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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6자회담 첫날부터 예상대로 강력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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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6자회담 첫날부터 예상대로 강력 충돌

'BDA 먼저' vs '핵폐기 논의 먼저' 갈등 재현

북한과 미국이 6자회담 시작부터 강하게 충돌하며 어렵사리 재개된 회담의 앞길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이날 오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6자회담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조건이 성숙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핵무기 문제 논의를 하고자 할 경우 (6자회담을) 핵군축회담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상은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며 북한의 최종목표라고 전제하면서 이같이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또 미국이 금융제재 해제 및 9.19공동성명 이후 시행된 유엔제재 등 대북 제재를 해제해야 공동성명 이행방안에 대한 논의를 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어 조건이 성숙된다면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게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 내 대북 적대시 법률적·제도적 장치를 철폐하고 △유엔 제재 등 모든 제재를 해제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경수로를 제공하고 경수로 완공 때까지 대체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며 제재 압력이 강화되고 지속된다면 핵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13개월만에 재개된 6자회담 장면 ⓒ뉴시스

'제재 해제→핵폐기 논의 시작→경수로·에너지 제공 논의' 구조

김 부상이 거론한 '조건'이란 금융제재 및 유엔 안보리 제재 해제 등 북한이 평소 '대북 적대시 정책'이라고 부른 것들이다. 김 부상은 16일 베이징에 도착해서도 "제재 해제가 선결조건"이라고 말했는데 기조연설에서도 이를 또 다시 '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이는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9일부터 열리는 북미 실무회의가 6자 본회담의 명운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을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다.

김 부상은 이같은 선결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핵페기를 논의할 경우 자신들은 핵군축회담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는데, 이는 핵군축회담을 실제로 주장하겠다는 의지 보다는 제재 해제 논의를 먼저 해야 함을 참가국들에게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핵 프로그램의 포기를 위해서는 경수로 제공과 대체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령 BDA 문제가 모두 해소되고 9.19공동성명의 이행방안을 논의하는 회담의 본령으로 돌아가더라도 핵폐기에 대응한 보상 조치가 반드시 짝지어져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9.19공동성명의 '행동 대 행동' 원칙에서 핵폐기에 임할 것이라는 의미로 미국이 요구한 핵폐기 초기이행조치를 거부하는 한편 그 조치를 포함한 핵폐기 과정 전체를 9.19공동성명의 틀에서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베이징발 기사에서 "조선(북)의 초기 핵포기 이행조치를 전제로 그에 대한 상응조치를 언급했지만 이것은 적대관계에 있는 조선과 미국이 핵보유국으로 대치하게 된 현 사태의 본질을 어물거리는(흐리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이는 초기이행조치에 대한 북한 측의 시각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힐 차관보 '인내의 한계 넘었다'

그러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BDA 문제 보다 한반도 비핵화에 무게를 둠으로써 두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는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행동이 인내의 한계를 초과했다며 이제는 행동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국은 9.19공동성명에 따라 북미 관계정상화를 추진할 준비가 되어 있으나 이는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가 달성될 때에만 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어 이번 회담에서는 9.19공동성명 이행 논의에 주력하고 워킹그룹(실무회의)을 조직해 향후 수주 또는 수개월간의 활동 계획을 수립할 것을 기대한다며 '비핵화가 되면 모든 것이 가능하나, 비핵화가 불가능하면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의 이같은 발언은 금융제재와 관련한 북미 실무회의가 구성된 만큼 6자 본회담에서는 핵폐기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향후 수주 또는 수개월 간' 활동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실무회의는 지난 11월 28~29일 베이징에서 있던 북미협의에서 미국이 제안했던 초기이행조치를 다룰 회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협상은 개막 다음날부터"라는 우리 정부 당국자의 말 대로 북미 양측의 기조발언은 본격 협상용이 아니라 원칙적인 입장을 개진하는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제재 모자를 쓰고 6자회담에 나올 수 없다'는 북한과 두 문제는 별개라는 미국의 갈등이 기조발언에서 또다시 재현된 만큼 실제 협상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가운데)와 대표단이 다른 나라 수석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뉴시스

한국도 '금융제재는 별개' 강조

한편 한국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핵폐기의 과정을 몇 단계의 큰 묶음으로 나눠 이행하는 패키지식 접근방안을 제안하는 등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 제시에 주력했다.

천 본부장은 기조연설에서 "북측의 의무사항과 상응조치의 수순을 결정하고 이를 조합하는 데 있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엄격히 기계적으로 적용해 모든 조치를 1대 1로 연계하려 할 경우 합의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고 한 가지 조치의 지연에 이행과정 전체가 볼모가 되는 위험이 있다"며 유연성과 효율성을 위해 패키지식 접근방안을 제시했다.

천 본부장은 또 "매 패키지마다 엄격한 상호주의와 손익계산에 집착하는 것은 소탐대실의 길이 될 수 있다"며 '융통성'과 '열린 마음'을 당부했다.

그는 또 이번 회담의 핵심 과제를 "초기단계 이행 내용에 합의하고 9.19공동성명 합의 이행의 시한과 작업계획을 정하는 것"으로 규정해 한국 역시 9.19공동성명 이행 문제를 핵심 의제로 삼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6자회담 본회의에서 핵폐기를 위한 초기 조치와 이에 대한 상응조치 만을 논의하고 이외의 문제는 당분간 제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금융제재 문제가 6자 본회담과는 별개라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가 또 "양자 차원의 관심 사안은 별도의 양자협의 또는 실무그룹을 통해 본회의와 분리해 진행하는 것이 6자회담 진전을 위해 매우 긴요하다"며 "미북 간 금융문제는 양측이 합의한 바와 같이 별도 채널에서 논의되고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회담 '왕따' 위험 불구 납치문제 거론

한편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은 기조연설에서 9.19공공성명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확정하고 북핵 폐기를 위한 초기단계 조치와 관련한 각측의 행동을 토론하고 확정하는 게 이번 회담의 의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부부장은 참가국 대표들의 기조발언이 모두 종료된 후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인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지지하고 △9.19공동성명의 약속을 진지하게 이행할 의지를 재천명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낼 것을 강조한 것이 모든 참가국의 공통점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러나 이같은 공통점과 동시에 일부 사안에 대해 이견도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며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측 수석대표인 세르게이 라조프 주중 대사는 러시아는 과거와 같이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일괄타결과 같은 현실적인 접근을 지지한다며 잠정적으로 초기 단계 조치와 관련한 문건을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사사에 겐이치로 외무성 국장은 납치문제는 아베정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조기 해결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이 문제에서 북한의 성의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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