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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가 떠안는 미국發 스트레스들

[빚꾸러기 미국, 위태로운 세계경제 4] 'FTA 압력'에서 '전쟁터 찾기'까지

미국의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와 다른 나라들의 엄청난 경상수지 흑자는 동전의 양면이다. 빚꾸러기 미국이 세계경제에 일으키는 문제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대응 방식을 살펴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왜 이렇게 고단할 수밖에 없는지가 쉽게 이해된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가 국제 정치경제의 다이내믹스에 가장 중요한 요인들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 절상 압력' 넘어 '제2의 플라자합의' 주장까지**

미국 정부가 자국의 엄청난 빚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온전히 바깥세상을 겨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중국을 향해 "세계의 식량자원, 석유자원을 불가사리처럼 빨아들이는 나라", "값싼 수출품과 덤핑으로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나라" 등으로 비난하면서 전세계에 '중국 위협론'을 퍼뜨리는 데 몰두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무역수지 흑자, 외국인 직접투자(FDI), 위안화 절상을 노린 단기성 투기자금 유입 등으로 급증하자 미국의 부시 정부는 "풍부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중국이 위안화의 추가 절상을 견뎌낼 수 있다는 증거"라며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압력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11월 의회에 제출한 '국제경제 및 환율정책에 관한 하반기 연례보고서'에서 "2005년 7월 중국이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환율 페그제를 폐지하고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의 명목환율을 2.1% 절상하는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안화의 절상률은 0.35%에 그쳤고 환율의 유연성도 향상되지 않았다"며 추가적인 위안화 절상을 촉구했다.

미국 민주당의 찰스 슈머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필 그램 상원의원이 발의한 '슈머-그램 대중국 공정무역 법안'도 2006년 상반기 처리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중국이 환율조작을 그만두지 않을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품 전 품목에 대해 27.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게다가 부시 정부는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까지 동원해 중국에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를 도입하라고 끈질기게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외환당국자들은 "중국경제에 불안정을 초래하지 않도록 위안화의 '자율화'는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어, 당장 국제 외환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수준의 급격한 위안화 절상 조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의 일각에서는 중국의 위안화 절상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세계의 다른 주요 통화들의 절상 문제를 국제 협상 테이블에 올리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른바 '제2의 플라자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플라자합의는 지난 1985년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의 재무장관들이 당시 GDP 대비 3.4%에 달했던 미국의 경상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러 가치의 인하 및 파운드, 프랑, 엔 가치의 인상 조정에 전격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이 합의의 결과로 엔/달러 환율은 1년 남짓한 기간에 243엔에서 157엔까지 대폭 하락했고, 미국은 급한 대외불균형의 불을 끌 수 있었다.

국제경제연구소(IIE)의 윌리엄 클라인 박사는 최근 '신(新) 플라자합의(The Case for a New Plaza Agreement)'라는 글에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현재의 절반 수준인 GDP 대비 3%로 줄여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해외 다른 통화들의 가치가 달러화 대비 25% 상승할 필요가 있다"며 선진 20개 국(G20) 주도 하에 '제2의 플라자합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라인 박사는 신 플라자합의에 참여할 필요가 있는 20개 국으로 일본과 유럽연합(EU)의 주요국 등 선진국들 외에 한국,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가들도 거명했다. 그가 주장하는 각국 통화의 '적절한 절상 폭'은 싱가포르 92.1%, 일본 62.4%, 중국 43.3%, 한국 19.2% 등이다.

***한국에 대한 자유무역협정(FTA) 압력도 같은 맥락**

한편 미국은 천문학적인 무역수지 적자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최근 세계 각국과의 쌍무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 '미국 FTA 추진 동향과 전략'에 따르면 미국은 원래 양자간의 FTA보다 다자간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선호했으나, 최근 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지역무역협정(RTA)이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자 양자간 FTA 체결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까지 이스라엘 등 16개 국과 FTA를 체결한 미국은 지난 2002년 발효된 '무역촉진권한(TPA)'의 만료시한이 2007년 6월로 다가옴에 따라 올 한 해 FTA 체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TPA란 대외교역 협상의 최종권한을 갖고 있는 의회가 포괄적인 협상권한을 행정부에 한시적으로 이양한 것으로, 이런 권한이양 조처에 대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전세계 교역대상국들에게 미국의 자유무역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평한 바 있다.

통상 FTA 하나를 체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최소한 1년이라는 점을 감안해 미국은 올해엔 FTA를 체결하면 가장 경제적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이는 '하나의 국가'에 올인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우선 25개 대상국 후보를 선정한 뒤 그 중에서 한국을 최종적으로 뽑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한미 FTA 체결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로 여겨졌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 문제가 매듭지어짐에 따라 최근 한미간 FTA 협상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 정부는 다음달 2일 '한미 FTA 추진 관련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전세계의 잉여자본을 흡수해야 빚더미 위에 건설된 자국의 경제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미국은 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구(IMF) 등을 동원해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얼마나 이로운지를 끈질기게 설파해왔다.

그 결과 전세계의 자본자유화는 엄청난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OECD의 '자본자유화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제외한 OECD 29개 회원국들의 평균 자본자유화 수준은 89.3%에 이른다. 미국이 95%로 선두이고, 일본, 독일, 영국 등의 자본자유화 수준도 85%이다. 터키, 멕시코, 체코, 헝가리 등 신흥시장국가들의 자본자유화 수준도 평균 84.2%에 달한다.

한국 정부도 최근의 달러화 가치 급락에 대응해 2010년에 완료 예정이었던 자본자유화 조치들을 올해 안에 앞당겨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자본자유화 수치도 곧 85%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미국이 강력하게 추진해 온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대부분 초국적화된 결과 미국 자본은 미국 정부의 통제권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런 자본들은 쌍둥이 적자 문제가 재부각돼 달러화의 가치가 의심되는 상황이 오면 다른 어떤 자본들보다 먼저 미국시장에서 발을 뺄 것이다. 그때 가서, 국적을 따지지 않는 자본에 대고 '브루투스, 너마저!'라고 탄식해봐야 소용없는 일이 될 것이다.

2005년 하반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잇달아 정책금리를 올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자 미국으로 다시 몰려든 자금은 대부분 외국인 소유의 자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미국을 빠져나간 미국 자본은 다시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댈 데는 전쟁뿐?**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여겨봐야 할 것은 미국이 흔들리고 있는 달러의 위상을 지키고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 자리를 고수하기 위한 노력으로 국내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신보수주의적 패권주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재정적자가 날로 악화돼 가는데도 부시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군비를 확장하며 다음 전쟁터를 고르고 있다. 지난 7일 영국 신문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와 미국 예산전문가인 린다 빔스 하버드대 교수는 "부시 정부가 공식으로 발표한 이라크전의 비용 외에 전쟁의 '숨겨진 비용'만 1조~2조 달러에 달한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이렇듯 미국은 군비를 확장하고 그 위세를 과시하는 패권주의 전략을 통해 전세계에 미국의 말을 듣지 않는 나라나 지역에 대해 침공하겠다는 위협의 신호를 보내는 한편 위태로운 미국경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석유 등을 포함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등이 미국의 석유 확보를 위한 침략전쟁이었다는 것은 이제 세간의 상식이 되었다.

이에 대해 지난해 말 영국의 국제구호단체인 '워온원트(War on Want)' 등을 포함한 영미의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공동보고서를 발표해 "미국 고위층의 압력을 받은 이라크 임시정부가 석유개발권을 놓고 셸 그룹 등 미국계 석유회사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미국의 계획대로 이라크 석유개발권이 다국적기업들에 넘어가면 이라크는 국부(國富)를 최대 2000억 달러까지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미국이 통제불가능한 수준의 경기침체에라도 빠져들면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은 이러한 패권주의적 전략을 더욱 강화하려고 할 것이 거의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이 이런 패권주의적 전략을 강화하면 할수록 역으로 '세계경찰'로서의 미국의 권위는 약화될 것이다. 이미 이란과 같은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과 베네수엘라 등의 남미 좌파 국가들이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른바 '악의 축'으로 부상했다.

〈그림 삽입: 미국 쌍둥이 적자는 국제 정치경제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

***"이대로 놔둘 순 없다"…대안의 모색**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세계경제의 대외불균형이 작동하는 국제사회에서 '당장' 살아남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세계경제의 작동 원리를 재구성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현실적인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로 각국의 경제가 세계경제 속으로 편입된 상황에서 세계경제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자 세계 각국의 좌파 성향 지식인들과 정치인들, 진보적 비정부기구(NGO)들은 다양한 대안들을 내놓고 이에 대한 논의와 실험을 구체화하고 있다.

리처드 런컨은 그의 저서 '달러의 몰락, 세계경제의 몰락'에서 현재 세계경제가 공급 과잉으로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기 때문에 세계의 정부들이 공급축소의 공동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이상주의자들 사이에서 '세계정부' 수립의 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한편 미국의 쌍둥이 적자 등으로 국제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날로 커져가면서 단기성 투기자본을 규제하자는 논의도 조금씩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1990년대 칠레가 실행했던 가변의무예치금제도(VDR)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박사가 주장한 토빈세(Tobin's tax) 등 그간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던 제도들이 영국의 워온원트(War on Want)나 프랑스의 아탁(ATTAC) 등 반(反)세계화 성향의 국제 NGO들 주도 하에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가변의무예치금제도는 유입된 해외자본의 일정 부분을 일정 기간 중앙은행에 무이자로 예치하는 제도이고, 토빈세는 투기성 단기자본인 핫머니가 국경을 넘을 때 부과하는 세금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달러화에 치중한 현재의 결제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 방편으로 국제 공용화폐인 특별인출권(SDR)을 보다 더 광범위하게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DR이란 금과 달러 외에 국제통화기금(IMF)의 운영축을 보완하기 위한 제3의 세계화폐다. 그러나 SDR을 더 많이 사용하자는 주장은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신인도를 떨어뜨려 미국경제를 급속도로 침체시킬 위험이 있어 오히려 위험하다는 반박을 받고 있다.

이르면 올해 3월경 국제외환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인 아시아의 단일통화 '아쿠(ACU: Asian Currency Unit)'도 달러화 위주로 돌아가는 세계경제에 대한 대안적 실험의 하나다. 그러나 아쿠도 EU의 유로화가 그랬던 것처럼 당장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아시아 경제권에서 달러의 영향력 축소를 우려한 미국은 국제통화기금 등을 통해 아쿠에 대한 견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여러 차례 아시아통화기금(AMF)의 창설 등 아시아 국가들의 독자적인 움직임을 여러 차례 무력화시킨 바 있다.

***국제사회의 공식 해결노력 시동할까?**

미국의 불안불안한 모습을 보면서 주요 선진국 정부들의 속내는 편치 않다. 이들은 미국 경제가 붕괴되거나 급격한 조정 국면을 맞을 경우 자국의 정치·경제에 미칠 타격을 내심 염려하고 있다.

미국을 대체할 유일한 슈퍼파워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은 미국경제에 탈이 나 전세계에 저성장 기조가 형성되면 가장 많은 위협을 받을 나라다.

그동안 엄청난 속도의 경제성장에 가려져 있었던 빈부격차, 민족갈등, 종교갈등, 환경오염 등의 정치사회적 불안요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유지돼 온 중국 정권의 존망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공안당국에 따르면 2004년 한 해에만 7만4000여 건에 이르는 시위가 발발하는 등 중국의 정치사회적 불만들은 이미 표출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경기침체에서 막 벗어나기 시작한 일본과 상이한 정치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들을 하나로 묶는 작업을 계속 중인 EU도 중국과 비슷한 이유로 미국경제의 몰락을 두려워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의 주요 선진국들은 선진7개국(G7) 회담 등을 통해 미국 쌍둥이 적자 문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상기시키고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창출하기 위한 걸음마를 시작했다.

2005년 유로/달러 환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프랑스 재무장관은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쓴 소리를 했다. 지난해 G7 정상회담 성명서에도 "미국친구들(American friends)도 (급격한 환율 변동이 지닌 위험성을) 명심해야 한다"는 문구가 삽입된 바 있다.

***세계 자금흐름에 부는 역풍**

한편 그동안 미국에 호의적이던 전세계의 자금흐름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고유가로 물기가 오르자 국내의 경기 과열을 우려한 미국 연준이 잇달아 정책금리를 올리면서 세계의 잉여자본은 미국으로 집중했고 그 여파로 전세계 주식시장은 타격을 입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위세를 잃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외국의 민간 자금이 아니라 외국의 중앙은행들이라는 것이다. 2005년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의 국채, 주식 등을 순매수한 규모는 6980억 달러에 달하는데 그 중 1394억 달러가 외국 중앙은행들이 사들인 미국의 국채, 국가보증 채권에 해당한다.

외국 중앙은행들이 이렇게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이유는 국내의 무역수지 흑자로 쌓여가는 달러를 처분해야 국내 물가가 안정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난 1997~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에서 배운 '학습효과'로 달러 표시의 외환보유고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해외 정부의 공적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좋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미국 자산의 가격을 올리고 그 결과 기대 수익률을 저하시켜 민간 부문의 투자를 둔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낸다.

보다 긴급한 문제는 미국의 급증하는 해외자금 수요와 해외 각국의 외환보유액 증가에 따른 자본손실 리스크가 증가해 미국과 해외 중앙은행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 외환보유액의 70%가량이 달러화 자산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일 중국 외환관리국의 후샤오렌 국장이 "외환의 자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외환투자 영역을 넓히겠다"며 외환보유액의 다변화 가능성을 내비치자 국제금융시장이 한바탕 혼란에 휩싸였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중국 본토의 8189억 달러(2005년 말 기준)와 홍콩의 1243억 달러를 합치면 그동안 전세계 외환보유액 1위를 지켜 왔던 일본의 8469억 달러를 넘어선다는 점, 그런 중국 외환보유액의 70% 이상이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채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이런 발언이 얼마나 의미심장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이렇게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앞으로 원유 등의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해외 기업을 상대로 한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보여 국제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이 달러 자산을 매각할 경우 미 달러화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2월에는 한국은행이 "외환보유 통화 구성을 다변화할 수도 있다"는 언급을 하자마자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고 미국 주식시장이 쇼크를 겪은 적도 있다. 2006년 2월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146억6000만 달러로 이는 세계 4위 수준이다. 올해 들어 한은도 자본거래의 전면 자유화로 해외 투자 활성화가 본격화되면 외환 보유액의 다양한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외환보유액 다양화의 움직임에 대해 국제 투자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이 실제로 외환보유액의 다변화를 하지 않더라도 투기세력들이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국제금융시장을 교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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