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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名醫 찾아 큰 병원으로', 진짜 문제는…"

[복지국가SOCIETY] 동네병원 기피 현상, 갈림길에 선 한국의료

우리 국민들이 동네 의원보다는 점점 더 대형병원을 더 좋아하고 신뢰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2001년 국민건강보험 총 진료비 중 병원에 지급된 진료비 비중이 31.8퍼센트에서 2009년에 45.8퍼센트로 증가한 반면, 동네 의원에 지급된 진료비 비중은 32.8퍼센트에서 22.8퍼센트로 감소한 결과가 이러한 경향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물론 이 기간 중에 국민건강보험 진료비가 빠르게 증가한 탓에 동네 의원에 지급된 총 의료비가 액면으로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병원의 눈부신 성장에 비해 동네 의원의 성적표가 초라하고 상대적으로 수입이 줄어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동네 의원에서 충분히 다루어질 수 있는 질환조차도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게 되어 결국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전체 의료비가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국민들이 추가로 부담하는 시간비용과 기회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더불어 대형병원으로 과도하게 환자가 몰리면서 대형병원에서 다루어야 할 중증환자를 제대로 진료하기 어려워지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동네 의원의 기능이 축소되고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그 자체로 국민들에게 불편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간과할 수만은 없는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 국민들이 동네 의원보다는 서울의 유명병원이나 유명의사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나라도 우리와 비슷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우리와는 다르다'라는 사실이다. 한번 짚어보자.

우리가 도입하여 제도화 한 서양의학과 서양식 의료제도는 앞서 제기한 문제들에 대한 나름의 경험과 해법을 갖고 있다. 물론 소위 선진국 제도라 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보다 앞서 기술과 방법을 개발하고 적용하고 제도화 한 그들로부터 중요한 시사점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의사와 의료기관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서양의학과 제도에 대한 배움과 경험을 기초로 한 개인적 생각으로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신속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첫째이고, 환자의 충실한 대리인(agent)으로서의 역할 수행이 둘째이며, 환자의 건강과 질병의 연속선 상(continuum of health)에서 믿음직한 안내자와 길잡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마지막이라 할 수 있다.

신속 정확한 진단과 치료야 누구나 당연히 여길 사안이다. 우리사회가 근 100여 년 동안 체화하기 위해 노력한 서양 현대의학은 세분화와 전문화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최신 현대의학에서는 다양한 세부 전문분야에 정통한 의사와 여타 전문 인력 간 협업(multidisciplinary approach)을 근간으로 하는 환자별 맞춤형 접근이 서비스 제공체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 지식과 기술의 공유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에 어디에서나 큰 차이 없는 보편적 실천을 전제하고 있다. 이해하기 쉬운 말로 이야기하자면 '명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숨겨진 비방은 없으며, 일정한 교육과 수련을 기본으로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수행하고 있는 인력과 조직에 의해 동일 수준의 의료행위가 재생산된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우리 국민들의 현실 인식과 다소 괴리가 있다. 우리 국민들은 '명의'의 존재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의료인들조차도 의료기관 간의 일정한 수준 차를 부인하지 않는다. 주요 신문사의 '명의' 시리즈는 물론이거니와 방송사에서도 '명의' 타이틀을 딴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필자는 전국민의료보험 도입 이후 전개된 급속한 의료제도의 변화 과정에서 나타난 의료기관 간 불균등 발전이 일차적 원인이며, 이러한 현상을 초래하게 된 자원 투입의 불균형이 근저에 깔려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원별 지역에 따른, 규모에 따른 의료서비스 질적 수준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세밀한 지원과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원하게 도로를 내놓고 찾아오는 관광객 수를 헤아리는 데는 관심이 큰 반면, 그 반대편 방향으로 지방 환자들이 서울로, 서울로 내달리고 있는데도 이 문제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그 수가 늘어나는 만큼 역외 자본유출이 늘어나고 지역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지방 병원에 있는 의사들이라고 해서, 서울의 소위 big4 혹은 big5 병원 이외의 의사들이라고 해서 좋은 병원 만드는 방법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들에게도 재벌병원에 준하는 인프라 지원과 운영비 지원이 따라준다면 보다 많은 젊은 의사를 채용해서 실력 있는 의사들을 길러내고, 간호사를 비롯한 여타 전문 인력(allied health professionals)을 고용하여 최고수준의 진료 팀(care team)을 조직하고 관리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환자 보는 게 좋아서, 수술하는 게 좋아서 선택한 흉부외과 전문의, 일반외과 전문의들을 개업하게 만들어 감기 환자나 복통 환자를 보게 할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적정 노동조건 하에서 수술하면서 직업인으로서의 만족을 추구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방법을 찾는 게 우리사회의 여건에서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싶다.

간이식, 심장이식, 심장수술 같은 중증환자에 대한 고난이도 시술뿐만 아니라 동네 의원에서 관리하는 고혈압, 당뇨 환자들도 마찬가지일 듯싶다. 일차진료의사(primary physician)를 중심으로 간호사, 영양사, 운동처방사, 금연사업가 및 절주사업가 등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환자의 건강문제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는 것이 현대의학과 보건학이 내린 처방이다. 건강관리서비스를 제도화하면서 대기업과 자본에게 국민건강증진을 이유로 돈 벌 기회를 주는 것 말고, 기존의 시설과 인력을 보완하는 방법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두 번째 문제를 짚어보자. 다른 재화나 서비스 상품과 달리 의료의 경우, 환자는 자신의 건강문제나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선택에 있어 의사에 비해 잘 모르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의사의 말에 의지하고 따를 수밖에 없다. 의사가 환자가 되는 경우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고로 환자들은 의사가 의사 개인이나 소속된 의료기관의 이익이나 이해를 앞세우기 보다는 개별 환자의 입장과 이익을 충실하게 대변할 때 그 의사와 의료기관에 대해 더 좋은 인식(perception)을 갖게 되고, 나아가 주변 지인에게 입소문(words of mouth)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게 일반적이다.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 문제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평가가 그리 좋지는 않은 것 같다. 환자들은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지 않는 의사들에 대해 서운함을 갖게 된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불만이 쌓인 경우, 젊은 의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다. 필자도 의대생 시절과 인턴 시절 몇 차례 폭력이 행사되는 경우를 목격한 바 있는 데, 주변 환자들이나 그들의 가족은 물론이거니와 출동한 경찰들마저도 의사들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던 기억을 갖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네 젊은 의사들은 적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받곤 하는데, 의사들도 인간이기에 환자 일반에 대한 생채기가 남게 마련이다.

반면, 의사들은 부족한 인력과 박한 국민건강보험 진료비를 탓한다. 그리 틀린 말은 아닌데, 의사 인력이 늘어나고 건강보험 진료비(의료수가)가 현실화된다고 해서 기존의 의료관행이 바뀔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며 관행화된 문화이기 때문에 제도적 변화와 함께 의사들의 의식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문화와 관습을 바꿔야만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 생각된다.

이 문제에 대한 접근을 위해서 의사들이 환자의 충실한 대변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유도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일정한 사회적 합의와 정치권의 리더십을 전제로 최신 의학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키고 전파하는 데 주력해 온 전문 학회와 개원의사 조직에 해당 분야의 의료서비스 치료과정과 조직 및 관리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출발점은 '관련 질환의 치료와 관리를 제일 잘 알고 있는 이들의 견해를 반영할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점이다. 문제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 의사들이 소속 의료기관의 이해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정책결정자 또한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운영 논리에 쉽게 좌우되는 게 현실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서비스 과정의 선진화를 위해서라면 한번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판단을 깔고 있다. 요즘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는 해외환자 유치사업 만큼만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를 하면 일정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개원 의사를 중심으로 한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서비스 구축이랄지, 지역사회 일차의료 의사와 개원한 전문의 간의 연계 진료모델도 다양하게 실험하는 과정에서 대형병원 진료 못지않은 서비스 제공체계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마지막 문제인 환자의 믿음직한 안내자와 길잡이 역할은 우리 의사들과 의료기관에 있어 제일 취약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다른 기관에 환자를 의뢰할수록 경제적으로 손실인 조건에서 어느 의사가 환자의 믿음직스러운 안내자 역할을 자임할 수 있겠는가?"의 문제이다. 히포크라테스를 빌어 의사 개개인의 품성과 됨됨이를 욕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지적하고 싶다.

선진국들의 경우, 대부분 일차의료 부분에서 주치의제도를 제도적으로 혹은 관행적으로 갖추고 있다. 일정한 사회적 합의와 관습에 기초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경험을 통해 확인된 바는 주치의 혹은 단골 의사를 통해 지속적 건강관리와 평가를 토대로 가장 신뢰할 만한 처방과 제안이 가능하고, 이것이 효율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위에서 다양한 일차의료 인력과 연계하여 지역사회 수준에서 다양한 서비스 제공과 건강관리를 행하고 있는데, 참고할 대목이 많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건강관리서비스 제도화와 맥이 닿아 있는 부분인데, 대기업이나 병원 중심으로 건강관리서비스를 구축하고자 한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 보건복지가족부는 최근 "대형병원환자 쏠림 완화" 등을 이유로 종합병원 진찰료에서의 환자 부담률을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시민단체의 격렬한 반발을 낳았다.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진짜 이유를 짚지 못했을 뿐아니라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키는 처방이라는 게다. ⓒ프레시안(허환주)

애초에 던진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우리 국민들이 서울의 대형병원이나 유명의사를 선호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의사나 의료기관의 실력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의사나 의료기관들이 환자의 이해나 입장보다는 자신이나 소속 기관의 이해를 우선시하며, 진료 과정의 안내자 역할이 믿음직스럽지 않다는 인식을 전제로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보장해주는 제도의 범위 안에서 의사의 자문이나 상담 보다는 지인의 권유나 인터넷에서 얻는 타인의 경험을 통한 입소문에 기초해 의료기관을 자의적으로 선택한 결과라는 점이다.

우리사회는 1970년대 소위 '박정희 군사독재시절'에 의료보험제도의 기틀을 닦았고, 1980년대 전두환, 노태우 독재정권을 거치며 전국민의료보험을 제도화한 바 있다. 그리고 이어진 15년의 민주화 시절 동안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만들고 건강보험의 급여 범위를 확대하고 그 수준을 높여 왔다. 이 와중에 우리네 의사들도 열심히 노력한 게 있다. 선진국 최신 의학 지식과 기술 도입에 열중했고, 환자 진료에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 게 사실이다. 그 와중에 생사를 오간 무수한 이 땅의 장삼이사들 사이로 의사들과 관련 의료인들의 희로애락이 배어 있었고, 환자와 가족들의 희비가 갈려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우리나라 국민들이 누리는 의료수준은 치료 기술적인 측면에서 만큼은 세계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동안 우리사회가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고, 제도를 유지 운영하는 데 관심을 집중한 반면 의료기관과 의료기관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 과정에 두 가지 문제가 야기되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의료기관들의 무질서한 생존경쟁과 불균형 발전이다. 지금의 의료공급체계 실정에서 우리나라 의료기관에게 환자의 충실한 대리인과 믿음직스러운 안내자 역할을 기대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보수, 개혁, 진보를 떠나 어떤 정치세력도 이 문제를 몇몇 주요 제도 개혁만으로 풀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정부 정책 기조에 빗대보면 영리병원, 해외환자 유치, 건강관리서비스와 같은 엇박자나 내지 안내면 다행이지 싶다.

둘째, 의료기관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내용과 관리에 대해서 너무 등한시 한 것이다. 의료기관의 시설, 장비, 필수 인력만 요구하거나 지원할 뿐 그 병원 혹은 의료기관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지원과 관리를 제도로 못했던 것이 우리의 지난 발전의 어두운 측면이라 생각된다. 전국민의료보장이라는 제도의 형식은 갖추었으되 내용과 수준은 개별 기관마다 천차만별 이었던 것이고, 일정수준 이상의 구매력을 확보한 국민들은 용하다는 곳, 서비스가 좋다는 곳으로 몰리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이 와중에 자본 조달만 가능하다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감지한 세력이 일자리 창출과 GDP 상승에 목을 매고 있는 경제부처를 앞세워 밀어붙이고 있는 게 의료민영화 아닌가 싶다. 이 대목에서 한국사회가 지금까지 일구어 온 보건의료제도의 발전을 기틀로 삼아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도는 크게 보면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길은 전 국민의료보장제도를 기반으로 의사들과 의료기관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신속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수행하고, 의료진들이 환자의 성실한 대변인이 되도록 관리 지원하며, 건강관리와 치료과정의 믿음직스러운 안내자로 키워내는 길이라 생각한다. 소위 서유럽 복지국가들이 걸어갔던 길을 한국사회에 적용하기 위한 맞춤형 수정 보완, 개발, 적용이 필요할 방안이다. 이 길을 가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세밀한 기획과 개입이 필수적이고, 상당한 역량의 투여가 이루어져야 하고, 국민소득에 비례하는 누진적 재원부담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러한 방향으로 제도를 개발하고 지속시켜나가기 위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의료계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배려하면서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긴요한 대목이라 할 것이다. 제대로만 된다면 의료서비스 분야의 질적 수준 향상을 목적으로 상당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또 다른 선택은 미국 의료제도를 모델로 한 길이다.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전제한 미국 모델 그대로의 이식은 불가능할 것이기에 상당한 한국적 수정이 불가피한데 관건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재원 조달 부분에서 상류층과 기업 부담을 어느 수준까지 높일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미국의 높은 의료비 모두를 국민 개개인이 부담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오산이다. 실제로 미국은 엄청난 의료비를 조달하기 위해 중상층 이상의 세금과 기업들이 상당한 부담을 감내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대기업이나 상류층에서 이러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의료민영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내수 경제 진작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재원 배분에 있어 의사의 몫을 어느 수준까지 줄일 것인지가 관건이다. 의사를 비롯한 주요 전문 인력의 소득을 현재 한국의 이공계 엔지니어 수준만큼만 끌어 내릴 수만 있다면 의료민영화에 소요되는 추가지출 부담을 상쇄하면서 국민적 저항을 일정 부분 완화시켜낼 수 있을 것이란 게 개인적 판단이다.

보건의료제도와 관련하여 한국사회는 정확히 기로에 서 있다. 누가 일방적으로 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에는 이해관계의 대립도 첨예하게 날이 서있다. 이 대립을 풀기 위해서는 우리 보건의료 현실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에 기초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 마련이 필수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보편적 의료보장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면서 지속가능한 사회경제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복지국가 모델이 적합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방치하다시피 한 의료서비스 공급부분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지원, 세밀한 기획과 실행이 뒤따라야 하고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이러한 기대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리더쉽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 생각을 앞세우다 보니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지나치게 당위를 앞세운 것 같아 부끄럽기 그지없다.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제도를 현실에 맞추어 제대로 조합할 능력이 부족하기도 하거니와 조합의 정합성 보다는 사회적 합의와 이를 이끌어낼 따듯한 정치적 리더십이 더 긴요하다는 판단을 핑계로 대고 싶다. 건강과 질병만큼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분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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