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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 논의, 무엇이 쟁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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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 논의, 무엇이 쟁점인가

[창비주간논평] 시대의 변화 속도 고려해야

아마도 올 하반기 국민의 이목이 집중될 최대 쟁점 중 하나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진행중인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의 선정작업일 터이다. 방통위가 기본계획서 초안을 발표했고, 더불어 이번주부터 공청회를 실시함으로써 이 문제는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2008년 12월 한나라당이 방송법·신문법 등에 관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언론악법 저지투쟁'이 시작됐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을 포함한 시민사회단체의 격렬한 저항, 그리고 70%에 가까운 국민의 반대에 불구하고 결국 2009년 7월 22일 물리력을 동원한 한나라당의 날치기통과 이후 13개월이 경과한 시점에 '기본계획서'가 발표되고 공청회가 시작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되는 종편채널 선정 논의

여기서 핵심 쟁점은 종편채널의 사업자를 몇개 선정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선정할 것인가, 자본금 규모는 얼마나 할 것인가, 언제 선정할 것인가 등이다.

선정 갯수에는 몇가지 고려사항이 있다. 적어도 한나라당과 정부가 날치기통과 직전까지 끊임없이 되풀이했던 명분인 '글로벌 미디어그룹의 필요성'을 일차적인 고려사항으로 둔다면 사업자 수를 하나로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각종 특혜를 제공한다고 해도 시장에서 생존하고 나아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으려면, 한개 정도만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하지만 '채널의 다양성'에 무게를 둔다면 최소한의 법적 조건을 통과한 사업자는 전부 주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드러난 종편채널 희망사업자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다섯개 신문사이다.

선정 방식에는 두가지 고려사항이 있다. 하나는 종편채널과 보도채널을 동시 선정할 것인가 아니면 종편채널을 먼저 선정한 후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 다시 보도채널을 선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소위 순차선정이라고 하는 후자의 방식은 종편채널을 신청한 사업자들 중 탈락한 측에 한번 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으로, 온갖 음모설과 특혜설이 엉키는 잡음을 일으킬 수 있다.

자본금 규모에도 몇가지 고려사항이 있다. 먼저 사업자 수를 하나로 할지 아니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모두 허용할지에 대한 검토인 선정 갯수, 즉 정책목표를 무엇으로 할지와 맞물려 있는 항목이다. 지금 방통위가 제안해둔 초기 1년의 영업비용은 3000억 원이다. SBS 규모의 60% 수준의 방송사를 만든다고 해도 1000억 원 정도 모자라는 액수다. 하지만 이 기준을 적용하여 적어도 3년간의 초기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면, 1년차 3000억 원, 2년차 2000억 원, 3년차 1000억 원 가량의 최소 운영비가 필요하다. 만약 한개 사업자를 선정할 경우 최소 6000억 원 이상의 자본금 규모가 되어야 하고 이 기준을 통과한 사업자에 대해 비교 심사해야 하는 것이다.

글로벌 미디어그룹을 만들어야 한다는 정부여당의 기존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SBS 수준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해야 하는데, 현재 SBS는 연간 프로그램 제작비로 4000억 원 가까운 비용을 투여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미디어그룹의 등장'이라는 정책목표가 허언임을 인정하는 순간 대체논리는 '채널의 다양성'이며, 이를 정책목표로 삼을 경우 지금 방통위가 제출한 초기 1년간 영업비용 3000억 원은 과다한 액수가 된다.

마지막으로 언제 선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지난해 7월 날치기통과 이후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현재의 방송법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후 방송법과 관련해서 어떤 조항도 개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종편채널이나 보도채널과 관련된 법 규정은 논외로 한다 해도, 다른 영역에서는 개정 필요성이 있는 조항이 존재하나 지금 야당은 방송법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내용도 개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방통위 내부에서는 한편에서는 연내 처리를 목표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당이 청구해놓은 '부작위(不作爲) 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후에 선정공모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기본계획서와 심사기준을 준비해두고 헌재 결정에 따라, 즉 민주당이 패소하면 계속 진행하고 민주당이 승소하면 다시 국회에서 방송법 재논의를 지켜보면 된다는 입장이다.

방송환경과 시장의 변화 무시하는 위태로운 종편 논쟁

대략 이런 내용들이 오늘 이후 우리가 지켜봐야 할 공청회와 방통위 전원회의의 관전 포인트다. 하지만 더 주목할 것은 날치기통과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적 하자를 헌재가 인정하고 국회 재논의를 결정했음에도 이에 대한 국회 차원의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에 제기한 소송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중요한 의미를 띤다는 점이다. 더불어 종편채널이 현재 방송시장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신문시장 1위 자리를 두고 벌이는 보수신문사들의 수성(守成)과 공성(攻城)의 쟁투라는 본질을 '글로벌 미디어그룹의 필요성'이나 '채널의 다양성'으로 위장한 채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음을 바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의 방송정책이 영원불변의 고정물이 아니며 당장 내년만 되어도 엄청난 폭과 규모, 속도로 변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과 시장의 이유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조 단위의 현금이 동원되는 종편채널 논쟁을 끌고간다는 점이다. 마치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어리석은 행태를 보면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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