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부터 이틀간 열린 한미 간 쇠고기 무역 기술 협의가 결국 결렬됐다.
이로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7차 협상에 앞서 쇠고기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정부 일각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쇠고기 문제 해결을 최우선에 둔 그간 미국의 태도를 염두에 둔다면 11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시작하는 7차 협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쇠고기 협상 결렬…한국 양보안도 미국이 거부
이번 협의의 한국 측 대표였던 이상길 농림부 축산국장은 9일 "쇠고기 수입 검역을 주제로 한미 양국이 기술 협의를 했지만 미국산 쇠고기 뼛조각 문제와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의 문구 해석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며 협상 결렬 사실을 발표했다.
이상길 국장은 "앞으로 추가 협상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추가 협상 일정은 아직 잡지 못했다"고 밝혀 한미 간 협상 재개가 쉽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농림부에 따르면, 미국 측은 농림부의 '뼛조각이 발견된 상자를 뺀 나머지 물량은 수입을 허용하겠다'는 양보안을 거부하며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계속 고집했다. 미국 측은 "한국이 '뼛조각 쇠고기를 허용할 수 없다'는 정책을 유지하는 한 이런 양보 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뼛조각 쇠고기 수입하고, 검역에서도 손 떼라" 요구
이번 협의에서 미국 측은 "작은 뼛조각(bone chip)이 포함된 쇠고기는 광우병 위험이 없으니 수입을 허용하라"고 요구하면서 사실상 한국의 검역 당국을 무력화하는 안까지 추가로 요구해 농림부를 곤혹스럽게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측은 "통관할 수 있는 뼛조각의 구체적 크기, 숫자 등을 규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런 규정에 대해서 한국은 검역에 직접 관여하지 말고 수출·입업자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미국 측은 "오는 5월 열리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미국이 광우병 안전 국가로 판정 받으면 어차피 '뼛조각 쇠고기'를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농림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런 미국 측의 주장에 농림부는 "뼛조각에 광우병 유발 물질이 포함돼 있을 수 있어서 반입을 허용할 수 없고, 주권 국가로서 검역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민간에 맡겨둘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미국 측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미 FTA 7차 협상 전망도 불투명해져
이번 협상이 결렬되면서 한미 FTA 7차 협상 전망도 불투명하게 됐다. 그간 한미 양측 협상 대표들은 수차례에 걸쳐 "쇠고기 문제 해결이 FTA 협상 진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런 시각에 대해서 이상길 축산국장은 "미국이 FTA와 연계를 언급하는 부분은 뼈를 포함한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이라며 "그러나 이번 우리는 이번 협의에서 뼛조각과 관련된 문제만 논의한 만큼 실질적으로 (이번 협의의 전후) 상황은 같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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