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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盧의 대선용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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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盧의 대선용 카드"

[한미 FTA 해법을 찾아서ㆍ끝] "'FTA 찬ㆍ반', 틀을 바꾸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는 과연 국회의 비준을 받을 수 있을까? 송기호 변호사는 "한국 국회가 비준을 하느냐 마느냐는 한미 FTA 발효 여부에 큰 변수가 되지 못 한다"는 것을 첫 번째 연재에서 분명히 했다(☞관련 기사 : "'도장 찍은' FTA도 미국 요구하면 수정해야").

그렇다면 왜 정부는 지금 이 시점에 허점투성이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일까?

송기호 변호사는 "정부의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대선용일 뿐"이라고 답한다. 그는 "한미 FTA 찬성-반대 틀을 더욱더 강고히 해 결국 한미 FTA의 조기 처리에 찬성하는 대선 후보의 당선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이번 비준동의안이 제출됐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정작 한미 FTA에 찬성하는 60%의 국민 중에서 실제로 한미 FTA 때문에 이득을 얻을 이는 거의 없다. 송 변호사는 "한국 민주주의의 경제사회적 개혁이 좌절된 가운데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반사적으로 한미 FTA를 찬성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한미 FTA 찬반 지형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송 변호사는 "지금은 한미 FTA 반대만으로는 부족하며 한미 FTA가 아닌 다른 곳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비준안의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동시에 한미 FTA 찬반 지형을 넘어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 송기호 변호사의 제언에 반향이 있기를 희망한다. <편집자>


부지런한 독자라면 지금이라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비준동의안을 국회 홈페이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비준동의안의 쪽 수는 총 2526면이다. 그러나 이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꼭 있어야 할 것이 없다.

비준동의안의 법적 하자

이 비준동의안에는 한미 FTA에 대해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요한 헌법적 이유가 설명되어 있지 않다. 한미 FTA가 헌법상의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입법 사항에 관한 조약' 중 어디에 해당하는 조약이기에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으려고 동의안을 제출하였는지 그 사유조차 명시하지 않고 있다. (참고로 헌법이 정한 또 하나의 사유인 '우호통상항해조약(FCN Treaty)'은 이미 1956년에 한미 사이에 체결되었고 국회가 동의했으므로 한미 FTA와는 관련이 없다.)

또한 한미 FTA 비준동의안에는 한국의 실정법상 법률에서는 규정되지 못하고 단지 대통령령 차원에서 정하도록 되어 있는 내용이 매우 많다. 예를 들어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을 보면 한미 FTA에서 규정된 FTA 관세율을 '특정국 양허관세'라고 하여 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되어 있다(제4조).

그런데 국회법은 대통령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그 내용을 국회에 통지하여 국회가 법률에의 위반 여부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98조의 2). 결국 국회는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스스로 입법한 사항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그것의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하도록 정한 사항에 대해, 법률 심의 절차를 적용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또한 비준동의안은 국회의 입법권과 심의권에 대한 배려가 없다. 현행 국회법상 '의안'의 발의는 국회의원의 권한이다. 정부가 국회에 의안을 제출할 수 있는 길로, 국회법에서 열어 놓은 공간은 '법률안' 제출이다. 한미 FTA와 같은 조약안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가 심의하는 절차에 관한 규정은 없다. 그래서 조약안의 국회 심의에는 정부 제출 법률안 심의 규정을 빌려와 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 이럴 경우 국회법이 '제정법률안'에 대해서는 축조심사(조문 하나하나를 놓고 심사하는 것)를 의무화한 규정(제 58조)도 한미 FTA 심의에 적용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정부가 제출한 비준동의안의 한미 FTA 내용을 보면, 이에 대한 아무런 준비가 없다. 정부는 달랑 3쪽으로 전체 2500여 쪽의 조문을 일괄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놀라운 압축 내공이다. 더욱이 '개성공단' 조항을 요약하면서 여전히 한미 양 정부가 개성공단을 한미 FTA 적용 지역으로 판정하더라도 이를 미국 의회가 한미 FTA 개정이라는 형식으로 별도로 승인하지 않는 한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전혀 설명하지 않고 있다(비준동의안 3쪽).

이처럼 정부는 많은 헌법적, 법률적 문제에 대해 국회와 아무런 논의를 하지 아니한 채, 불쑥 2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을 던져 놓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그동안 한미 FTA가 국회를 통과할 경우 그 법적 효력은 '법률'에 해당한다고 강변했다.

예를 들면, 한국 헌법에 의하면 토지를 직접 수용하거나 규제할 경우 그 보상에 대해서는 '법률'로 정해야 한다. 그래서 그린벨트와 같이 토지 규제를 심하게 하는 경우에도 법률에 보상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보상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11장은 간접 수용(직접 수용은 아니지만 그와 동등한 효과를 주는 토지 규제)에 대해서도 현금 보상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래서 위헌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한미 FTA 조항이 국회 통과 후에는 '법률'이 되므로, 한미 FTA에 따라 보상을 하는 것이 곧 '법률'에 따른 보상을 하는 셈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한미 FTA 조문에 대하여 미국의 '국내법'으로서의 효력을 부여하지 않는다. 만일 미국이 한미 FTA 이행법률안을 의회에 제출한다면 그 102조에, 미국 법률과 어긋나는 한미 FTA 조항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효라는 규정을 둘 것이다. 한미 FTA 조항의 동일한 알파벳은 서울과 워싱턴에서 그 지위가 이렇게 서로 다르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의 약 2500여 쪽에 담긴 FTA 조항이 다 '법률'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막상 비준동의안에서 '입법조치: 협정의 이행을 위한 법률안 상정 예정'이라고 명시하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한미 FTA의 조항은 그 자체가 법률인가? 아닌가?

이러한 혼란은 한국의 1987년 헌법체제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이나 FTA와 같은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통상 협정의 출현을 예상하지 못한 데에 따른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현행 헌법의 한계 내에서라도, 우선 한미 FTA 협정문이 왜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되는지를 해당 조항들을 명확히 정리하여 이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한미 FTA 협정문 조문 가운데에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질 만한 것을 따로 추려서 이것과 한국의 기존 국내법이 서로 조화를 이룰 입법적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야 한다.

그리고 더 근본적 방안으로, 한국의 기존 국내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내용으로 한미 FTA 협정문이 협상되도록 입법부가 통상 협상에 제도적으로 관여할 법적 장치를 더 늦기 전에 갖추어야 한다. 이것이 국회에 주요 조약에 대한 비준 동의권을 헌법에서 규정한 취지를 살리는 합헌적 방안이다.

그 밖에도 한미 FTA는 동일한 영어 단어 'review'를 어느 곳에서는 '검토'로(5.3조), 어느 곳에서는 '재심'(7.8조)으로 자의적으로 번역하는 등 번역의 문제도 적지 않다. 이럴 경우 법률 용어의 생명인 엄밀성은 설 자리를 잃는다.

한미 FTA 찬반론의 프레임과 대선

그런데 왜 한국 정부는 위와 같이 부실하고 하자있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을까? 그 목적은 한미 FTA 조기 발효를 통한 이른바 미국 시장에의 선점이라든지 혹은 미국 의회 설득에 있지 않다. 이 연재 글의 첫 회에서 말한 것처럼, 미국 의회에게는 쇠고기와 자동차가 중요할 뿐, 한국 국회가 먼저 비준 동의했는지 여부는 의사 결정에서 중요 변수가 되지 않는다. 페루와 콜롬비아 의회가 승인해 준 FTA마저도 미국 의회는 다시 수정하게 하지 않았는가?

이미 미국 하원의장인 넨시 펠로시는, 한국이 미국에 7만 대가 넘는 승용차를 팔면서도 미국산 자동차를 5000대도 수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미 FTA를 지지할 수 없다고 선언하였다. 힐러리 클린턴과 에드워드 케네디도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들이 한국 국회가 비준 동의를 먼저 했다는 소식을 듣고 태도가 달라질 이유는 없다. 오히려 최종 선택권이 자신에게만 있는 현실에서 한국에게 더 강력한 요구를 할 것이다.

한국 정부가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제출한 이유는 내부용이다. 대선용이다. 정부가 굳혀 놓은 한미 FTA 찬성-반대 틀을 더욱 강고히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궁극적 목적은 한미 FTA의 조기 처리에 찬성하는 대선 후보의 당선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있다.

한국 정부의 동의안 제출 배경에는 약 60%에 가까운 국민 대중이 한미 FTA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있다. 그런데 한미 FTA가 국내 제도를 많이 변경시킬 것이라는 사실은 정부나 국민이나 견해가 같다. 만일 한국의 민주화가 국민 대중의 경제적 이익을 옹호하고 반영하는 실질적 민주주의로 성공하였다면, 국민 대중은 그러한 제도의 변경과 후퇴를 의미하는 한미 FTA를 거부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농민을 제외하고는 한국의 국민 대중이 과연 바로 이것을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에 한미 FTA를 수용해서는 안 되는 그 어떠한 경제 사회적 제도를 민주화의 성과물로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가?

국민건강보험?-한미 FTA는 국민건강보험제도 자체를 당장 대중의 손에서 빼앗아 가지는 않는다. 투자자의 국가중재 회부권?-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 대한 판결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 대중에게는 이 제도에 의해 한국 사법부의 관할권이 상실되고, 국내법 적용이 배제된다고 해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옹호하는 제도가 넘어간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일자리?-제약회사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한미 FTA에서 당장 실업의 냄새를 맡기 어렵다.

정부가 쳐 놓은 한미 FTA 찬반론 프레임은 바로 이 역설적 지형에 놓여 있다. 한국 민주주의의 실패와 IMF 체제 속에서, 농민을 제외하고는 국민 대중에게는 한미 FTA 반대론과 자신의 이익을 직접 연결해 주는 경제 사회적 제도가 없다. 반면 찬성의 목소리는 좌절 속에서 무언가 변화를 바라는 국민 대중의 귀를 자극한다. 한미 FTA에 관한 찬성 여론은 단지 정부의 반대론에 대한 억압과 일방적 홍보의 결과만으로 볼 수는 없다.

한미 FTA의 수혜자는 어디에 있는가?

정부가 쳐 놓은 역설적인 찬반 프레임을 깨지 않는 한, 한미 FTA는 대선국면에서 한미 FTA에 비판적이거나 신중한 후보자에게는 기회가 아니라 당선으로 가는 길을 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이 상황에서는 원칙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위에서 본 찬반 프레임의 역설이 모순을 드러내고 와해되게 하는 길밖에 없다. 한국의 국민 대중 가운데 과연 누가 미국의 쇠고기 축산업자들이 1조 원대의 새로운 시장을 한미 FTA를 통해 획득하는 것과 같이, 자신의 구체적인 경제사회적 이익을 한미 FTA를 통해서 확보할 수 있게 되는가?

아마도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유통업을 제외하고는 한미 FTA를 통해 돈 냄새나 일자리 냄새를 직접 맡아 볼 수 있는 국민 대중은 거의 없을 것이다. 취업비자?-한미 FTA의 그 어떠한 조항도 전문직 미국 취업 비자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덤핑 장벽 해소?-해당 위원회의 설치를 제외한 그 어떠한 실질적 혜택도 한미 FTA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으며, 이 위원회는 미국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 어떠한 결정도 할 수 없다.

결국 한미 FTA에 찬성한다는 사람들의 압도적 다수는, 소수의 기득권자를 제외하고는 한미 FTA가 그들의 사회경제적 이익을 구체적으로 증진시켜주는 객관적 기초에 서 있지 않다. 그들의 찬성은 불만에 찬 현실에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옹호할 다른 민주주의적 틀이 제공되지 않는 반사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마치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좌절된 많은 사람들이 역설적으로 기득권을 대변하는 이명박 예비후보를 지지하겠다는 현상과 같다.

찬반 양론을 뚫기 위해

찬반론을 뚫으려면, 한미 FTA에 관한 반대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 대중의 경제 사회적 이익을 옹호할 실질적 방안과 민주주의를 더 많이, 더 열심히 국민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국민통합 질서와 민족통합을 담아낼 세계화와 지역적 토대의 구상을 놓고 국민과 더 애써 대화를 해야 한다. 그 땀방울만이 한미 FTA 찬반 틀의 모순적 기초를 허물 것이다. 그래야 대선이 산다. (끝)
FTA 서명본 해설

지난 7월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본이 공개됐다. 하지만 정부는 이 서명본이 지난 5월 25일 공개된 것과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낯선 영미법 용어로 채워진 한미FTA 서명본의 내용을 일반인이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당시에도 송기호 변호사가 서명본의 내용을 풀어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한미 FTA는 '불평등 조약', 미국서는 '뭉갤' 수 있다"

"한미 FTA로 '독도' 위험해질 수 있다"

"18개월 유예시켰다더니…계속되는 왜곡"

"한일 FTA는 왜 좌초됐나…비밀은 '독도'에 있다"

"한미 FTA, 기어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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