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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 찍은' FTA도 미국 요구하면 수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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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 찍은' FTA도 미국 요구하면 수정해야"

[한미 FTA 해법을 찾아서ㆍ1] 페루, 콜롬비아 FTA의 교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로 넘어왔다. 한미 FTA를 계속 분석해 온 송기호 변호사가 정부의 비준 동의안 국회 제출에 맞춰 글을 보내왔다. 송 변호사는 "지금 상태대로라면 노무현 정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한미 FTA는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미국의 대표적인 FTA 전문가 제프리 숏트(Jeffrey Schott)의 한미 FTA 평가에 근거해 "한미 FTA의 운명은 쇠고기와 자동차가 좌우할 것이며 만약 미국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설사 한국 국회가 비준 동의를 하더라도 미국의 요구에 따라 사실상 재협상을 하는 상황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송 변호사의 전망은 한국과 같은 달에 미국과의 FTA를 서명한 페루, 콜롬비아의 예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페루, 콜롬비아는 자국 의회에서 미국과의 FTA에 비준 동의까지했음에도 이후 미국의 새로운 통상 정책에 맞춰, '도장 찍은' FTA를 다시 수정해야 했다.

송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가 이제라도 국민에게 해야 할 마지막 봉사는 국민에게 한미 FTA와 관련된 모든 내용을 사실대로 알리는 것"이라며 "우선 지금 한미 FTA 내용대로라면 설령 FTA가 발효되더라도, 나중에 미국 의회가 별도로 동의하지 않는 한,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이 결코 한국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실부터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런 내용과 관련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한미 FTA는 내년의 북미 수교 이후 재협상될 것이며, 그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분석한 송변호사의 글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그러하였듯이, 페루의 통상장관 알프레도 페레로(Alfredo Ferrero)도 미국 워싱턴에서 페루-미국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하였다. 작년 4월 12일이었다. 그러나 이 협정문은 발효조차 되지 못하고 수정되었다. 콜롬비아의 통상장관 호르헤 움베르토 보테로(Jorge Humberto Botero)도 작년에 콜롬비아-미국 FTA에 서명했지만, 이 협정문도 수정되었다.

'쇠고기ㆍ자동차 문제' 해결돼야 미 의회 비준 움직임에 나설 것

왜 이들 협정문은 청와대 대변인의 표현처럼 '도장까지 찍혔는데' 발효되지도 못하고 수정되었을까? 한미 FTA의 운명에서, 한국 정부가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미국 정부가 아직 미국 의회에 한미 FTA 이행법률(안)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미국 무역위원회(USITC)가 한미 FTA에 대한 '경제 영향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 통상법에 따라, USITC는 이달 말까지 한미 FTA 관련 평가 보고서를 미국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해야만 한다.)

한미 FTA의 현실을 파악하는 데에는, 미국의 대표적 FTA 전문가로서, 이미 2001년에 <한미 자유무역(Free Trade Between Korea and the United States)>(2001)을 펴낸 제프리 숏트가 최근에 발표한 <한미 FTA: 요약 평가(The Korea-US Free Trade Agreement: A Summary Assessment>가 도움이 된다.

그는 한미 FTA의 운명을 쇠고기와 자동차가 좌우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검역이 미국의 입맛대로 요리되지 않는 한, 미국 정부는 결코 한미 FTA 이행법률(안)을 미 의회에 제출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각 대통령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프라이머리)가 자동차 산업 지역인 미국 미시간 주에서는 내년 2월에 진행될 텐데, 그 전에는 미국 의회가 한미 FTA 법률안을 표결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았다.

김현종 전 본부장이 '도장을 찍은', 바로 그 한미 FTA의 법률적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사실 전적으로 미국의 의지에 달려 있다. 앞에서 본 페루와 콜롬비아의 미국과의 FTA가 서명을 마쳤음에도 수정된 것도 전적으로 작년의 미국 의회 중간 선거 결과 때문이다. 의회의 다수당이 된 미국 민주당은 올 5월에 미국의 새로운 통상 정책(Bipartisan Agreement on Trade Policy)을 관철시켰다. 그 결과 페루와 콜롬비아는 이미 도장을 찍은 FTA를 미국의 요구에 맞게 다시 수정해야만 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과정에서 페루와 콜롬비아 의회는 하나의 종속변수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페루 의회는 이미 2006년 6월 28일에, 페루-미국 FTA를 비준 동의했다(찬성 79: 반대 14, 기권 제외). 콜롬비아 의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미국은 페루와 콜롬비아 의회까지도 이미 비준 동의를 마친 상태의 바로 그 FTA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였다. 결국 페루는 2007년 6월 25일에, 수정된 FTA에 다시 서명해야 했다. 그리고 페루 의회는 다시 이를 비준 동의해야 했다.

이에 대해, 미국 무역대표부의 슈전 슈와브(Susan Schwab) 대표는 역사적 행동(historic action)으로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공치사와는 달리, 미국 행정부는 페루-미국 FTA 이행법률(안)을 아직 미국 의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미국 의회의 지도부가, 새 페루-미국 FTA에 맞게 페루 국내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페루-미국 FTA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에 대해서도, 미국 의회는 콜롬비아 노조 지도자들에 대한 폭력사태를 문제 삼고 있다.

이처럼 설령 한국 국회가 한미 FTA 비준 동의를 올해 안에 해준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실상 하나의 종속변수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시간표와 이해관계이다. 아무리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비준 동의가 "우리가 해야 할 도리를 다하는 것"(한미 FTA 유공자 오찬 발언)이라고 강변하더라도, 미국 의회는 그러한 한국의 '도리'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쇠고기와 자동차일 뿐이다. 그리고 미국 의회는 한미 FTA 서명본의 수정을 다시 요구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충실히 안을 짜야 한다"며 "성실히 설득해 나가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이 발언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무엇보다도 한미 FTA 서명본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합리적인 국민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개성공단' 조항부터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야

그러므로 정부를 위하여 조언하자면, 정부는 한미 FTA 개성공단 조항의 내용부터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 그 어떠한 정부 측 자료도 개성공단 제품이 한미 FTA에 의하여 한국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설령 현재의 한미 FTA 서명본을 미국 의회가 승인하여 한미 FTA가 발효되더라도, 그 이후에 다시 한미 FTA가 개정되어야 하며, 이 개정을 위한 미국 의회의 별도의 승인과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한미 FTA 유공 공무원'들은 마치 한국과 미국의 공무원들이 이른바 '역외가공지역(OPZ) 위원회'에서 서로 잘 의논하면 개성공단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고, 이 지정을 받으면 바로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미국에 수출될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한미 FTA가 발효되더라도, 미국 의회는 개성공단산의 한국산 인정을 거부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바로 다음 [표1]의 한미 FTA 조항에 의해서! (부득이 영문 조항을 인용하는 점에 대해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표 1]

Decisions reached by the unified consent of the Committee shall be recommended to the Parties, which shall be responsible for seeking legislative approval for any amendments to the Agreements with respect to outward processing zones.

역외가공지역 위원회가 만장일치로 판정을 하면, 이 내용은 한미 양국에 권고되며, 양국은 역외가공지역에 관한 이 협정의 개정을 위한 입법적 승인을 구할 책임을 진다.(한미 FTA 서명본 부속서 22-B 5항)

이 조항의 단어들이 말하는 그대로, 역외가공지역 위원회의 판정은 권고적 효력밖에 없다. 그리고 미국 의회의 승인을 얻기 위해 한미 FTA 개정안을 미국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한미 FTA상의 책임을 다 한 것이 된다.

앞에서 본 미국의 FTA 전문가인 숏트도 이러한 해석론에 서 있다. 그는 역외가공지역 지정에 관한 위원회의 판정은 자기 집행력이 없다고 썼다.('Committee decisions regarding OPZ designation and FTA eligibility are not self-executing.') 그리고 지정 지역이 FTA 혜택을 받으려면 한미 FTA 협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Extension of FTA preferences to new areas(OPZs) would require amendments to the agreements')

곧 한미 FTA가 발효된 후에, 미국 의회의 승인을 받아 다시 개정되지 않는 한, 개성공단 제품은 한국산으로 인정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개성공단 생산품의 한국산 인정은 한미 FTA 발효로 취득되는 것도 아니며, 역외가공지역위원회의 판정으로 실현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 의회가 향후에 별도로 승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 의회가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미국 전문가 숏트가 하는 말이니 맞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도 누구나 위 [표 1]의 조항을 읽어 보면 필자나 숏트처럼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미 FTA 유공 공무원들은 이러한 중요한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는다. 지난 5월 25일자 한미 FTA 공개본에 관한 것이지만, 현존하는 유일한 정부 측 한미 FTA 협정문 해설서인 <한미 FTA 상세설명자료>는 개성공단 조항에 무려 6쪽을 배려하였지만, 가장 결정적인 [표 1]의 조항에 대해서는 단 한 개의 자음과 모음이 없다.

한국, 신통상정책의 실험국으로 전락하나

미국이 2007년 6월 25일 페루-미국 FTA에 미국의 신통상정책을 처음으로 관철시키는 날에 미국의 슈전 슈와브는 추가로 새 정책을 관철시킬 대상국으로 세 나라를 꼽았다. 거기에 한국이 콜롬비아와 파나마와 같이 포함되었다. 그 결과 한국은 2007년 4월 2일자의 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재협상을 해야 했다. 그리고 6월 30일에, 애초의 타결 내용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협정문에 서명해야 했다.

정부를 위해 조언하건데, 지금 정부가 가는 길은 이미 콜롬비아, 페루 그리고 파나마 정부가 갔던 길이다. 이들 나라들은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미국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나라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들과 다르다. 한국이 가야 할 길은 따로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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