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중국 '검은 화요일'이 전세계 '검은 수요일'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중국 '검은 화요일'이 전세계 '검은 수요일'로

'중국發 쇼크' 확산…조정 과정 vs 세계경제 침체 신호?

'황금돼지해'의 출발이 초장부터 불안하다. 27일(현지시간) 중국 주식시장이 10년래 최고 낙폭을 기록하면서 촉발된 악재가 아시아와 이머징 마켓을 거쳐 유럽 주요국과 미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 역시 가시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서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주택담보 대출시장의 붕괴 조짐 및 부동산발(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 종료 및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전 세계 투자자들이 일본에서 초저금리로 자금을 빌려 다른 나라의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것) 청산의 시작 △달러 가치의 하락 △유가 상승 등 그동안 세계경제의 '단골 두통거리'들이 전 세계 증시의 폭락과 맞물려 속출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세계 경제가 침체기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현상들이 중국발 쇼크에 의한 단기적인 조정 국면에서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하지만 중국발 쇼크는 '위기의 양상'을 한꺼번에 드러내 보인 기폭제에 불과했으며, 실제로는 세계 경제가 근본적인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중국발 쇼크, 전 세계 증시 폭락으로
▲ 2001년 9월 11일 미국 테러 공격 이래 증시 최악의 날이 된 27일 뉴욕증권거래소. ⓒ연합뉴스

2007년 2월 27일은 중국 경제사에 있어 '검은 화요일'로 기록될 예정이다. 이날 중국의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8.84% 폭락한 2771.709로 장을 마감했고, 선전 성분지수도 전일 대비 9.29% 폭락한 709.81로 내려앉았다. 이는 1996년 중국 당국이 1일 최대 하락폭을 10%로 규제한 후 10년 만에 최대의 낙폭이다.

중국 증시가 이처럼 폭락한 배경에는 중국 투자자들과 해외 투자자들의 '동시 팔자'가 있다.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27일 중국 증시가 쇼크를 받은 것은 중국 정부가 대출금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것을 비롯해 미심쩍은 투자 행태에 대한 단속에 나설 것이라는 루머가 퍼지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발 '검은 화요일'은 아시아, 유럽, 미국, 이머징마켓(신흥시장) 국가들로 급속히 퍼져나가며 전 세계 주요 국가들에 '검은 수요일'을 연출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28일 오전 9시 30분 현재 거래를 시작한 일본과 한국 등 주요국들의 증시가 3~4%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닛케이 225지수가 4% 가까이 급락하며 1만8000선 아래로 떨어졌고. 토픽스 지수도 4.59% 떨어진 1728.60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코스피 지수도 3.39% 밀린 1404.73으로 거래되고 있다. 호주의 S&P/ASX 200 지수도 전일 대비 2.87% 하락한 5821.80을 기록하고 있고, 뉴질랜드의 NZX50 지수도 2.58% 하락한 3991.53을 나타냈다.

유럽에서는, 영국 FTSE100 지수가 6286.10으로 전일 대비 148.60포인트(2.31%) 급락했다. 프랑스 CAC40 지수도 174.15포인트(3.02%) 급락한 5588.39로 거래를 마쳤으며, 독일 DAX 지수 역시 6819.65로 전일 대비 207.94포인트(2.96%) 주저앉았다. 범 유럽 다우존스 스톡스600 지수도 2.7% 하락했다.

신흥시장 국가들에서는, 러시아 RTS 지수와 인도의 봄베이 센섹스 지수가 각각 3.3%와 1.3% 하락했다.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도 6.9%나 폭락했으며, 아르헨티나의 머발 지수도 7.5% 내려앉았다.

'악재'에 '악재' 겹친 미국 경제

미국 증시에서도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등 3대 지수가 모두 폭락했다. 특히,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지난 1년 동안의 상승분을 하루 만에 고스란히 까먹는 기록을 남겼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무려 416.02포인트(3.29%) 폭락한 1만2216.24로 주저앉았으며, 장중에는 거듭된 투매로 지난 2001년 9월 이후 최대치인 546포인트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이날 다우 구성 종목 30개는 모두 하락했다. 특히 중국 투자 비중이 높은 제너럴모터스(-5.4%), 알코아(-4.7%), 월마트(-3.6%) 등의 하락폭이 컸으며, 애플(5.3%), 인텔(-3.8%), 휴렛팩커드(-3.4%), IBM(-3.0%) 등 대형 IT주도 급락세를 이어갔다.

S&P500 지수는 50.33포인트(3.47%) 급락한 1399.04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S&P500 구성 종목 중에서는 유일하게 2개 종목만 상승했다. 나스닥 지수도 전일대비 96.65포인트(3.86%) 폭락한 2407.87로 장을 마감했으며, 이는 2002년7월 이후 최대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업종별로는 금(-6.8%), 금융(-3.7%), 부동산투자신탁(-3.0%)의 하락세가 증시 폭락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이날 미국 증시가 폭락한 것은 중국 증시의 폭락에서 비롯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경상적자와 재정적자의 동시 적자인 '쌍둥이 적자'와 글로벌 불균형 등으로 인해 근본적인 거시경제 불안에 시달려 왔던 미국은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신용도가 낮은 사람을 대상으로 고금리로 주택 매입 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의 부실 파장이 미국경제 전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위기의 조짐을 보여 왔다.

거기다 일본의 금리 인상과 맞물려 전 세계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엔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27일 오후 2시53분(현지시각) 현재 달러/엔 환율은 전일대비 2.42엔(2.0058%) 급락한 118.23엔을 기록했다. 달러화는 최근 아시아 및 유럽 주요국의 통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여 왔다.

정치적인 불안도 미국 경기 침체의 불길한 조짐을 키우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이라크에 대한 병력을 증강하고 이란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는 등 중동 정세 불안을 키워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27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을 노리고 자살폭탄 테러까지 발생해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세계 경제 침체의 다른 조짐들

미국 경제를 필두로 세계 경제도 다양한 불안의 조짐들을 내보이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과 유가 불안 등이 가장 큰 위기 증후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도드리고 라토 IMF 총재가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환율 불일치를 야기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앞으로도 전 세계 투자자들이 엔화에 대한 매도 포지션을 철회할 것으로 예상돼 엔화의 추가 인상과 이에 따른 달러화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끝없이 치솟다가 다시 내려앉기 시작했던 국제 유가도 최근 다시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란 핵 문제가 미-이란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공급에 대한 불안이 계속 증폭되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미국을 위시한 주요 에너지 소비국들에서 이상 추위가 계속되면서 석유제품에 대한 재고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은 휘발유 재고가 지난주에만 150만 배럴 가량 감소했고, 난방유가 포함된 정제유도 260만 배럴 가량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27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4월물 인도분 가격은 닷새 연속 올해 들어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이날 유가는 전일 대비 배럴당 7센트 오른 61.46달러로 장을 마감했으며, 장중 한 때 62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한국은?

세계 경제의 불안 조짐은 한국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28일 오전 코스피가 급락하며 17거래일 만에 1400선을 하회했으며, 하락률이 4%를 넘어섰다. 이는 2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하락률로, 코스피는 이달 들어 이어 온 상승폭을 고스란히 까먹었다.

전날 중국증시 폭락이 전 세계 증시를 '검은 수요일'로 몰아넣은 데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700억 원 이상 급락장을 주도하며 이날 코스피 시장이 얼어붙은 것.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발 악재로 코스피의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런가 하면 이번 중국 증시 폭락이 국내 증시 차별화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호재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신흥시장의 증시 폭락 여파를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이른바 '위기는 기회'라는 주장인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 역시 국내 주식시장의 급락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환 금감위 감독정책2국장은 이날 "국내 주식시장이 중국발 충격으로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이며 곧 회복될 것"이라며 "금융감독당국이 특별히 내놓을 대책은 없으며 다만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주식시장의 폭락에 대해서도 "그 동안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오른 데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과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전망을 떠나 이제 한국 경제도 전 세계가 '위기' 국면임을 인식하고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과잉 유동성 상태에서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급속한 불안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면, 이번 중국발 쇼크 확산 사태는 글로벌 금융 흐름의 순환 고리가 단절될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