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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한국 부동산은 못 건드린다"…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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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한국 부동산은 못 건드린다"…정말 그럴까?

[한미FTA 뜯어보기 484 : 송기호의 FTA 뒤집어보기(6)] ISD 20문 20답(中)

-Q5: 미국인 투자자는 한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국제중재기관에 제소할 수 있나 없나?
-A5: 제소할 수 있다.

미국인 투자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국가 제소제를 이용해 한국의 부동산 정책을 제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미국인 투자자는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투자의 설립, 인수, 확장, 경영, 영업, 운영 및 판매 등에서 한국인 혹은 제3국인에 비해 차별을 당했다고 판단할 때 한국을 제소할 수 있다.

또 미국인 투자자는 한국의 부동산 정책이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fair and equitable treatment)', '완전한 보호 및 안전(full protection and security)', 국제관습법 상 외국인에게 제공돼야 할 '최소대우 기준(minimum standard)'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한국을 제소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인 투자자는 한국의 부동산 정책이 투자 이익이나 배당금, 투자 부동산 매각 대금의 자유롭고 지체 없는 송금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한국을 제소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인 투자자는 투자 자산이 보상 없는 수용(expropriation)을 당했다는 이유로도 한국을 제소할 수 있다. 누구도 이를 막지 못한다.

-Q6: 정부는 부동산 정책은 원칙적으로 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는데?
-A6: 그래도 미국인 투자자는 한국을 제소할 수 있다.

한미 FTA에 투자자-국가 제소제가 도입된 이상, 미국인 투자자의 제소를 막을 수는 없다. '수용'은 제소의 여러 가지 사유 중 하나에 지나지 않으므로, 미국인 투자자는 수용이 아닌 다른 사유로도 한국을 제소할 수 있다.

그렇다고 수용을 이유로 한국을 제소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한국 정부의 특정 부동산 정책이 수용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여부는 한국 정부가 아니라 국제중재기관에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이 제소 당한 다음 단계의 문제이다.

부동산 정책은 '아예 제소의 대상(subject)이 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더라도 제소 자체를 막을 수 없는데, 하물며 단지 '해석상 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두었다고 해서 제소를 막을 수는 없다.

-Q7: 정부가 협정문에 명기했다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정책 등 우리의 부동산 가격안정화 정책'은 원칙적으로 간접수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조항은 실제 소송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나?
-A7: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큰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자국의 수용법 판례에 맞춰,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할 때부터 직접 수용(direct expropriation)과 간접 수용(indirect expropriation)의 개념을 별도로 정의했다.

직접 수용에는 국유화(nationalization), 즉 사유 재산의 공식적인 소유권 양도나 명백한 몰수 등이 해당한다. 간접 수용은 이런 직접적인 수용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이와 동등한 효과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은 미-싱가포르 FTA에서부터, 국가가 국민 건강(public health), 안전(safety), 환경(environment)을 위한 적법한 공공복지 목적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를 비차별적으로 시행할 경우,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except in rare circumstances)', 간접수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부속서를 두었다. 미국은 이런 내용을 미-호주 FTA, 미-칠레 FTA, 미-페루 FTA 등에서 관철시켜 왔으며, 한미 FTA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정부는 한미 FTA에서는 이 부속서에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정책 등 우리의 부동산 가격안정화 정책을 추가했다고 한다. 물론 이런 문구나마 추가된 것은 일부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소송에서 한국의 승소를 보장하는 역할을 하는 데는 한계가 많다.

첫째, 한국의 광범위한 국토 정책, 즉 그린벨트를 포함한 토지 계획이 부동산 가격안정화 정책에 해당된다고 인정받기 어렵다.

둘째, 이 조문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부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이 차별적 정책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판례는 '사실상의(de facto) 차별', 즉 서로 다른 경쟁 환경이 조성되는 경우도 차별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나프타)의 마이어스(Myers) 사건에서도 캐나다 정부는 환경 호르몬 물질(PCB) 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국적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적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프타 중재인단은 이 조치로 인해 나타난 실제적인 효과를 따졌을 때 미국 기업과 캐나다 기업 사이의 이익이 서로 균형이 맞지 않는 결과가 발생했으므로 이 조치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이런 판례로 볼 때, 한국이 부동산 가격안정화 정책을 차별 없이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효과가 차별적이라고 미국인 투자자가 주장할 때는 이에 대한 보상을 해야만 한다.

셋째,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라는 문구가 있기 때문에 특정 부동산 정책이 예외에 해당하면 아예 위 조문이 적용되지도 않는다. 한국 정부는 이런 예외 상황에 대해 '극히 엄격하거나 비례성이 없는 경우(extremely severe and disproportionate)'라는 주석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비례성이란 정부가 어떤 정책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공의 목적에 필요한 만큼의 규제를 의미한다. 한국은 국토가 좁은 특수성 때문에 광범위한 토지 규제 정책이 존재하고, 헌법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영미법의 국제법적인 관점에서는 한국의 부동산 정책이 지닌 이런 특수성을 고려되지 않고 오히려 비례성이 없는 과잉 규제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Q8: 만일 한국이 미국인이 투자한 토지를 직·간접적으로 수용할 경우 이를 대체 토지나 채권으로 보상해도 되나?
-A8: 안 된다. 오로지 현금 보상만을 해야 한다.


미-싱가포르 FTA, 미-호주 FTA는 모두 보상은 지체 없이 지불돼야 하며, 완전히 실현 가능해야(fully realizable) 하며,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어야(freely transferable) 한다고 규정했다.

한미 FTA에서도, 달리 규정되지 않는 한, 미국인이 투자한 토지를 수용할 때에는 현금으로 보상해야 한다. 한국의 법률에 따라 한국인 부동산 소유자에게라면 대체 토지나 채권으로 보상을 하는 경우도, 미국인 투자자에게는 현금으로 보상해야 한다.

-Q9: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부동산 개발회사에 투자했거나 투자를 계획한 미국인은 한국을 제소할 자격이 있나?
-A9: 그렇다.


미-싱가포르 FTA, 미-호주 FTA는 투자자가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소유하거나 혹은 관리하는 일체의 자산(every asset)을 투자의 정의에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업, 지분이나 주식, 채권, 허가권, 면허권, 지적재산권, 기타 유· 무형의 자산 및 자산권이 포함된다.

특히, 한미 FTA에서는 계약상의 권리(contract rights)도 이 유·무형의 자산권에 포함된다. 따라서 미국인이 한국의 부동산 회사와 계약을 체결한 결과로 갖게 된 어떤 계약상의 권리도, 그것이 투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 투자에 해당한다.

이렇게 투자의 의미는 광범위하다. 미국인 투자자는 이미 시행한 투자뿐 아니라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투자에 관해서도 한국을 제소할 수 있다. 심지어는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거나 관리하고 있는 한국의 부동산 회사를 위해서도 한국을 제소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인이 한국의 부동산 회사와 투자성 계약을 체결한 결과 갖게 된 계약상의 권리가 한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침해된 경우에도 미국인은 한국을 국제중재에 회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제도가 도입되면, 한국의 부동산 개발회사들은 미국인 투자자의 지분을 끌어 들인 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강력히 대항할 수 있게 된다.

-Q10: 한국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미국의 부동산 투자자와 체결한 계약을 이행하지 않거나 투자자에게 개별적으로 부여한 사업면허권을 침해한 것만으로도, 한국은 국제중재기관에 제소 당할 수 있는가?
-A10: 그렇다.


미국은 미-싱가포르 FTA에서부터 이런 별도의 트랙을 추가로 깔았다. 한미 FTA에서도 미국은 이를 관철시켰다.

이에 따라 미국인 투자자는 한국 정부가 투자자 보호 조항을 위반한 경우뿐 아니라 당국이 관리하는 자연자원 및 기타 자산에 대한 권리를 제공하기로 투자자와 계약해 놓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한국을 국제중재에 회부할 수 있다(investment agreement).

또한 당국이 투자자에게 부여한 사업면허권 등 인가권을 침해한 경우에도 미국인은 한국을 제소할 수 있다(investment authorization).

그러므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투자자에게 FTA 투자자 보호 조항에 따른 보호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투자자와 계약을 체결할 경우 그 계약서를 무조건적으로 이행해야 하고, 사업면허권을 결코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제소 당한다.

현재 중앙정부와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고 있는데, 이런 계약의 내용을 정부와 지자체가 지키지 않을 경우에도 한국은 제소를 당하게 된다.
▲ ⓒ연합뉴스

-Q11: 외환위기가 재발할 염려가 있어 달러 송금에 대한 긴급 제한조치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인 투자자는 제소를 할 수 있는가?
-A11: 그렇다.


정부는 한미 FTA에서 임시 송금제한조치(임시 세이프가드)를 확보했다고만 발표했고, 그 구체적인 인정 요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히지 않았다. 또, 정부는 이 임시 송금제한조치가 아예 투자자-국가 제소 대상에서 제외된 것인지, 아니면 원칙적인 적법성을 인정받는 데 그친 것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분명한 점은 한미 FTA에는 투자자의 송금 자유를 보장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으므로, 미국인 투자자는 한국의 달러 유출 긴급 제한조치가 한미 FTA의 송금 자유 보장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한국을 제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제소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한국이 제소 당한다면 두 가지 경우를 예상할 수 있다. 만약 한국의 임시 송금제한조치가 투자자-국가 제소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됐다면, 투자자는 자신이 문제 삼은 한국의 송금제한조치가 적법성을 갖추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투자자는 패소한다.

반면 한국이 확보한 임시 송금제한조치가 단지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것에 그치는 것이라면, 한국은 해당 조치가 적법성을 갖췄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한국이 패소한다.

미-싱가포르 FTA에서는 임시 송금제한조치가 발동된 날로부터 1년이 지나야 투자자가 국가를 제소할 수 있다.

그런데 싱가포르는 세이프가드가 실질적으로 송금을 방해하지 않은 경우에는 설령 해당 조치가 세이프가드 발동일로부터 1년 내에 투자자에게 어떤 손실을 끼치더라도 싱가포르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조항을 넣었다. 즉, 투자자-국가 제소의 대상(subject)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부속서 15A).

싱가포르는 또 세이프가드가 투기자본의 '이동을 실질적으로 방해한 경우에도' 이 투기자본의 손실을 '전부 다' 보상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조항을 넣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가 지불해야 할 보상금에서는 투기자본이 싱가포르에서 번 돈이 일부 제외된다.

또 싱가포르는 세이프가드가 발동되지 않았다면 투기자본이 다른 곳에 투자해 벌 수 있었던 '기회비용'에 대해서는 보상할 필요가 없다는 조항도 넣었다. 나아가, 싱가포르는 보상을 할 때 싱가포르 달러를 사용할 수 있다.

한미 FTA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이 문제가 어떻게 조문화됐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일단 정부가 '사상 최초로 미국으로부터 단기 세이프가드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홍보하는 데에만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싱가포르의 사례에 비춰 볼 때 과장된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한국이 외환위기 재발을 막고자 달러 유출에 대한 긴급 제한조치를 취할 경우, 이 조치는 투자자-국가 제소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Q12: 건강보험, 우체국 서비스, 공교육, 보건 정책 및 위생검역(SPS) 조치, 산업육성 정책, 공사, 공공법인 등도 제소 대상인가?
-A12: 제소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


건강보험, 우체국 서비스, 공교육 등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의 경우, 투자자-국가 제소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정해진 공공서비스의 경우도 그 서비스가 상업적 베이스로 공급되거나, 하나 이상의 민간 서비스 제공자와 경쟁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제소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택배회사인 유피에스(UPS)가 2000년 1월 자사가 경쟁하는 캐나다 우체국 서비스에 대해 제소한 것이 한 사례다. 이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보건 정책이나 위생검역 조치도, 미국인 투자자가 보기에 자의적이거나 부당한 방식으로 적용됐을 경우에는 제소 대상이 된다.

캐나나 투자자가 2005년 3월 미국이 광우병 발생을 이유로 캐나다산 소의 수입을 금지하자 미국을 국제중재에 회부한 사례가 있다. 이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산업육성 정책의 경우, 국가의 보조금 지급, 무상지원, 정부 구매 등은 제소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다른 유·무형의 산업육성 정책은 제소 대상이 된다.

도로공사와 같은 공사나 공공법인의 조치도 제소 대상이 된다. 왜냐하면 투자자 보호 조항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직접적인 조치뿐 아니라 정부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아 규제와 행정 등을 실시하는 비정부 기관의 조치에 대해서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한미 FTA 협상을 타결한 후 투자자-국가 제소제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면서, 미국인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사전 영향평가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바로 이런 발표가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실제로 한국의 공공정책을 어떻게 제약할지'를 잘 보여준다.

Q13: 미국인 투자자에 대한 검찰의 사법권 행사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제소 대상인가?
A13: 그렇다.


미국인 투자자는 한국이 사법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정의에 반하는 대우(denial of justice)'를 받았다는 이유로 한국을 제소할 수 있다.

물론 대법원의 판결문 자체를 재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만일 국제중개기관이 한국 사법부의 특정 사법 작용이 미국인 투자자의 절차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다고 판정하면, 한국은 그 패소 판결로 입은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인 투자자는 사실상 대법원의 판결을 다시 받은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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