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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인수위, 폭주를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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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인수위, 폭주를 멈춰라

[밥&돈·26] 너무 기분 좋은 인수위에 붙여

1.

개인적으로 근거리에서 대통령 인수위가 구성되고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이 IMF 직후의 DJ 정부 때부터 벌써 세 번째이다. 노련한 정책 전문가들에 비하면 나는 아직 견문이 짧은 편이지만, 그래도 일반인들보다는 꽤 가까이에서 변화를 자세히 지켜본 편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인수위의 구성 과정이나 혹은 나름대로 느낀 견해에 대해서 원고청탁을 여러 군데에서 받았는데, 아직 한 번도 쓴 적이 없었다. 새로운 정부가 어떻게 구성될 것인가, 그리고 어떤 모습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서 조금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내 기본입장이다. 물론 언론에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진단을 하지만, 경제에 대해서 지켜보려고 하는 내 입장에서는, 아직 최종 모습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은 조심스럽게 보려고 하는 편이다. 물론 일부 언론에서 말하듯이 '허니문 기간'에 대한 고려 때문은 아니다. 그만큼 정부란 곳은 천천히 움직이고, 또 최종 방향에 대해서 예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프레시안>의 부탁을 받았을 때, 아직은 이르지만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 나름대로 짚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단은 인수위가 국정을 재조정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또 이런 변화가 너무 견제가 없이,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견제와 균형'이 마비된 듯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는 이명박 후보와 이경숙 인수위원장 ⓒ 뉴시스

지금의 대통령 인수위를 두 단어로 규정하면, '과속'과 '방종'이다.

'과속'인 이유는, 전임자들의 정책은 모두 잘못된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인수 작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제도들은 다 유래가 있기 때문에 그 존재의 이유를 파악하는 데 시간을 두어야 하고, 변화를 위한 충분한 토론과 신중한 결정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현재의 인수위는 '과속'인 것이다. 설령 인수위원들의 의견이 맞더라도, 정책은 주체들이 준비하고 대비할 기간을 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주 과속이다.

7차 교육과정까지 진행된 교육의 예를 들어보자. 정상적인 교육 과정 개편상,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당장 교과과정을 바꾸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이제 입학할 초등학교 1학생부터 교과서를 바꾸어 그들이 5학년이 되었을 때의 교과서까지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이런 교육행정이 보수적인가?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고, 이런 원칙을 세운 건 박정희 시절부터의 일이다. 그런 게 교육 행정이다. 이런 행정의 상식에 비추어보면, 인수위의 활동은 과속이다.

그리고 그들은 '방종'하다. 이건 인수위의 잘못은 아니다. 지난 대선과정을 거치면서 정당 정치가 무너져버렸고, 지금 한국에서 인수위의 과속을 견제하고 제어할 장치는 사실상 언론 밖에 없는데, 보수언론은 10년 만에 권력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듯하며, 인수위의 과속에 대해서 견제할 언론 본래의 의무를 수행할 생각이 그리 강력해보이지는 않는다.

2.

이러한 방종에는 조금은 더 깊은 이유가 있는 듯하다. 대선의 결과를 일부 기관에서 기계적으로 총선에 환원해본 시뮬레이션 결과가 거의 80%에 가까운 총선 승리로 나타난다고 한다. 1등만이 당선되는 소선구제인 한국 총선제도상 가능한 예측으로 보인다.

결국 현재 인수위가 매일 같이 쏟아내는 수많은 조치들은 4월까지 수면 밑에 있다가 총선이 끝난 이후에 정부조직법처럼 하나씩 법제화될 것이다.

한국 정치 체계에서 행정방향을 결정하는 원내 구성의 기준은 두 가지인데, 한 가지가 법률 통과선인 과반수이고, 또 다른 한 가지가 개헌선인 3분의 2이다. 이명박의 한나라당과 이회창의 신당의 국회의원수는 가볍게 개헌선인 3분의 2를 넘을 것이고, 특히 남아있는 질문은 한나라당 단독으로 개헌선을 넘을 것인가라는 점이다.

아픈 얘기지만, 민주신당을 돌아보든, 민주노동당을 돌아보든, 현재 상황으로서는 이들 혹은 문국현 신당까지 합쳐서 개헌저지선을 확보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아닌가? 현재로서는 그럴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새로 등장할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중심제를 의원내각제로 전환하는 것 같은 극단적 변화에서 헌법의 소소한 규정까지 개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사실상 제헌의회만큼의 권한을 가지게 된다.

조금 더 불행한 시나리오를 생각하면, 여당은 한나라당, 야당은 이회창 신당이 되고 나머지 정당들은 다 모아봐야 건건이 캐스팅 보트 정도 갖게 되는 희한한 상황을 아주 배제할 수 없다. 불행히도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법률제정권을 갖는 상황에서 이회창 신당까지 포함해서 헌법 개정권을 갖는 상황까지는 현재로서는 실제 발생할 개연성이 아주 높다.

그러므로 지금은 인수위원회의 신속하면서 입체적인 국정기조의 전환에 대해서 '방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간도 몇 달 남지 않았다. 객관적인 상황이다. 헌법도 개정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수 있는 제헌의회적 권한이 실제 인수위원회의 검토 범위에 들어가는 셈이다. 이를 생각하면, 오히려 현재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원회의 활동은 '방종'이 아니라 오히려 '사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곧 엄청난 권한을 가질 것임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 두드려가면서 추진하는 그들의 모습을 단지 방종이라고 할 수 있나? 어렵다.

3.

10년 동안 조중동식 표현이라면 '좌파정부', 그리고 내 방식의 표현이라면 신자유주의 정부에 정착된 국정체계의 그 모든 것이 지금 '그들식 개혁'의 범위에 있다. 왜 민영화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산업은행의 민영화 혹은 여성부 폐지 같은 것은 오히려 한 번 논의라고 해볼 수 있으니까 사정이 나은 편이고, '끽 소리'도 못해보고 사라져야 하는 해수부나 교육방송 같은 것들은 숨도 크게 못 쉬고 관심 한 번 받지 못하고 사라져야 하는 셈이다. 하긴, 10년간 IT 산업을 전두에서 지휘하면서 영광과 오명을 동시에 누렸던 정보통신부마저 사라진다고 하는 이 상황에 자그마한 부처들은 말해서 무엇하랴!

한 체계가 변화하면서 사방에서 곡소리가 퍼져나가는데, 곧 폐지될 정부기관 같은 데에서 '끽 소리'도 내기 어려운 것이 현재 상황이다. 공교육 체계가 근본부터 변화하고, '중립'을 혁신의 모토로 삼았던 한국은행도 숨죽여야 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보다도 역사가 오래된 한전마저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군들 "나 좀 살려주세요"라고 할 수 있으랴!

여차직하면 4월 총선 이후 대통령제마저 바꿀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는 집단이 뭘 한 번 해보겠다는데, 정식 행정절차상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관도, 집단도, 그리고 개인도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 이건 파시즘인가? 아니다. 절차상으로 완벽한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지금 진행되는 중이다. 다만, 그 변화의 폭이 클 뿐이다.

그래도 원래 민중은 말이 많은 법, 이 막강한 잠재적 권한을 가진 인수위의 거침없는 행보에 딱 세 가지만 소신껏 주문하고 싶다.
▲ 2006년 독일 뉘른베르크 운하를 방문해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필요성을 강변한 이명박 당선인. '대운하는 반드시 한다'는 이 당선인의 의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연합뉴스


1) 한반도 대운하는 밀어붙이지 말길…

생태적 교란이나 식수원 문제와 같은 고상한 문제는 아직 얘기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 아직 논의되지 않은 토호들에게 이 나라가 다시 휘둘리게 되는 것만은 피하고 싶다. 노무현의 '균형발전'이 실패한 이유는 지역의 토지 소유자인 토호들과 부재지주들에게 휘둘리면서, 결국 땅값만 올리고 '클러스터'니 '경제자유지역'이니 이름만 멋진 공간정책이 실패한 이유가 제일 크다. 토건국가에서 상존하는 일본식 버블공황의 폭발과 땅부자 토호들이 지역 여론을 끌고 나가는 토호형 구조의 발현, 이 두 가지가 한반도 대운하의 직접적 위험이다. 하고 안하고는 또 다른 기술적 문제이지만, 지금 인수위가 제시하는 속도대로 총선 이후 '특별법'만 만들어서 그냥 밀어붙이면 된다고 할 때, 버블경제로 국민경제가 위험해지고, 남미형 토호경제로 전환되면서 지방자치제의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린다.

경부운하를 하고 안하고는 이보다는 고상한 기술적 논의이다. 이미 토호들과 부재지주들의 땅값 올리기 작전이 시작되었는데, 무슨 수로 국민경제가 이 충격을 버텨낼 것인지, 걱정스럽다. 이 문제만은 힘으로 그냥 밀어붙이지 않았으면 한다.

2) 민영화는 천천히…

'신이 내린 직장'으로 불리는 일부 공기업과 은행에 대한 민영화 방침이 무슨 말인지는 충분히 알겠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 때, 일부가 지적하였듯이, 이런 공기업은 동시에 '국부'에 해당한다. 일단 팔아버리면 다시는 정부의 재산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판다고 하더라도 왜 팔지, 누구에게 팔지, 얼마에 팔지, 충분히 논의를 하면서 정말 팔아야 할 때 제 값 받고 팔아도 늦지 않는다.

한전의 경우, 전국 그리드 계통망을 민간이 운용할 때, 안전할 것이라는 것은 지난 5년 동안 국제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LA 단전사태를 비롯해서, 엔지니어의 국가인 독일, 그리고 영국에서도 민영화된 전원계통에서 수일간에 걸친 단전 사태가 벌어진다. 그런데 한국은 전국이 단일 계통이라서, 피해에 대한 시뮬레이션마저도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이 내가 아는 지식이다. 은행 민영화도 마찬가지이다. 팔 때는 속시원하지만, 나중에라도 정부가 특정 산업에 대한 전략적 결정을 하려고 할 때, 언젠가는 아쉬워진다. 그런 전략적 결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충분히 한국의 제조업과 중소기업이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 팔아도 늦지 않다.

3) 교육체계는 시범사업부터…

한나라당이 특목고와 대학입시 자율화에 얼마나 목을 매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 말라고 해도 안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또 공교육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아무런 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조삼모사라는 말이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 공교육의 근간을 흔든다는 것은 조삼모사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한국에는 인수위의 이런 정책에 대해서 힘으로 막을 수 있는 민중도, 단체도 없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이럴 때 해보는 가장 소극적인 정책이 '시범사업'이다. 교육은 모든 국민에게, 그리고 모든 2세들에게 한꺼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무리 옳은 정책이라도 단계적으로 그리고 점차적으로 하는 것이 교육행정의 기본원칙으로 알고 있다.

인수위의 다짐이 아무리 강하고, 생각이 아무리 옳더라도 시범사업을 거쳐서 단계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사려 깊은 행위라고 생각된다.

4.

옛말에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다.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말이다. 오래된 말이지만 세상의 진리 중의 하나로 알고 있다.

지금은 대통령직은 물론 국회 과반수 심지어는 개헌선까지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이명박 정부는 힘이 좋다. 민주주의 절차에서 이런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를 반영할 인수위의 과속과 오만을 말릴 수 있는 실체는 한국 땅에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당신들의 세상이 열렸다. 그리고 사실상 백지 위에 보수 혹은 우파, 당신들의 생각대로 모든 것을 그려볼 수 있는 순간이 왔다.

앞 절에 내가 제시한 세 가지는 정말 최소한의 당부이다. '88만원 세대'와 정규직 문제 등 논의할 일은 사실 많지만, 이런 수없는 과제들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 차차 논의할 문제들이다. 그러나 급한 이슈 중에 딱 하나를 나에게 꼽으라면, 나는 한반도대운하를 꼽고 싶다. 정권은 5년이지만, 국토는 수 천년이기 때문이다. 교육이든, 민영화든, 당신들이 지나간 다음에 다른 정권이 돌아오면 어려워도 다시 원상으로 되돌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국토생태는, 당신들이 죽이고 나면 다시는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 선조들이 살았던 그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지는 못한다.

정말로 무한한 권력은 없다. 역사상, 그런 적은 없었고, 박정희든, 전두환이든, 한국 땅에서도 무한하지 못했다.

아무도 지금 힘으로는 당신들을 제어하거나 균형을 맞출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스스로 자중자애하시기를 권고드리고 싶다. 한나라당 정권이 5년을 가든, 10년을 가든, 정치인이 아닌 나로서는 상관할 바는 없지만, 다만 그 동안에 이 땅의 민중들이 너무 힘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 인수위는 너무 힘이 좋고, 이명박 당선인은 너무 기분이 좋아 보인다. 부디 독재를 허락하지 않았던 한국 현대사를 생각하며, 스스로 최적을 찾아가기를 부탁한다. 정말이다. 달도 차면 기운다. 5년 후, 전혀 새로운 정권의 인수위에 대해서 또 다시 누군가 화무십일홍을 환기시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당신들이 원하는 것은 독재가 아니라 '합리적 보수'가 아니었던가? 짧은 기간이지만, 스스로 지나친 것이 아닌지, 정말로 돌아보기를 바란다.

당신들은 지금 과속하고 있고, 스스로의 힘을 주체 못해 방종하고 있다. 이대로는, 오래 못 간다. 역사가 그리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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