 부분파업을 추가로 벌여 나갔다.

파업의 핵심은 '불법 파견'

파업의 핵심은 현대차를 비롯해 대기업 공장에서 이뤄지는 파견 구조다. 형식적으로는 사내하청업체들이 도급을 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작업 현장에서 원청회사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불법 파견이다. 한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파견 노동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를 중심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법원이 잇따라 불법 파견 판정을 내리면서 정규직화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런데 같은 사안을 놓고도 정반대의 시각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대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유명무실화된 파견 금지를 풀어 고용을 유연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견 노동이 불법이기 때문에 정규직화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파견 노동을 막을 수 없는 만큼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다.

언뜻 보면 아전인수식 해석이지만,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이 있는 독일과 일본에서 제조업 분야 파견근로가 제약 없이 이뤄진다는 근거가 지속적으로 제시됐다. 폴크스바겐이 신규채용자의 임금을 낮춰 고용을 늘리는 이중 임금제를 채택했고, 독일 정부는 파견에 대한 기간 제한을 없앴다. 일본에서도 경기에 따라 파견 노동자로 고용을 조절한다.

ⓒ프레시안(김봉규)

"파견 완화했던 독일·일본, 지금은 규제 강화 준비 중"

하지만 이들 국가가 단순하게 '파견 규제를 풀었다'라는 전제로 접근하는 건 위험하다. 독일이 근로자파견법을 제정한 때는 1972년이다. 파견을 합법화 한 이후에도 1990년대 중반까지 파견법의 초점은 파견근로자의 노동권 보호에 맞춰져 있었다. 1990년 후반부터 파견 완화로 기조가 바뀌면서 2003년 33만 명이던 파견 노동자는 2008년 76만 명으로 급증했다.

2002년 '하르츠 개혁'이라 불리는 노동시장 개혁 방안이 파견직 확대를 앞당겼다. 독일 정부는 파견법을 개정하면서 사용자가 단시간 파견계약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재고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파견 상한기한도 없앴다.

하지만 정부가 노동 유연성만 강조한 건 아니었다. 파견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강화했다. 파견은 자유로워도 일하고 있는 동안에는 임금 등에서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평등대우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파견업은 허가가 취소될 수 있고 원칙에 위반하는 합의도 무효화가 가능하다. 예외적으로 고용 창출을 위해 사용자가 최대 6주 동안 실업자의 실업급여를 지급하면서 고용하는 경우에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정도다.

실질적으로 독일 파견 노동자의 임금을 정하는 건 '평등대우 원칙'의 또 하나의 예외인 산별 단체협약이다. 노조 조직률이 낮은(5% 이하) 파견근로자를 대신해 단체협약 상의 산별 최저임금을 지키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평등대우 원칙'과 산별 단체협약이 있음에도 최근 독일은 저임금 문제와 정규직 노동자 감소 등 파견법 규제 완화의 취지와는 다른 문제점들이 발생하면서 파견 노동의 남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발간된 서울대노동법연구회의 <노동법연구>(29호)에 이러한 내용의 논문을 게재한 김기선(독일 라이프치히대 법과대학 박사과정) 씨는 "근로자 파견법 개정 이후 독일 내 파견 근로의 확대는 일정 부분 정규직 근로자의 감소 내지 파견 근로자에 의한 정규직 근로자의 대체에 기반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파견 근로가 가진 불안정성 역시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독일은) 파견근로유럽연합지침 제정을 계기로 파견근로의 남용을 막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라며 "파견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 없는 규체 완화는 고용창출효과는 없는 불안정고용의 확산 및 정규노동시장의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독일 파견법 개정이 우리에게 남기는 뼈저린 교훈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독일은 OECD 기준으로 산별 단체협약 적용률이 60%고 실질적으로 90% 이상의 노동자가 단체협약을 적용받고 있는데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점을 외면한 채 독일의 방식을 한국 노동시장에 적용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한국의 단체협약 적용률은 OECD 기준으로 정규직 16.3%, 비정규직 3.1%다.

일본 역시 독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파견업 규제를 풀었다가 문제가 발생한 국가 중 하나다. 일본 정부는 2004년 제조업에서 1년 이하의 파견을 허용했고 2007년 3년으로 기간을 완화했다. 이러한 규제 완화는 제조업에서의 파견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결과를 보여 2009년 6월 기준으로 제조업에서만 파견 노동자가 35만4000명에 달했다.

파견직이 확대되면서 고용불안 등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 문제로까지 번지자 당시 자민당도 파견 규제 강화로 방향을 바꿨다. 파견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1300~1400만 원의 지원금을 주고 기간제 노동자로 전환할 시에도 정규직 전환 보조금의 50%를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정권 교체를 달성한 민주당도 파견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과 불법 파견시 사용자의 직접 고용의제 등 파견법 규제 강화를 위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은수미 연구위원은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들의 관행 상 고용 구조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규제를 풀었지만 도급은 도급대로 유지되고 파견은 정규직 노동자의 비정규직 전환용으로 쓰이는 결과로 나타났다"며 "독일과 일본의 사례는 파견을 확대했다가 '앗 뜨거'하면서 물러선 경우고, 이미 사내하청과 불법 파견이 관행처럼 번져있는 한국도 제조업 파견을 허용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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