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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모품 인생', 애인 있지만 결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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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모품 인생', 애인 있지만 결혼은…"

[GM대우 비정규직 농성 1000일③] 미래가 없는 이들

우리는 소위 "2:8 시대"라고 하는, 양극화가 일반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하위 소득자 80%가 전체 부의 20%를 나눠가진 서열구조에서 가장 밑바닥을 떠받치고 있는 이들은 비정상적인 고용형태로 살아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우리사회에서 주변부로 내몰린 채 미래를 계획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꿈을 성취할 수 있는 희망조차 포기했다.

우리 사회는 점점 불안한 사회가 되고 있다. 자살률, 청년실업률, 출산율, 이혼율과 같은 사회 통계는 우리 사회의 불안함을 보여주는 어두운 그림자이다. 비정규직 문제 역시 사회문제로 바라봐야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기업 당사자들이 스스로 해결하라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국가는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사회구성원 모두가 안정된 가운데 자신의 미래를 꿈꾸며 살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지엠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000일간의 해고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긴 시간 동안 사회와 국가가 방치한 가운데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왔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소모품 인생

ⓒ지엠대우 비정규직지회

필자는 얼마 전 지엠대우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대표진정인 자격으로 비정규노동자들의 차별을 국가가 나서서 시정하도록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지엠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연결된다. 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에 비해 기본급이 적다. 정규직이 20여 종류의 수당을 받을 때 이들은 네 가지 정도의 수당만 받는다.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는 학자금 대출이나 주택자금 대출 등의 복지 혜택도 없다.

임금차별 외에도 지엠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어야 하는 심리적 열등감은 더 비인간적이다. 그들이 출근해 작업복을 입을 때 작업복에 부착된 표시가 달라 스스로를 주눅 들게 한다. 회사가 조장하는 차별에 앞서 자기 스스로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열등감을 지니는 것이다. 또 이들은 여유인력을 편성하지 않는 회사의 정책 때문에 몸이 아파도 조퇴나 휴가를 내 쉬기가 어렵고, 개인사정 및 경조사를 이유로 휴가를 자유롭게 내는 것도 힘들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렇게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고 소모품 취급을 당해야 하는 이유는 경영진의 안일한 경영정책 때문이다. 지엠대우의 경영 실적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에서 나왔다. 대우자동차는 2000년대 초반 1700여 명을 정리해고했고 지엠대우로 회사가 바뀐 후 거의 비슷한 숫자를 비정규직으로 보충했다.

그 결과 회사는 인건비 지출의 상당부분을 줄일 수 있었다. 지금도 지엠대우는 공정의 일부를 공장 밖으로 이전해 생산하는 외주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건비 지출을 더 줄이겠다는 발상이다. 이렇게 되면 사내에 일자리가 없어지고 회사를 떠나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말 그래도 소모품 인생이다.

ⓒ지엠대우 비정규직지회

정규직 노조와 시민단체, 종교계가 함께 나서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미래가 있을까? 이들은 한 치의 여유도 없는 장시간 노동의 수레바퀴에 갇힌 채 불안정한 고용 때문에 미래를 꿈꾸고 싶지 않아 한다. 어떤 지엠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이 비정규직 노동자임을 구태여 밝히지 않는다. 그냥 '대우'에 다니는 것으로 소개한다. 그는 여자 친구와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물을 때 "나중에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면 좀 더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겠지만 비정규직으로선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며 스스로 포기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주간 11시간, 야간 10시간 근무에 주말도 없이 특근을 하며 5년6개월을 다녔더니 어느덧 나이가 35세가 되었고, 이제 조금 여유가 생길만 하니 해고한다고 해 미래도 불투명해져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한다.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해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 것은 불안한 미래와 해고라는 것이다.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할 필요도 없지만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그들의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여유와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사회가 비정규직처럼 미래가 없는 사람들로 넘쳐 난다면 이는 고스란히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임금차별과 심리적 열등감 등은 백번 양보하여 개인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는 것은 사회문제다. 사회 구성원과 국가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

그렇다고 임금차별과 심리적 열등감 문제를 개인이 해결하라고 방치하는 것도 아니다. 지엠대우 정규직 노동자 노동조합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돕는 조합원은 있었지만 노동조합 차원에서 맡은 역할은 없었다.

3년 전 회사의 '외주화 경영정책' 문제로 비정규직 지회를 결성했지만 정규직 노동조합에서는 대학출신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들어와 조합을 결성하여 현장을 혼란스럽게 한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통제권이 없는 것에 대한 서운함과 불쾌감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활동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정규직 노동조합이 전혀 연대를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노동자로서의 일체감을 표현하는 것이 매우 부족했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인천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는 지엠대우 비정규직 문제를 지역의 핵심 의제로 설정하지 못했다.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도 매우 부족했다. 수많은 지엠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당해 1000일 가까이 고통 속에 싸워왔다는 것에 대해 노동조합의 상급단체를 비롯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종교계는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는 지엠대우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고 문제를 국가가 해결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운동에 연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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