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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개발 좌초, LH 부실…나라 거덜내는 '막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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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개발 좌초, LH 부실…나라 거덜내는 '막개발'"

[부동산 거품, 해법 찾기·②] "정치적 탐욕이 부른 거품, 책임은 누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주택시장과 오피스시장이 함께 무너지고 있으며, 각종 대규모 PF(Project Financing. 프로젝트 파이낸싱)사업들도 좌초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여파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부채 위기와 지자체 및 산하 개발공기업의 재정 위기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미 2008년 이후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고 있었으나 현 정부는 저금리와 세금, 각종 토건사업 남발 등 수백 조 원 가량의 직간접적인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부동산 거품을 떠받쳐 왔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다시 빠른 속도로 꺼지고 있다. 그런 부양책들은 결과적으로 막대한 기회비용만 소진했을 뿐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제어하기는커녕 부동산 거품 시기에 정치적 탐욕에 내몰려 각종 부동산 막개발과 무분별한 토건개발사업을 소재로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고 이런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며 막대한 재정을 불요불급한 개발사업에 탕진해 왔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지방세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취득세, 등록세 수입이 급감해 지방 재정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그나마 재정이 가장 탄탄하다는 서울시의 올해 취등록세 수입은 세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지난해에 비해서도 절반에 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의 부동산 개발 욕구에 편승한 정치적 탐욕으로 무리한 부동산 막개발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것이 인천시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임 안상수 인천시장은 각종 개발사업을 예산으로 추진하는데 한계를 느끼자 지방공기업인 인천도시개발공사를 2003년에 설립해 무분별한 개발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인천도시개발공사를 앞세워 서구 검단신도시, 영종하늘도시, 아시안게임 경기장, 151층짜리 쌍둥이 빌딩,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였던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이들 개발사업들이 지지부진하거나 분양에 실패하기 시작하자 빚더미에 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도표1>에 나타난 것처럼 인천도시개발공사의 현재 부채는 6.64조 원까지 폭증해 인천시까지 재정 위기로 몰리고 있다. 반면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영업이익은 급감하고 있어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부채를 갚는 일이 요원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표1> 인천도시개발공사 재무 현황
▲ (주) 지방공기업경영정보시스템 자료로부터 KSERI(김광수경제연구소) 작성. 현재 부채는 언론보도 인용

사실 인천시뿐만 아니라 상당수 지자체의 개발 공기업들이 빚을 끌어와 부동산 거품에 편승해 각종 주택건설 및 지역개발 사업에 무분별하게 투자했다. 그러나 이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이 같은 무분별한 투자의 상당 수가 부실로 이어질 위험에 처해 있다.

또한 겉으로는 민간사업인 각종 PF사업들의 상당수가 좌초 위기에 몰린 것도 사실은 부동산 거품기에 '부동산 가격 올리기 경쟁'에 나선 토건형 지자체장들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탓이 크다. 가장 사업규모가 큰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을 비롯해 판교 알파트돔시티, 인천도화지구 프로젝트, 고양시 한류월드 2구역 사업 등 굵직굵직한 대규모 PF사업들이 대표적 사례다. 모두 부동산 가격 올리기를 염원하는 지역주민들과 이를 정치적으로 대변한 자치단체장, 그리고 이 같은 사정을 활용해 자본력도 확보하지 않은 채 손쉽게 고수익을 추구하려 한 건설업체들의 탐욕이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장밋빛 환상에 빠져 계획한 사업들이 제대로 진행되기란 어렵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그 같은 사업들이 하나둘씩 좌초 위기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공공이 추진한 개발사업이든, 민간이 추진하되 공공이 뒷받침하는 PF사업이든 이제는 정치적 탐욕이 빚어낸 부동산 막개발 사업들을 하나하나 재검토해 정리해야 한다. 이른바 정치적 탐욕에 따른 부동산 막개발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당장에는 일정한 충격이 불가피하겠지만 그나마 그렇게 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용산개발사업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용산개발사업이야말로 2007년 무렵 한창 들끓었던 '두바이 모델'을 본 따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환상 위에 성립된 사업이다. 애초부터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것을 전제로 수립된 사업이기에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사업성이 성립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용산개발사업은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가기 전인 지금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그나마 사업 좌초로 인한 파장을 줄이는 길이다. 그렇지 않고,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현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해 10조, 20조 원 단위의 자금이 투입된 상태에서 사업이 좌초될 경우 건설업계와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더욱 커지게 된다.

▲ 용산 재개발 사업 조감도. ⓒ뉴시스

하지만 정치적 탐욕에 따른 부동산 막개발로 인한 부동산 위기를 가장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는 뭐니뭐니해도 LH공사의 부채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토지주택공사를 사례로 삼아 정부의 무리한 개발 정책이 어떻게 토지주택공사의 재무 위기를 부르고, 결국 국가채무 및 부동산 시장 위기를 부르는지 살펴보자.

이를 위해 토지주택공사의 재무 현황을 <도표2>를 참고로 살펴보자. 먼저 자산부채 현황을 보면, 토지주택공사의 자산은 2004년 40.3조원에서 130.1조원까지 급증했다. 이 가운데 만기 1년 미만의 유동자산이 26.1조원에서 82.3조원으로 비유동자산에 비해 증가 폭이 훨씬 컸다. 또 이 기간에 부채는 28.1조원에서 109.2조원으로 급증했다. 불과 5년 만에 81.1조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부채가 올해 6월 현재 2009년 말의 109.2조원보다 다시 9조원 가량 늘어난 118조원까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자산이 89.8조원 늘어났음을 고려할 때 자산의 거의 대부분이 부채 증가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부채를 마구잡이로 끌어다가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부채와 자산이 동시에 급증한 것이다.

<도표2> 한국토지주택공사 재무 현황
▲ (주) 공공기관경영정보시스템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 과정에서 채권발행 및 금융기관 차입을 포함한 장단기 차입금도 급증하고 있는데 2004년 17.1조 원에서 75.1조 원까지 급증하고 있다. 특히 2007년 1.69조 원 수준이던 단기차입금이 2009년에는 6.71조 원까지 급증하는 등 차입금 구조도 악화되고 있다. 이중 장기채권 만기가 1년 이내로 도래한 액수만 5.9조 원을 넘고 있다.

이처럼 부채가 급증하더라도 토지주택공사가 추진하는 각종 개발사업이 성공리에 진행돼 분양수입이나 임대수익 등이 꾸준히 발생한다면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2008년까지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당기순이익도 1조1669억 원까지 늘어났으나 2009년 미분양 아파트 매입과 환매조건부 토지 재매입 등 현 정부의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와 보금자리주택 사업 등에 대대적으로 동원되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당기순이익은 4973억 원까지 급감했다. 자산 130조 원을 가진 거대기업이 올린 당기순이익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토지주택공사의 하루 이자만 84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불과 60일치 이자도 채 안 되는 수준의 당기순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토지주택공사가 부채를 돌려 막기 위해 채권 발행액도 급증하고 있다. <도표3>에서 토지주택공사의 2010년 7월말 현재 연도별 채권 발행잔 고를 보면 2007년부터 토지주택공사의 채권 발행액이 급증해 2007년 5.1조 원이던 것이 2009년에는 17.3조 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들어서는 연환산 13.6조 원으로 다소 줄어들고는 있으나 여전히 채권 발행액이 매우 많은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미 상당량 만기가 도래했을 가능성이 높은 2006년 이전의 채권 발행액 물량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채권 만기가 거의 대부분 3~5년 이상으로 길게는 10여 년에 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07년 이후의 채권 발행 잔고는 비교적 실제 연도별 발행액과 거의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 정부 들어 채권 발행이 급증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도표3> 토지주택공사 채권 발행 및 만기도래 추이
▲ (주) 한국증권거래소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어 채권상환 만기 도래 물량을 보면, 향후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3년에10.4조 원으로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2010년 7월까지 발행된 채권의 만기상환물량을 나타낸 것이어서 매년 같은 추세로 채권을 발행할 경우 2013년 이후 채권 만기 도래 물량은 2013년 수준에서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사실 국채와 비금융공기업들의 특수채 발행 물량이 현 정부 들어서만 200조 원 이상 급증한 상태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국공채 금리도 올라갈 경우 이자 부담 또한 매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빚이 빚을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지주택공사가 이처럼 빚더미에 앉게 된 것은 정부와 토지주택공사의 무분별한 각종 개발사업 추진이 일차적 이유다. 토지주택공사의 사업 구성을 보면 주택 및 대지 분양이 사업의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더구나 사업비의 규모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이로 인한 민간건설업체들의 미분양 및 토지 재매입 등에 치중했던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매우 가파르게 늘어왔다. 명백한 투기적 현상을 '공급 부족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는 건설업계의 논리에 놀아나면서 택지 및 주택공급에 박차를 가한 정부 정책상의 문제도 있었지만, 토지주택공사 스스로 부동산 버블에 편승해 거액의 빚을 내 무분별하게 토지 및 주택개발사업을 펼쳐온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2000년대 택지지정 현황을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부동산 1차 폭등기 때는 정부의 택지 지정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주택공급 부족론이 기승을 부린 2004년 이후 택지 지정이 급증했다. 특히 택지지정 면적 기준으로 보면 2004~2007년까지 택지 지정이 연간 5000만~6000만㎡에 이를 정도로 과도한 택지 공급이 이뤄졌다. 이후 주택시장 침체 양상이 심각했던 2008년에는 택지 공급이 급감했다가 2009년 현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사업 본격 추진에 따라 다시 증가했다.

특히 현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사업을 본격 추진함에 따라 2009년 말 현재 33개 지구, 4659만㎡가 보금자리 사업지구로 지정돼 있다. 이는 올 들어 2차, 3차 보금자리주택사업 등이 지정된 것을 제외한 것으로 2009년 말 기준으로도 이미 택지공급 과잉기 때 1년치 택지가 공급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 곳곳에서도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이 넘쳐나는 가운데, 이른바 '이명박표 주택정책'인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위해 또 다시 막대한 택지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토지주택공사뿐만이 아니다. 부채가 17조 원에 육박하는 SH공사나 인천도시개발공사, 경기도시공사 등도 부동산 버블기에 무리하게 추진한 각종 주택개발사업 때문에 막대한 빚더미에 올라 있음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들 지방공기업들도 향후 부채 구조조정을 통해 각종 주택개발 사업을 줄여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들 수도권 도시개발공사들은 주로 뉴타운이나 재개발사업 등에 상대적으로 더 치중하고 있어 이들 사업의 상당 부분이 무산되거나 지연되는 과정에서 뉴타운이나 재개발 지역에 형성됐던 투기 거품 붕괴가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

토지주택공사의 부채 급증과 사업 부실화는 이미 공기업을 통한 국가채무 분식회계도 한계에 이르렀고, 이들 개발공기업을 통한 부동산 경기 부양도 한계에 이르렀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징표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들 공기업들이 부실화되면서 부동산 거품 붕괴 속도가 가속화될 개연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각종 엉터리 정책으로 공기업들의 부채를 늘리고 부동산 거품을 키워온 역대 정부와 정치권이 정책 실패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처럼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공기업들의 부채 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거품을 떠받친다는 핑계로 LH공사 등 개발공기업들의 사업 구조조정을 가로막고 정부가 무분별한 지원에 나선다는 점이다. 당장 성남시 재개발 사업만 하더라도 집값 하락을 염려하는 지역 정치권의 압박으로 '사업 포기'에서 '사업 유보'로 전환하고 있다. 이 같은 정치적 압력은 정상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막아 길게 보면 부동산 거품 붕괴 충격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 정부는 여전히 정치적 탐욕에 따른 무분별한 사업을지속하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8조 원의 사업자금을 부담해야 하는 4대강 사업이나 국토부의 인천공항철도 사업 실패로 생겨난 부채를 떠안은 코레일이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무리하게 끌고나가려는 용산개발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LH공사의 경우에는 보금자리 사업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LH공사 채권 발행액에서 알 수 있듯이 부채의 상당 부분이 현 정부의 무리한 개발사업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데도, 마치 전적으로 전임정부의 탓인 양 몰아가면서도 '보금자리사업'에는 절대 손댈 생각을 안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 무리하게 적자재정을 남발하고 산하 공기업들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것은 부동산 거품 붕괴의 충격을 오히려 더욱 키울 뿐이다.

기존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선에서 멈춰야지 막지도 못할 거품을 막는다는 핑계로 미래세대의 빚을 잔뜩 끌어오거나 공기업 등을 통한 분식회계로 국가 전체의 빚을 늘리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그렇게 해서 생겨난 추가적인 부동산 거품은 결국 거품 붕괴의 충격을 더욱 키울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저런 정치적 욕심으로 각종 무분별한 토건사업을 벌이는 행태를 중단하는 것이야말로 부동산 거품을 빼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기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필자 트위터 : @kennedian3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 http://cafe.daum.net/kseri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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