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6자회담 전체회의에서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현단계에서 핵무기 문제를 논의할 경우 핵군축회담 진행 요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의 금융제재 문제와 본회담의 '연계 전략'을 펴고 있는 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BDA) 실무회의'에서 대북 금융제재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확인한 뒤에야 북핵문제의 '본론'인 9·19 공동성명 논의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김 부상은 기조연설에서 "미국이 금융제재 등 모든 대북제재를 해제해야 공동성명 이행방안 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타임스>는 19일 '동상이몽의 6자회담( N Korea talks: Not a meeting of minds)'라는 분석기사를 통해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는 현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있지만, 북한이 핵실험 이후 핵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고도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협상카드를 쥐게 됐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힘들게 됐다는 것이다.
그 배경으로는 한국과 중국이 북한의 핵위협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6자 회담 참가국들의 입장 차이가 커지고 있다는 점 등이 꼽혔다.
이 글을 쓴 도널드 커크는 1972년 <시카고 트리뷴>의 특파원으로 한반도 문제를 취재한 이후 30년 넘게 관련 기사를 써 온 저널리스트다.
다음은 '동상이몽의 6자회담'의 주요 내용이다.
서로 입장이 그렇게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이 논의는 고사하고 마주 앉게 된 것 자체가 기적이다.
다만 미국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은 한 가지 당면 목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북한의 김계관 부상은 핵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이 지난해 9월15일 미국 재무성이 취한 금융제재를 해제하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 6자회담장에 왔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상당한 보상을 해주겠다는 9.19 공동성명이 채택되기 바로 나흘 전에 이 성명 채택을 내켜하지 않던 미국이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뼈아프게 생각하는 금융조치를 내렸다는 것은 우연한 일치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미국의 금융제재를 가장 중요한 이유로 거론하며 6자회담 재개를 거부했던 북한은 지난 10월9일 핵실험을 통해 협상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됐다는 판단을 한 뒤에 6자회담에 복귀했다. 김계관은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를 다른 모든 것에 대해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있지만,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고도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협상카드를 쥐게 됐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힘들게 됐다.
"6자회담은 BDA 협상 들러리로 전락"
김계관이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를 최우선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한, 베이징에서 열리는 가장 중요한 회의는 6자회담이 될 수 없다. 6자회담은 미국의 재무부 관료들과 북한이 BDA 문제로 협상하는 동안 주목받지도 못하며 동시에 열리는 회의가 될 것이다.
미 재무부는 북한이 BDA를 돈세탁 창구로 이용하지 않는 등 BDA와 북한의 거래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한다면 금융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 동시에 미 재무부는 북한이 무기와 금괴를 거래하는 것이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미국은 마약 판매 대금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으나, 공개적으로는 아니지만 미국이 마약 거래로 이득을 챙기는 다른 나라의 정권에 대해서 강력하게 단속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 재무부가 연말에 맞춰 BDA와 북한에 대한 제재를 돌연 해제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은 없다. 현실적으로는 금융제재 문제를 둘러싼 복잡한 논쟁으로 인해 6자 회담은 북한이 미국의 의지를 시험하는 성명서 작성을 연습하는 행사로 전락할 것이며, 언제나 그랬듯이 다른 5개국을 서로 대립하게 만드는 상황을 연출할 것이다.
그렇다고 6자회담이 더 이상 열리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 이르다. 북한과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BDA 문제를 넘어설 수 있다면, 지난 10월 베이징에서 힐이 김계관에게 전달한 제안을 놓고 진지한 논의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야만 한다는 것을 중국이나 한국에게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무기를 진정한 위협으로 보지 않고 있다.
6자회담 주최국인 중국은 북한이 6자회담을 꺼리는 것에 화가 났을지는 모르지만, 중국이 6자회담을 요구하는 이유는 오직 국내외적인 체면과 위신 때문일지 모른다.
한국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의 위협을 과소평가해 왔다. 또한 대량살상무기 기술이나 부품을 운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에 대해 군사적 조치를 취하자는 미국의 압력에 대해 한국은 중국과 함께 이를 거부했다.
결국, 6자회담 참가국들 사이에 입장차이가 커지면서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는 현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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