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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남미, 동아시아 발전모델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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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남미, 동아시아 발전모델 주목해야"

[제언] 남미 통합 움직임을 주목한다

남미 12개국 정상들은 12월 초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열린 제2회 남미국가공동체(CSN) 정상회담에서 유럽연합(EU)과 같은 남미대륙 공동체를 만들어 가기로 합의했다.

주최국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정치·경제 블록을 만드는 데 유럽에선 50년씩이나 걸렸지만 남미 지역은 3∼5년이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남미의 양대 경제공동체인 메르코수르와 안데스공동체의 통합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각국 정상들은 EU식 공동체 구성을 추진할 사무국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설치키로 합의했다.

2004년 창설된 CSN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칠레, 볼리비아, 페루, 우루과이, 파라과이,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이아나, 수리남 등이 회원국으로, 메르코수르와 안데스공동체 회원국들 모두가 참여하고 있다.


이 정상회담에 대해 서구의 주류언론들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적인 석학 노암 촘스키는 이 정상회담이 500년 식민지 지배를 받아 온 남미에서 서구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진정한 독립을 추구하려는 역사상 최초의 통합 움직임이라고 진단하면서, 동아시아 발전 모델과 비교해 고찰했다.

이 글은 촘스키가 최근 남미 칠레와 페루를 방문한 뒤 지난 15일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 행한 연설을 <저팬포커스>가 20일 요약해 게재한 것이다.

다음은 <저팬포커스>에 게재된 촘스키의 연설의 주요 내용이다.

지난 12월 9~10일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남미 주요 정상들이 모였다. 이 회동이 매우 중요한 모임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징표가 있는데, 일부 통신사 이외에는 이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 남미국가공동체 정상회담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들이 항아리를 깨는 의식을 치르면서 우의를 다졌다.ⓒ프레시안

남미 지도자들은 유럽연합(EU)과 비슷한 남미대륙공동체를 결성하기 위한 고위급 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남미의 통합 움직임은 스페인 지배를 받았던 500년 역사상 처음이다.

남미 국가들은 서로 격리돼 있다. 진정한 독립의 전제조건은 통합이다. 그동안 남미 국가들은 (서구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진정한) 독립을 하려고 노력했으나, 이웃국가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각개격파 당한 역사를 반복해 왔다.

1960년 이후 이런 사건들이 일어났다. 미국 케네디 행정부는 브라질에서 쿠데타를 배후조정했다. 그 이후 남미 전역에 신나치 스타일의 독재정권들이 도미노처럼 들어섰다. 칠레가 대표적인 사례다.

1980년대에는 중미와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에 대해 레이건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벌였다. 스페인에게 정복당한 이후 이 시기는 최악의 억압 시기였다.

"통합은 남미의 진정한 독립 기반"

통합은 (진정한) 독립을 위한 기반이다. 그래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남미 국가들은 스페인 등 서구의 식민지 지배를 받으면서 서로 분열돼 있을 뿐 아니라 국가 내부로도 극소수의 부유층과 나머지 빈민들로 구분돼 극도로 분열돼 있다.

남미 국가들의 지배층인 백인들은 자신들을 서구인으로 여기고 있다. 자본이 서구 쪽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구에 제2의 집이 있고, 자녀를 이곳의 대학으로 보내고, 문화적 동질성도 서구와 가깝다. 자기들이 운영하는 국가에 대한 책임감은 거의 없다.

수입 측면을 보더라도 이러한 양상을 볼 수 있다. 수입품 중에는 사치품이 압도적으로 많다. 개발도 과거 식민지 시대처럼 대체로 서구에 의존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에 대해 남미는 동아시아보다 훨씬 개방돼 있다.

남미의 지배계급들은 지난 25년간 나라는 황폐화시키는 대신 자신들을 부유하게 만든 신자유주의에 열렬히 동조해 왔다. 남미 국가들의 거시 경제지표들이 급격히 악화되고 이에 따른 사회적인 충격들은 신자유주의 이론을 그대로 정책으로 실시한 결과에 따른 재앙이다.

동아시아와 비교해보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남미는 1세기 전만 하더라도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서, 예를 들어 브라질은 '북미의 대국'이라는 미국에 비유해 '남미의 대국'으로 불렸다.

세계 최빈국에 속하는 아이티는 프랑스와 미국에 의해 차례로 수탈되면서 황폐화된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1920년경 미국에 점령됐다. 당시 영국의 실질적인 지배를 받았던 베네수엘라의 풍부한 석유를 노린 미국은 영국을 쫓아내고 독재자를 지원했다.

신자유주의 배격한 동아시아는 자원 부족해도 발전

반면 동아시아는 자원이 거의 없다. 그러나 남미와는 다른 발전 궤도를 걸어 왔다. 남미의 수입품은 부자들을 위한 사치품이라면, 동아시아의 경우는 개발을 위한 자본재다. 그들은 국가 주도의 개발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소위 '워싱턴 컨센서스'라는 신자유주의를 배격했다. 남미에 강요된 노선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현재의 선진국들이 밟아 온 개발 노선과 매우 흡사한 길을 걸었던 것이다.

중국과 인도가 세계의 산업 및 상업 중심지였던 17세기에도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 당시 일본의 기대수명은 유럽보다 훨씬 길었다. 유럽은 변방의 야만국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야만성을 동원해 세계를 정복하고 식민지에 신자유주의와 유사한 정책을 강요했다. 그들은 자기들에 대해서는 극도로 엄격한 보호주의 정책과 국가주도 정책을 채택했다. 그렇게 해서 유럽은 발전했다.

미국은 전형적인 케이스인데, 부흥의 시기 동안 세계를 상대로 가장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가장 강력한 산업 보호정책을 폈다.

1950년까지만 해도 미국은 세계의 부를 절반 정도 차지했다. 지금도 남미는 관세를 더 낮추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데, 미국의 관세는 남미 국가들보다 더 높다.

미국의 현재 경제는 국가가 대대적으로 개입하는 정책에 크게 의존하는 체제다. 이것이 역사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발전 도구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제3세계를 창조하고, 지난 30년 동안 남미와 남아프리카 등 신자유주의 정책이 엄격하게 시행된 지역들을 황폐화시켰다. 반면, 신자유주의를 배격하고 선진국 모델을 따른 동아시아는 성장과 발전을 이룩했다.

이제 변화가 시작될 계기가 찾아 왔다. 불행하게도 훨씬 더 피폐한 중미는 아니지만 마침내 남미 내부에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통합 노력은 하나의 예다.

토착 원주민들의 노력도 있다. 특히 볼리비아에서는 원주민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서 자원 통제에 나섰다. 이곳에서는 참여 민주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볼리비아의 대선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참된 민주적 선거였다. 주민들의 대대적인 참여가 있었고, 유권자들은 선거 이슈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들은 선거일에 단순히 투표를 한 것이 아니라, 지난 세월 그들이 투쟁해 왔던 문제들 해결하기 위해 나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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