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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위원장, 삼성 산재 은폐 규탄 증언대회 모두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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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위원장, 삼성 산재 은폐 규탄 증언대회 모두 발언

삼성은 개인 질병이라면서 수억 원의 보상을 왜 숨기나

김성환 삼성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이 12일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공공연맹 사무실에서 열린 '삼성의 산재은폐 규탄' 증언대회에서 발표한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삼성재벌의 무노조 경영 하에 일하던 20대, 30대의 젊은 노동자들이 백혈병 등 희귀질병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마지막 핏빛 신음을 내며 죽어가고 있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켜줄 자주적인 노동조합이 없기 때문에 백혈병 등 희귀 암 등에 걸린 피해자가 55명으로 늘어나고 17명이나 사망했다는 제보에도 삼성전자는 여전히 개인 질병임을 주장하지만 기댈 곳 없는 피해노동자와 유족들은 제대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얼마나 더 많은 피해노동자들의 고통과 죽음이 세상에 알려져야,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삼성의 백혈병 은폐 사실을 폭로해야 삼성은 물론,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피해노동자와 유족들에게 직업병을 인정할 수 있는가.

버젓이 눈에 보이는 비극적인 현실과 참담한 고통과 슬픔 앞에서도 여전히 삼성과 근로복지공단은 기만적인 역학조사 결과를 내세우며 산목숨과 죽은 목숨을 가지고 천벌을 받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삼성의 이윤추구를 위해 일하다 고통 받고 죽은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들의 목숨 값을 돈으로 계산하고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피해노동자와 유족들을 회유하고 있는 악덕기업 삼성의 만행은 이 나라 국민들은 물론 세계의 시민사회단체들에게도 비난받을 비열한 범죄행위이고 삼성족벌 이씨 일가의 부도덕함과 이기심은 용서받지 못할 죄악임을 규탄한다.

삼성은 행정소송을 취하하지 않으면 합의해줄 수 없다고 했다.

지난 2010년 3월 31일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던 중 백혈병으로 숨진 23살 박지연 씨는 살아생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고 불승인이 났다. 그리고 올 1월 초 다른 피해자들과 유족과 같이 행정소송을 하였으나 장례기간동안 박 씨의 어머니는 대책위와 사전 의논 없이 삼성과 돈으로 일방적으로 합의하고 나중에 행정소송까지 취하하였다.

故 박지연 씨가 백혈병으로 운명하기 하루 전날 회사 관리자들은 어머니에게 충분한 돈으로 보상하겠다고 제안하며 어머니가 원하는 데로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4월 1일 합의서를 작성, 4월 2일 장례를 치루고 故 박 씨의 유골을 안고 속초 앞바다로 가기 전 삼성은 유족보상금보다 많은 돈을 통장으로 넣어주었다.

故 박 씨의 시신을 모신 장례식장에서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죽음마저 돈으로 흥정하고 있는 삼성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다.

삼성은 보상금 합의를 하는 조건으로 행정소송을 취하할 것, 민주노총 등을 만나지 말 것 등을 요구하였다 한다. 그리고 합의 후에는 시끄러울 테니 전화번호를 바꾸던지 찾지 못할 곳으로 이사를 가라고 했다.

故 박 씨의 어머니는 합의하게 된 이유로 딸이 백혈병에 걸려 치료받는 기간이 길어 오랜 간병으로 심신이 지쳐있었고, 치료비와 생활비로 인해 빚이 많았다고 했다. 또한 언제 직업병으로 인정받을지 모르는데 죽은 딸을 더 이상 붙잡아 놓고 싶지 않아 급한 마음에 돈으로 합의를 하고 빚을 갚았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연이가 보고 싶고 억울한 마음이 불길처럼 열이 올라와 지금도 정신과치료를 받고 매일 술 아니면 잠을 못 잔다는 괴로운 심정을 토로하였다.

지금은 딸의 빈자리가 더 크고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니라며 목숨 값을 삼성과 돈으로 합의한 것이 후회스럽고 마음은 비참하지만 지연이의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하겠다며 합의과정을 양심고백 차원에서 폭로하였다.

삼성은 개인 질병에도 수억 원의 보상을 하면서 왜 은폐하나

삼성은 2007년 故 황유미 씨의 백혈병 사망이 문제되고 나서 지금까지 수십 명의 백혈병 피해 노동자들의 제보가 쏟아져도 직업병이 아닌 개인 질병임을 주장하며 공식적인 책임을 회피하고 백혈병 피해자들의 발병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왔다.

故 박지연 씨의 어머니는 삼성이 겉으로는 개인 질병이라 이야기하지만 양심이 있으니깐 합의를 해 준 것이 아니냐며 죽은 박 씨에게 마음 편히 하늘나라로 가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고 한다.

삼성은 개인 질병임을 주장하면서 행정소송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수억 원의 보상을 준 사실을 숨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 3대 기금운영사로 꼽히는 네덜란드 'APG자산운영'을 포함한 8곳의 기관투자자(총 운영자산 470조 원)가 지난 5월 21일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에게 '투자자 공동 질의'를 보냈다.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한국 기업의 노동환경을 문제 삼으며 공동으로 질의에 나선 것이다.

외국투자자들은 지난 4월 15일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 조수인 사장이 백혈병 문제에 대해 "제3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역학조사를 하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아래와 같이 질문하였다

* 언제부터 계획을 이행할 것인지
* 조사 결과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 조사 결과를 투자자들과 언론에 어느 수준까지 공개할 것인지

또한 투자자들은

* 현재 투병 중인 사실이 알려진 전직 노동자들을 위한 의료적지원 등 대책이 있는지
*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 전체적인 작업장 안전 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는지

등에 대한 답변도 요구했다.

외국의 기관투자가들이 집단으로 한 기업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일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주철기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은 "유엔 책임투자원칙에 서명한 투자자들이 모여 개별 기업을 상대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따져 묻는 활동은 불과 한 달 사이에 나타난 새로운 문제 제기 방식"이라고 설명하며 "만일 해당 기업이 유엔 책임투자원칙에 서명한 기금 운영사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면 국제적 신뢰를 잃음과 동시에 안정적인 연기금 투자를 받을 수 없게 돼 결국 주식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한겨레21> 812호).

이런 외국 투자자들의 질의서에 삼성전자는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삼성은 이처럼 투자자들의 질의에 맞추어 산업재해 신청을 한 피해노동자와 유족들에 대한 회유를 노골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삼성이 양심이 있어 백혈병으로 사망한 故 박지연씨의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유족보상금보다 더 많은 돈을 합의금으로 준 것이 아니다. 현재 산업재해 신청을 한 피해자와 행정소송 중인 유족들의 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유족들과 피해노동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이해하는 척하면서 행정소송 포기를 조건으로 돈을 앞세워 접근한 것이다.

삼성은 퇴사 이후 발병한 김옥이 씨, 한혜경 씨 등 피해노동자들의 고통에 수년 동안 관심조차 기울이지도 않다가 최근에 연락해 산재신청을 포기하면 최대한 보상을 해주겠다고 했다. 이는 삼성이 양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산재인정 포기를 통해 백혈병 등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진실을 은폐하고 피해사실을 축소 왜곡하여 투자자들에게 기만적인 답변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삼성재벌은 더 이상 산자와 죽은 자를 기만하고 두 번 죽이지 마라. 삼성이 말하는 거짓된 진실규명의 연극은 벌써 끝났다.

삼성은 삼성반도체 백혈병 은폐를 위한 부도덕한 행위가 어디까지 폭로되어야 진정어린 양심고백과 대국민사과를 할 것인가. 그리고 언제쯤에야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이건희 회장이 무릎 꿇고 사과한다는 말인가.

* 지금 당장 삼성은 삼성전자 반도체에서, 그리고 삼성전자 계열사에서 백혈병 등 희귀질병으로 고통 받는 피해유족과 노동자들에게 당신의 딸은, 남편은, 부인은 직업병으로 고통당하고 사망한 것이라고 인정하라.

* 즉각 삼성전자 반도체등 삼성전자 계열사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 희귀질병으로 고통당하고 죽어간 노동자들의 넋을 달래고 경제발전을 위해 일하다 사망한 산업전사로서의 예우를 위해 즉각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번 백혈병을 은폐하기 위해 행정소송취하를 전제로 한 부도덕한 금품제공행위에 대하여 삼성전자 회장인 이건희에게 법적, 도덕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 나아가 외국 투자자들과 전 세계에 이번 故 박지연씨 어머니가 폭로한 동영상을 발송하여 외국투자자들의 질문에 답할 것이며, 삼성족벌의 무노조 경영을 위해 자행한 노동자탄압 등 부도덕한 경영행태를 세계 양심에 폭로할 것이다.

삼성은 지금부터라도 충분한 치료와 보상 그리고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서 라인폐지 등 국민과 노동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공식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 외국투자자들에게 거짓 없는 답변을 주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오늘 삼성전자 반도체 피해 노동자들의 증언은 천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병철', '돈건희'로 대표되는 자본가들이 우상시 하는 금권보다 현장에서 일하다 다치고 사망한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인권이 더 소중함을 확인했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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