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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심증인가 전략인가'…韓, BDA 문제 애써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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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심증인가 전략인가'…韓, BDA 문제 애써 외면

"금융회의에 보낼 사람도 없다"는 말을 보는 시각

19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북한과 미국의 금융제재 실무회담이 이번 6자회담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 대표단이 금융제재 문제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금융제재와 6자회담은 별개라는 전략으로 북핵 폐기 문제에 쟁점을 집중시키겠다는 의도지만, 지나치게 소심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8일 전체회의 기조연설에서 "6자회담 본회의에서는 핵폐기를 위한 초기조치와 이에 대한 상응조치만 논의하고 이외의 문제는 당분간 제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의 문제'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을 푸는 문제를 지칭하는 것으로 천 본부장은 "양자 차원의 관심사는 별도의 양자협의 또는 실무그룹을 통해 본 회의와 분리해 진행하는 것이 6자회담 진전을 위해 매우 긴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 베이징 따오위타이에서 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가 열려 천영우 한국 수석대표가 대표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천 본부장은 16일에도 BDA에 대한 질문에 "그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별도의 장소에서 논의하는 것이라서 회담 수석대표들이 논의할 얘기는 아니다. 열리기는 할 것이다"며 무심한 듯 받아넘겼다.

같은 날 보여준 정부 당국자의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이 당국자는 금융제재 회의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이 BDA 실무회의에 옵서버로라도 참여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참여하라고 해도 보낼 사람도 없다. 나중에 잘 되어 가는지 묻기만 할 것이다. 회의 장소에 관심도 없고 물어볼 생각도 없다"고 다소 짜증섞인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북미 '접촉사고'…'차 빼라는 말밖에…'

우리 대표단의 이같은 태도는 6자회담을 13개월간 공전시키며 북한의 핵실험까지 불러온 금융제재 문제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보다 중요하게는 '6자회담과 금융제재는 분리됐다'는 걸 강조함으로써 금융제재 협상의 추이와 상관없이 6자 본회담에서의 핵폐기 논의를 진척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분석된다.

"(BDA 문제가) 6자회담을 속박하거나 방해하지 말고, (북미가) 별도로 얘기하라는 게 그간 우리가 달성한 절차적인 성과"라는 정부 당국자의 말에는 이같은 의도가 배어있다.

금융 실무회의를 6자회담과 '동시에 그러나 별도로' 하는 것은 6자회담과 금융제재는 별개라는 미국의 입장과, BDA 문제가 해결돼야 6자회담에 나갈 수 있다는 북한의 입장을 절충한 것이다.

이는 북한과 미국의 양보, 중국과 한국의 설득에 의해 가능했는데, 우리 정부는 이같은 '절차적 성과'에 따라 핵폐기와 관련한 모종의 합의라는 '옥동자'를 낳기 위해 금융제재 문제라는 '부정'을 타지 않게 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북미 금융협상에 한국이 참여할 틈이 별로 없어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BDA 문제는 북미 양자 현안이고 한국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은 미국에 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BDA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원래부터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9.19공동성명 이행의 길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그 길목에서 미국과 북한이 접촉사고를 낸 것이고, 한국 정부는 일단 차는 빼고 하라는 주문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요구로 중국 땅의 계좌가 동결된 것이니 문제 해결에 한국이 낄 틈이 없는 것"이라며 "사고 조사를 발표하고 차를 빼라는 요구 정도만 계속해 왔다"고 말했다.

대표단 '두 이슈가 연관이 있겠지만…'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제재 문제에 관해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한국 정부의 태도가 혹여 전문가들이 말하는 '바른 정보 제공자 역할' 혹은 '차를 빼라는 주문' 조차 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른 정부 당국자가 인정하듯 "두 이슈는 무관하지만 북측에서 두 문제의 관련성을 강조하고 있고, 따라서 사실상 영향을 미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데에도 불구하고 핵폐기에만 집착함으로써 '제한적인 중재자'에만 머무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근식 교수는 "우리 정부는 한미정상회담 등에서 꾸준히 BDA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해 왔다"며 "이번 회의에 우리가 끼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해 온 우리의 역할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 방법으로 "중국과 미국을 만나서 우리 입장을 전달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불법 사실이 있으면 시인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하는 등의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서 우리의 역할 반경을 넓혀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첫날 기조발언에서 북미간의 넓은 간극이 다시 한 번 확인되자 19일 오전 수석대표회의에 들어서는 한국 대표단의 분위기도 덩달아 무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를 비롯한 4~5명의 북한 재무 대표단은 수석대표회의가 열리는 시각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해 이날 오후부터 미국 대표단을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

오 총재는 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기자들은 결과만 보면 되지. 왜 이렇게…"라는 말만 남기고 북한 대사관이 마련한 승용차 편으로 시내를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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