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피겨전용 링크장 하나만 만들어주시면 안될까요?"라는 애교섞인 발언도 잊지 않는다. G20 정상회의의 속사정에 속속들이 관심을 가질 여유도 없이 바쁜 시민들은 김연아를 보며 G20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그리고 "G20의장국인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함을 느낀다"는 그녀의 말을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김연아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한국에서 거의 완벽한 스타다. 아름다운 외모 뿐 아니라 뛰어난 실력으로 라이벌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커다란 점수 차로 보기 좋게 이긴다. 이렇게 기특한(?)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가 그 어려운 '트리플 콤비네이션'을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에 전율한다. 게다가 요즘 그의 최대 장기인 '트리플 콤비네이션'을 모르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다. 심지어 "너 한국인 맞아?"라는 질문까지 받게 된다. '한국인'이라면 의례 그녀를 사랑해야 마땅하고 그녀의 경기에도 당연히 몰두해야만 하는 것이다.
성공 못 하는 건 다름 아닌 내 탓?
한국은 그런 그의 이미지로 한국을 대표하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완벽한' 이미지를 이용한다. 그의 이미지는 한국을 신흥경제대국으로 포장하는 데 더없이 효과적이다. 그는 경쟁체제에서 노력으로 정상에 선 성공의 표본이며 전 세계의 모든 국가를 이긴 영웅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이미지로 엄청난 광고 수익마저 올리고 있다. 이를 통해 그의 이미지는 대한민국의 이미지이자 거대기업의 이미지가 되어있다. 그의 이미지는 곧 자본의 이미지가 되는 것이다. 그는 자본주의를 '좋은 것'이라고 선전한다.
그의 이처럼 완벽한 영웅신화, 또는 성공신화 역시 자본의 체제를 견고히 하는 데 효과적이다. 거대자본의 주인들 역시 이러한 영웅신화, 성공신화로 인해 그들의 자리를 보장받는다. '너도 하면 된다.'는 곧 '부자가 못되는 건 다름 아닌 네 탓'이라는 논리와 맞닿아있다. 사실 부와 빈곤의 양자는 자본의 경쟁체제가 필연적으로 낳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체제가 발생시키는 빈곤의 문제들은 모두 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된다. '탐욕'의 질서를 만들어 낸 것은 내가 아니지만 탐욕의 질서에서 패배한 책임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넘어온다.
G20 역시 경제 위기의 비용을 모두 노동자 민중에게 책임전가하고 있다. G20정상회의는 각국에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라고 요구하는 IMF 보고서를 채택했다. 그들은 해고 요건 완화와 비정규직 확대 등 노동유연화를 각국에 강력 주문한다.
이처럼 자본가들은 공적인 영역까지를 동원해 사적인 이익을 챙길 수 있지만, 노동자 서민들은 자본가들의 공적인 영역에서 배제된 것도 모자라 공적인 영역에서 발생된 책임까지 사적으로 떠안아야 한다. G20은 정확히 이와 같은 체제를 공식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자리이다. 세계정상회담이라는 그럴듯한 공적인 타이틀을 걸고 있지만 이는 실상 사적인 이익들을 챙겨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 사적인 이익들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들이 내놓은 긴축재정방안은 공적으로 발생한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사적으로 떠안기기 위한 보기 좋은 허울일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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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없는 자본의 허기
대자본은 제 허기의 바닥을 모른다. 그것은 '허기' 자체에 관심이 있다. 그것의 욕망은 단지 '허기'로 향할 뿐 그 허기가 어느 시점에서 채워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단지 게걸스럽게 모든 것을 집어삼킬 뿐이다. 이것이 바로 '이윤추구'라는 자본의 작동원리이다. 자본이라는 것은 만족할 줄을 모른다. 그것의 허기는 또 다른 허기를 부를 뿐이다. 거대 자본은 더 거대해지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많을수록 좋다.' 그것이 자본의 최대 선(善)이자 효율이다.
자본이 가지는 '허기'는 끝을 모르고 스스로를 질주하게 만든다. 질주의 속도가 유발하는 간헐적인 파동은 이미 불안을 예고하고 있다. 달리는 것들은 이미 출발지를 잊었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달리기 시작했는지,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지는 이미 중요치 않다. 그저 '달리는 행위'만이 중요할 뿐이다.
우리의 이주는 강요되었다
"강요된 이주는 G20과 관련이 있어요." 미셸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위원장은 단호하게 말한다.
G20국가들은 대부분 노동력을 상품화한다. 자본주의는 노동 뿐 아니라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체제이다. 사랑도 열정도, 혁명도, 심지어 신(神)의 영역까지도 무기력하게 침범당한다. 이 모든 영역들은 하나같이 욕망의 대상으로 이미지화되어 상품으로 소비된다. 어떠한 이미지가 돈이 되느냐, 이것은 현재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일관된 가치의 척도이다.
따라서 큰 돈이 나올 데가 없는 빈곤국들은 경제선진국들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이 감수하기 싫은 피해들을 떠넘기기 위해 빈곤국들을 '이용'한다. G20 참여국들은 세계은행들을 좌지우지하는 나라들이다. 그들은 세계은행에 돈을 많이 내고 자신의 지분을 높이며 발언권을 따낸다. 따라서 세계은행들은 G20 국가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그들의 정책은 빈곤국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고, 빈곤국의 국민들은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이주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리핀이 IMF에서 돈을 빌릴 때 그들은 조건을 내걸었어요. 그 조건들은 대부분 민중들에게 악영향을 미치죠. 그것이 G20이 강제이주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이유예요. 빈곤국들은 더욱더 빈곤해지고, 계속해서 돈을 빌리지만 갚을 수는 없죠. 빚은 점점 불어나고 더 이상 빠져나갈 방법이 없어지는 거예요. 그들은 빈곤국들을 더욱더 가난하게 만들 거예요."
착취의 구조를 가리는 눈부신 것들
"전 세계의 모든 돈들이 단지 소수들에만 집중되어 있어요. 돈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전 세계 인구의 10%도 채 안될 거예요. 10%가 흥청망청 쓰는 돈을 위해 90%가 죽어라고 일을 하고 있는 거죠."
이를 '착취'라는 단어 말고 달리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소수를 위해 다수가 고통받는 상황. 자본주의는 결코 효율적인 체제가 아니다. G20 홍보대사인 김연아에 대해서 미셸 위원장은 덧붙인다.
"G20은 자본을 늘리는 데만 관심이 있고, 그 돈을 김연아에게 쓸지언정 민중들에게는 쓰지 않죠. G20은 그녀의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어요. 그러나 정작 그녀가 G20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알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그녀의 미소는 자본의 이면들을 기가 막히게 가리고, 그들의 이익을 엄호한다. 김연아의 눈부신 미소 뒤에는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그들의 권리를 강간하고 그들의 돈을 빼앗다가 더 이상 빼앗을 것이 없게 되면 추방해버리는 자본의 추악함이 있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짙어지는 법이다. 우리는 그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난자된 인권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등돌리며, 끔찍하게 벌어진 환부를 시멘트로 발라 마감해버릴 수 있는 자본의 냉혹함을 똑똑히 목도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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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참히 강간당하는 인권
"얼마나 많은 결혼이주민이 미등록인지 상상할 수 있어요? 남편으로부터 달아날 수 있는 방법은 미등록이 되는 것 밖에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계속 육체적, 성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거죠. 대부분의 결혼이주여성들은 일종의 가사노동자처럼 취급을 받고 착취를 당해요. 결국 그들은 살기 위해 남편으로부터 도망치고, 미등록이 되는 거예요."
미처 꿈꿀 틈도 없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권리마저도 무참히 짓밟힌다. 여성이주노동자들은 이중의 차별을 겪는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여성에 대한 차별, 그 두 가지다. 같은 일을 해도 여성의 급여가 적은 것은 당연한 것이 되어있고, 성폭력과 성희롱도 남의 일이 아니다.
"사장에게 성폭행을 당한 조합원이 한 명 있었는데, 그 피해를 증명하지 못해 나중에 미등록이 되었어요. 법원에서는 증인의 진술서를 요구했어요. 한 명의 증인이 있었는데, 그녀도 역시 같은 피해를 당한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증인 스스로 신분노출이 너무 두려운 나머지 진술을 거부했어요. 입증은 불가능해졌고, 그녀는 미등록이 되었어요."
이뿐만이 아니었다. 쉬는 시간도 밥 먹는 시간도 없이 하루에 16~18시간씩 노동착취를 당하면서 폭행까지 당했던 태국 여성이 겪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미셸 위원장의 목소리는 평정심을 잃었다.
사장은 돈도 잘 주지 않았고, 그녀를 노예 취급했다. 심지어 일을 하는 동안 셔츠에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기도 했다. 이와 같은 폭행들이 일상적으로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녀는 이주노조에 도움을 요청해 사장을 성폭행으로 고소했지만 역시 입증은 쉽지 않았다. 매우 힘든 과정들이 있었고, 그녀는 고소과정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녀에게 일어난 일
"여름 두 달 동안 악마 같은 사장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었어요. 어느 날 사장이 한국말로 "니나(가명), 내 입술에 뽀뽀해 봐."라고 말했어요. 나는 '뽀뽀'라는 한국말을 알고 있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은 손을 흔들면서 "NO!"라고 말하는 것이었어요. 내가 "NO!"라고 소리치는데도 사장은 키스하려고 했어요. 나는 그 자리에서 도망쳤어요."
그녀는 자신을 성적으로 폭행한 사람을 '악마'라고 표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는 한국에 온 지 5년째이며 미등록 이주노동자였다. 그녀에게서 비자를 빼앗고 그녀의 삶을 갉아먹기 시작한 것들은 그녀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 사실에 대해 저항했지만 세상은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일주일 후, 오후 4시나 5시쯤에 사장이 나를 부르더니 "니나, 이리와 봐. 너에게 선풍기를 주겠다."라고 말했어요. 나는 레이첼(가명)에게 부탁했어요. 사장과 함께 주차장에 가야하는데 도와달라고. 그러나 레이첼도 사장을 무서워했는지 '무서워서 가고싶지 않아'라고 말했어요. 하는 수 없이 나는 사장을 따라 주차장으로 갔어요. 사장은 선풍기 사용법을 가르쳐준다면서 저를 추행하기 시작했어요.
사장은 내 앞에서 자신의 성기를 꺼내놓고 자위를 시작했어요. 그는 내게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어요. 얼마를 주겠다는 건지는 몰랐어요. 사장은 오후 8시에 돌아올테니 답변을 달라면서 섹스하고 함께 자자고 말했어요. 나는 수치스러웠고 사장에게 너무 화가 났어요. 나는 단지 NO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나는 여기 한국에 일을 하러 왔어요. 내 가족을 위해 그런 나쁜 방법이 아니어도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그녀는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수원 고용센터를 찾아가 근로감독관에게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근로감독관은 니나의 진술에 대해 사장에게 전화로만 확인했다. 사장은 당연히 "그런 일 없다."라고 했고, 근로감독관은 사장이 당신에게 실업증명서를 줄 것이니 걱정말라고 했다.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합법적인 절차들에 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채였다.
"두 번째 회사에서 관리자들은 우리가 가난하기 때문에 돈을 뺏기 위해서 칼을 들고 다닌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은 우리를 천하게 생각하고 노예처럼 대했어요. 그러나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돈으로 우리의 모든 것을 살 수는 없어요. 그것이 그들에겐 유감스러운 일일 거예요."
그녀는 MTU(이주노동자노동조합)에 참여한 이후 인생에서 많은 일들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녀는 인간으로서 노동자로서의 권리들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해병대처럼 일하다
"나는 우리집에서 큰딸이에요. 나는 가장이었어요. 가난하게 태어났고 가난하게 자랐어요. 나는 14살 때부터 서비스 노동자(맥도날드나 롯데리아 노동자)로 시작해서 판매보조사원(백화점이나 쇼핑몰), 캐셔 등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나는 해병대처럼(극도로 열악한 곳에서 고되게 일한다는 의미로 개처럼 일하는 필리핀 사람들을 비유하는 말) 일해야만 했어요. 왜냐면 나는 6명의 형제가 있고, 내가 그들의 교육비를 지원해야만 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7년 동안은 전혀 저축을 할 수 없었어요. 나의 유일한 위안은 최소한 내 가족이 가난에서 벗어나 조금이나마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다는 것이었어요."
그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이기 때문에 단속을 피해 야간에만 일해야 한다. 그녀는 악성 빈혈을 앓고 있지만 약을 먹는 것 외에는 치료를 받을 시간적, 경제적 여유도 없다. 이러한 현실들은 과연 공정한 걸까. 하루에 12시간씩 지치도록 일을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고리를 만들어 낸 체제가 과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체제일까.
자본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미지 바로 뒤편에는 그녀의 비극이 숨어있다. 그녀의 비극은 아주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일상, 바로 뒤편에 있다. 남의 비극은 쉽게 잊혀지고 김연아는 그것을 더욱 손쉽게 만들어준다.
그녀들의 삶에 대해 미처 몰랐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극한의 비극을 대면한다. 다만 우리는 그들의 비극에 무감각해진 것뿐이다. 우리가 하루에 얼마나 많은 노숙인들, 폐지줍는 노인들을 지나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우리는 잠시라도 그들의 처참한 삶 곁에서 멈춰서서 왜 이토록 수많은 비극들이 당신 주변에 산재해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는다. 현대인들은 합리적으로 사고하며 현실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며 그 현실 속에 '인간'은 없다. 그 수많은 '삶'들이 산산조각난 것에 대해 전혀 분노하지 않게 된 현실은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니나는 말한다. 우리 모두는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당신이 당신의 권리를 위해 싸운다면 진실은 당신의 편이 될 거예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 모두는 자격을 가지고 있어요."
미셸 위원장은 말한다.
"니나가 겪은 일을 생각하면 우리의 행동은 충분치 않아요."
김연아의 미소가 은폐하고 있는 것
소수의 G20 국가들로 구성된 나라들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정책들을 결정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잔혹한 자본의 논리 아닌가. 소수자는 모두 버리고 가겠다는 그들만의 효율. 그들은 그들이 버리는 것이 '생명'이든 '도덕'이든 그 무엇이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탐욕이라는 자본의 윤리는 '생명'이라는 자연의 윤리보다도 우선한다. 우리는 이미 자본을 위해 자연을 버린 지 오래다. 돈 앞에서 자연의 윤리를 운운하는 자본가는 없다. 그들은 오로지 '탐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채울 수 있는가만 생각한다. '사랑'도 '생명'도 '자본'이라는 현실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걱정스럽게 당신에게 조언하는 사람들의 '현실'은 다름 아닌 '자본의 현실'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라는 말 속에는 자본의 논리 앞에서는 어떠한 가치도 교환, 폐기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것이 자본의 현실과 타협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본의 세상'과 타협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깊이 '자본의 세상' 속에 얽매여있다.
그러나 자본의 현실은 잔인하다. 실상 아무리 부자가 되려고 애를 써도 부자가 될 수 없고, 가난을 벗어나려 발버둥을 쳐도 그 가난을 고스란히 제 자식에게 물려주게 된다. 김연아의 미소가 은폐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이 선전하는 그녀의 신화는 결코 우리네의 이야기가 되지 못한다. 가난은 영원히 우리의 책임으로 남을 것이며 우리의 자식들이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김연아의 미소가 포장하고 있는 것들은 가난한 사람들과 혹은 가난해지지 않으려 여유도 잊고 일에 내몰린 사람들이다. 또한 니니와 니나의 가족들, 그리고 자본의 탐욕에 강간당한 처참한 삶들이 눈부신 것들 아래 묵묵히 썩어가고 있다.
G20 참가국들은 경제위기의 해결책을 논의하겠다고 하지만 위기를 낳은 장본인들은 다름 아닌 그들이다. 자본주의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리고 있는 이들. 그들은 자본주의의 주인공이자 자본의 '주인'이다. 그들이 주인공인 '자본주의 체제'라는 '극'은 빈곤을 양산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그들이 멋대로 변형시킨 '신자유주의 체제'라는 '극'은 빈곤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우리의 가난은 우리 스스로의 책임이 아닌 것이다. 빈곤은 개인이 책임질 수도 없을뿐더러 책임질 필요도 없다. 그 책임을 단지 개인에게 떠넘기는 자본의 논리에 바로 맞서는 것. 그것이 악순환되는 비극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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